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0. 월요일 (검진일&예정일)

급입원 : 오전 9시까지 병원에 가야 하는 검진일이자 예정일. 새벽부터 배가 뭉치면서 생리통 같이 배가 살살 아파 내내 뒤척임. 화장실도 왔다갔다 하면서 자연관장(!). 병원에서 혹시 모르니 밥을 든든히 먹고 오라고 했기 때문에 소고기 우거지국 데워서 밥 말아 먹고 병원행. 가는 택시 안에서 진통주기를 체크해 보았더니 5분 간격. 진통 강도는 호흡으로 참을 만한 정도. 병원에 가서 태동검사를 했더니 수축이 꽤 잡혔음. 내진 결과 오늘 오전 중으로 분만할 것 같으니 입원하라는 말을 들음(느낌표 백개)(짐도 안 가져왔는데!!) 입원실 입장. 변이 마려운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어 화장실행. 자연관장. 조금 편해진 마음으로 다시 호흡. 곧 또 변이 마려운 것 같은 묵직하고 거슬리는 기분. 급히 호출, 분만실로 이동.

분만실행: 누워서 호흡. 내쉴 때 급하게 내쉬지 말고 천천히 하라는 말을 듣고 노력. 오빠가 같이 호흡 맞춰주어 도움이 됨.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마음으로 참고 또 참기. 어느 순간 오한이 들면서 다리를 덜덜 떨고 있음. 진통이 허리, 골반으로도 옴. 너무 아프다는 말이 절로 나옴. 아프다는 말을 해도 해결되는 건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밀려드는 좌절감. 내가 할 수 있는 건 호흡밖에 없음.. 추위는 더 이상 느껴지지 않고 이마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  한 시간 가량 지속되었던 이 시기가 가장 힘들었음.
어느 순간 원장쌤이랑 다른 분들 내려오시고 진통이 올 때 숨을 참고 힘을 주라고 함. 힘을 길게 주는 게 관건인데 그게 너무 힘듦. 주다가 힘빠지면 곧바로 다시 호흡 후 숨참고 힘주기. 아침 안 먹고 갔으면 어쩔 뻔. 너무 힘들고 괴로워서 눈물 저절로 나옴. 원장쌤이 한번만 더 주면 나온다고 하셔서 사실 너무 좋았다. (신뢰감 1000% 원장쌤 낮은 목소리..) 고통의 끝, 희망이 보여서. 그 후로 한 4번 정도 힘을 준 다음

오전 11시 34분 태리가 나왔다.

마지막 몇 번 힘주기 할 때 내 표정은 정말 세상 최고 괴롭고 힘든 표정이었다고 나중에 오빠한테 전해 들음. 지금 아니면 계속 아파야 한다는 생각에 정말 이번에 끝장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힘을 주었으나 실제로 힘이 잘 안 들어가는 기분. 그래도 얼굴이 터질 듯 힘을 주었음.

힘빼라는 얘기를 듣고 이제 다 끝났다는 안도감이 밀려옴. 심신이 급속도로 평온해짐. 태리가 내 위에 얹어지고 후처치가 진행되는 동안 태리랑 인사함. 빼액빼액 우는 태리. 엄마가 이름 불러준다면 그친다는데 태리는 아랑곳하고 계속 빼액빼액. 첫 만남.



2020.1.20.~.1.22. 월요일~수요일 (진오비 모자동실)

사실 진오비를 출산병원으로 결정할 때 가장 걱정되었던 것은 무통주사가 없다는 것과 모자동실이었다. 고민이 계속되었으나, 임신확인과 진료과정을 진오비에서 거치면서 형성된 신뢰감과 편안함 때문에 임신후기에 들어서는 그냥 나는 진오비에서 낳는 걸로, 자연스럽게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너무 감사하게도 병원에서 진통하는 시간이 길지 않았고, (그렇다고 고통스럽지 않았다는 건 아니지만) 더욱 감사하게도 무통없이 정신을 잃지 않고 출산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태리와 함께 하는 2박 3일 동안의 모자동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갓 태어난 아이를 아빠와 엄마가 옆에서 계속 관찰하고 돌보는 연습을 하면서 육아의 첫 단계를 시작할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물론 아직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생아까지 돌보려니 피곤한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교대로 상주하면서 도와주시는 간호사쌤들이 계셔서 편안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다. 단점이라면, 이 때 형성된 애착관계 때문에 조리원 첫날 신생아실에 있는 아이를 보며 눈물바다 주책바가지가 되었다는 점... (이 문제는 차차 극복되고 있고 아마 조리원생활 끝나고 집에 가면 자연스럽게 완전해결되지 않을까 싶다.)

P.S. 밤낮없이 수고하시는 진오비 산부인과 모든 선생님들 덕분에 안전하게, 낯설지 않은 기분으로 처음 겪는 이 모든 과정을 헤쳐나갈 수 있었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202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 좋은 기운이 모두에게 함께 하기를 빕니다. (혹!! 출산의 고통을 잊어버리고 둘째가 생기면 그 때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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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a [2020-06-22 03:43]  ireneloves [2020-03-18 22:59]  또아맘 [2020-01-27 23:56]  podragon [2020-01-27 20:29]  심상덕 [2020-01-27 12:14]  happybud19 [2020-01-24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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