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휴대폰 모드 | 컴퓨터버전으로 계속 방문
저는 임신출산과 가족형성에 대한 로망이 있고 자연분만의 의지가 컸기 때문에 진오비 산부인과를 처음 소개로 알게 되었을 때 가슴이 설렜습니다.
진오비를 다니기 시작하며 원장님 유투브도 찾아보고 다큐멘터리도 찾아보면서 진솔하신 원장님의 모습에 더욱더 신뢰를 하게 되었어요.
'자연주의 출산'이라는 거창하고 값비싼 방법 외에도 최소한의 의료적 개입으로 자연스럽게 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이 기대가 많이 되었어요.
(물론 산모와 아기를 가장 우선순위로 생각하시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위험 요소가 있을 경우, 대학병원 외래를 지체없이 잡아주시고 의료적인 개입도 적극적으로 해주시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대망의 40주 진료일에는 내원하여 내진+초음파+태동검사를 진행했습니다.
- 내진에서 자궁경부 부드럽고 약간 벌어져 있음
- 태동검사에서 약하지만 수축 잡힘

이런 증상으로 인해 선생님께서는 유도분만이 가능한 상태라고 판단하셨고 양수가 적으니 진통을 기다리기 보다 내일이라도 당장 유도분만을 해서 아기를 낳자고 하셨습니다. 저와 남편은 일주일 더 기다리게 될 줄 알았는데 서로를 쳐다보며 헛웃음과 함께 동공지진이 일어났죠.ㅎㅎ

진료를 마치며 선생님께서는 집에가서 안정을 취하라 하셨지만 저희는 둘만의 시간을 누리려 머리를 이리저리 굴려 맛있는 것도 먹고 남산구경도 가기로 했습니다. 가을볕과 낙엽진 경치가 정말 아름다웠던 남산 꼭대기까지 1키로미터가 넘는 길을 오르고, 저녁에는 한우도 먹고 남편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며 하루를 마음껏 즐겼습니다.

출산시 자궁을 수축하게 하는 호르몬인 옥시토신은 행복할 때에 분비되는 호르몬이라고 합니다. 이 날 아름다운 가을 경치를 마음껏 누리고, 남편의 사랑스러운 시선도 듬뿍 받으며 행복한 하루를 보낸 것이 순산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40주 1일인 유도분만 당일에는 9시에 입원하여 내진으로 상태 확인을 시작했습니다. 원장님께서 자궁이 2센티정도 벌어졌다고 하시고 질정제를 넣었다고 하셨어요. 입원실에 와서 촉진제 달고 태동검사를 하는데 이때부터 바로 진통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태동검사에서 아기 심박수가 몇번 크게 떨어져 원장님은 태동검사 한 번 더 해보고 계속 이상태면 수술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하셔서 심장이 철렁했지만..
아픈 내진과 슬슬 시작되는 진통으로 제 멘탈이 흔들렸던 것 같아서 두번째 태동검사때는 마음을 다잡고 심호흡을 열심히 하려고 했습니다.

두번째 태동검사에서는 다행히 아기 심박수에 이상이 없어 계속 촉진제를 맞기 시작했고 5분 간격으로 심호흡하면 버틸정도의 고통이 찾아왔습니다. 누워서 진통하는 것보다 남편에게 기대서 힘을 빼려고 하는 자세가 가장 진통을 보내기 좋았습니다.

2-3시간정도 후에 내진, 4센티 벌어진 것 확인후 촉진제 2배로 투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주기가 더 짧아지고 식은 땀나고 다리가 덜덜 떨리며 정신이 아득해지는... 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의 허리 눌러주는 마사지와 부채질로 버티며 1-2시간 정도를 더 버티었던 것 같습니다. 이때 다시 원장님 내진 하시고 7센티 열렸다고 분만실 이동하자고 하셨습니다.
분만실 이동 후에도 진통은 계속되는데 태동검사로 누워있어야하니 이때는 고통을 참기가 정말 너무너무너무 어려웠습니다. ㅜㅠ
태동검사 하다가 아기는 괜찮은 것 같으니 기계 떼자고 하셔서 떼었고 이때부터는 배에 힘이 조금씩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차라리 힘을 주면 덜 아플것 같아서 배에 힘들어간다고 하니 그럼 조금씩 힘을 줘보라고 하셨어요.
처음에는 힘주기가 잘 안되는 것 같았는데 아기가 내려온다고 하시는 포인트를 캐치하려고 노력했고 이때부터는 '이 아기가 나와야 내가 산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무아지경으로 힘주기를 하다보니 원장님의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아기 머리 1/3 나왔다고, 한 번 더 끙!
아기 머리 거의 나왔다고, 한 번 더 끙!
그리고는 힘을 빼고 하하하하 숨쉬라고 하셨습니다.
머리가 나왔어도 몸통까지 나오는데에 여전히 고통은 있었고 약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아요.

그러다
다른 후기들을 읽으며 상상했던 그 뜨끈한 것이 밀려나오는 느낌이 났고 13:43, 3.24kg 열달동안 마음으로만 그리던 아기가 제 가슴에 올려졌습니다..! 아기를 낳으면 꼭 눈물이 많이 흐를 것만 같았는데 그 순간은 정말 눈물도 하나도 나지 않고 아프고 어딘가 허전한 느낌 뿐이었어요. ㅎㅎ

회음부 후처치는 따끔해서 이따금 아앗 소리가 나왔지만 생각만큼은 아프지 않았고 출산 계획서에 표시한 대로 태맥이 멈춘 뒤 남편이 탯줄을 잘랐습니다. 탯줄을 자르고 태반이 나오니 조금 더 시원한 느낌이 들었어요.
그러나 그 느낌도 잠시.. 촉진제 마저 다 맞아야 하고 물도 못마시고 잠들어서도 안돼는 2시간이 좀 힘들었습니다. 원장님이 상태 물어보시는데 멍해서 대답도 잘 못하고 그랬던 것 같아요.

저는 이때까지 진통을 몇시간 한 건지 내가 아기를 낳긴 한건지 느낌이 없었는데 입원실로 온 아기 설명해 주시면서 간호사 선생님이 분만실 올라간지 30분만에 출산하셔서 다들 놀라셨다고 하셔서 아 그런가요? 했습니다.ㅎㅎ (제가 키가 큰 편이고 속골반도 좋았던 모양이라고 하셨지만 저는 정말 죽다가 살아났는걸요 선생님...)


출산후기를 작성하며 산모수첩에 적힌 '두려움에서 기쁨으로'라는 글귀가 많이 생각났습니다.
남편에게 출산 과정이 어땠냐고 물어보니 출산을 해낸 너라면 앞으로 무엇이든 잘 할거라고 이야기 해 주더라구요.
무통주사 없는 분만이 제게 큰 두려움이었지만 아기와 저, 남편이 함께 이루어낸 출산은 제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큰 기쁨과 자부심이 되었습니다.

이런 행복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출산과정에서 저와 아기 그리고 남편까지 모두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신 진오비 산부인과 덕분인 것 같습니다.
저희 가족에게 특별하고 아름다운 추억 남겨주신 원장님과 간호사 선생님들 모두 정말 감사드립니다. 둘째 셋째도 진오비에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

그리고 진오비에서의 출산을 기다리고 계시는 산모님들 순산하시길, 아름다운 출산의 기억 간직하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이 글에 좋아요를 표시한 회원

datshu [2020-11-18 20:59]  심상덕 [2020-11-11 17:37]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심상덕 등록시간 2020-11-11 17:44 |전체 글 보기
두려움에서 기쁨으로.....
제가 30년 가까운 산과 의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출산을 한 마디로 정의하라고 하면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을 아시고 계시나 봅니다.
임신과 출산은 당황스러움, 얼떨떨함, 두려움, 걱정, 고통 그리고 정신없음 등등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괴로운 시기로 여겨질 수 있지만 놀랍게도 그 모든 것들이 출산과 함께 기쁨과 보람과 행복으로 바뀌는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고 노력이 더해지면 더 쉽게 긍정적 생각으로 바뀌는 차이는 있지만.

출산의 험로를 지나 이젠 육아라는 또 다른 고생길에 들어섰지만 육아도 출산과 같은 맥락으로, 다만 좀 다른 강도와 기간으로 기쁨을 주는 기간입니다.
즐거운 육아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글에 좋아요를 표시한 회원

사비나 [2022-12-27 02:18]  송수연 [2020-11-12 14:49]  chshking [2020-11-11 21:40]  

스마트폰 모드|진오비 산부인과

© 2005-2024 gynob clinic

빠른 답글 맨위로 목록으로 돌아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