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오비 산부인과

제목: 저희 병원에서 임신 32주 전에 태아 성별을 알려드리지 않는 이유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3-02-05 17:49
제목: 저희 병원에서 임신 32주 전에 태아 성별을 알려드리지 않는 이유



임신한 산모나 가족들이 궁금해 하시는 것 중의 하나가 뱃속에 있는 아기의 성별입니다.
그래서 초음파 검사를 할때 종종 아기의 성별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는 요구를 받고는 합니다.
그런 경우 저희 병원에서는 임신 32주가 넘었으면 알려드리고 넘지 않은 경우 알려드리지 않습니다.
임신 32주 이전에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방침 때문에 저희 병원이 종종 산모들의 원망을 듣기도 합니다.

사실 임신 몇주부터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는 것이 타당한가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가 있습니다.
초기부터 알려주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고 임신 후기에나 또는 출산한 후에 알려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견해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 의사가 아니라 국회에서 의원들이 법으로 그렇게 정해 놓은 것입니다.
그나마도 이는 얼마전에 법이 바뀌어서 그런 것이고 그전까지는 임신 전 기간에 걸쳐 알려주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이렇게 법에서 정해 놓은 이유는 현실적으로 낙태를 막기 어렵다보니 태아의 성별에 따라 낙태를 하지 못하도록 아예 성감별 자체를 금지시켜 놓은 것입니다.
물론 외국에서는 임신 전기간에 걸쳐 성별을 알려주도록 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나라도 많습니다.
그래서 과거보다는 남아 선호사상이 많이 없어진 지금도 그런 제한이 필요한가에 대하여 그리고 그것이 실질적으로 낙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인가에 대하여 이론도 있고 의료 일선에서 그런 혼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이론적 바탕은 어쨌든 간에 의사도 국민의 한사람으로 법에서 정해 놓은 것은 자신의 소신과 다르더라도 지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법이 잘못된 것이라면 법을 무시하기 전에 먼저 법을 고치도록 하는 것이 순서이겠지요.
그러나 많은 병원에서는 32주 이전에도 태아의 성별을 알려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위법이라는 것을 담당 의사가 모르거나 적발되었을 때 처벌이 가볍기 때문이 아니라 진료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의사와 진찰 받는 산모나 가족 밖에 모르는 것이기 때문에 가족의 요구가 있으면 그렇게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의료에서는 다른 사람이 알게 될까 아닐까에 따라 이렇게 하거나 저렇게 하는 등 마음대로 해서는 안되는 것이 많으며 그것이 학문적 원칙이든 법적 규정이든 스스로가 지키도록 노력을 해야 합니다.
적발될 염려가 거의 없다고 해서 어기게 되는 것이 아무런 느낌도 없이 쉽게 행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성감별에 해당하는 것이라도 문제이지만 의료의 다른 많은 부분에서도 그와 같은 작의가 일어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들이 입게 됩니다.
출생일의 변경이나 의료 분쟁을 앞두고 진료 기록을 변경하거나 진단 결과를 다르게 말해주거나 심지어 불법 낙태 등등.

따라서 저희는 비록 산모의 요구가 있더라도 현행법과 현재의 학술적 기준을 지키고자 노력합니다.
나는 낙태를 할 필요도 없는 경우이니 알려달라고 하는 분들의 경우나 사실 낙태를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한 경우에는 법적 취지에 맞추어서 알려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경우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법적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전에 제 경험을 봤을때도 간단히 생각할 문제는 아닙니다.
딸만 둘이라 아들을 꼭 낳아야 하는 어느 산모가 이번 임신의 아기가 딸이든 아들이든 낳을 예정이지만 궁금하고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아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으니 알기나 했으면 좋겠다고 하였고  어찌어찌하여 성별을 알았지만 태아는 결국 낙태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산모는 임신 6개월이었고 아기는 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전의 성별이 딸인 경우 이번 임신에서는 아들이라서 알려주어도 낙태를 하지 않을 것이 확실한 경우에는 성별을 말해주어도 좋다면 의사가 성별을 말하지 못한다면 딸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이니 정말 딸만 둘을 낳을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낙태를 심각하게 고려하겠지요.

태아의 성별을 미리 알아서 육아용품도 준비하고 이름도 지어놓고 하면 좋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둘째의 경우 남녀성비가 거의 정상에 가깝지만 셋째의 경우 아들이 훨씬 많습니다.
비정상적 성비를 만들게 된 그 나머지--딸로 추정되는 그 아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요?
저희가 태아 성별을 알려주지 않는다고 해서 병원의 경영상 이득은 없습니다.
오히려 산모의 원망만 사게 될 것이고 성별을 알려주는 많은 병원들이 산모의 요구를 잘 들어주는 좋은 병원으로 평가받는 반면 그렇지 않은 병원은 고지식하고 산모의 딱한 처지를 무시하는 차가운 병원으로 평가받게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하려고 하는 것은 그러한 손해를 무릅쓰고라도 지켜야 하는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자 저희 병원의 운영 철학인 원칙과 생명을 지키고 살리는 일입니다.
어느 병원이 법적 허용 시기 이전의 태아 성감별을 하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 손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개인적 이득(병원의 홍보와 좋은 이미지)을 위해 마음대로 원칙과 법을 어기지 않는 병원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리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여러분들과 여러분들의 미래의 자녀들을 위해 나은 것입니다.
그런 취지 때문에 현재 법을 그렇게 정해두고 있는 것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다소 서운하시고 불편한 것이 있다하더라도 그 숭고한 취지를 생각하시어 산모나 가족들께서는 저희 병원의 방침을 이해하여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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