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월5일, 이삭이를 출산 하고 500일째 되는 날.
둘째 새싹이가 이 세상에 나왔다.

임신기간동안 둘째는 훨씬 수월하게 나올 것이라는 말을 거짓말 조금 보태서 백번은 들었기에
살짝 기대(?)를 하고 있었다. 주변 둘쨰 엄마들도 약1시간의 진통으로 출산에 성공한 케이스가 많았기에 더더욱.


2020년 5월18일 월요일 .

오전 7시경.

그날 따라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쉽지 않았다. 몸이 더욱 무겁게 느껴졌다.
하지만 진통따위는 없었고 그냥 몸이 무거웠을 뿐이다.
누웠다가 일어났을 때 허리가 무너질듯이 아픈 고통은 여전히 있었다. 꼬부랑 할머니처럼 매일 아침 화장실을 벽을 잡고 갔으니까...

오전 9시30분 - 12시

친정엄마와 동생은 출근, 친정아빠는 이삭이 등원으로 친정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근데 세번정도 생리통이 가장 강할때의 아픔이 찾아왔다.
배가 뭉친다는 느낌은 임신 후반으로 갈수록 많았지만 강한 생리통의 아픔은 없었다.
왠지 오늘일것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에 머리를 제외한 몸을 씻고 이를 닦고, 출산 가방을 꼼꼼히 쌌다.
그러는 동안도 불규칙하다고 생각한 진통은 여전히 강하게 왔고, 진통 어플을 켜서 체크해보니 불규칙한것 같기도하고 규칙적인것 같은 진통이 멈추지 않고 오는 것 같아서 남편에게 카톡을 했다.
'오늘 새싹이 나올것 같은데 내가 오라고 할 때 바로 올수 있는거지?' 답은 당연히 그렇다 였다.
친정아빠가 집에 도착하셨고 내 상황을 말씀드렸다. 이삭이 아빠에게도 오라고 하였고 와서 점심을 먹는 중에
나에겐 똑바로, 가만히 앉아서는 견딜 수 없는, 몸이 비틀어지는 강한 진통이 왔다.
밥먹고 있는 남편에게 그만 먹으라고 빨리 가야할 것 같다고 재촉후 친정아빠랑 셋이 진오비로 향했다.
(가는 차안에서 첫째 생각에 눈물이 펑펑.....)

오후 1시.

출발하는 차안에서 미리 전화로 진통간격이 10분이 안된다고 말씀드린 후 진오비에 도착.
바로 내진실로 들어가 내진, 그리고 자궁이 3cm이 열려있다는 원장님의 말씀. 와우.
둘째라 진행이 빨리 될 것 같으니 바로 분만실로 가서 수액을 맞으라고 하셨고,
난 옷을 갈아입고 분만실 침대에 누웠고, 남편은 내 옆 의자에 앉았다.
근데 왜 진통이 불규칙적인 느낌이 드는지... 아직 나올 타이밍이 아닌데 분만대에 누워있는 것 같아서 혼자 민망했다.
곧 원장님이 들어오시고 삼각대 카메라도 on. 이제 나만 힘주기 잘하면 새싹이를 만날 수 있는....
근데 점심을 안먹고 와서 그런지 진통이 안올땐 왜이렇게 꼬르륵 거리고 배고픈지... ㅎㅎ
진통일 올 떄 배변하듯이 힘주라는 간호사님 말에 힘껏 끄응~! 남편도 옆에서 베개 열심히 받쳐주고!
그치만 내가 힘을 잘 못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포기 하지 않고 힘을 주는데
결국 소리가 새어 나왔고(소리를 내면 힘이 온전히 아래쪽으로 안가기때문에 소리지르지 말라고 한다.)
소리를 지른건 아니지만 그 소리조차 힘으로 바꿔서 아래로 내보내려고 애를 썼다.
음.. 솔직히 첫째때 7시간 진통후 분만실에서 1시간반을 힘주기 했는데 그때가 훨씬 잘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땐 아무것도 모르고 걍 악으로 깡으로 정신력으로 했는데, 이번엔 한번 해봤다는 자만심이 그리고 한시간 안에는 나오겠지 하는 헛된 기대감까지 있어서였는지 머리로만 힘준 느낌이었다.ㅜㅋㅋㅋ

새싹이 머리크기가 평균이어서 그런건지 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회음부 절개는 하지 않을거라고 원장님께서 힘줄때 말씀해주셨고 그말에 조금은 신이(?)났다. (첫째때는 회음부 절개로 회음부의 고통이 조리원에서도 이어졌었기때문에... 그 고통을 알기에...ㅎㅎ)
그리고 정말 최선을 다해 힘주기를 반복했다. 신음소리와 터져나오는 울음을 머금고.(남편은 숨쉬기 힘들어하는 나를 바라보면서 말없이 울고 있었다는.. ㅋㅋ)

오후 2시15분.

드디어 뜨거운 무언가가 빠져나오면서 절대 움직이지 말고 심호흡하며 힘을 빼라는 원장님말씀과 함꼐 새싹이를 무사히 만날 수 있었다.
제대로 힘주지 못한 나에게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배테랑 원장님과 간호사님 덕분에 낳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원장님이 그냥 꺼내준 느낌으로 만난 우리 새싹이. ㅎㅎㅎㅎ
간호사님은 계속 나에게 힘 잘준거라고, 정말 잘하신거라고... 해주셨다. 천사 간호사님^^

관장은 따로 하지 않았고, 회음부 절개도 하지 않았다. 그치만 약간의 파열이 있어서 조금 꼬매긴 했다.
무통은 당연히 없었다. (관장을 따로 하지 않아서 진통 중에 소변줄로 잠시 소변을 빼냈고 힘줄때 대변을 보는 실수도 한 것 같지만.. 힘주면 어쩔수 없이 이뤄지는 일이니 난 크게 개의지 않았다.)
후처치(회음부 꼬매기, 특히 태반 꺼내는 작업)가 난 좀 괴로웠다.
그치만 내 배 위에 올라와 울고있는 새싹이를 보니 그 정도 견디고 참는건 일도 아니었다.
손가락 개수를 내 눈으로 확인하고 눈코입을 보는데,,, 두번째 경험이지만 여전히 내 뱃속에서 이런 아이가 나온게 신기하기만 하였다.

2박3일간의 입원 기간동안 모자동실로 24시간 새싹이와 함께 지냈고, 남편이 밤낮으로 고생했다.
기저귀 갈고, 분유 먹이고 트림시키고, 울면 달래주기를 반복... 그치만 그 모습이 내가 보기엔 너무 좋은걸 ㅎㅎ
첫째때도 모자동실 덕분에 남편은 육아고수가 되었더랬지. 두번째여서 그런지 이번엔 더 여유있어보였다.

2박3일간 짧은 시간동안 원장님은 늦은 밤이라도 아기 울음소리가 멈추지 않으면 달려와서 아기 상태를 봐주셨고,
전화 한번이면 분유고 기저귀, 속싸개 뭐든 제공해주시는 간호사님들.

아!! 그리고 매끼 미역국 듬뿍 밥도 꾹꾹 눌러서 정성껏 만들어 주신 여사님, 매일 청소해주신 여사님들 덕분에 조리 를 잘 할수 있었다. 특히 매끼니 식사를 차려주시는 여사님은 아기 낳고 첫 식사때 내 등을 토닥여 주시며 장하다고 고생했다고 많이 먹고 얼른 회복하라고 해주셔서 코로나때문에 면회가 안돼서 만나지 못하는 친정엄마가 생각나 울컥했다.....

그리고 임신초반부터 진오비만 다닌 나에게 출산전까지 바우처는 정말 많이 남아 있었고, 아기검사비를 제외한 출산비, 입원비 결제 후에도 바우처가 조금 남았다.... ㅎㅎ (물론 임당이나 다른 이벤트가 없었기에 가능했던거 같긴하다.)

임신기간 내내, 그리고 출산, 출산 후에도 꼼꼼하게 봐주시는 원장님,
여전히 무뚝뚝하시지만 이번에 확실히 느낀건 원장님은 출산하는 그 시간동안이 가장 친절하시고 따뜻하시다는거? ㅎㅎㅎ(물론 진료때도 친절하시게 하시는 거라는거 이제 저는 알지만 ㅎㅎ) 산모가 힘을 잘 못줘도 포기하지 않으시고 같이 힘줘 주시고 용기 북돋아주셔서 산모인 나도 남편도 포기하지 않았던것 같다. 둘째도 꼭 진오비에서 낳으리라고 다짐했는데 이루어져서 너무 좋다.

그리고 정성껏 출산 영상을 편집해주신 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인사 드리고 싶다.
주변 출산영상을 보면 아기낳고 남편이 탯줄자르는 1분도 안되는 영상이 대부분이던데...
우리가 받은 영상은 진통할때부터 녹화되어 있었고, 남편이 함께 고통스러워하는 모습, 아기가 나와서 내 배 위에 올려지고 엄마와 아빠가 아기에게 '내가 너의 엄마고 아빠야.'라고 하는 모습까지 담겨있다.

조리원에 와서 남편과 영상을 다시 보니 울컥 또 울컥.. 감격과 감동 그 자체이다. 아이가 내 배위로 올라오는 모습과 옆에서 남편이 눈물을 삼키며 내 고통을 함께한 모습등... 내가 몰랐던, 못봤던 모습들이 다 담겨있어서 개인적으로 너무 좋았다.

to, 심상덕 원장님, 그리고 진오비의 수고하시는 모든 간호사님들께
원장님을 비롯한 모든 진오비 간호사님들 덕분에 무사히 저희 아기가 세상에 나올수 있었습니다.
모두 건강하시기를, 그리고 세상에 나오는 아기들로 인해 다들 더욱더 행복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평소 선물은 절대 안받으셔도 돌떡은 받아주시니 첫째 두돌때, 그리고 둘쨰 백일, 돌 때 떡들고 또 찾아뵐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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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eeun [2020-06-25 14:46]  hannaha [2020-06-22 03:29]  ybtan [2020-06-16 17:41]  daphne [2020-05-31 12:32]  심상덕 [2020-05-3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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