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오비 산부인과

제목: 조산/역아/ 수술- 조금 길고 특별한 진오비 출산 후기 [프린트]

글쓴이: happybud19    시간: 2018-12-18 18:39
제목: 조산/역아/ 수술- 조금 길고 특별한 진오비 출산 후기
지난 수요일 새벽 응급입원해 12월 13일 목요일  오전에 수술로 아기를 출산한 쑥쑥이엄마입니다. 진오비에서 자연분만으로 순산하는게 올해 최대 목표였는데.. 내뜻대로 되지않는게 인생인 것 같아요.  그리고 진오비의 압도적이게 낮은 제왕절개수술 통계치 (10%)  상승에 한 몫 보탰습니다. ㅠ
긴 글에 먼저, 신속하고 신중하고도 안전하게 수술을 해주신 심상덕 원장님과 의료진들께 깊은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지난 3년간 계류유산을 몇번 반복하고 그중 초기진찰을 보신 심원장님의 권유로 지난해 습관성 유산 검사 및 난임치료 등을 세브란스/서울대병원과 마리아병원 등에서  받아온 노산/ 비만/ 위험(?)보유 산모입니다.
올해초 인공수정으로 찾아온 아기를 난임병원에서 9주까지초기관리 받다가 아무 문제 없이 건강하다고 하여
또다시 저는 분만병원으로 진오비산부인과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대학병원에 다녀야하나 하고 처음에는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난임주치의 샘은 상관없다고 하시며 편한 곳에 다니기를 추천하셨어요. 저 역시 그러했습니다.
열심히 찾아봤지만..진오비가 거주지에서 가장 가까운데다..무뚝뚝 대마왕에 주로 속사포 랩으로 설명을 하시는 심원장님이지만 정확하고 늘 정성스레 진료해주셔서 마음이 진오비로 기울었습니다.
수년 전 몇번 절망적일때 중요한 조언을 해준 심장님과, 따뜻하게 위로해주시던 외래 간호선생님들의 진심어린 응대도 기억하고 있었고요.

• 적은 진료 횟수 그러나 꼼꼼한 산전진찰

각설하고..저는 산전진찰 하면서도 은근히 이벤트가 많았습니다.
건강한 착상을 위해 엠시톨디, 혹시몰라서 아스피린, 고용량 엽산(습관성 유산이지만 원인불명임에도) 을 복용중이었는데  +++거기다
입덧이 심해서 전원하기전부터 입덧수액과 입덧완화제(디클렉틴)도 먹고 있었는데요.  심원장님은 11주에 만난 첫 상담& 진료때 입덧약을 끊어보기를 추천하셨고요..
두려웠지만 차근히 중단하고 각종 보조제(?)를 종료한 12주  무렵  한여름임에도 알러지감기가 찾아왔습니다.
에어컨없이 살수없던 지난 여름에 폭풍재채기와 눈물, 콧물을 발사하며 며칠을 고생하자 다시 불안해지기시작했습니다.
그때만해도 진오비 홈페이지 활용은 생각지도 못하고 툭하면 병원에 전화를 걸고 망설이다가 덜덜 떨며 달려갔습니다.  사실 그때까지만해도 원장님의 무서운 주의나 설명이 무서웠습니다.
이외에도 초기 아랫배 통증으로 내원하기도했고, 중기 조산통 의심증상으로 휴일 저녁에 전화하자 바로 달려오셔서 내진과 초음파검진, 주의사항을 반복해 알려주시고..절대 안정을 취하라며 그냥 돌려보내시기도 했어요.
초산모의 그 수많은 유사 이벤트를 보셨을텐데도 그럴때마다 원장님은 정확한 진료와 걱정해주는 마음과 정성이 느껴지는 꼼꼼한 조치를 해주셨습니다.

이때부터였던가요..무뚝뚝하시고 눈을 안 마주치시든 무시무시한 주의를 주시든 말든... 든든하고 신뢰가 생기기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진료해주시면  병원 운영은 어찌하나'는 오지랖 넓은 걱정을 가족들과 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철학이 담긴 의술을 펼치는 의사를 보기 드물게 만난 감동과 감사한 마음이 커서 그랬던 거죠. 별 도울게 없는 평범인임을 실감하며 쓴맛을 다십니다.

• 출산일지

지난 수요일 새벽 3시경 자다말고 속옷이 축축하고 물이 흐르는 느낌에  깼습니다.
임신 34주 6일 되는 날이었고 화장실 가는동안에도 물같은 액체가 뚝뚝 흘러서 순간 몹시 당황했습니다. 확인해보니 속옷은 물론 내복과 수면바지까지 흠뻑 젖은 빨래처럼 물기가 흥건했습니다.  
진오비 홈페이지에서 검색해 봤던데로 무색 무취에 가까운데 살짝은 끈적한 물... 양수인 것 같았습니다.
앞서 배뭉침 증세로 홈피에 의료상담글을 남겼는데  언제라도 이상이 생기면 내원하라는 선생님의 답글이 아니었다면..아침까지 미련하게 참다가 외래로 와서 더욱 위험했을지도 모릅니다.
밤늦은 시간..미안한 마음에 망설이다 전화를 걸었고..
이것저것 물어보신 후 일단은 양수가 더 새지않도록
누워만 있으라는 분만실 당직간호사님의 지시가 있었어요.
5분도 채 지나지않아 선생님이 한번 나와보라하신다는 전화가 왔고,  파수된지 20분도 되지않은 시간에 서둘러  병원에 도착.  
조기양막파열 같다는 설명을 듣고 내진/ 초음파검사 후 태동검사며 진통 유무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직도 역아여서 수술해야한다는 말씀과 함께요.ㅠ
순산 체조를 열심히했는데.. 결국 돌아오지 않은 우리 쑥쑥이...ㅠㅠ

• 대학병원과 진오비 - 장단점은 분명해
소아과, 마취과 유무/ 고위험 관리 그러나 + @

심원장님은 상황 설명을 정확히 하신 후에, 대학병원  출산과 이곳에서 출산할 경우 예상되는 결과에 대해 알려주시고는 선택하라고 하셨어요.
쑥쑥이는 조산아지만 초음파상 체중이 약 2.6킬로/ 주수보다 1주이상 컸기때문에 폐성숙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어디서나 출산이 가능하지만 그래도 태내 머문 주수가 너무 적고 혹시 모를 상황이 발생하면 낳자마자 타병원 소아과로 이송될 수 도 있기 때문에 염려하시는 거였어요.
각 병원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장단점은 충분히 알고 있고
여러 일들로 대학병원/여성종합병원에 입원한적 있는 저는..삭막한 환경보다 푸근하고 편안한 진오비에서 순산하고 싶었습니다.  
산전 진찰을 오래 받은곳이고..심원장님의 간단하고 정확한 진료는 누구보다도 신뢰가 갔습니다.
(설명은 이해갈때까지 충분히 길게 하십니다^^;;)
원장님은 그렇다면 급격한 진통이나  응급상황이 없으면 낳아보자하셨고 ..하루 기다려 35주를 채워 수술 분만하기로 계획을 세웠어요.

• 금식 48시간과 수술 당일

금식하며 태동검사를  거의 두 시간마다 하면서 꼼짝없이 천장을 바라보고누워있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들었습니다. 원장님은 외래 진료 틈틈히 하루 예닐곱번을 살펴보셔서 위로가 되었습니다.
경미한 자궁수축은 점점 잦아들었고 특별히 진진통도 없어서 진오비에서 수술을 하기로 오후 늦게나 결정이 난 것이죠!
수술 후 마지막일지 모르는 메뉴들로 푸짐한 만찬을 즐겼습니다.
드디어 이튿날 수술일이자 아기를 만나는 날이 되었습니다. 바깥 세상은 눈이내렸다고 하네요. 링거를 미리 꽂고 소독을 한 후 저와 원장님,의료진은 마취과 선생님의 방문을 기다렸습니다.
자연주의 분만만큼은 아니지만..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취선생님을 기다리는 사이 원장님은 남편을 불러주셨습니다. 아주 잠깐이지만 남편의 얼굴을 보고 손을 잡은 순간 안심이 됐습니다.
은근 겁이 많고 소심한데 안 그런척을 무척 잘하는 저는  이런 배려가 좋았고, 드디어 아가와 만나는구나 하는마음에 두근거렸습니다.

아기를 보기위해 부분마취(척추)를 했고 수술은 신속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몸은 저절로 덜덜 떨리고 살타는 냄새 등을 맡으며 그때까지도 자연 분만을 못한 제가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세상에 처음 나오는 아기에게 이런 냄새를 맡게하나싶어 미안하기도했고요.
하지만 원장님의 신속한 결정이 우리모두를 안전하게 해주었습니다.
약 19분만에 쑥쑥이는 세상에 나왔고 모두의 염려를 뚫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호흡기에 문제가 없다는 일차 반증이지요.
수술 받는데다 마취에 정신이 몽롱해져가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지시하시는 선생님과 손발처럼 움직이는 의료진의 처치에 감탄하면서 태변을 빼는 쑥쑥이를 한참 바라보다 잠들었습니다.

"꾸에엑~  꾸에엑~~~ "

내내 속이 좋지 않고 답답했던 저는 야수의 소리를 내며 마취에 겨우 깨어났다고 합니다.  앞서 똑바로 누워있느라 등근육은 다 뭉친상태였고 태어난 쑥쑥이를 보느라 한쪽 목근육이 심하게 담이 왔습니다.
수술한 엄마들이 또 출산하는게 신기할 정도로 첫날은 무척아팠습니다. 모자동실로 들어온 쑥쑥이를 안아주기는 커녕 얼굴을 제대로 볼 수도 없이 고단했습니다. 입술색이 빨간지 호흡이 좋은지 남편이 계속 지켜보며  한두 시간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태지를 잔뜩 뒤집어 쓰고 태어난  쑥쑥이는 피부가 심하게 빨갛고 건조해 원장님의 권유로
진오비와 협진병원인 성애병원 소아청소년과 신생아중환자실로 입원하게되었습니다.  
희귀병 소견을 보여 현재 치료 중이에요.  
출산의 기쁨도 잠시, 최악의 경우를 설명하는 소아과 담당의들의 설명에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기분이 수술부위통증과 함께 고통스러웠습니다.
부부가 멘붕에 빠져있을때, 의료진과 원장님이 들러 최대한 이해가도록 설명해주고 위로해주셨습니다.  
도움이 될만한게 있으면 도울테니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지 물어보라고도 하셨고요.
여기서도 원장님은 자책하는 저희 부부에게
"양막은 쉽게 터지지 않는다. 아기가 살려고 신호를 보내고 나온것이다. 생명에 직결되는 질병이 아니다.
낳았으니 잘 키울 생각을 먼저 하는게 부모의 자세.."라며  집나간 정신줄을 붙들게 해줬습니다.
다행히도 쑥쑥이는 첫날과 달리 몰라보게 좋아지며 밥도 잘먹고 모유도 잘먹으며 각종 검사에  이상없음을 보이고 있다고해요.
저는 5박 6일의 기간동안 시골친정집에 온 양 마음편히 쉬고 진료를 받으며 빠르게 회복을 했고요.
운동하라는 원장님의 잔소리(?)에 긴장하고 더 움직여서 퇴원전 허리펴고 걷는 보기드문 산모라고 칭찬도 받았습니다.( 다른분을 안봐서 모르겠어요ㅋㅋ)

산부인과를 무서워하고 어렵게 찾아 온 임신을 불안해하던 제가..임신을 잘 유지하고 출산까지 무사히 편안하게 마치도록 해주신 진오비 산부인과 심상덕 원장님과 분만실 간호사 선생님, 외래 의료진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운 인사를 전합니다.  쑥쑥이가 무사히 퇴원하고 건강해지면 산후진찰 할때  꼬옥 함께 인사드리겠습니다.
모두 살뜰하게 저와 쑥쑥이를 돌봐주셔서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제게 어릴적 읽은 슈바이처 전기를 떠올리게 해준 심상덕 원장님이 모쪼록 건강하셔서 진오비 산부인과도 오래도록 지속 번창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 진오비 북컬렉션 (feat. 심상덕)

참, 산모님들은 진오비입원실의 심상덕 북컬렉션을 주목하세요. 의학, 출산, 가족, 문학, 글쓰기, 예술, 미술,  만화, 요리, 여행에 깊이있고 독특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책들이 입원기간을 왠지 그윽하고 편안하게 해드릴 겁니다.  
남편이 다 읽은거 맞냐고 구박하기도 했지만..책을 집어나르고 눈에 박아넣으며.. 운동도 많이 하고, 힘든 시기를 보다 수월하고 따스하게 넘길수 있었어요.


-여기까지 길고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쓴이: 오현경    시간: 2018-12-20 19:07
퇴원 마지막날 늦은밤,
드디어 쑥쑥이 만나러 가신다고 설레어하시던 얼굴이 떠올라요!

생각하지도 못한 소견을 들으실때 옆에 있게 되서 갑자기 나갈수도 없고...
담담한척 했지만 어떤 위로를 해드려야 할지 저도 사실 좀 난감하고 막막했어요.
당연히 저희가 크게 도와드릴수있는건 없겠지만 그럴일이 있다면 그래야하니까ㅎㅎㅎ

엄마,아빠 두분 모두 긍정적이신데다
원장님의 무뚝뚝한 말씀에도 큰 위로가 된다는건 이미 돈독한 신뢰관계이기 때문인거 같아요.
몸도 마음도 바쁘고 힘든 시간에 긴글 남겨주셔서
답글을 적지 않을수가 없었어요.

치료 잘하고 무사히 퇴원하면 올망졸망 이목구비 너무 예뻤던 쑥쑥이 데리고 와주세요.
그날 수술 들어갔던 분만실 직원들이 아기 너무 예쁘다고 칭찬이 자자 했었거든요 ㅎㅎ
몸조리 잘하시고, 쑥쑥이와 함께 행복한 연말 보내시길 바랄게요. 건강하고 더 더 행복하세요 :)  



글쓴이: 씽씽    시간: 2019-08-06 16:46
진오비의 북컬렉션 완전 좋죠!! 저도 입원하는 동안 같은 생각을 했었어요




환영합니다. 진오비 산부인과 (http://gynob.kr/) Powered by Discuz! X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