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명: 보늬 성별: 남 출산예정일: 2013. 5. 22 출산일: 2013. 5. 28
출산예정일이 되어도 보늬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고 새벽녘이나 아침에 일어났을때 약간의 통증이 느껴졌다가 가시곤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이 되었을때 갑자기 뭔가 조금씩 나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미량이라 그냥 분비물이겠거니하고 생각했었어요. 예정일이 지나도 진통이 없을 경우 24일에 정기검진을 받으러 오라고 하셔서 가서 검사를 해보았더니, 양수가 조금씩 새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럴경우 양수가 감염되어 아기가 오염된 양수를 마실 경우 폐혈증이나 폐렴이 생길 수 있으므로 최대 3일까지는 기다려본다고 하셨는데 지금 이미 이틀동안 진행이 되었기 때문에 주말까지 항생제를 처방하여 복용하고 진통이 오지 않을 경우 월요일에 유도분만을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심원장님께서는 내진결과 자궁문도 3cm 정도 열려있으니 유도분만을 해도 무리없이 낳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진통이 없이 자궁문이 열려있다는 말씀에 살짝 당황하였지만 한편으론 안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유도분만.. 정말 피하고 싶었습니다. 계속해서 가진통만 느껴지고 진통이 오지 않아 보늬에게 "유도분만하면 보늬가 더 힘들고 아플 수 있다"며, "엄마 애태우지 말고 이제 그만 나오라"고 매일같이 협박(?)같은 태담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월요일 오전 10시가 되었습니다. 주말에도 여전히 진통은 느껴지지 않았고 다만 가진통 횟수가 조금 더 잦게 느껴졌습니다. 이날도 진통이 규칙적으로 느껴지긴 했지만 생리통보다도 약한 느낌이었기 때문에 가진통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내진결과 여전히 자궁문은 3cm 열려있고 지금 이미 4일이 지났기 때문에 태아가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씀도 덧붙이셨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도 태동검사에서 자궁수축이 강하지는 않지만 3분간격으로 오고 있다며 보통 산모들같으면 3분간격에 입원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진통강도가 별로 세지 않았고, 웬만하면 자연진통을 기다려보고 싶었기 때문에 하루만 더 기다려보기로 하고 병원을 나섰습니다.
병원을 나온 시간이 낮12시30분경이라 당분간 먹을 수 없는 마지막 만찬(?, 보늬가 예정일을 지나서 나온 덕분에 마지막 만찬을 엄청 많이 했었다는..ㅋ)을 먹으러 총 3군데의 식당을 갔는데 웬일로 그날따라 다 문을 닫은겁니다 ㅠㅠ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식당을 찾아 천천히 다녔는데 갑자기 뭔가 조금 나오는 듯한 느낌이 연속으로 세번있었습니다. 확인해보니 양수가 새는 양이 조금 더 늘었고 불안한 마음에 부랴부랴 식사를 하고 병원에 전화를 해서 입원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월요일 오후3시경..
병원에 다시 오게 되었고 산모가운을 입고 입원을 하고 2시간 간격으로 태동검사를 하며, 에어컨도 켜놓고 티비보면서 나름대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옆에서 태동검사결과를 보고 있던 신랑은 자궁수축 주기가 올라갈 때마다 마치 롤러코스터를 연상시키듯이 "이제 올라간다.. 올라간다" 이러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ㅋ) 자궁수축이 계속 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강도는 세지 않았기 때문에 다음날 유도분만으로 보늬를 만나겠구나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심원장님께서 주기적으로 제 상태를 확인하러 와주셨고 그렇게 큰 변화는 없어보였습니다.
월요일 오후11시..
친구들과 카톡도 하고 호흡이완 및 아기와 교감하는 명상음악도 듣고 호흡연습도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전과는 다른 통증이 시작되었습니다. 태동검사지에도 자궁수축 그래프가 확연히 높아지는 것이 보여졌습니다. 마치 뱃속을 칼로 난도질하는 듯한 느낌이랄까요.. ^^a 하지만 이정도는 호흡을 하며 견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내진을 할때는 정말 너무 아파서 "제발 그만 좀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지만 꾹 참았습니다. ^^;; 내진이 끝날 때마다 양수가 더 많이 새어 나왔고 통증은 점점 더 심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화요일 오전0시가 되자 극심한 진통이 주기적으로 오고가기 시작했습니다.
움직여도, 움직이지 않아도 이 통증을 어떻게 해야할지 주체할 수가 없고 이성을 잃는 듯한 느낌이 시작되었습니다. 아까의 진통이 칼로 난도질하는 느낌이라면 지금의 진통은 마치 칼로 만든 칼바람개비가 뱃속을 계속 휘휘 젓는 느낌이었습니다. 배를 부여잡고 병실을 왔다갔다 하면서 나도 모르게 "아 어떡해 어떡해"를 연발하며 그래도 그동안 연습했던 호흡법을 생각하며 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산모교실을 오고가며 아기가 분만할 때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봤던 것을 떠올리며, 지금 보늬는 어떤 상태에 있고 어떤 느낌일지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 아기를 도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열심히 호흡에 집중했습니다.
그래도 진통은 가시지는 않았지만 ㅠㅠ 보늬를 떠올리고 아기가 뱃속에서 힘겹게 나오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떠올렸습니다. 그 덕분인지 다행이 이성은 잃지 않은 것 같습니다. ㅋㄷ
내가 너무 엄살인가 싶기도 하면서 자궁문이 얼마나 열렸을지도 모르게 정신없이 아플때쯤 신랑한테 "도대체 언제까지 아파야 되는건지 모르겠다"면서 "이제 원장님이 오셔야 되는거 아니냐"라고 말했고,
신랑은 계속 안절부절 못하면서 원장님을 모시러 나갔습니다.
화요일 오전2시30분
원장님께서는 내진을 다시 하였고 자궁문이 7-8cm 열려있다면서 분만실로 가자고 하셨습니다. 분만실에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기억도 나지 않고 배웠던대로 호흡을 하고 싶었지만 너무너무 극심한 통증으로 인해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습니다. 달리기를 할때처럼 숨을 헐떡거리는 저를 보며 신랑은 호흡을 하라고 말해주었지만 "난 나름의 호흡을 하고 있고 정말 차분하게는 안 되는 걸 어쩌냐"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너무 아파서 속으로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침 심원장님께서 들어와서 낮은 음성으로 "심호흡" "심호흡" 이라고 두번 말씀해주셨고 그때부터 정말 거짓말같이 정신이 번뜩 들면서 마음도 편해지는 느낌이 들어 심호흡을 하게 되었습니다. ㅋ (나중에 신랑이 조금 서운해 하는것 같았지만..ㅋ)
엎드려도 있어보고 옆으로 누워도 보고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면서 통증을 참아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
그동안 원장님께서 기대를 많이 하는 듯한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그 기대에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ㅋㄷ 그래서인지 다행히도 괴성이나 이성을 잃는 듯한 말(?)은 하지 않았던 것 같네요.
이젠 참다참다 참기도 힘들고 정신줄을 놔버릴까 고민되는 통증이 동반되면서 한계에 다다를때쯤 이제 힘주기 준비를 하라고 하셨고 엎드려있던 자세에서 눕는 자세로 옮기고 분만을 할 수 있는 상태로 세팅되었습니다. 신랑은 옆에서 계속 팔과 다리를 주물러주었고 호흡을 잘 할 수 있도록 코치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힘주기를 할 시점이 되었을때 제 목을 팔로 받치며 힘을 잘 줄 수 있도록 지지해주었습니다.
분만호흡법에 따라 심호흡을 하고 통증이 동반될때 상체를 일으켜 세우면서 속으로 10초를 세며 호흡을 멈추고 아랫배에 힘을 주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고 저도 모르게 얼굴에도 힘을 주고 다리에도 힘을 주면서 종아리와 발에는 경련이 일어나고 얼굴은 빨개지고 현기증은 나고 정말 이렇게 힘을 준다고 해서 아기가 나올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경련이 일어난 발과 종아리를 이수진실장님과 김길주선생님께서 계속 풀어주셨고 손을 잡아주면서 기운을 북돋워주셨습니다. (너무 감사드렸어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
상체를 들면서 힘을 줄 때마다 원장님께서 "끙"이라고 추임새(?)를 넣어주셨고 계속 무슨 말씀(아마도 진행과정이겠죠)을 해주셨는데 사실 제가 평소에도 잘 못듣는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계셔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잘 못 알아들었어요 ^^;; 그래서 신랑이 옆에서 다시 말을 해줬던거 같은데 사실 아기 머리 보인다는거랑 거의 다 끝났다고 말하는거 외에는 기억이 잘 나지 않네요 ^^;;
힘주기를 하다하다 너무 현기증이 나고 어지러워서 저도 모르게 "나 못하겠어", "나 지금 잘 못하고 있는거 같애" 이런 말들을 하며 ㅋ 좌절을 하고 있을때쯤 다시 통증이 오기 시작하였고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서 정말 젖먹던 힘까지 다 끌어다가 힘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불을 붙인듯이 화끈한 느낌과 함께 아기 머리가 나왔고 배에서 뭔가 쭉쭉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제 힘을 빼라는 원장님의 말씀에 힘을 어떻게 해야 빼는건지 잘 몰라서 분만영상을 봤을때 산모들이 "우우"거리는 것을 기억하고 그대로 해보았지만 사실 제가 그때 힘을 빼고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화요일 오전3시29분 드디어 3.3kg의 보늬가 세상에 태어났고 처음에만 "엥"하고 울더니 제 품에 안겨서는 조용해지는 보늬를 보며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보늬야 힘들었지? 고생많았어" 라고 말하니 한쪽 눈을 살며시 뜨며 꿈뻑거리는 모습을 보고 너무 신기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신랑도 옆에서 호흡하고 코치하고 힘줄때 팔로 지지해주고 마사지해주느라 온몸이 땀범벅이었고 정말 같이 분만에 참여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합니다.
저는 겁도 많고 통증에도 예민한 편이라 걱정도 많았고 신랑도 정말 잘 낳을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하였는데, 의외로 너무 잘해주어서 대견할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ㅡㅡ;; ㅋ 제 자신도 제가 너무 기특하고 해냈다는 성취감과 이렇게 예쁜 아기를 낳게 되어 너무너무 행복하답니다 ^^
오히려 후처치할때 너무 겁나고 아파서 "아야 아야" 거렸어요.. ^^;; 엄살로 보이지 않았을까 염려되네요 ㅋ 근데 정말 너무 아팠어요 ㅜㅜ 지금도 너무 쓰리고 아프네요 ㅜㅜ
출산에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분만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지 않는 것과 여유있는 마음을 늘 가지려고 훈련하는 것, 그리고 행복한 출산영상을 보며 참고하고 호흡법과 순산체조를 꾸준히 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보늬가 태어난지 7일이 되었고, 병원에 있을 동안이나 퇴원당일에는 모유수유하는 것도 그렇고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아서 멘탈이 붕괴되기도 하였지만 ^^;; 일주일이 지나고나니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고 보늬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잘 커주는거 같아서 너무 행복합니다 ^^ 보늬가 크듯이 저도 부모가 되어 점점 더 성숙해가는거겠죠~^^
이 자리를 빌어 새벽에 당직하시면서 피곤하셨을텐데 입원했을때부터 분만할때까지 애써주신 심상덕원장님과 이수진실장님, 김길주선생님께 너무 감사드리고요. 출산 후 입원기간 동안에도 조리 잘 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해 챙겨주신 분만실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정기검진하면서 챙겨주신 2층 간호사 선생님과 초음파 실장님도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병원에 다니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지고 참으로 훈훈했답니다~^-^*
많은 고민 끝에 중간에 병원을 옮기게 되었고 집에서 멀어서 걱정도 있었지만 옮기지 않았으면 정말 후회했을뻔 했어요. 이렇게 행복하고 잊지못할 출산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장문의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심상덕원장님의 출산후기도 기대할게요!! ㅋㅋㅋ 써주실거죠? ㅋ
추가로 보늬 사진 몇장 올리고 갈게요 ^^
<생후 7일째- 자면서 웃네요>
<생후 4일째- 뱃속에서도 손을 올리고 있더니 태어나서도 여전히~>
<생후 4일째- 뱃속에 있던 포즈 그대로 자네요~>
<생후 3일째- 퇴원 당일 입고 나온 우주복이예요~^^>
<생후 1일째- 태어나자마자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