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일 : 6월 15일
출산일 : 6월 20일
이름 : 정의윤 (태명: 콩콩이)
성별 : 남아
몸무게 : 3.75kg
촉진제, 흡입기 사용
벌써 우리 의윤이가 태어난 지도 한달이 넘었네요.
그간 이 조그만 아이를 어찌할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제 모습이 떠올라 또 울컥 눈물이 나네요.ㅋ
이상하게 출산하고 눈물이 많아졌어요. 초기에는 약간 우울증 증세도 있었고요.
그래도 지금은 아이와 생활리듬이 조금은(정말 조금입니다!) 맞춰진듯 합니다. 다행히도요.^^
결혼하고 마포로 이사를 왔고, 그러니 임신하고도 근처 어디에 병원이 있는지 몰라서 그냥 가까운 병원 위주로 검색을 했습니다.
두 군데를 가봤는데 진료 받아보고는 바로 진오비로 결정했어요.
인터넷 후기로도 익히 알고 있었던 심원장님의 무뚝뚝함이 저는 마음에 들더라고요.
병원 홈피에서 본것처럼 '생명을 살리는, 원칙을 지키는, 최선을 다하는' 마음이 느껴졌달까요. 그 모습에 신뢰가 갔습니다.
원장님 인상도 꽤 마음에 들었고요. ㅎㅎ^^
처음엔 유산 가능성이 많아 걱정을 끼치던 우리 콩콩이가 임신 중반 이후로는 쑥쑥 자라서
32주에 2키로, 36주에 3.1키로!! 엄마를 계속 긴장하게 만들었죠. ㅎㅎ
그럼에도 예정일보다 일찍 나와주기는커녕 예정일 당일에도 저는 진료실에서 정기검진을 받고 있었습니다.ㅠㅠ
사실 예정일 3일 전에 이슬이 비쳐서, 보통 이슬이 비치면 2~3일 내에 진통이 온다고 들었으므로,
내심 예정일에 딱 맞춰서 나오려나보다 기대를 했었거든요.
그러나 아무 소식 없이 예정일날 태동검사 때도 자궁수축은 전혀 없고..ㅠㅠ,
원장님께서도 빨리 나와야 할텐데 걱정을 하시며 이슬도 비치고 했으니 진통이 오겠죠 라는 말과 함께
일주일 정도 더 기다려 보고 그래도 진통이 없으면 유도분만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때까지도 딱히 이렇다할 가진통도 느껴본 적이 없는 저는 원장님께 진통은 어떤 느낌이냐고 혹시 둔해서 모르면 어떡하냐고 여쭤봤습니다.
그랬더니 원장님께서 '뭐가 잘못됐나 싶게 심하게 아픈, 생전 처음 느껴보는 통증일 테니 절대 모를 수가 없다'라고 말씀해 주셨어요.
통증의 강도야 어떻든 일단 모를 리 없다는 말에 안심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우울했습니다.
그렇게 순산체조와 열심히 걷기로 다시 일주일을 보내는데, 이슬이 비친 후로는 컨디션이 영 별로였어요.
조금만 걸어도 지치고 날은 덥고..
그래도 콩콩이를 만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던 중 뭔가 이상했습니다.
분비물에 양수가 섞여 나오는듯한 느낌;; 의료상담 게시판에 문의해보고 다음날 병원으로 갔습니다.
사실 아닌것 같았는데, 병원에 가서 확인해보지 않으면 계속 신경이 쓰일것 같아 일단 병원으로 갔었죠.
그런데 웬걸.. 부분적으로 양수가 파수되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ㅠㅠ
양이 많은건 아니니 바로 유도분만을 할 정도는 아니고 원래 기다려 보기로 했던 날까지 이틀 정도 더 진통을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이때가 예정일이 4일 지난날이었어요.
양수가 파수되었으니 이틀동안 가만히 누워있다가 그래도 진통이 없으면 유도분만을 각오하고 병원으로 오라고 하셨기에,
집에가서 정말 가만히 누워만 있었습니다.
걱정이 되긴 했지만, 순산체조의 압박에서 벗어난 건 좀 좋았습니다.
원장님이 가만히 누워 있으랬으니까...하면서 ㅎㅎ
그런데 바로 그날밤부터였습니다. 이슬이 비친 이후 생리통처럼 싸하게만 아프던 아랫배가 심하게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뭔가 느낌이 정말 달랐죠. 바로 진통 어플을 다운받고 시간을 재 봤는데, 처음부터 뜬금없이 5분;;.. 그리고 10분, 7분,, 들쑥날쑥이었습니다.
그렇게 거의 밤을 새다시피 하고 안되겠다 싶어서 새벽 5시에 병원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전화받으신 쌤이 제 상태를 전해 듣더니 아직 아닌것 같다며, 정말 진통이 심하면 이렇게 통화가 가능하지도 않다며;;;;
그래도 제가 너무 아프다 병원에 가봐야 할것 같다 하니까 9시로 예약을 잡아 주셨습니다.
그날은 토요일이었고, 병원에 사람이 많았습니다.
혹시 몰라서 입원가방까지 싸들고 갔었는데, 원장님께서 내진해 보시더니 3센치가 열렸다고 바로 입원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드디어!
진통 때문에 아프긴 했지만, 입원하라는 말에 살짝 신이 난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ㅎㅎ
이때부터는 기억이 가물가물하고 정확하지가 않아 간단히만 적을게요. 사실 여기서부터가 본론인데 그날 제 상태와 기억력이...ㅎㅎㅎ
3센치가 열렸다는 말을 듣고 분만 대기실에 들어갔을 때만 해도 분만실 쌤이 자기 교대하기 전에 낳으실 수도 있겠다며..
"교대가 몇시신데요?" "4시요" "아 그럼 4시 전에.." 이런 대화를 나누며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나 저의 진통은 여전히 들쑥날쑥, 간격이 짧아지거나 강도가 세지거나 하는거 없이 새벽에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계속 오락가락이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낮 1시쯤 5센치, 3시쯤 6센치, 5시쯤 7센치.... 이런 식으로 굉장히 더디게 1센치씩 진행이 되었죠.
그와중에 진통보다 더 힘들었던 건 3시간마다(3시간마다 맞나요?) 한번씩 하는 태동검사였습니다.
배가 너무 커서 똑바로 누워있는게 너무 힘든데, 태동검사 때는 꼼짝없이 20분씩 똑바로 누워야 하니, 그야말로 허리가 끊어져 나가는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허리가 끊어져라 누워 있어봐야 자궁수축에는 큰 변화가 없고;;;
자궁수축이 계속 너무 약했고, 게다가 양수가 파수된 상태라 진통중에도 일어나거나 앉지 말고 누워만 있으라는 심원장님 말씀이 있었기에..
진행도 더디고, 가만히 누워만 있으려니 진통도 더 힘들고 그랬던 것 같아요.
5시에 7센치쯤 열렸을 때 원장님이 7시쯤이면 분만실 가겠다고 하셔서, 7시가 되기만을 진통이 올때마다 배를 움켜쥐고 기다렸습니다.
계속 남편한테 몇시냐고 물어보면서..ㅎ (참 분만대기실엔 시계가 없어요. 그건 일부러 그런건가요...ㅎ)
그런데 진행이 저보다 더 더디다던 옆방 산모가 분만실로 간 것 같았습니다. 저보다 먼저요;;
이게 무슨 경쟁도 아닌데 그게 참 그렇더라고요. 내가 먼저 낳아야 하는데,,, 하는..ㅎㅎ
그날 진통 산모가 셋인가 넷인가 있었거든요. 심원장님 정말 고생하신 날..
아무튼 저는 결국 8시 30분쯤 분만실로 향했습니다.
아기가 크고 자궁수축이 약해서 힘을 정말 잘 줘야겠다고 심원장님이 여러번 말씀하셨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왠지 잘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세상에.. 순산체조며 분만법이며 그동안 나는 뭘 그리 열심히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분만의 핵심은 힘을 길게.. 아주 길~~~~~게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숨참기 연습이나 하는건데, 하는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면서,
아무리 길게 힘을 줘도 제 숨은 짧기만 했습니다.ㅠㅠㅠㅠ
촉진제를 써도 자궁수축은 지지부진했고, 결국 분만실 선생님이 제 배를 누르기 시작했고,
한 분이 누르다 지쳐, 다른분이 교대로 누르고,
결국은 두분이 같이 제 배를 누르고, 흡입기까지 써서 겨우겨우 우리 콩콩이가 세상에 나왔습니다.ㅠㅠ;;;
흡입기도 10분 이상 쓰면 아기가 위험하다고 하셨는데, 11분째 되면서 원장님께서
이번이 정말 마지막이다. 이번에도 안나오면 수술해야 한다..하셨을때 가까스로 콩콩이가 나왔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아기가 나온 순간이 기억이 없어요. 계속 선생님들이 누르는 배가 아프고, 길게 힘주기에 힘이 딸리고.. 제정신이 아니었거든요.
나중에 조리원에서 원장님께서 담아주신 동영상을 보고서야 아.. 이때 이랬구나...
기억을 되살린 것도 아니고, 기억을 생성할 수가 있었지요.
지금 생각해봐도 얼굴이 달아오르는 건,, 분만하면서 힘주는 내내,, "저 못할것 같아요"를 무한반복했던 것..
못하면 수술밖에 방법이 없는데, 못하면 어쩌겠다는 건지 저도 알수 없지만, 길게 힘을 못주고 호흡이 끊길 때마다 저 말을 했던 것 같네요.ㅎㅎㅎ;;;;
아기가 나왔으니 이제 다 끝났구나, 싶었는데.. 저의 고난은 또다시 시작이었습니다.
후처치 후 경과를 보고 10시반쯤이면 병실로 돌아갈 수 있다고 하셔서,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참, 콩콩이가 세상에 나온건 9시 30분이었습니다.
출혈이 남들보다 많았고, 회음 절개한 곳 외에도 파열이 있었으며, 질 안쪽으로도 파열이 있어, 봉합한 곳도 많고 지혈도 잘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여차하면 대학병원으로 옮겨야 할 수도 있으니, 물도 먹지말고 잠도 들면 안되고 계속 지혈이 되는지 상태를 보며 기다려야 했죠.
그 와중에 퇴근한 줄 알았던 현경쌤이 다시 나타나시고, (저 때문에 퇴근하셨다가 다시 불려나오셨다는... 정말 죄송;;)
또 옆방에선 다른 산모가 아이를 낳으시고...
그렇게 그렇게 가만히 누워서 기다리길 몇 시간..
드디어 지혈도 되었고 대학병원으로도 안가도 되겠다는 심원장님의 말씀을 듣고 병실로.. 이때가 새벽 3시 30분이었습니다.
진통이 시작된 시점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던 저는 정말 기절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래도 밥보다는 잠이 먼저. 아기는 분만실 선생님들께 맡기고 잠이 듭니다.
후처치만 6시간 가까이 걸렸는데요. 심원장님이 정말 고생 많이 하셨고요.
중간중간 계속 들어오셔서 상태 확인해 주시고, 신경 많이 써주셔서 정말 눈물나게 감사했습니다.
남편도 원장님이 정말 신경 많이 써주시고 고생하신것 같다고 넘 감사하다고 하더라고요. 병원은 정말 잘 선택한 것 같다고요.
후처치때 왔다갔다 하시면서 현경쌤이 하신 말씀이, 이 병원 7년째 근무하고 있지만, 두명이 동시에 배를 누른 건 처음이었다며..
저의 힘주기를 다시한번 부끄럽게 만들어 주셨습니다. ㅎㅎ
아무튼 이런 엄마를 만나 어렵게 세상에 나온 우리 콩콩이가 가장 고생이 많았던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아이는 둘.은 돼야지..하는 생각이었는데,, 글쎄요. 앞일은 모르는 거지만 지금으로선...ㅎ
그래도 다들 키우는 거에 비하면 낳는건 아무것도 아니다..라고들 말씀하시는데,
요즘 그 말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뱃속에 있을 때가 정말 편한 거였구나.. 하면서, 그래도 아이의 표정 하나하나를 신기해하며 살고 있는 요즘입니다.
힘들지만 금방 지나가 버릴까 아까운 시간들이네요.
아래, 첨 태어나서 호흡기 끼고 있던 콩콩이와,
조금씩 자라고 있는 모습들 남겨요. ^^
그리고 콩콩이는 태어날 때부터 머리가 저렇게 배컴스타일인데,
저것은 필시 심원장님께서 흡입기로 만들어주신 헤어스타일이라 생각됩니다. ㅎㅎㅎ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