제목: 심원장님 질문있습니다^^ [프린트] 글쓴이: 땅콩산모 시간: 2013-08-04 15:52 제목: 심원장님 질문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더위는 잘 보내고 계신지요?^^
궁금한 점 몇가지 여쭤보고 싶어서요.
'아르헨티나 할머니'란 일본 소설에 보면, 할머니라 일컫는 중년의 여자 주인공이 적지 않은 나이에 아이를 출산하고 심장이 약해져 얼마 못살고 죽던데요...
소설이 단지 허구가 아니란 가정이 사실이라면, 출산과 심장이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
임신 초기때 쯤 읽은 소설인데, 당시 이 장면에서 살짝 겁이났던 경험이 여태 궁금증을 유발하고 있거든요.
관계가 아주 없지 않다면, 그래서일까요. 기억하시겠지만 제가 출산 후 걸어나오려고 몸을 일으켰을 때부터 아주 한찬동안 날숨에 비해 들숨을 쉬는데 너무 곤란해서 이러다 숨이막혀 죽는건 아닌가 겁이 덜컥 났더랬죠^^;;
다른 질문은요...
제가 준비한 '출산계획서'의 내용을 보면, 자연출산 아니면 수술분만 두가지의 경우를 염두해두고 출산준비를 해왔는데요.
'모든 출산은 유니크하다'란 표현를 하신 어느 의료인의 말마따나 전혀 계획에도 없었고 예상치 못한 '흡입 분만'을 하게 되었죠.
제가 계획서 마지막에 표기하길 '최종결정은 의료인에게 맡깁니다'에서와 같이 원장님 판단에 흡입기가 필요하셨으니 사용하신걸로 알기 때문에 불만이라거나 아쉬운 맘은 없습니다.
다만, (진통과 출산의 트라우마에 둘째를 가질 엄두는 안나는데요 ㅠㅠ) 둘째를 갖는다면 제가 골반이 워낙 좁아 같은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서요(여기서 두려움이란 제가 계획하고 염두해두고 있는 상황과 달리 불시에 오는 예상밖의 상황이란 걸 말씀드립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이 무섭고 고통스러운 상황보다도 그게 무엇이든 마음의 준비와 예고없는 불시의 상황이거든요^^)
저의 출산이 똑같이 반복된다면, 당일날 부연설명 해주신대로 아기 뇌에 치명적일 수도 있는 후유중을 남길 가능성이 있는 흡입분만을 택할지, 아니면 수월할 수도 있으나 산모인 제 몸에 후유증이 남을수도 있는 수술분만을 택할지 미리 마음의 준비와 결정은 해놓고 출산에 임하고 싶은 마음에서입니다.
이 문제에 대한 전문가이신 원장님 의견은 어떠하신지 자세한 설명과 함께 의견을 여쭙고 싶어요^^
세번째 질문은 회음부 절개에 대해서입니다.
'출산계획서'에 정리해두길 막달에 회음부 마사지를 적극적으로 해서 피부 탄력을 높일 생각이었고, 절개를 한다면 길을 트는 정도의 최소한의 절개를 원한다는 게 제 의견이었죠.
출산 시 공간의 확보가 필요한 흡입기를 삽입하느라 절개를 안하고는 불가능했을거란 생각이 드는데요, 진통으로 정신이 혼미해지고 막판에는 아기를 위한 호흡에 집중하느라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기에 당시 어떤 식의 절개를 해주셨는지 궁금합니다.
회음부 후처치의 고통에 대해 익히 들어서 회음부쪽의 통증만 생각했지, 항문쪽을 꿰매게 되고 산후조리 중 가장 힘든 부분이 항문쪽의 통증일 줄은 몰랐거든요^^;
어느정도의 절개와 열상이 있었는지와, 혹시 다음번 출산 시 보호자가 항문쪽을 눌러주면 치질 증상은 피할 수 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보름이의 탄생 스토리에 보탰으면 해서요~
보름이를 받아주신 원장님의 전문적이며 생생한 출산후기 부탁드려도 될까요?
참고로, 그 날 함께하신 둘라쌤도 출산후기를 작성중이시거든요. 저 또한 멋지게 잘 나오신 심원장님 사진과 함께 머지않아 올릴 생각인데, 서로 다른 시각에서 쓰는 세개의 출산후기를 마지막으로 보름이를 가지려고 마음 먹었던 작년 여름부터 꾸준히 써온 태교일기를 마무리 해두면 그 어떤 재산보다 빛날 것 같습니다 *^^*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3-08-05 20:36
안녕하세요.
잘 조리하고 계시죠?
아기도 많이 컷겠네요.
아닌게 아니라 임신 출산은 산모의 심장에 상당한 부담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평소 심질환이 있었던 산모나 혹은 척추 측만증처럼 기형으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는 임신 출산 후 심장 관련 합병증으로 위험해 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은 아예 임신을 하지 말도록 심장 내과 전문의들은 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설 속에 언급된 그런 사례가 의학적으로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심O아님도 너무 마르고 체력이 너무 약해 사실 심장 관련으로도 그렇고 자연 분만이 될지 하는 점에서도 그렇고 걱정을 많이 했던 몇 분 중 한분인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출산하신 분과 앞으로 저희 병원에서 출산하실 분 중 내심 걱정이 되는 분은 대략 총 여섯일곱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건강 관리에 유념하시면서 다음 임신에는 좀더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그런 심장 관련 후유증은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 시 훨씬 덜한데 첫아기를 순산하셨으니 둘째는 좀더 쉽게 순산하실 것이고 따라서 심장 관련으로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두번째 질문과 관련하여서는 체구가 너무 작으니 골반도 작고 힘주기 할때 힘도 약할 수 밖에 없는데 반면 아기는 3.28kg으로 적지 않았으니 아마 다음번 임신시에도 흡입 분만을 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둘째는 첫아기보다는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첫아기때 흡입기를 이용했다고 해도 둘째때는 흡입기를 이용하지 않고 출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둘째와의 터울이 4년 이상으로 너무 많이 나지 않았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아닌게 아니라 흡입 분만은 장시간 사용시 아기 뇌 내의 출혈이나 골반에 걸려 있는 동안 저산소증으로 하여 뇌에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위험한 시술입니다.
다만 장시간 무리하게 쓰지 않을 경우 그런 위험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고 해서 제왕절개를 하지 않는 마지막 시도 방법으로 종종 쓰이고 있습니다.
심O아 님의 경우 장시간 무리하게 쓰지 않아 출산후 호흡 부전도 별로 없고 해서 그 점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물론 국내의 여건에서는 의료 분쟁에 휘말릴 염려 때문에 방어적 진료를 많이 하는 편이라 흡입 분만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제왕절개를 하는 쪽을 선택하는 의사들이 많기는 합니다.
제왕절개의 경우 아기와 산모가 더 안전해서라기보다 제왕절개로 출산한 경우 의료진의 과실을 덜 묻는 판결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기 측면만 보면 제왕절개가 더 안전할 수 있지만 산모 측면까지 고려하면 자연분만이나 흡입분만 보다 제왕절개는 훨씬 더 위험하고 안전성이 떨어지는 시술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말이죠.
회음부 절개 문제는 중앙 절개라고 해서 회음부에서 항문 쪽으로 수직으로 하는 절개법을 택했습니다.
이것은 사실 항문 파열의 위험이 다소 높아지기는 하는데 반면 회음부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 이런 절개법을 택합니다.
출산시 회음부를 누르는 것은 보통 분담 담당 의사가 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자분이 회음부를 누르는 것은 굳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탄생과 관련한 후기는 써 볼 수는 있으나 벌써 한달이나 지나서 생생하게 기억이 날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ㅠ
사실 한달이면 긴 시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순간 순간의 급박한 경우들을 다루는 산부인과 의사로 지내다보니 한달 전의 일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한 1년쯤의 기간으로 느껴질만큼 길게 느껴지거든요.
가장 중요한 난관은 제가 워낙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점이겠지요. ㅠㅠ
그리고 사실 분만 과정들은 진통 과정에서 조금씩 양상이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비슷 하다 보니 다른 분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기억이 쉽지만 (둘라가 오셨던 점은 처음 있는 일이라 기억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만. ^^) 다소간 난산이 되어 출산 중 수술을 해 달라거나 진행이 안되서 중간 중간 고민을 하게 된다거나 하는 것은 초산모들의 경우 워낙 흔한 일이라 나중에 지나고 보면 어떤 산모가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떤 산모가 그런 말을 안 했는지도 사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습니다.
산모 입장에서는 수술해 달라고 의사에게 강요 내지는 협박 혹은 부탁을 한 기억을 의사가 잊어 주기를 바랄 것도 같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다행일 듯도 싶습니다..
여하튼 그 점은 차후 생각이 나는 대로,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올릴 수 있으면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글이 그런 후기에 거의 가름할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만..ㅎㅎ
끝으로 순산하시어 산모를 의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나 병원 입장에서나 정말 다행이라는 말씀드립니다.
제왕절개가 나쁜 분만법은 아니고 오해도 많이 받고 있는 시술이기는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이 여러가지 점에서 장점이 많고 특히 산모의 건강 측면에서는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저로서도 자연분만할 가능성은 한 10%에서 20% 정도의 가능성 밖에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진통도 잘 참으시고 나중에는 힘도 잘 주신 편이라 자연분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분만전 최종 체중이 45kg 밖에 안되는 산모가 3.3kg 정도의 건강한 아기를 자연분만으로 순산했다고 하면 그게 가능하냐고 놀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모두들 산모의 의지력과 인내력에 혀를 내 두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
모쪼록 앞으로 조리 잘 하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