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오비 산부인과

제목: 어느 여름날 저녁, 창가의 대화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5-07-10 22:02
제목: 어느 여름날 저녁, 창가의 대화


[아웃포커스에서 장면 점점 뚜렷해지면서 두사람이 식사하는 모습 잡는다.]
[이때 배경 음악은 조아람씨가 연주한 전자 바이올린 연주곡으로 깔면 좋다.]

연> 넌 어떻게 엄마가 아프시다는데 한번도 와보질 않니?

숙> 언니. 나도 내 생활이 있잖아. 근무 끝나고 정리하고 집에 들어가면 녹초가 되서 아무 것도 못해. ㅠㅠ.  끝나고 용인까지 가기엔 너무 시간이 모자라.

연> 난 뭐 한가해서 매일 엄마 옆에 붙어 간병하는 거 아니잖아!

숙> 언니. 우리 원장님 성격 알잖아? 내가 조금만 지각하거나 일찍 조퇴하려고 하면 그 깐깐한 원장님이 뭐라는 줄 알아?

연> 아니 부모님이 오늘 내일 할 정도로 아프시다는데 그걸 못 봐준단 말이야? 그 원장은 부모도 없다니?

숙> 원장님이 글쎄...내일 죽을 것처럼 오늘 최선을 다해 살란다. 원칙을 지키며 최선을 다하자가 자기 좌우명이래. 나 참...

연> 원칙 좋지. 누군 뭐 싫어서 못하니? 그리고 최선은 지만 한다니? 나도 정말 죽을 힘껏 최선을 다해서 살고 있어.

숙> 글쎄 말이야. 언니. 내일 죽을 거면 내가 거기 왜 있냐? 때려치고 여행 다니고 맛있는 것 먹어야지. 안 그래?

연> 아니 뭐 그런 사람이 다 있니? 그 원장 또라이 아니니?

숙> 아닌게 아니라 주변에서 동또라고 수근수근 거리고 그래.

연> 동또??

숙> 응. 동또. 동교동 또라이 말이야.

연> 듣고 보니 너도 힘들겠구나. 그래도 동또니 다행이다 얘.  동또가 아니라 마또나 대또면 어쩔뻔 했니?

숙> 마또? 대또? 그건 뭐야?

연> 마포 또라이말이야. 대한민국 또라이 아닌게 다행이라고 생각해라. 얘.

숙> 근데 언니. 가만 보면 사실 대또일지도 몰라. 첨 봤어, 그런 원장님. 하하하

연> 알았다. 밥이나 먹자. 배고프지? 그래도 너무 늦어서 후회하기 전에 언제 하루 일찍 조퇴하고 엄마한테 들러. 엄마가 널 많이 보고 싶어해.

숙> 알았어. 언니. 수일 내로 형편 봐서 동또한테 한번 말해 볼께......

연> .......

숙> .......

[두사람의 대화가 잠시 끊기고 음악도 멈춘 채 정적 약 5초 정도. 그때 카메라 앵글 빠르게 바뀌면서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다 일어나 다가오는 원장의 모습 잡는다.]
동또> 숙씨, 언니랑 식사하러 온 모양이네? 들으려고 들은 건 아닌데 아는 목소리가 들리길래....

[숙 깜짝 놀라 엉거주춤 일어나며]
숙> 어머 동또 아니....원장님 웬일이세요?

동또> 응. 잠깐 저녁 먹으러 나왔어.

숙> 저....원장님. 제 이야기는 그냥.... 그런 뜻이 아니라......

[숙 민망함에 말 꼬리를 흐리고 원장은 감정없는 낮고 굵은 저음의 목소리로.]

동또> 아니 앉아요. 앉아. 언니분 이야기 들어보니 어머니가 많이 아프신가 본데 가봐야지.

[숙 천천히  앉으며 의자에 살짝 엉덩이만 걸친다.]
숙> 예 좀 아프셔서...근데 부모님 댁이 좀 멀어요. 원장님.

동또> 그래도 한번 가 뵈야지.  좀 일찍 조퇴하고 가면 되지?

숙> 그래도 되요? 원장님?

동또> 갔다 와요. 나도 부모님 있는데 그 마음 왜 모르겠어? 자 보자. 언제가 좋을까?  그래 연말이 좋겠구나. 1월 되면 날 더 많이 추워질테니 날 더 추워지기 전에 한번 다녀 오도록 해요.

[숙, 눈을 동그랗게 뜬다. 다만 흰자위가 너무 많이 보이면 작위적으로 보일 수 있으니 지나친 과장은 피하면서]
숙> 연말이요?? 지금 7월인데요?????  

동또> 허허허. 내가 사람이 너무 무르고 정에 약하다고 주변에서들 그러더군. 병원 걱정말고 한번 갔다 와요. 감기 걸리지 않게 파카 든든히 챙겨 입고. 힘내요. 숙씨 . 파이팅!!

[원장이 숙씨 얼굴 옆으로 몸 수그려  한쪽 주먹을 불끈 쥐어 올린다. 동시에 크게 너털 웃음 웃고 멀리 희미하게 아이들 웃음 소리 오버랩된다.  카메라는 두사람이 채 다 먹지 못하고 남긴 음식 줌인으로 잡으면서 서서히 페이드 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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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연출: 팔랑심]
[극본: 심장]
[출연: 김지연, 김한숙, 동또]
[카메라: 심상덕]
[음악: 어둠의 경로]
[타이틀 제작: 무뚝뚝 대마왕]
[장소 섭외: 진료 머신]
[장소 협찬: 마포구 썰면]

사족:
위 장면이나 대화 내용은 사실이 아니며 전적으로 영화적 설정입니다.  
등장 인물의 성격도 동X 씨 외에는 실존하는 인물을 묘사한 것이 아니며  나머지 두 출연자의 성격은 빈말이 아니라 정말로 아주 착한 성격이고 더군다나 다른 사람에 대하여 뒷담화 하는 성품이 아니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글쓴이: 김미수    시간: 2015-07-10 22:58
ㅋㅋㅋㅋㅋ 원장님 이제는 시나리오도 쓰시나요???동또....ㅋㅋㅋㅋㅋㅋ(저 웃어도 되는거죠?^^;; 하핫)
글쓴이: 이연경    시간: 2015-07-11 23:44
ㅋㅋ원장님의 소설욕심ㅋㅋㅋㅋㅋㅋ 또나오는건가여~~~ 1월쯤되면 어머니 완쾌하셔서 즐거운 휴가를 가시는건 아닌지ㅋㅋ 기대되는군요ㅋㅋㅋ 그나저나 여기서도 등장하는 바이올린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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