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43세는 안받아주신다는...,병원 방문 후기입니다. [프린트] 글쓴이: 셋째이모 시간: 2015-06-22 21:14 제목: 43세는 안받아주신다는...,병원 방문 후기입니다. 지난주 금요일... 19일 병원 방문 후기입니다.
이곳에 올려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같은 글을 마포 까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저처럼 헛걸음 하시는 분이 없으시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오랜만에 코스트코에 장을 보러 갔습니다
갈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어차피 계산할 때 회원카드가 없느면 계산이 안되는 것을 왜 꼭 입구에서 회원카드를 보여달라고 구찮게 하는지 참 궁금했습니다.
그래도 지갑을 뒤적여 회원카드를 준비합니다.
맛있는 갈비를 구워서 저녁을 먹고 싶습니다.
제 나이 43세.
9년만에 찾아온 셋째가 반가웠다고, 기다렸다고 말한다면 거짓말이겠죠.
맘고생을 좀 했더랬습니다.
그래도 우리에게 찾아온 인연이니 반갑게 기쁘게 맞이하자고 남편과 합의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음을 고백해야겠습니다.
큰애를 힘들게 낳아서...
작은애도 그래야 하는줄 알고 큰 병원에서 낳았습니다.
뭘 모를땐 그래야 하는줄 알고, 남들이 그러라니까, 해야 하는 일들이 많습니다.
뒤돌아 생각해보면 좀더 편히 갈 수 있는 길도 어렵게만 갔었던 일 중 하나죠...
셋째는 좀 다르고 싶었습니다.
예약을 해도 두세시간 기다리는 일 없고,
이의사 저의사 찔러보는 내진도 안하고 싶었고
공장에서 찍어내듯 아이를 다루는 일도 되도록이면 없는
곳에서 낳는 경험을 하고 싶었습니다.
나름대로 여기저기 알아보던 중...
언니가 강력 추천한 진오비가 떠오르더군요..
이사한 집에서 십분도 안걸리는데다가
홈피에서 의사샘이 올리신 분만후기를 읽고는 왠지 모를 울컥함이 느껴져서..
노산임에도 받아줄 수 있겠느냐고 여쭸었죠...
단칼에 안받는다 하시더군요.
안되는게 어딨니 대한민국에서.
언니의 말에 한번 더 용기를 내고 직접 대면하기로 했습니다.
나름 건강하고 이벤트 없이 진행되어 왔던 33주였기 때문에 고령이기는 하나 은근 자신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입구에서 환자 기록카드를 적고 혈압도 적고 몸무게도 적었습니다 . 남편 폰 번호와 이름을 적으라길래 그것도 적었습니다.
예진도 하고 말이죠...
이사람 저사람 다 거친듯 보이는 귀속형 체온계로 체온도 쟀습니다.
삼십여분을 기다렸다가 의사샘을 만났습니다.
첫애와 둘째 히스토리를 꼼꼼하게 물어보시더군요..
몇키로에 어디서 어떻게 분만했는지도요.
맘속으론 내심 됐다 했습니다.
분만도 안할 산모의 하스토리를 뭐할라고 꼬치꼬치 물어보겠냐고....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결론은 분만할 수 없대요.
40세 이상은 받았던 적이 없고 받을 수 없다.
정상 산모의 2000명 중의 한명 정도의 위험이 있다면
40세 이상의 산모는 200명 중의 한명이 위험한 상황에 처하고, 미리 준비된 상황에서 낳는것과 옮겨져서 낳은것은 결과가 너무나 다르다고.
순간 낯이 뜨거워졌습니다.
나이가 많은 산모라 부끄러웠던 적은 단 한번도 없었는데... 갑자기 나이먹은 산모라는게 너무나 굴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그럼 아기 잘 있는지 초음파라도 확인해 주십사.. 물었습니다. 어차피 병원 가도 한참 걸려야 가게 될테니 미리 확인이나 하고 가야겠다는 생각이었죠.
어차피 병원가면 또 확인해야 할테니 그냥 가랍니다 ㅡㅡ
돈도 한푼 안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기분 참 묘하더군요. 적극 추천한 언니가 옆에서미안한 듯 다독이는 소리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결혼 적령기가 다들 늦어지고
그에따라 임신 시기도 다들 늦어지고 있다는건 굳이 통계자료를 들먹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사실일겁니다.
개인병원과 종합병원의 할 일이 다르다는건 인정합니다.
그리고 대처가 늦을수록 위험에 빠지게 되는게 산모라는 것도 어느 정도는 인정합니다.
하지만 진료 봐주지도, 분만하지도 않을 개인정보나 히스토리, 보호자 연락처는 왜 수집하십니까?
대놓고 우린 40세 이상 산모는 안받는다고 공지를 하시던가요.
메르스때문에 가득이나 외출도 어려운데....
발걸음도 무겁게 방문한 산모를 그렇게 내치기 전에 미리 공지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병원에선 @@년 이전에 출생한 산모의 아기는
받지 않습니다" 라고요.
더불어 여러 산모와 출입인의 체온을 재시려면 싸구려 알콜솜으로라도 소독하시길 부탁드립니다. 혹시 귀속에 상처 있는 분들 통해 병균이 감염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리고 간호사님들도 환자 만진 손을 자주 소독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건 내쳐진데 대한 뒤끝이 아니라고는 못하겠네요
그래도 틀린말은 아닐겁니다.
코스트코에서 장 보고 계산하려는데 회원카드를 달라고
하네요.
회원 아닌 사람이었으면 당황할 뻔 했다는 생각이 비로소 듭니다.
세계적인 마트라 다르긴 다른가 봅니다.
문득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 뒤늦게 상처가 되어 쓰라리게 다가옵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기억될 거 같습니다. 아직 이렇게 생생하게 기억되는걸 보면 말이죠....
귀 병원의 번창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그리고 가족, 지인들 모두 젊을때 출산하시길 바랍니다.
저 역시 그럴겁니다
행복하십쇼.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5-06-22 21:56
안녕하세요.
진료 예약 게시판에 얼마전에 올리신 글에도 제가 그렇게 답변을 드렸었고 방문시에도 그렇게 말씀드렸지만 노산에 따르는 위험이 다소간 더 높은 건 사실입니다.
그래서 산모 본인과 아기의 안전을 위하여 가능하면 시설과 인력이 가장 나은 대학병원에서의 출산을 권한 것입니다.
글에 쓰신 것처럼 노산이라고 부끄러운 일이거나 굴욕적인 일이 아닙니다.
저 또한 그렇게 생각하거나 그런 취지로 말씀 드린 적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쓰신 글만 보면 제가 출산을 돕는 산부인과 의사로서의 기본 자질조차 가지지 못한 것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비쳐진 것 같아서 상당히 당황스럽고 기운이 빠지는군요.
오셨을 때 긴 시간 자세하고 나름 친절하게 설명드린다고 설명드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소용이 없었나 봅니다.
그저 노산이 아닌 산모에 비하여 출산 과정 중 생길 수 있는 위험이 다소간 더 높을 수 있다고 말씀드렸고 그런 점에서 저희가 모자란 점이 많다고 말씀드렸던 것 뿐인데.....
그리고 제가 40세 이상 산모의 분만을 아예 돕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설명드린 위험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럼에도 오시는 분들은 40세가 넘었어도 제가 출산을 도왔던 적이 종종 있습니다.
제 경우에는 25년간의 분만 의사 생활 동안 제가 대학병원에 근무할 때야 수백분 정도의 노산 산모의 출산을 도왔지만 지금처럼 소아과나 마취과 의사 상주없이 동네에서 소규모 의원을 개업하고 있었던 십수년 동안에는 십여분이나 이십여분 채 안되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여하튼 그런 위험이 있는 점 때문에 산부인과 교과서에도 노산인 경우 대학병원과 같은 3차 병원에서의 출산을 권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래 노산은 35세부터인데 말씀하신 대로 35세까지로 기준을 정하면 현재의 늦은 결혼과 노산 출산을 너무 도외시 하는 것이라 판단되어 제 나름대로 정하기는 40세 정도부터의 노산은 대학병원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물론 노산이라고 하여도 대부분 순산하시니까 너무 걱정하실 것은 없습니다. 다만 준비가 좀더 철저히 된 곳을 선택하시라고 조언드리는 것입니다.
저는 병원이란 찾아 오시는 산모나 환자분들이 듣고 싶은 말을 들으러 오는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성별 물어 보면 법은 어떻게 되고 의사의 본분은 어떻든 간에 성별 바로 알려드리고 무통 수술 해 달라고 하면 꼭 그걸 해야 산모께 득인지 아닌지 고려치 않고 무통 해 드리는 것이 제대로 된 의사의 모습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노산이든 중증 질환이 있는 산모에게든 오시는 모든 분들께 "잘 오셨습니다. 걱정 마십시요. 제가 확실히 안전하게 순산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전혀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라고만 말할 수 없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의사는 산모나 환자가 듣고 싶은 말이 아니라 들어야 할 말을 해 주고 시행해야 할 조치를 적시에 적절하게 시행하는 사람이라는 철학으로 의사를 업으로 해서 살아 오고 있습니다.
다만 그런 설명을 기분 나쁘고 마음 상하지 않게 해 드려야 하는데 제가 미숙해서 그러지 못한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마음에 상처를 많이 받지 않으셨으면 좋았을텐데 다 제가 모자란 탓입니다.
진료 받으러 오셨을 때도 말씀드렸겠지만 작고 별로 내세울 것도 없는 병원에 일부러 찾아와 주시는 분들 모두 감사한 분들입니다.
더불어 경영을 생각하면 한분의 산모라도 더 받아야 병원 운영이 되는 것 또한 현실이고 크지 않은 규모의 동네 병원에 있으면서 40세 중반 혹은 후반의 산모의 순산을 도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의사도 있는 지경입니다.
그러나 제가 의사를 하는 동안은 설사 병원 운영이 되지 않아도 제가 머리로 배우고 가슴으로 경험한 원칙에 따라 여러분들께 조언해 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좀 과장이지만 거의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서 제 스스로에게 다짐을 합니다. 아무리 경영이 어려워도 경영은 일체 생각하지 말고, 동료 의사들에게 또라이라는 비난을 듣거나 산모들께 무뚝뚝 대마왕으로 불리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산모와 아기의 안전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자라고 말이죠.
인터넷 카페에 어떤 식으로 글을 쓰시던 쓰는 분의 자유입니다.
그러나 출산 병원을 정하는 데 있어서는 고려해야 할 점이 매우 많은데 그저 비용이 저렴하고 동네 가까이 있고 오래 기다리지 않을 수 있고 친절하게 듣고 싶은 말만해 주는 곳이 모든 경우에 모든 산모에게 다 좋은 병원이다라고 다른 분들이 오해하게 되는 식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학병원으로 가시도록 말씀드린 것도 호의에서 말씀드린 것이지 결코 악의로 말씀드린 것이 아니었다는 점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초음파 검사도 비싸다는 항의를 종종 듣고 있어 제딴에는 배려한다고 그렇게 한 것인데 그것도 기분이 상하셨다면 오해 푸시기 바랍니다.
그외 체온계 문제나 직원들 손 소독 문제등 지적하여 주신 점은 시정하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저도 생긴 인상이 험해서 많은 오해를 사고 있긴 하지만 오신 분을 받지 않으면 당연히 기분 나쁠 수 있다는 점을 더 고려하여 마음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좀더 세심하게 배려하여 조언하는 습관을 갖추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보호자에 관한 것이나 그외 임신 관련 기본 정보를 묻고 있는 점은 어떻게 하는 것이 나은 것인지 좀더 생각해 보고 판단해서 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충고와 조언 감사드리며 모쪼록 순산하기를 바랍니다.
사족:
노산 외에 산모께서 가지고 계신 또 다른 고위험 요인은 프라이버시와 관계된 것이라 여기 따로 적지 않겠지만 사실 그 점이 노산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제 조언은 어디서 출산하시든 마음 편하게 가지시고 대학병원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지만 가능하면 대학병원에서의 출산을 선택하시라는 것입니다.
노산이나 기타 고위험 요인은 분명히 출산에 있어 위험 요인이 맞습니다.
그러나 정말 위험한 것은 노산이나 고위험 요인 자체에서 오는 것보다 그것에 대하여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고 방심하고 있는 것입니다.
준비만 잘 하면 그리 위험할 것이 없습니다.
저희 병원을 일부러 찾아와 주신 분께 제가 출산을 돕는 방식으로는 아니지만 의사로서의 양심과 오랜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올바른 조언을 드리는 것도 돕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혹여 제 답글이 걱정을 더 얹게 되는 쪽이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므로 제 답글에서 감정적으로 동요될 부분이 있다면 마음에 담지 마시고 사실 관계만 냉정하게 받아들여서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한나라의 의료 환경이 좋으냐 아니냐 하는 것은 많은 부분 정책 당국자에게 달려 있고 적지 않은 부분이 역시 의사에게 달려 있지만 또한 의료를 이용하는 국민들께도 달려 있다는 점을 잊지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그렇게 조언 드렸을 때 "방문해 보니 산모로 바글바글한 병원도 아닌 것 같아 경영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오직 나와 내 아기를 위하여 다른 병원을 추천하는 이런 의사도 있구나" 생각하시고 좋게 보아 주시면 그렇게 원칙과 양심에 따라서만 행동하는 의사들이 점점 많아질 것이고 그렇지 않고 나쁜 쪽으로 평가한다면 앞으로도 계속 돈을 벌기 위해서는 원칙과 양심은 무시하고 가식에 둘러쌓인 친절만으로 포장한 의사가 많아지겠지요.
지금 현재 의사들의 행태와 의료 환경이 흡족하지 않다고 생각하신다면 정책 당국자는 말할 것도 없고 의사와 의료 이용자인 국민 모두 함께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될 것입니다.
원글도 좀 길긴 하지만 답글도 어쩌다 보니 길어졌습니다.
원 글 쓰신 분, 읽어주신 분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추가>
오늘 들으니 제가 본 산모가 아닌가 봅니다.
진료 예약 게시판의 글에 제가 답글을 달아서 제가 본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산모들이 있었기도 하고 해서 착각했습니다.
그러나 제가 봤어도 김원장님이 한것처럼 조언했을 것입니다.
원글 쓰신 분께는 제가 보지도 않았는데 진료시 말씀드렸던 것처럼 등 잘못 말씀드린 부분이 있네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