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2016년 1월 2일을 임신 기산일로 시작해서 9월 26일에 진오비에서 아기를 만났습니다.
2017년 1월 3일은 아기 백일이 되는 날이예요. 임신과 출산, 아기 백일이 합쳐지니 일년이란 시간이 되었네요.
출산할 때 카메라 촬영 하지 말고 아빠는 와서 탯줄 자르라고 하는 병원도 있는데,
출산할 때 원장님이 카메라 쥐어주시며 소중한 순간을 기록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출산 후기를 남기려고 했지만
워낙 제정신이 아니었던 터라 논리적으로 적어 나가기가 쉽지 않아서 육아 경험기로 원장님께 감사한 마음을 전해보려 합니다.

저는 산후 조리원을 가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출산 예정인 분들은 산후 조리원 예약때문에 고민을 하실 때가 한번 쯤 있는데
산후 조리원에 가지 않은 경우에 대한 경험담이 적어서 도움이 되어보고자 제 경우를 공유하겠습니다.

산후 조리원에 가지 않겠다고 임신 초기부터 어렴풋이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1) 조리원 신생아실에서 밤새 형광등을 켜놓는 경우가 많아서
- 저는 밤이 되면 아기를 어두운 곳에서 재우고 싶었는데, 딱히 근거가 있어서 그런건 아니고
어른도 형광등 켜놓고 밤에 자기 힘든데 아기를 그렇게 밝은 데서 재운다는 것에 반감이 있었고요.
2) 조리원에서 하는 프로그램도 별로 할 마음이 없어서
- 제가 만 34.5세에 출산을 했는데 막연히 아기 낳고 나면 아프고 피곤해서 그냥 누워있고 싶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조리원 비용 내고 프로그램을 열심히 따라할 것 같지도 않고, 2주동안 밥먹고 누워 자다가 아기 좀 맡기는데 비용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 남편이 생활하기에도 그다지 편할 것 같지 않아서
- 남편 식사까지 챙겨 주는 조리원도 있지만 그 경우에 다른 여건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고,
남편이 조리원에서 같이 자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집에 가 있으라고 하기엔 와서 아기를 자주 봤으면 좋겠고 한데
그런 저런 조건을 모두 충족시켜 주는 곳은 비용이 500만원이 넘어가더라고요.
4) 첫 2주는 아기가 신생아라 돌보기가 수월
- 먹고 자고 기저귀 갈고 목욕시키는 정도가 첫 2주에 신생아를 돌보는 것인데
2개월때 아기가 한참 울때보다는 훨씬 돌보기가 수월하다고 주변 엄마들이 충고하길래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냥 산후조리원 2주 비용 + 산후 도우미 4주 비용에 해당하는 금액을
산후 도우미 12주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남편에게 얘기했어요.
둘다 육아가 처음인지라 남편은 처음에 그러라고 했는데 임신 중기에 남편이 친구들의 육아 경험담을 듣고 오더니
잠도 못자고 보통 힘든게 아니라며 조리원에 가는게 어떻냐고 해서 다시 알아봤는데
시기를 놓쳐서 마음에 드는 곳은 다 예약 만료인터라 자연스럽게 안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산후 도우미 12주를 계약했습니다.

이제 12주가 지났고, 장단점을 생각해보면
장점은
1) 남편과 함께 아기를 처음부터 같이 보면서 자연스럽게 육아를 함께함
- 남편이 직장에서 일주일 출산휴가를 받는데 산후 조리원에 가면 아기를 맡겨두기 때문에 둘이서 대체로 같이 쉬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집에서 관리사님이 아기를 봐주시긴 했지만 밤에 퇴근하시면 남편과 함께 아기를 같이 봤는데,
저는 수유 담당하고 남편은 트림 시키고 기저귀 갈아주고 아기 재워주면서 병원에서 모자동실에 있던 그 멤버 그대로
함께 하는 상황이 이어졌고요. 첫 2주는 산모 몸이 힘들고 모유 수유로 들어서냐 마냐라는 문제가 있는 순간인데
남편이 아기를 같이 보면서 고생하니까 엄마가 얼마나 힘든지 많이 이해도 하고 아기 보기에 빨리 적응하게 되었어요.
2) 아기에게 일관성 있는 환경 제공
- 집에 남편과 저, 산후 도우미 3명밖에 없어서 어수선하지 않고
또 조명이나 소음같은 부분에서 부모가 아기에게 환경을 맞춰줄 수 있고요.
3) 육아는 장기전이라 12주 동안 도움을 받으니 산모가 여유로움
- 집안일을 3달 안하니까 귀족처럼 사는 기분이었어요. 저랑 남편은 대학 생활부터 쭉 부모님과 따로 살았던터라
관리사님이 3개월동안 식사 챙겨주시는 것이 정말 좋았고, 30대 중반 초산모라 아기 낳으면 내 몸이 아플까봐
은근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편하게 지내면서 낮에 잘 수 있는 기회가 많아서 몸 회복하기에 좋았어요.
4) 산후 도우미는 내 아기만 돌봐준다
- 조리원에 가면 돌보시는 분들이 아기 여러명을 케어하다보니 안우는 아기보다는 우는 아기에게 케어가 집중되는데,
저희의 경우는 아기가 작게 태어나서 병원에서 울 힘도 없이 잠만 자는 경우였어요. ㅜ_ㅜ
(남편과 저는 병원에서 옆방 아기 우는 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기도 ㅋㅋ)
관리사님이 첫날부터 저희 아기만 돌봐주시니 마음이 편했고, 아기를 많이 봐오신 분인지라
첫날 아기 보시고 아기가 기저귀 젖는걸 싫어하는 걸 보니 깔끔한 성격이다 목욕을 좋아하는 아기다 등등
아기 문맹과 같은 저희에게 우리 아기의 특징을 많이 알려주셔서 아기를 알아나가기가 수월했어요.
5) 완모할 것이라면 조리원이 불편할 수 있음
- 완모하려면 밤수유를 열심히 해야 모유 생성이 잘 되는데 조리원에서 그렇게 하려면
결국 모자동실을 택하게 됩니다. 그렇지 않다면 산모가 밤에 계속 수유콜 불려다녀야 되는데 자다보면 일어나기 싫기 마련이죠.
집에 아기가 같이 있으면 아기가 울면 엄마가 일어날 수 밖에 없어서 완모하기에는 집에 있는게 수월한 것 같아요.

그에 반해 단점은
1) 그래도 집에 있으면 집안일이.. 첫 2주동안 산모가 힘들다.
- 첫 2주에는 산모 몸이 회복이 안되었는데 수유텀이 짧아서 힘든데,
저희는 주중에만 관리사님이 오시다보니 주말에 집안일을 아예 안할 수가 없었어요.
남편이 주말에도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설거지가 너무 많이 쌓이면 어느 정도는 해야했고,
아무래도 밥을 주말에 직접 챙겨먹어야 하는데 첫 2주에는 냉장고에 손도 집어넣지 말라고 하지만
그렇게 하기는 힘들었고요. 그리고 집에 있다보면 산모 성격에 따라 집안일이 눈에 밟힐 수 있어요.
2) 도우미와 안 맞을 수 있어서
- 저는 양가가 떨어져있고 의지할 데가 없어서 관리사님과 얘기도 많이 하고 ㅎㅎ
호르몬 변동 심한 첫 한달 동안은 밥먹다 울기도 하고 그랬는데(별 이유도 없이.. 아기가 예쁘다고..)
많이 위로해주시고 또 아기 예뻐해주시고 하니까 마음 편하게 잘 지냈지만,
주변 친구들 중에는 안 맞아서 고민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요.
이 부분이 아무래도 리스크가 있어서 많은 분들이 그런 리스크가 없는 조리원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잘 모를 때는 산후 도우미가 오셔서 일을 게으르게 하지 않을까가 걱정이었는데, 겪어보니까 중요한 점은
모유 수유를 선택하는 경우 얼마나 도와주느냐, 나는 혼합 수유를 허용할 수 없는데 도우미는 혼합 수유를 하라고 한다 라던가
초산모의 경우 아기가 울면 1초반에 달려가는 경우도 있는데 아기가 울어도 허용하는 도우미를 만나는 등
육아를 하는 방식에 있어서 의견이 맞지 않을 때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밀고 나갈 수 있느냐와 같은 것이었어요.
3) 아기가 아플 수 있다
- 조리원에는 소아과 선생님이 회진하시는 경우가 있어서 이부분 대처가 빠른데
저같은 경우는 집에 간다고 해서 진오비에서도 원장님과 간호사분들이 황달이 더 내려가는지 잘 살펴야한다고 당부를 하셨어요.
그래서 엄청 걱정을 하고 집에 갔는데 도우미 분이 그런 부분은 잘 챙겨주셔서 문제는 안 되었지만,
초산 부부와 신생아가 같이 있는데 아기가 아프면 집에서 병원 가는 것 자체가 일이라 그런 부분이 리스크였어요.
아기가 많이 울면 아파서 우는건지 그냥 아기라서 우는건지 저희는 그걸 구별할 재간이 없었지만
도우미 분 오셨을 때 물어봤더니 아기들이 6개월 이전에는 잘 안아프다고 하셔서 저흰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지냈어요.
어차피 2주가 지나면 집에 돌아와서 부모가 감당해야할 부분이지만 아무래도 첫 2주 동안 아픈 데가 있는데
모르고 지나가지 않을까 좀 걱정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첫째를 낳는다면 산후도우미 12주로 다시 할만하다고 생각해요.
50일 정도에 아기가 2개월 폭풍 울음 시기(purple crying)가 오니까 남편과 저랑 둘다 정말 멘탈 붕괴였고
아기가 잠투정이 심해서 2개월에 많이 안아주어야 했어요.
밤에도 수면 부족 상태가 이어져서 낮에 관리사님 오시면 아기를 넘기고 저는 방에서 잘 수 있어서
힘내서 육아하고 아기 보다가 받는 스트레스도 얘기하고 할 수 있었고
2개월 지나서 개인적으로 친구 만나고 용무 보고 할 때 마음 편하게 나갈 수 있었어요.

하지만 만약에 저희가 둘째를 갖는다면 그때는 산후조리원에 가는 것이 나을 것 같아요.
집안일에 큰 아이까지 다 신경쓰면 나이도 나이인데 정말 몸이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글에 좋아요를 표시한 회원

ksw53 [2023-02-28 05:53]  wuddl012 [2022-09-07 11:39]  yellow100 [2019-01-22 14:55]  룰루랄라 [2019-01-04 12:02]  꿀떡맘 [2018-11-17 22:51]  happybud19 [2018-09-27 14:30]  sinzi11 [2018-02-24 14:00]  달콤짱짱 [2017-12-03 10:42]  satieeun [2017-11-17 22:53]  화징이맘 [2017-11-10 19:02]  bella [2016-12-30 17:12]  한개 [2016-12-28 09:39]  봄봄이 [2016-12-27 19:07]  zoomooni [2016-12-27 12:39]  podragon [2016-12-26 12:28]  심상덕 [2016-12-26 01:55]  
#2 심상덕 등록시간 2017-01-18 09:5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
출산 후기 겸 조리원에 관한 정보를 적어 주셨네요.
조리원 조리와 집에서 조리하는 것에 대하여 고민인 산모분들이 많을텐데 직접 경험하고 꼼꼼히 적어 주시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임신 출산보다 육아가 기간도 길고 더 신경써야 할 것도 더 많을 것입니다. 서점에 가보니 출산 관련 책들은 별로 없는데 육아 관련 책들은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겠지요.
좋은 정보 감사드립니다.
즐거운 육아 하시길......

이 글에 좋아요를 표시한 회원

ksw53 [2023-02-28 05:53]  thenoei [2018-03-09 13:45]  

스마트폰 모드|진오비 산부인과

© 2005-2024 gynob clinic

빠른 답글 맨위로 목록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