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화가의 자화상 9--아름다운 질서, 피에트 몬드리안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4-05-06 12:14 제목: 화가의 자화상 9--아름다운 질서, 피에트 몬드리안 그림을 보고 얻을 수 있는 감동이 여러가지 있을 수 있겠지만 그림을 들여다 보고 있으므로써 복잡한 마음이 맑게 침잠 될 수 있다면 그것은 감상자가 그림에서 얻을 수 있는 값진 선물의 하나일 것입니다.
오늘 돌아 보려는 몬드리안도 그런 그림을 많이 남긴 화가 중의 한 사람입니다.
보통 명상 과정에는 눈을 감고 하는 명상도 있지만 일정하게 좁아지는 나선이라든가 또는 사방이 똑같이 대칭적인 글자 등 균형잡힌 도안을 보면서 하는 경우도 있는 데 몬드리안의 그림도 그런 명상을 통한 내적 안정을 추구해 온 그림 중의 하나입니다.
제가 추상화를 잘 알지도 못하고 좋아하지도 않지만 신조형주의 화가라고 하는 몬드리안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몬드리안에 대하여 잘 모르는 사람도 흰색 바탕에 수직 수평의 검은 선이 화면을 분할하고 노랑 빨강의 원색 만을 사용한 그의 그림을 보면 어디선가 한번씩은 본 기억이 날 것입니다.
그의 그림은 전체든 부분으로써든 현대에 들어서 실생활의 여러 부분에 활용되었기 때문에 알게 모르게 접해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미적인 것(미의 절대성)과 기능적인 것(미의 공리성)을 함께 포함하여 실체화 하는 것이라는 디자인의 의미대로 그의 그림은 디자인적으로도 우수한 작품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처음부터 몬드리안이 그런 디자인적인 가치를 목표로 두고 작품을 제작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가 그림을 전시할 때 프레임(그림을 넣는 액자)을 사용하지 않았던 소수의 화가 중의 하나였다는 점도 그렇다시피 그의 그림은 디자인이 추구하는 바에서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는 않았습니다.
디자인은 전통적인 방식의 그림으로부터 출발했지만 그림과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하나 있는 데 그것은 바로 전통적인 회화를 장식하는 틀이 디자인에는 없다고 하는 사실입니다.
그림은 그림 자체로서 보여지는 게 주목적이거나 거의 유일한 목적이기 때문에 프레임으로 만들어 가두고 주위와 분리를 하지만 디자인은 디자인 자체로 의미가 있다기 보다 무언가 대상물과의 조화를 통하여 가치를 발휘하는 기능적인 측면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주위와 분리하는 틀이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몬드리안이 프레임을 사용하지 않은 것은 그의 그림이 가진 특성에 비추어 볼 때 사실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디자인이 제품을 아름답고 쓸모 있는 것으로 꾸미는 것처럼 그의 그림은 어떤 기능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을까요 ?
"자연이란 불쾌하고 무질서하며 이 지저분한 미술에서 벗어나 정확하고 기계적인 질서를 새롭게 창조해야 한다"라고 하는 그의 말을 고려한다면 그가 포장으로 감추어 버릴 수 있고 그래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면 아마도 그것은 혼돈스러운 이 세상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러한 그의 그림의 특징은 평소 냉정한 성격에 엄격한 결벽 주의자로 평생 독신으로 살았던 그의 성품 때문 인 점도 있겠지만 그가 활동한 시기가 1 차 세계 대전으로 매우 혼란 스러운 시기였다는 점에 기인하는 바도 많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평소의 그의 소신을 모르더라도 균형 잡힌 직각 구도와 무채색과 삼원색이라고 하는 절제된 색의 조화 때문에 그의 그림을 한참 들여다 보고 있으면 누구나 다소간의 마음의 안정과 평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잉크가 물속에 퍼져 가는 모습이나 연기가 하늘로 날아 올라 갈 때의 움직임 같이 카오스적으로 보이는 것들도 현재에 들어 와서는 알고 보면 매우 질서 정연한 현상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우리의 눈과 뇌가 그런 움직임을 관장하는 미세한 규칙성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몬드리안의 기하학적인 그림에서는 그 가운데서 어렵게 규칙성이나 아주 미세한 움직임을 조정하는 복잡한 운동 법칙을 떠올리는 노력없이 잠시 바라만 보는 것으로도 질서와 균형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즉 그의 그림은 오른 쪽에 있는 의자가 중세의 유아용 화장실이 었는 지 또 왼쪽의 인물이 사실은 천사를 나타낸 것이라든지 하는 등의 그림의 저변에 대하여 이해할 필요도 없이 그저 편안하게 바라만 보는 것으로 그의 그림이 추구하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가 있는 것입니다.
그의 어떤 그림은 대도시의 불켜진 빌딩 숲을 암시한 것이라는 분석가들의 주장이 있지만 일반적인 감상자가 그의 그림에서 그러한 구체적인 대상물의 형태를 찾아 내기는 어려울 것이며 알아 내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의도한 바도 없이 그저 무심하게 연결해 놓은 듯한, 단순한 직선과 사각형의 조합을 아무 생각없이 멍하게 바라만 보고 있어도 되는 것 그것이 머리 속을 복잡하게 만드는 애매한 심리학 그림과도 같은 그림들은 결코 줄 수 없는 그의 그림이 가진 가치입니다.
아래 감상할 작품은 그의 자화상으로 대부분 그의 작품은 "적, 청, 황의 구성" 처럼 기하학적인 구성을 띄는 것들이며 맨 위에 있는 것과 같은 구상 작품은 그의 작품 중에는 그리 흔하지는 않습니다.
고독하고 청빈하며 그의 그림처럼 깔끔하게 산 그의 삶의 모습이 그대로 배어나오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