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장 3억원, 간 1억 7천만원, 심장 1억 3천만원, 소장 280만원, 심장동맥 170만원, 쓸개 137만원, 두피 68만원, 위 57만원, 어깨 56만원, 손과 팔 43만원, 피부 인치당 1만원.
인터넷에서 찾아본 불법 장기 밀매 시 각 장기의 가격이다. 신장이 심장이나 간보다 더 비용이 많이 나가는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아마도 수요가 많아서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피부와 혈액까지 거의 모든 인체 장기가 밀매의 대상이 된다고 봐도 될 정도다. 다만 아직 밀매되지 않는 장기가 몇가지 있는데 뇌와 생식 관련 기관이다. 장기는 뇌사가 되어야 적출이 가능하므로 뇌가 산채로 기능하는 상태에서 뇌를 적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자궁이나 난소 등 생식 기관의 경우도 동물 실험에서 성공한 사례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인간에서 성공한 사례가 없어 밀매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자궁의 경우에는 다른 여성의 자궁을 통해 자신의 아기를 착상시켜 출산하는 대리모 시술이 불법이지만 암암리에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난자나 정자의 경우는 매매는 아니고 공여를 통해서 임신을 시도하는 경우들은 흔하게 있다. 만일 자궁이나 난소의 인체 이식 수술이 성공하여 보편화 된다면 과연 불법 암거래 시장에서 얼마에 거래될 지 궁금하다. 아마 상당히 높은 가격이 아닐까 예상한다. 왜냐하면 이식을 받는 기관은 이식 받기에 적당한 정도로 상품성 (이라고 하면 너무 상업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여하튼 장기가 얼마나 양질의 것인지 하는 잣대)이 있어야 하는데 자궁이나 난소는 가임기의 젊은 여성의 장기가 아니면 기능을 하기 어려워 상품성이 없다. 각막, 신장 등 대부분 장기는 특별히 질병에 걸리지 않는다면 평생에 걸쳐 제공이 가능하다. 따라서 이식을 할 수 있는 자궁이나 난소는 공급량이 많지 않을 것이다. 반면에 자궁의 문제로 혹은 난소의 문제로 난임이 된 사람들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아마로 신장에 버금가는 정도의 가격이 형성될 것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자궁은 착상된 수정란을 태아로 자라도록 돕고 출산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당연히 평생에 걸쳐 그 역할을 담당하지는 않는다.  자궁의 주 기능은 배란이 시작되고 폐경이 되기 전까지의 가임 기간 동안에 작동한다. 가임기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10세 초반에서 50대 초반으로 보통 40년 안팎이다. 40년이라면 평생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상당히 긴 기간이다. 다만 그 기간 동안에 정작 임신해서 출산하는 것은 한두 번이거나 많다고 해도 서너 번 정도일 뿐이다. 피임 방법이 개발되기 전에는 그 횟수가 10번 이상이 되기도 했지만 그건 오래전의 이야기다. 결국 자궁은 평생에 한두 번인 임신 때문에 만들어진 장기라는 의미다. 그 한두 번을 위해 치러야 하는 대가들이 몇가지 있다. 그 중의 하나는 월경이다. 월경이란 배란이 된 난자가 수정되어 착상이 되지 않을 때 자궁 내막이 떨어져 나오는 현상이다. 출혈로 인한 불편함, 그와 동반되는 생리통은 그리 유쾌한 느낌은 아닐 것이다. 가장 심각하게 치루게 될지 모르는 대가는 자궁 경부암이나 자궁 내막암 혹은 자궁 체부암과 같은 것이다. 이 모두는 자궁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아예 임신을 하지 않거나 한두 번 하는 임신 때문에 매달 생리를 겪어야 하고 자궁암이 생길지도 모르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관점에 따라서는 심한 낭비처럼 보일 수도 있다. 먼 미래에는 출산이 끝나자 마자 자궁이 퇴화되어 지금의 맹장처럼 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자궁은 꼭 출산 때문에만 필요한 것은 아니다. 자궁이 있으므로서 자궁을 비롯하여 방광이나 장등이 위치한 골반강을 든든히 지지하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자궁 근종이나 자궁암 등 불가피한 이유로 자궁을 제거한 여성들은 골반을 떠받치는 골반저 근육의 근력 약화로 방광이 내려 앉거나 직장이 내려 앉는 등의 부작용이 생기는 경우가 많다. 더불어 자궁은 유방과 함께 여성으로서의 상징성을 대표하는 장기이기도 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유방과 달리 자궁은 복강 내에 있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봐서는 자궁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만 자궁을 들어낸 여성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상실감으로 인한 우울증이나 성욕 감퇴를 겪는 사람이 많다.
자궁이 없는 여성을 비어있을 빈자를 써서 빈궁마마라고 놀리는 말도 있었지만 잘못된 것이다. 자궁도 일부러 제거할 것은 없지만 위나 맹장이나 혹은 우리 몸의 다른 기관처럼 제거했다고 해서 너무 과민하게 생각할 것은 없다. 오히려 갑상선이나 난소처럼 제거하고 나면 호르몬 부족 때문에 평생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 경우에 비하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자궁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기관이라 생각해 쉬쉬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너무 지나치게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심장이나 간 혹은 신장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몸에서 상당히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는 기관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인간의 일생에서 어느 특정 시기에는 그것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지만 그 시기 외에는 필요가 없어 보인다는 점만 다를 뿐이다. 그러나 노인들이 경제적으로 사회에 큰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해 산에다 버리는 사회는 없듯이  한 때라도 소중하게 도움을 준 장기에게는 그에 따르는 예우가 필요하다.  자궁 검사나 난소에 대한 진찰을 임신 기간에만 관심을 가지다가 출산이 끝나고 중년기 이후부터는 소홀히 하는 분들이 많다.  자궁이나 난소의 이상은 40대 이후 중년 여성에서 더 많이 생긴다. 오진율이 높은 자궁 경부암 세포진 검사 하나를 2년에 한번 그것도 산부인과도 아닌 건강 검진 센터에서 받고는 자궁과 난소 진찰을 다 한 것으로 잘못 알고 있는 분들이 많아서 걱정스럽다. 다른 모든 인체 장기가 그렇지만 평생에 걸쳐서  관심을 가지고 잘 살펴 보고 관리해야  하는 것은 자궁과 난소도 마찬가지다. 관심을 두지 않고 소홀히 하게 되면 고질병 혹은 난치병이라는 이름으로 찾아와 더 큰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게 만든다.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훨씬 더 큰 대가를 치루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것이 자궁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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