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오비 산부인과

제목: 자연분만 (순산)을 하기 위하여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4-03-20 18:04
제목: 자연분만 (순산)을 하기 위하여
2013년 1년간 저희 병원에서 출산하신 218분 중 제왕절개로 출산하신 분들은 총 12분으로 5.5%의 제왕절개율을 기록하였다고 말씀드렸는데 그 구체적 사유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1. 역아 --  4명
2. 거대아 및 협골반 (아두골반 불균형) -- 2명
3. 진행 부전 -- 2명
4. 본인이 원하여 -- 2명
5. 반복 제왕 절개술 -- 1명
6. 태아 곤란증 -- 1명

역아나 태아 곤란증, 반복제왕절개술은 산모가 어찌해 볼 수 있는 것들이 아니지만 그외 것들은 산모나 가족 혹은 의료진의 노력으로 개선될 수 있는 것들입니다.
물론 5.5%의 비율도 국내의 평균 제왕절개율 37%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것이기는 합니다.
그러나 최선을 위하여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나가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순산을 위해 다소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점을 적어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아래 적을 조언은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 모든 경우에 다 맞는다거나 혹은 이렇게만 하면 100%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닙니다.
다만 20여년간 분만 현장에 있었던 산부인과 의사로서 아주 터무니 없는 조언은 아닐 것이라 생각하여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물론 제왕절개는 나쁜 출산법이고 자연분만은 좋은 출산법이라는 의미는 아니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제가 종종 하는 말이지만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이든 산모와 아기가 건강할 수만 있다면 다 좋은 분만법입니다.
다만 둘다 무리가 없다면 이왕이면 비용도 덜 들고 회복도 빠른 자연분만이 좋겠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여하튼 제가 생각하기에 자연분만을 위하여 참고해야 할 점을 아래에 적어 봅니다.
여러 산모분들의 순산에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이미지 출처: http://blogs.discovermagazine.com)

1. 산모의 의지가 강해야 한다.
뭐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것은 산모 자신의 마음과 의지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제왕절개를 하고 싶어하는 산모가 있을까 싶지만 임신 초기 혹은 진통이 있기 전까지는 거의 대부분 산모들이 자연분만을 하고 싶어하고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막상 진통이 오면 처음 마음과는 다르게 불안하기도 하고 또 진통으로 인한 고통 때문에 자연분만에 대한 의지가 약해 지는 모습을 많이 봤습니다.
물론 아기나 산모가 위험한 경우 즉각 제왕절개를 통하여 출산하여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제 경험으로는 단순히 진통을 견디기 힘들어서 수술을 하기를 원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이때 산모 본인의 의지가 어느 쪽이냐에 따라 결국 자연분만을 하는 길이냐 아니면 제왕절개라는 길이냐로 길이 달라지기도 합니다.
아무리 의학적으로 문제가 없어 자연분만이 예측되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산모나 가족이 강력히 제왕절개 수술을 원하면 의사의 입장에서 무한정 자연분만 쪽으로 설득을 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문제는 자연분만을 하기 위한 점에서든 통증을 극복하기 위한 것에서든 그 의지력을 자발적으로 키우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무엇인가 고통을 이겨내려는 노력과 의지는 살아 오면서 오랜 기간 동안에 형성되는 것이라 불과 10개월이라는 임신 기간 동안에 원하는 만큼 충분히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단기간에  산모 본인이 의지력을 기르고 각오를 다지는 방법은 이전에 힘든 통증을 겪고 순산한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나만 그런 것이 아니고 다른 산모들도 다 이렇게 통증을 겪는 것이고 그리고 순산을 해 내었다는 것을 보고 듣는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자신도 할 수 있다는 의지를 키울 수 있습니다.
어떤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이 고통 혹은 통증이 언제 끝나는지, 끝나기는 끝나는 것인지 혹은 나만 이런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도 그런 것인지 하는 것이 매우 궁금합니다.
그리고 그 고통은 그리 긴 순간이 아니며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원하는 목적지에 도달한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물론 살아가면서 평소에 마음 먹은 일은 해 내고 만다는 의지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지요.

2. 체력을 평소보다 훨씬 강하게 증진시켜야 한다.
세상일이 마음만 있다고 다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내용일 것입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매일 방에 누워 뒹굴거리면서 부자가 되고 싶은 의지만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 것은 오히려 지나친 욕심이라 해야 겠지요.
부단한 노력이 없이 무언가 결실을 얻고자 하는 마음 혹은 의지만 강하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오히려 더 해로울 수조차 있습니다.
산모분들 중에도 위와 같은 상황의 분들이 가끔 있습니다.
순산을 위한 실질적 노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자연분만에 대한 의지나 욕심은 매우 강한 것 말입니다.
여하튼 순산을 위하여서는 산모 스스로 그것을 감당할 체력을 길러야 한다는 뜻입니다.
순산 체조의 적기는 임신 4개월 내지 5개월부터 출산할 때까지이며 집에서 하든 전문 체조 센터에서 하든 일주일에 3번 이상 한번에 30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대개의 경우 집에서 책이나 동영상을 이용하여 할 경우 소홀해지는 경우가 많아서 저는 전문 순산 체조 센터를 이용하기를 권합니다.
(참고로 저는 그런 체조 센터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
비유가 적절한 지 모르겠지만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태어나자마자 3kg 무게의 아령을 들 수 있는 아기는 없습니다.
그러나 10살짜리 어린이에게는 3kg의 아령을 들라고 하면 조금 무겁기는 하겠지만 들기 불가능한 무게는 아닙니다.
아령을 든다는 점에서 갓 태어난 아기와 10살짜리 어린이의 차이는 무게를 감당할 근육과 근육을 지탱하는 뼈에 있습니다.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뼈와 근육이 커지면서 어느 정도 무게의 물건을 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출산도 마찬가지입니다.
10달이라는 기간을 지내면서 골반의 뼈가 넓어지고  자궁 근육이 커지고 복부 근육이 강해지면서 3kg도 넘는 커다란 아기를 순산할 수 있도록 변화합니다.
물론 아기가 저절로 어린이로 커지지 않는 것처럼 자궁도 단순히 크기만 커진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고 뼈를 쉬이 넓어지게 하고 복부 근육을 강화시켜 주는 단련이 필요합니다.
산모가 타고난 기본적인 체력이 좋다면 많이 얻고 들어가는 것이지만 그런 산모라 해도 순산을 위한 체조와 단련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순산에는 걷거나 달리기 또는 그외 우리가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근육들이 아닌  복부나 회음부처럼 전혀 다른 근육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면 출산에는 280일 총 40주의 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오늘 임신했는데 내일 당장 3kg이 넘는 아기를 출산해야 한다면 제 생각에 아마 거의 대부분 산모는 자연분만이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소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산모들에게는 40주라는 나름 적지 않은 준비 기간이 주어집니다.
이 기간의 의미가 아기의 발육과 성장만을 위해서라고 생각하고 산모가 기울여야 할 노력과 준비를 소홀히 한다면 아기를 얻는 대신 본인의 건강은 많이 희생하게 될 확률이 높습니다.
더불어 출산이라는 기쁘고 아름다운 순간을 매우 끔찍한 것으로 기억하게 되기도 쉽겠지요.

3. 통증에 대한 감수성은 적을수록 좋고 인내력은 강할수록 좋다.
출산 진통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을 이겨내기 위한 방법은 여러가지 많은 방법들이 있습니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그저 견디는 것이고 그 다음에 호흡법이나 명상법 등의 수련을 통한 방법이고 마지막으로 진통제나 마취제와 같은 약물을 이용한 방법이 있습니다.
그저 견디기만 하는 것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부작용이 크지 않은 수준에서 다른 수단의 도움을 받는 것도 나쁠 것은 없겠지요.
출산 진통과 관련해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여러가지 방법들이 모색되었고 지금도 다양한 시도들이 행해지고 있습니다.
물속에서 진통을 해 본다든가(수중 분만), 서서 혹은 앉아서 진통하고 출산을 해 본다든가(좌식 분만), 명상이나 최면 효과를 이용한다든가(소프롤로지 분만법, 최면 분만법),  호흡을 조절하여 통증을 줄여 본다든가(라마즈 호흡법) 등등.
통증을 낮추어 주는 여러방법들은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명상이나 호흡법 같은 자연적인 방법은 부작용은 별로 없는 대신에 익히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산모마다 개인차가 있어 어떤 산모에게는 효과가 있고 어떤 산모에게는 효과가 없기도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일 단점이 막상 진통과 출산 순간에는 통제가 되지 않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즉시 효과를 볼 수 있고 산모 본인의 노력이 필요없는 방법으로 진통제나 마취제를 이용하는 것에 대하여 매력을 느끼게 되는 산모들이 많습니다.
출산 진통 중에 진통제를 근육 주사로 맞는 방법이나 척추에 바늘을 꽃아 진통제를 투여하는 무통 시술이 현재 국내에서 비교적 자주 쓰이는 방법입니다.
무통 시술도 나름 괜찮은 방법으로 산모에 따라 도입해 봄직한 분들이 있지만 이전 글에 적었다시피 저는 개인적으로 그리 추천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따라서 통증을 감당하는 방법으로 저는 순산 호흡법이 가장 무난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순산 호흡법은 출산 뿐 아니라 나중에 살면서 다른 경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어 임신과 출산을 기회로 제대로 익혀 놓기를 권합니다.

4. 태아의 건강과 발육  정도도 무시할 수 없다.
순산을 위해 의학적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것들도 있습니다.
태아의 건강과 발육입니다.
제왕절개로 출산하는 경우 중에 적지 않은 것이 아두골반 불균형이라는 것과 태아 곤란증이라는 것입니다.
아두골반 불균형은 골반의 크기에 비하여 아기 머리가 지나치게 크다는 것으로 얼마전 통계에서는 초산모의 제왕절개 중 50%의 사유를 차지했다고 하더군요.
조금  의미가 다르기는 하지만 항간에서는 흔히 협골반(골반이 좁다거나 혹은 통골반이라고 말함)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러나 달리 분류하기 어려운 경우들도 아두골반 불균형의 범주에 넣는 경우가 많아 정밀한 의미에서 아두골반불균형이 그리 많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아기가  4kg을 넘어가거나 아기 머리 횡경이 10cm를 넘어가면 골반의 크기가 상당히 넓은 산모나 초산모가 아닌 경산모라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순산이 쉽지 않은 경우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적절한 영양과 체중 관리를 통하여 태아가 지나치게 크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단순히 태아의 크기가 작다고 해서 자연분만율이 높은 것은 아닙니다.
태아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게 되면 뼈도 약하고 진통이라는 스트레스를 견디는 힘도 약할 수 있어서 자연분만율이 많이 떨어집니다.
참고로 36주 이전에 태어나는 조산아들의 제왕절개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서로 관련이 있는 것이지만 태아의 체중 외에 태아의 건강도 중요합니다.
태아가 발육 부전이 있다거나 양수 감소증이 있다거나 한 경우도 자연분만율이 떨어집니다.
태아의 육체적 정서적 건강을 위한 관리는 아기의 평생의 건강과 관계되기 때문에 꼭 자연분만이 가능하냐 아니냐를 떠나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태아를 위해 산모가 적당한 영양관리를 하고 정서적으로 육체적으로 지치지 않고 건강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산모 자신의 노력 뿐 아니라 가족과 국가 사회의 공동 노력이 필요한데 이런 점에서 우리 사회는 많이 미흡해 보입니다.
여하튼 아기의 건강 관리는 산모의 건강 관리와도 통해 있기 때문에 산모 자신의 의학적 건강이 잘 유지되도록 주의하고 관찰하고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5. 병원의 철학과 의사의 신념이 제대로 서야 한다.
이것도 자연분만과 제왕절개를 가르는 중요 기준의 하나가 되지만 일단 산모의 노력으로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서 자세히 적지는 않겠습니다.
나중에 따로 글을 쓸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이상으로 순산을 하기 위하여 주로 산모가 노력해야 할 점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드렸습니다.
이런 것이든 혹은 그외 다른 방법으로든 최선을 다해 노력하여 모든 산모께서 아기의 건강도 지키면서 산모 자신도 편안하고 안전하게  순산하기를 바랍니다.

끝으로 이런 점과 관련하여 가볍게 참고할만한 외국 사이트의 글 하나 링크해 드립니다.
momitforward라는 사이트에 있는 글(http://momitforward.com/five-way ... -body-for-pregnancy)인데 제목은 "Five Ways to Prepare Your Body for Pregnancy"라는 것입니다.
번역하자면 "임신 중 당신의 몸에 대한 5가지 준비" 정도가 되겠군요.
글의 내용 중 큰 제목만 뽑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Strengthen your pelvic muscles. (회음부 근육을 강화하라.)
2. Prepare for “baby belly” by focusing on your core. (아기로 하여 배가 불러지는 것에 대비하라.)
3. Take a breath! (호흡 조절을 잘하라.)
4. Begin a regular fitness routine. (적절한 체력을 갖추도록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라.)
5. Practice good posture. (좋은 자세를 유지하도록 노력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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