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39. 너무 뚱뚱해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20-10-09 21:38 제목: #39. 너무 뚱뚱해 [attach]18026[/attach]
제목: 12살의 모나리자
작가: 페르난도 보태로
소장: 미국 뉴욕 MOMA 미술관
77X53cm 크기.
방탄유리에 둘러싸여 단독의 방을 차지하고 있는 그림.
초상화 중에 가장 유명한 작품.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대표작.
모나리자에 대한 설명이다. 그러나 모나리자에 대한 설명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신비로운 미소의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이라는 점일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루브르 박물관에 진열된 모나리자 말고도 그 10년 전에 같은 모델을 대상으로 그리기도 했는데 그것은 아일워스의 모나리자라고 불린다. 아윌워스의 모나리자도 아름답지만 루브르의 모나리자보다 신비로움과 중후함이 덜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모나리자 말고도 전혀 다른 모습의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가 있다. 보태로가 그린 12살의 모나리자다. 물론 모나리자를 12세 때 보고 그린 것이 아니라 다빈치의 모나리자 그림을 보고 패러디하여 그린 그림이다.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은 시대에 따라서도 다르고 문화에 따라서도 다르다. 그러나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가 아름답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균형 잡힌 얼굴과 적당한 비율의 눈코입, 그리고 있는 듯 없는 듯 엷은 미소가 수많은 관람객을 미술관으로 끌어 모은다. 그러나 보태로의 모나리자에 대하여는 의견이 갈릴 듯하다. 보태로는 모나리자 외에도 여러 거장들의 작품을 패러디했는데 그가 패러디한 작품 속 인물뿐 아니라 그가 소재로 삼은 대상은 인물이나 동물 할 것 없이 하나같이 실제보다 살찐 모습으로 등장한다. 대신 입은 작고 눈과 코도 크지 않다. 비율의 균형이라는 측면에서는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감정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인물뿐만 아니라 과일이나 채소조차도 부풀려 그렸다. 그런 화풍에 대한 사람들의 평가에 대하여 그는 “나는 뚱뚱한 사람을 그리지 않는다. 몸을 확장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페르난도 보태로는 1932년에 태어나 현재까지 생존하고 있는 콜롬비아의 화가이자 조각가다. 행상인 아버지의 3형제 중 둘째 아들로 태어나 투우사 양성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보태로는 이 그림을 그리기 전까지는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평론가들은 그의 그림에 대해 주로 비난과 냉대의 글을 남겼다. 1961년 뉴욕 현대미술관이 그의 작품 ‘12살의 모나리자’ 작품을 샀는데 이때를 기점으로 그는 가장 부유한 작가 중 한 명이 될 정도로 인기 있는 화가가 되었다.
외모 지상주의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얼굴이나 몸매 등 사람 특히 여성의 신체에 관하여는 과도할 정도로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아름다운 외모에 대하여 상당히 엄격한 기준도 가지고 있다. 체형이 마른 사람이 아름답다고 여겨지며 두상은 신체 전체의 1 / 8 크기여야 한다든지 하는 것. 얼굴은 꽝대뼈가 도드라지지 않은 계란형의 얼굴일 것. 그런 기준 때문에 성형 수술을 받은 많은 사람들의 외모가 비슷하다고 한다. 그런 사람들을 강남 미인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강남에 성형외과가 많아서일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데 있어 첫인상은 중요하며 사람들의 관계를 형성하는 데 있어 외모가 가진 영향력은 사실 적지 않다. 이성을 볼 때 어디를 제일 먼저 보는지 묻는 설문이 있었다. 얼굴을 제일 먼저 본다는 응답이 제일 많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얼굴을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눈을 보거나 입을 본다는 사람도 있다. 눈동자에서 검은 동자를 뺀 흰자위 부분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가진 큰 동물은 인간이라고 한다. 검은 부분보다 흰자위가 많으면 눈이 어디를 보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고 상대가 어떤 감정인지 파악하는 것도 쉽다고 한다. 즉 눈을 통해 상대방이 나에게 적대적 감정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지, 즉 나의 적인지 친구인지를 아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흰자위가 발달했다고 하는 것이 진화생물학자들의 주장이다.
어떤 사람이 가진 마음씨나 지식의 정도는 보이지 않지만 외모는 쉽게 보고 알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게 된 점도 있을 것이다. 외모가 못 생겼다고 생각해서 괴로워하고 아름다워지기 위해 시간과 돈 등 많은 것을 투자하는 사람은 흔하게 보지만 마음씨가 못 생겨서 괴로워하는 사람은 많이 보지는 못했다. 마음씨를 다듬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는 다르게 외모에 대하여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에서는 여러 문제가 생기게 마련이다. 보기 좋은 몸매나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거식증에 빠지거나 성형 중독에 빠지고 마는 경우가 흔하다. 외모에 기준을 두고 판단하게 되면 사람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인성이나 지적 능력이나 경험 등은 살펴보게 되지 않는다.
나는 외모가 못 생긴 편이다. 거기에다 얼굴에는 흉터까지 있어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한다. 미소라도 띄는 연습을 해서 부드러운 인상을 주면 좋겠지만 그렇지도 못하다. 사람을 상대하는 직업으로는 그리 좋다고 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마음씨가 잘 생긴 것 같지도 않다. 원칙을 지키는 의사로 노력은 하지만 작은 일에도 화를 내고 분을 잘 못 참아서 젊을 때는 아내와 많이 다투었다. 직원들의 작은 실수에도 아주 차갑게 혼을 낸다. 고쳐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쉽지 않다. 솔직히 외모를 바꾸기보다 마음씨를 고치는 것이 더 어렵다는 것이 나이 들면서 깨달은 사실이다. 요즘은 성형 수술이 발달해서 쌍꺼풀이나 코를 높이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광대뼈도 깎고 사각턱도 없애는 등 TV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모습처럼 만드는 것이 어렵지 않다. 물론 돈이 많이 들기는 하겠지만 마음씨나 지식은 돈으로 살 수도 없다. 그렇게 외모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물려받기를 그런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고 산다. 체중은 그다지 적게 나가지도 그다지 많이 나가지도 않았다. 의과 대학 졸업 후 인턴 수련 시절 50kg 정도였던 때가 가장 말랐을 때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로 키는 174cm 정도이니 상당히 마른 편이었다. 결혼을 인턴 때 했는데 결혼 무렵 내 모습은 아내의 말에 의하면 빼빼 말라서 정말 볼품이 없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지금은 80kg에 육박하는 체중인데 그나마 복부에 지방이 몰려 있어 전형적인 배불뚝이 아저씨 모습이 되고 말았다. 키와 체중으로 판단한 내 체질량 지수는 26 정도로 약간 비만한 정도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궁금증이 생겼다. 외모 말고 그 반대되는 내모라는 것도 있을까? 네이버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안 내자에 모자 모자를 써서 안에 쓰는 모자로 쇠붙이나 자작나무로 만든 모자라는 뜻의 내모 밖에는 없었다. 내모라는 단어는 없고 외모의 반대말로 가장 적합한 것은 마음씨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음이라는 단어에 말씨의 씨처럼 모습을 뜻하는 어미 씨가 붙은 말이다. 외모의 반대 의미의 내모가 없다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일 것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는 상당히 많은 낱말이 생겨난다는 것이 언어학자들의 주장이다. 눈이 많은 북극의 에스키모인들에게는 눈을 뜻하는 단어가 100개나 될 정도로 많다. 우리나라 말로는 함박눈, 싸라기눈 등 해서 기껏 10개 안팎에 불과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그러니까 내부의 모습을 뜻하는 단어가 마음씨 외에 별로 없다는 것은 아마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일 듯싶다.
나는 외모 지상주의에 반대한다. 어떤 사람의 체형에 대하여 좋으니 나쁘니 왈가왈부할 생각도 없다. 또한 누구이든 간에 살이 쪘다거나 말랐다고 해서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피부의 색이 하얗던 검던, 성별이 여자든 남자든 차별받지 않아야 하는 것과 같다. 피부색이 자신의 노력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닌 것처럼 외모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자신의 노력에 의해 어느 정도 바뀌기도 하고 체형은 유전적 요인 외에 식습관이나 운동량에 따라 어느 정도 좌우되므로 피부나 성별 혹은 국적과는 달리 가변적이기는 하다. 그러나 인생에 있어 한순간만큼은 체중의 관리에 아주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바로 임신을 앞두고 있거나 임신 중일 때다. 임신 직전이나 임신 중의 체중 관리는 순산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병원에 다니는 분들을 위해 직접 산모수첩을 제작해서 드리고 있는 데 그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임신 중의 체중 관리에 관한 것이다. 그러나 임신 중 적정 체중 증가량과 관리에 관하여는 거의 모든 임신 안내 책자에 충분한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서 많은 산모들이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임신 전 체중과 임신 중의 체중 증가량이 아기의 건강은 물론 안전한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지 어떤지와 관련해서 아주 중요하다.
임신 중 체중은 임신 후기로 갈수록 급격히 는다. 임신 20주까지는 주당 318gm, 20주 이후부터는 주당 454gm 씩 늘어난다. 임신 중에 체중이 지나치게 늘어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다. 태아가 과체중이 될 가능성이 높고 임신부가 임신성 당뇨나 임신성 고혈압이 생기기도 쉽다. 출산을 돕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산부인과 의사가 좋아하는 산모가 일률적으로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선호하는 타입이 있다. 적당한 체형에 키가 큰 산모다. 즉 순산할 가능성이 높은 산모다. 너무 마른 산모는 근육량이 적어 힘주기가 힘들고 아기의 발육도 다소 미흡할 가능성이 있다. 비만한 산모는 그 자체로도 산모의 건강에 좋을 것이 없지만 특히 산도가 좁아지고 역시 근육량이 적어서 순산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체질량 지수가 30이 넘어가는 산모들은 임신 출산에 따르는 위험이 더 높다. 그러나 임신해서 체중을 줄이는 것은 단점이 많아서 권하지 않는다. 따라서 임신 전에 적정 체중 범위에 들어가도록 미리 관리하는 것이 좋다.
나는 보태로가 그린 스타일의 여성을 임신 출산의 순간에 만나기보다는 조금은 더 홀쭉한 산모를 만나기를 바란다. "12살의 모나리자"가 그 체형 그대로 30대가 되어 산부인과를 방문하게 되는 것은 산부인과 의사로서 그리 권하고 싶지 않다. 산모 자신을 위해서나 그 산모는 돕는 의사를 위해서도 그렇다. 영양 과다나 운동의 부족으로 점점 비만인 채로 임신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다. 체형을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고 비만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힘들다는 점은 잘 안다. 개인의 노력도 있지만 말했다시피 유전적으로 비만 유전자를 타고 나는 사람도 있다. 비만한 것은 식탐이 많고 자기 관리를 제대로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편견도 맞는 말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먹고 싶은 것을 다 먹으면서도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고 어떤 사람은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한다. 과장이 좀 있기는 하지만 의학적으로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몸에 근육량이 많은 편인 사람은 먹어도 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에너지 소비가 많아서 살이 찌지 않는다. 소위 기초 대사량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큰 경우다. 배기량이 큰 차는 휘발유 소비량이 많은 것과 같다. 대부분 사람들은 휘발유를 많이 소비하는 대형차보다는 소형차를 선호하고 전기 소비량이 높아 에너지 효율이 낮은 가전제품보다는 효율이 높은 제품을 사고 싶어 한다. 그러나 몸의 에너지 대사에서는 반대다. 그런 기초 대사량을 늘리기 위해 지방은 줄이고 근육량을 늘려하는데 그것이 운동이다. 결국 운동을 통해 에너지가 소비되고 더불어 운동을 통해 근육량이 늘어나면 같은 운동으로도 더 많은 에너지가 소비된다. 선순환이 일어난다는 뜻이다. 그 반대는 악순환이다. 살이 쪄서 몸을 움직이기 힘들고 그렇다 보니 더 체중이 늘어 운동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제왕절개 수술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여성들의 경우라면 멀지 않은 미래에 만나게 될 출산의 순간을 위한 투자에 좀 더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토막 정보]
ㄱ. 정상과 비만의 기준
체중을 키로 나눈 체질량 지수에 따른 비만도는 다음과 같다.
18.5 이하는 저체중
18.5~22.9는 정상
23.0~24.9는 과체중
25.0 이상은 비만으로 정의한다.
ㄴ. 비만도에 따른 임신 중 적정 체중 증가량
체질량 18.5 미만인 저체중 임신부 12.6~18.0kg
체질량 18.5부터 22.9까지의 정상 체중 임신부 11.3~15.8kg
체질량 23.9부터 24.9까지의 과체중 임신부 6.8~11.3kg
체질량 25 이상의 비만 임신부 5.0~9.0kg
쌍태 혹은 다태 임신부 11.4~24.5k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