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출산 후 70여일이 지난 시점에서야 출산후기를 쓰게 됩니다. 저는 임신 소식을 들은 뒤부터 진료와 출산 과정에서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아내와 함께한 ‘남편’입니다. 남편의 입장에서 출산후기를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엄밀히 말하면 ‘산전 및 출산’ 후기가 될 것 같습니다.


1. 70일이라는 시간은 앞으로 부모로서 아이와 함께할 순간에서 굉장히 짧은 시간이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 앞에서 그 어느 때보다 정직해질 수 밖에 없음을 느낍니다. 원칙을 지키고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서 아이를 키워나가고, 완벽과 완성을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모여 순간을 쌓아 이루어내는 정직한 결실이 육아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아이를 키우는 지금의 시간은 그 어느 때보다 저에게 교육적이고 뜻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출산에 국한되지 않고, 임신을 알게된 순간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뱃속에 품는다는 것(비록 저는 아빠지만^^;), 그리고 그 아이가 잘 자라는지 생각하고 계획하는 모든 과정들이 원칙과 관심과 노력이 없이는 될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진오비 산부인과에서는 철저한 원칙과 탁월한 의료적 지원을 아낌없이 해주신 원장님과 병원의 모든 직원분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2. 어떤 이들은 속된 말로 ‘산부인과는 산모의 불안감을 가지고 장사한다’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임신을 경험하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아이가 제대로 잘 자라고 있는지, 내가 잘 하고 있는지를 엄마가 혼자 알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것은 내가 다니는 산부인과 병원의 원장님의 말 밖에 없습니다.

이 불안감은 때로 경제적인 부분을 넘어서 인간성 자체의 문제에까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여성이 소외되고 과도한 의료화된 과정 속에서 여성이 그저 출산을 위한 기관으로 환원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진오비 산부인과를 아내와 함께 다니면서 원장님의 무뚝뚝한 말씀 속에서도 정말로 산모가 아이를 적극적으로 돌볼 수 있도록 참여시켜주시는 것들을 많이 느꼈습니다. 진료의 모든 순서 때마다 ‘또 다른 궁금한 거 있으세요?’라고 물어봐주시는 원장님의 질문은, 이미 너무 자세하게 설명해주셔서 더 궁금한 것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더 안심이 되고 확신을 갖게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아이를 품고 있는 시간 동안 더 관심을 기울이고 더 객관적으로(의료적인 의미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임신 이후에 진오비 산부인과에서 경험한 모든 진료의 순간 속에서 산모(때로 남편인 저까지도)가 한 번도 소외되거나 무시당했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원장님께서 훌륭한 조언자로서, 또 전문적인 의료인으로서 저희의 모든 임신과 출산 과정에 함께하신다는 생각이 들었고, 매순간 ‘불안을 넘어 신뢰로’ 이끌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3. 출산은 예정일보다 4일 정도 당겨졌습니다. 새벽 3시 정도에 양수가 먼저 터져서, 미리 싸두었던 짐을 챙겨서 부랴부랴 병원으로 달려갔던 그 새벽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합니다. 그리고 도착한 조용한 병원에서 양수가 더 흘러나오지 않도록 누워서 진통을 기다렸던 순간들도 기억합니다.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원장님께서 계속 상태를 봐주셨고, 앞으로 진행될 일들과 여러 가능성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흔히들 원장님께서 ‘무조건 자연분만’을 고집한다고 알고 계실텐데, 저는 출산의 모든 과정을 아내 곁에서 지켜보면서 원장님의 제 1 관심은 철저하게 ‘산모의 건강’에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양수가 먼저 터진 상태에서 앞으로 진행될 진통, 자궁문 열림에 대해 설명해주시고 구체적인 처치들까지 안내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산모가 선택할 부분은 철저하게 존중해주셨다고 생각합니다. 막무가내로 자연분만을 진행하신 것이 아니라, 산모의 건강과 아이의 출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최선의 방법을 늘 안내해주셨습니다.

결과적으로 자궁문이 충분히 열리지 않아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원장님은 산모에게 선택권을 주시면서 빠르게 결정하게 도와주셨고, 또 결정의 순간까지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기도 하셨습니다. 물론 이 부분은 직접 경험한 아내가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곁에서 지켜본 저의 생각은 그랬습니다. 그렇게 밤을 새고 오후 3시 30분에 그토록 기다리던 아이를 볼 수 있었습니다.


4. 출산 직후 입원이 바로 이루어집니다. 제 인생에서 군대 훈련소나 그 어떤 교육 기관보다 군기가 바짝 들었던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실제로 가장 편한 옷을 입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육아는 전투다!’를 외치며 디지털 무늬 티셔츠를 입고 생활했습니다^^;

병원에는 코로나로 인해 남편만 상주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병원 입원 기간 동안 병원에 계시는 분들이 가장 신경써주셨던 사람은 아이도 아니고 저도(당연히) 아니고, 산모였습니다. 밤낮 할 것 없이 원장님께서 직접 병실로 찾아와주셔서 문을 열면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은 산모를 바라보면서 ‘좀 어떠세요?’였습니다. 원장님께는 약간 정해진 루틴과도 같은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 루틴까지도 철저하게 산모를 신경쓰시는 모습에 정말 감동받았습니다. 제왕절개로 인해 4박5일을 지내면서 원장님의 1순위는 산모인 것을 보면서, ‘아 진짜 산부인과구나’라고 다시 한 번 생각했습니다.

병원에서 남편의 생활은.. 처음 이틀 정도는 아내가 회복 중이어서 제가 육아를 맡았습니다. 정말 지금 생각해보면 좌충우돌 육아기라고 할만큼 웃긴 순간도 많았지만, 병실 바닥에 보일러를 틀어놓고 지지다 일어나서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이고 아내를 도와주던 그 시간이 저에게는 또 다른 책임감을 느끼게 한 순간이었습니다. 이 또한 원장님의 큰그림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저에게는 너무나 알찬 육아훈련소 같은 5일이었습니다.

지방에 있는 제 고향을 방문하게 되면 제가 태어난 병원을 가끔 지날 때가 있습니다. 그 때마다 ‘아 내가 저기서 태어났구나’하는 묘한 감정을 느끼곤 합니다. 저는 저희 아이에게 진오비 산부인과를 그런 곳으로 만들어줄 수 있어서 너무 좋습니다. 앞으로 아이가 자라서 병원 앞을 오갈 때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있겠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벅찹니다. 제 아이가 지금의 제 나이가 되어서도 진오비 산부인과를 보며 저와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원장님께서 오래오래 계셔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정말 꼭 빠뜨리지 않고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5일 동안 밥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진오비에서 먹다가 조리원에 가서 처음 밥을 먹고는 제가 우울증에 걸릴 뻔할 정도로 진오비 산부인과 병원밥은 정말 맛있었습니다. 병원밥치고 맛있는게 아니라 그냥 맛있습니다. 가끔 생각날 정도로 맛있습니다. 윤기가 흐르는 쌀밥도 너무 맛있었고, 뭐 아무튼 다 맛있었습니다. 지금도 생각납니다..

두서 없는 글이지만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이미 많은 분들이 써주셨기에 소감 위주로 작성해보았습니다. 원장님을 포함해서 간호사 선생님들과 모든 직원분들 덕분에 저희 가족이 둘에서 셋이 될 수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마음 다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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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gges [2021-12-16 19:26]  zzzini [2021-12-16 06:47]  김희정2 [2021-12-16 06:20]  심상덕 [2021-12-15 09:03]  진오비 [2021-12-1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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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진오비 등록시간 2021-12-15 08:4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육아는 전투다!!! 라는 문구에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어요 ㅎㅎㅎ
아빠의 밀리터리 전투복 반팔티 저도 기억하고 있습니다? ㅎㅎㅎ
볼이 엄청 통통했던 아기가 어찌 변했을지 궁금해요!
진통하면서 수술하면서 두분을 뵀을때 엄청 씩씩하셔서 더 기억나고요 !

잘지내고 계시죠?
한달 후면 백일이고, 지금 눈에 넣어도 아프지않을 시간! 눈을 감아도 모자를 시간에
정성스런 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려요 :)

예쁜 아기와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도 행복하게 보내시고요!
아기천사가 또 찾아와준다면 또 입원실에서 봴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행복하세요

#3 심상덕 등록시간 2021-12-15 09:0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
산모께서 써주신 후기도 반갑지만 남편분께서 써주시는 후기는 드물기도 하고 그만큼 산모와 아기를 신경쓰신다는 의미라서 아무래도  더 눈길이 갑니다.
모자란 것이 아주 많은 병원이고 의사인데 너무 좋게만 써주시어 다른 분들이 보면 지나치게 기대할까 걱정되지만  응원과 격려를 위해서라고 생각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거운 육아 하시길 바랍니다.
#4 김희정2 등록시간 2021-12-16 06:2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눈에 그려질 듯 생생한 후기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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