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네모의 변명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4-05-17 22:59 제목: 네모의 변명 (2005년 9월에 산부인과 의사회 홈페이지에 썼던 글인데 문득 생각이 나서 여기 올려 봅니다.
다른 이유는 없고 그 당시도 그랬지만 네모의 각으로 하여 주변에 상처를 주면서 사는 사람이라 혹시 제 말이나 글 혹은 행동으로 상처를 입었을 분들, 그리고 앞으로 상처를 입을 지도 모르는 모든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는 것을 알리는 의미와 상처를 주게 되는 것에 대한 변명을 겸하여 올립니다. )
세상에는 많은 모양들이 있습니다.
세모도 있고 네모도 있고 동그라미도 있고 그 외 이름을 붙일 수 없는 이상한 모양도 있습니다.
돌맹이 중에도 마찬가지로 네모진 뾰족한 돌맹이도 있고 동그란 돌맹이도 있습니다.
처음에 바위 산이 깨지면 작은 돌맹이가 태어 납니다. 돌맹이는 처음에는 예각의 날카로운 각을 가지고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동그란 모양을 하게 됩니다.
뾰족한 돌맹이는 날카로운 각 때문에 여기저기 주변을 긁어서 상처도 주고 아프게 하기도 하고 다른 곳에 흠집을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동그란 돌맹이는 모난 곳이 없어서 주변에 상처를 주는 일도 없고 동그라니까 이곳 저곳을 굴러 다니면서 어울리기도 쉽고 원이라는 것이 편안한 모양일 뿐 아니라 완전한 모양이기 때문에 대체로 주변에서도 환영을 받습니다.
어떤 모습의 돌맹이 또는 삶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 지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다면 가급적 동그란 모양의 돌맹이처럼 사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자기 색깔을 너무 내세우지 말고 남을 다치게도 하지 말고 그저 두리 뭉실하게 사는 것이 아마도 많은 이들이 바라는 삶이고 편안한 삶일 것입니다.
네모처럼 각진 삶은 각이 의미하는 것처럼 굴곡진 인생으로 힘들고 쉽게 굴러서 남에게 다가가기도 힘들 뿐 더러 다가가더라도 그 모난 각으로 인해 주변에 상처를 주기 쉽습니다.
또한 세상과 세월은 모난 각을 그대로 두기 보다는 쪼고 깍아서 동그란 부담없는 모양으로 만들려고 합니다.
그리고 아닌게 아니라 세월이 지나면 각이 점점 둔해져서 예각이던 것이 직각으로 직각이던 것이 둔각으로 어느 날에는 더 이상 각이 없는 원이 될 것입니다.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동그란 돌맹이가 된다는 사실만 놓고 본다면 동그란 돌맹이는 네모보다 좀 더 성숙한 돌맹이라고 불러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동그란 돌맹이가 성숙한 돌맹이고 원만한 돌맹이고 편안한 돌맹이라 하더라도 저는 네모진 돌맹이가 좋습니다.
단지 한가지 이유 때문에 저는 네모진 돌맹이가 좋습니다. 그래서 긴 세월의 풍상이 지나도 네모진 돌맹이로 남고 싶습니다.
동그란 돌맹이는 편안하고 부담없지만 그저 그뿐 입니다.
쌓을 수도 없고 아무리 가까이 모아 두어도 틈이 있어서 완전히 채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네모진 돌맹이는 길쭉한 것은 길쭉한 데로 짤막한 것은 짤막한 데로 납작한 것은 납작한 데로 두꺼운 것은 또 그 모습 그대로 쌓을 수도 있고 밑받침이 되기도 합니다.
동그란 원처럼 아름답지는 않더라도 어딘가에 분명 쓸모가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네모는 최소한 한군데에는 쓸모가 있습니다. 무언가의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것에는, 동그란 돌을 밟고는 올라 설 수 없습니다. 미끄럽고 또 가만히 멈추어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자체는 원으로써 완전할 지 모르지만 다른 것을 떠받치고 지지 하지 못합니다.
제 짧은 생각으로는 동그란 돌은 아름다운 관상용 외에는 쓰이는 곳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네모진 돌맹이 같은 사람이고 싶습니다. 각도 있고 상처도 주고 거칠지만 최소한 무언가를 떠받칠 수 있는 밑바탕이라도 될 수 있는 한가지 효용은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두루 원만한 인간이고 싶지 않습니다. 불완전한 사람이고 모난 사람이지만 이 세상에 최소한 한가지에서만은 쓸모있는 인간이고 싶습니다.
그것이 굳이 남을 떠 받치는 것이 아니고 날카로운 각으로 주변을 깨우고 편히 쉬지 못하게 하는 아픔을 주는 고통일지라도 말이지요.
네모에게 왜 너는 네모져서 각으로 주변을 찌르는가 묻지 마십시요.
네모는 그 각이 있으므로 값어치가 있는 것입니다.
소금이 짠맛으로 제 역할이 있는 것처럼.
물론 네모를 완전하고 추구해야 하는 이상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네모는 그저 네모로 보아야지 세모로 또는 원으로 생각하면 또는 원이기를 바라면 그 네모는 더욱 작아진 모양의 원이 될지는 모르지만 많은 것을 잃어야 한다는 이야기일 뿐입니다.
물론 마찬가지로 원이 네모가 되는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역시 많은 부분을 깍아 내야만 네모가 되기 때문입니다.
네모는 네모 답게 원은 원답게 자기 모습에 맞게 있어 주는 것,
그것이 세상이 다양한 가운데 균형과 발전을 유지하는 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주변에 상처를 주는 단점으로 괴롭다 하더라도 스스로의 존재 의미에 대한 가치를 찾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
비바람으로, 폭풍으로, 눈물로, 호소로, 비난으로, 그리고 세월로도 깍이지 않는 각을 유지하는 이 세상의 모든 네모들에게 파이팅을 외쳐 봅니다.글쓴이: 땅콩산모 시간: 2014-05-18 01:27
세상에 진정 동그란 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도를닦고 수행을 하여 동그라미가 되고자 한다...
이 부분에 회의감을 느끼시는거죠?
왜 꼭 내게 주어진 네모 본연의 모습을 버리고 굳이 동그라미가 되어야 할까...
전 동그라미를 '수용'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동그라미라고 둥글둥글 마찰없는 평화주의자 관상용 돌이 아닌, 나를 깎아 옆의 네모에게 끊입없이 가져다 붙이며 그 네모가 내 옆에서 잘 굴러갈 수 있도록 마음써주고 돌봐주느라 동그래진 돌이라고 생각해요.
겉으로 모진 표현 못하고 원만해보일수록..
그래서 있는듯 없는듯 존재감조차 아주 작은 사람들이, 내면에선 힘겹게 모서리를 깎아내는 사람들이죠.
누구나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존재이유가 될 수 있을 정도로 인간의 큰 욕구이기도 하고요...
"난 모서리가 날카로운 네모이니 접근하지 않는 게 좋을거야. 그러다 다치는 수가 있거든."
전 그래서 이 말이 이렇게 들립니다.
"난 모서리가 날카로운 네모인데...
내가 각진구석 없는 동그라미인 줄 착각하고, 네가 내게 함부로 다가왔다가 모서리에 찔리기라도 할까...
미리부터 걱정되.
그러니, 내가 날카로운 모서리로 본의 아니게 널 찔러 피나게 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염두해두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주었음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