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오비 산부인과

제목: 지금은 천국에 가 있는 첫 아이의 소중한 추억, 진오비 (구 아이온) 산부인과 [프린트]

글쓴이: janine789    시간: 2022-01-14 07:35
제목: 지금은 천국에 가 있는 첫 아이의 소중한 추억, 진오비 (구 아이온) 산부인과
진오비 산부인과의 심 원장님 그리고 간호사님 안녕하세요?
이 곳은 제 첫 아이가 생각날 때마다 꼭 들르게 되는 곳입니다.
저는 9년전에 진오비 (당시에 원명은 아이온) 산부인과에서 첫 아이를 맞은 엄마에요.
지금 살아있다면 제 첫 아이는 올해 만으로 9살이 되었겠지요.
이곳에서 많은 후기를 읽었지만 저와 같은 이유로 진오비를 택하신 맘님은 아직 본 적이 없는 것 같아 짧게 글 하나 남기고 갑니다 :)

첫 임신을 맞은 엄마들이 그러하듯, 저도 주변의 권유에 따라 당시 제가 사는 동네에서 가장 규모가 큰 대형 산부인과 병원에 등록해서 아기집 사진도 받고, 7주쯤 심장소리도 들었습니다. 11주가 지난 어느날 정기 검진을 위해 그 병원에 들렀을때, 복부 초음파를 하시던 담당의가 두어번 들어보시더니 심장 소리를 못찾으시더군요. 화면에 비친 암흑 속에서 아기 심장소리 대신 제 심장소리만 들리는 그 괴로운 적막보다 제가 지금까지 생생히 기억하는 다음 한마디: "...없네요. 이런 일이 흔합니다. 오늘 하시겠어요?" "네? 뭘 해야 하는데요?" 가 제 대답이었고요.

계류 유산이 뭔지도 모르고 첫 임신인지라 아무 준비도 안된 저에게 닥친 청천벽력과도 같은 한마디였습니다. "아기"라는 주어도 "죽었다" 는 동사도 없는, 위로는 커녕 언제 소파수술을 잡겠냐는 다그침밖에 없는 기이한 선고를 받고 서둘러 병실을 나와야 했던 저는 울음도 나오지 않더군요. 직감적으로 이건 아니지, 여긴 안되겠다는 생각에 산모수첩을 빼앗듯이 들고 나와 저희 부부의 혼인 성사를 도와주신 한 신부님께 전화를 드렸지요 (참고로 저는 카톨릭 신자입니다). 천주교 신자의 신앙관 안에서는, 생명은 수정되는 그 순간부터 시작됨으로, 임신 중에 잃더라도 어쩄든 한 아이를 잃은 것과 같습니다. 신부님께서는 모체의 태 안에서 죽은 아가는 아무 죄 없이 맑은 영혼으로 천국에 가 있다 위로를 해 주시는 한편, 좀 더 가정 친화적, 모체 친화적 그리고 아기 친화적인 병원이 있을 법하니 함께 찾아 보자고 했지요. 아쉬운 점은 그 당시 서울 천주교구 가정사목부와 직접 연계가 된 프로라이프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차선책으로 그러면 낙태 시술에 반대하는 산부인과라도 찾아보자는 심정으로 검색을 했는데, 인터넷 상으로 유일하게 낙태 시술을 하지 않는 산부인과로 뜬 곳이 진오비 (당시 아이온) 산부인과였습니다. 그 당시 세 원장님 중 한분의 성함이 카톨릭 세례명을 연상케 하는 이름을 가지신 분인지라 혹시나 신자분이신가 하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고요.

처음에 진오비 산부인과에 들어섰을때, 그 대형 산부인과에서는 찾을 수 없었던 어떤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간호사님들도 친절하셨고 일처리도 빠르셔서 작은 병원일지언정 확실히 잘하는 곳이라는 안도감도 들었지요. 첫 면담에서 무려 30분이 넘게 꼼꼼한 초음파 및 설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심장이 뛰나 안뛰나만 슥 확인하고 화면을 끄는것이 아니라, 아직 태내에 있는 아기를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진 몇 장의 정밀 초음파 사진를 뽑아 주시고, 그리고 몇 주쯤 성장이 멈춘듯 한지, 이런 초기 계류 유산 같은 경우 원인이 왜 찾기 어려운지 등 세세히 설명해 주시는데 그렇게 시간을 내 주심에 참 감사했습니다. 절대로 "당장 꺼내야한다"는 주먹구구식이 아닌, "이쯤 되면 임신의 자연 배출이 어려울 수 있고 소파 수술이 더 모체에 이로울 수 있으니 생각해 보고 날짜를 잡자"는 조언을 해주셔서, 비록 유산일지언정 최대한 자연적으로 아이를 받고 싶은 제 마음을 고스란히 헤아려 주셨습니다. 그래서 첫 면담 이후 이틀만에 다시 내원해서, 심 원장님의 집도 하에 무사히 아이가 나왔습니다.

아침에 내원해서 환자복으로 갈아입고 수술대에 누워 전신 마취를 하기 전까지는 별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심 원장님의 얼굴은 의료 마스크에 가려서 제대로 인사도 못드렸던 것 같아요. 제가 너무 긴장해서 기억이 안나는 것이겠지만, 아마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한마디도 안하셨던것 같아요. 생애 첫 전신 마취였던지라 수술이 다 끝난 후 깨어났을때 생리통할때 느껴지는 뻐근함을 안고 회복실로 갔던 것은 생각이 납니다. 몇시간 푹 자고 나서 같은 날 퇴원할 수 있었고, 집에 돌아와서 생리통같은 배앓이및 오로 배출을 하면서 비로소 참았던 눈물이 터져나왔습니다. 계류 유산은 특히 하혈이나 복통같은 증상이 없이 일어나는 소리 없는 과정일 때가 많다 보니 충격이 컸었지요. 심한 생리통 수준의 통증은 2-3일 지속되고, 1주일이 지나자 오로도 거의 다 빠진 듯 했습니다. 그 즈음 내원해서 수술 경과를 초음파 및 부인과 진료로 받았는데 다행히 모든 것이 잘 아물고 있다, 이제 2-3달 안에 월경이 다시 시작되면 회복은 거의 다 된것이라는 원장님 말씀이 아이를 잃고 위축된 제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불안감과 걱정이 많은 산모의 심리적 상황을 최대한 배려해 주시는 점이 저는 가장 인상이 깊었습니다.

1년 뒤에 저희 부부에게 찾아온 두번째 아이가 지금 제 곁에 있는 올해 일곱살 큰 아이가 되겠네요. 아쉽게도 그 이후 저희는 외국으로 나가게 되어 큰 아이를 비롯한 다음 세 아이는 외국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과 산파의 도움으로 낳았습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는 조산사와 의사를 동시 선택해 병원에서 낳는 경우가 흔하답니다). 한 생명이 잉태되어 무사히 엄마 안에서 40주를 채우고 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는 것이 기적이 아니라면, 그 무엇이 기적일까 싶습니다. 더불어, 계류 유산을 겪으면서 자연적 출산에 대한 소망이 생겨, 운좋게도 네 아이 다 인위적인 조치 없이 자연 출산을 할 수 있었습니다. 비록 첫 아이를 먼저 보냈야 했지만, 꼼꼼히 돌보아주신 심 원장님 및 간호사님들 덕분에 제가 완벽히 회복되어 이후 네 번의 임신 출산을 건강히 치룰 수 있었던 것 같아 기쁩니다.

아직까지도 한국 사회에서 유산은 터부시되고 계류 유산은 더욱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것 같아 저와 같은 아픔을 가진 엄마들이 많이 계실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그런 분들께 힘내시라고 하고 싶네요. 저 역시출산때나 쓸 줄 알았던 고운맘카드로 수술비를 결제한 뒤 엘레베이터를 타면서 "내가 언제 임신을 했던가.."라는 허탈감에 한동안 임신부나 아기는 쳐다보기도 괴로웠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국내 몇 안되는 낙태 시술 반대 병원으로, 진오비 산부인과가 날로 번창하면..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오늘날의 건강한 엄마로 거듭나게끔 도와주신 진오비 산부인과에게 감사드리는 마음으로, 글을 맺습니다.

뽀미 엄마 드림.








글쓴이: 진오비    시간: 2022-01-15 00:35
당시에 얼마나 속상하셨을까요..
계류유산으로 수술하시는분들 마음이 어떠하실지 글로나마 조금이라도 느껴졌어요..아이들 건강히 잘크기를 멀리서나마 바랄게요!
항상 가정에 좋은일만 가득하시고 새해복많이받으세요!!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22-01-15 09:19
오래전 일이지만 아무래도 그런 일은 마음에 오래 남기 마련이죠.
이후 두 아이 잘 출산하셨다니 다행입니다.
응원과 격려 감사드립니다.
가족 모두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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