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오비 산부인과

제목: 임신 관련 필수검사 들을 보건소에서 해서 오시라고 하는 이유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3-05-14 12:36
제목: 임신 관련 필수검사 들을 보건소에서 해서 오시라고 하는 이유


제가 20년전쯤 은평구에 처음 개업을 했을 때 잘 되던 병원을 갑자기 접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첫아기를 출산할 때 제가 운영하던 병원에 입원하셨던 산모가 한분 계셨는데 당시 난산이던 산모의 출산을 도와 어렵게 자연분만을 했던 초산모가 있었습니다. 
다른 병원이었다면 아마 거의 100% 제왕절개를 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산모였는데 그 산모께서 둘째를 임신해서 다시 제가 운영하던 병원에 산전 진찰을 받으러 오시게 되었습니다.
임신 4개월 무렵인 다음번 진찰 시 기형아 검사를 하시면 된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트리플 검사라는 기형아 검사를 보건소에서 하시고 오셨더군요.

당시에는 보건소에서 산전 검사나 기형아 검사를 흔히 하던 시기는 아니었는데 소수의 산모는 그 방면에 정보가 많고 또 경제적 부담 때문이겠지만 보건소에서 검사를 해 오시는 경우가 가끔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왜 보건소에서 검사를 했는지 물어 보면서 다소 기분이 상하게 되었는데 그런 것을 나중에 산모의 동생이 듣고는 저와 언쟁을 벌이다가 기분이 나빠 제게 항의하면서 "돈이나 밝히는 너와 같은 사람은 의사하면 안된다"고 하는 소리를 듣고는 바로 병원을 폐업했습니다.
첫아기때 겪어 봤으니까 알겠지만 돈이나 벌자고 병원 하는 의사는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아실만한 분이라 생각했었는데 비록 동생과 남편한테서지만 그런 소리를 듣고 보니 정말 산부인과 의사라는 직업에 대하여 정나미가 떨어지더군요.
아내는 여름 휴가로 지방에 놀러가 있고 저는 혼자 병원을 운영하던 때라 분만 산모 때문에 휴가는 반납하고 병원을 지키고 있던 무렵인데 아내와 상의도 없이 병원을 폐업을 해서 가족들이 많이 황당해 했었죠.

지금도 나름 그렇게 해 오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 당시도 마찬가지로 돈이나 벌자고 병원 하는 의사는 아니었는데 그런 말을 들으니 더 이상 병원을 하고 싶은 마음이 없더군요.
그리고 그렇게 힘들게 출산을 도왔는데 큰 비용이 드는 검사도 아닌 것을 굳이 제 권고를 무시하고 해 오셨나 하는 서운함도 들었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이 들으시면 참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하실 것이고 저도 지금와 생각해 보면 그때 꼭 그렇게 대응할 필요가 있었는지, 또 그런 일로 병원까지 폐원할 필요가 있었는지 싶기는 합니다.

그런 과거의 서운하고 괴로웠던 기억 때문에 지금도 기형아 검사를 하라고 말씀드릴 때는 그때의 기억이 가끔씩 떠오릅니다.
검사하는 산모의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인 분들일 경우 어차피 같은 검사라면 보건소에서 하는 무료 검사를 받으면 나쁠 것이 없을 것입니다.
반면에 저처럼 의사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검사로 하여 뭐 대단히 수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병원도 운영을 해야 하는 입장에 의사의 권고를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면 아무래도 의욕이 많이 상실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하여 적절한 답을 못 찾았고 지금도 그 점은 뭐 별로 다른 것은 없지만 요즘은 좀 생각을 달리 해 보기로 했습니다.
둘다 얻기 힘들다면 내게 중요한 한가지라도 얻자고 말입니다.
제가 당시 마음에 상처를 입었던 이유는 제 권고를 무시했다는 점 때문이었으니 아예 보건소에서 검사를 해서 결과지만 가지고 오시라고 권고드리면 병원의 경영 측면에서는 조금은 마이너스겠지만 대신 마음의 서운함은 느낄 필요가 없지 않겠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게 중요한 것은 돈보다 그런 마음의 긍지와 당당함 혹은 보람이고 또 산모분들에게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 드릴 수 있다면 병원이 잘 되고 안되고 하는 것은 제 개인의 문제이지 그것으로 하여 어디서 검사하고 하는 것을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을 하기로 했습니다.
더불어 경영이 어려워(뭐 몇가지 검사를 안 했다고 더 특별히 경영이 어려워지는 것도 아니겠지만) 병원 문을 닫게 되면 그것도 저희의 한계이고 그리고 주위에 다른 산부인과들이 없는 것도 아니니 어디선가는 출산을 하시게 되겠지요.

그래서 지금은 제가 진찰하는 모든 산모분들께 그렇게 말씀을 드리고 있습니다.
초기 산전 검사든 기형아 검사든 혹은 임신 당뇨 검사나 막달 검사든 보건소에서 무료로 해 주는 것은 다 검사를 해서 결과지를 가지고 오시고 빠진 항목에 대하여는 원하시면 병원에서 검사를 하셔도 된다고 말입니다.
물론 빠진 추가 항목도 원하지 않으면 안하셔도 되구요.
요즘 그렇게 말씀 드리니까 일단 제 마음은 편합니다.
좀더 일찍 그렇게 할 걸 그랬다는 생각도 듭니다.
보건소에서 검사해서 결과지만 가지고 오신다고 해도 제 권고를 무시한 것은 아니니 저로서는 서운해 할 필요가 없고 산모 입장에서는 임신 중에 그리고 출산을 앞두고 여러가지로 돈 쓸 곳도 많을텐데 일부 검사라도 무료로 하면 좋고, 병원 경영면에서는 저희 병원처럼 이런 철학의 병원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면 문을 닫지는 않을테니까요.

그래서 이 글을 보시는 산모들께서는 부담 가지실 필요없이 보건소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해서 오셔도 되신다는 점을 다시 한번 알려드립니다.
보건소에서 하고 싶은데 병원에서 검사를 하지 않으면 미운털 박히는 것 아닌가 하고  눈치를 보실 필요도 없습니다.
또한 이 글을 보시고 아직도 꽁한 게 있을지 모르니 그래도 병원에서 검사해야지 생각하지도 마시기 바랍니다.
이제는 그런 소심한 마음 정도는 훌훌 털었고  따져 보니 병원 경영에도 그런 것으로 하여 크게 영향이 가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임산모를 위해 국가에서 해 주는 것이 달랑 고운맘 카드 뿐이니 그나마  챙길 수 있는 것은 다 챙겨서 하시고 오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히려 보건소에서 해 오시라고 권고 드렸는데 병원에서 하신다고 하면 제 권고를 무시한 것으로 서운하게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ㅋㅋ
다만 보건소를  방문하여 검사하기에는 시간이나 거리상 번거로운 분, 또는 관할 보건소에서 무료 검사를 해 주지 않는 경우에는 예외로 병원에서 검사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지역 보건소마다 해 주는 무료 검사나 배포하는 무료 약이 다르니 그 점은 이전 글 "보건소에서 하는 임신 관련 무료 검사 및 약품 안내" (http://gynob.kr/thread-1063-1-1.html)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글쓴이: 이순영    시간: 2013-05-14 15:13
원장님.. 참 극단적이시네요.. 폐원까지..;;;; 가족분들 및 직원분들 깜짝 놀라셨을듯해요..
그래도.. 정말 속상하실만 했겠네요~~ 토닥토닥~~
그런 경우보다 원장님께 감사해하고 고마워하시는 분들이 더 많을테니까...
앞으로는 그런 생각 절대 마세요~~!!! :loveliness:
글쓴이: dyoon    시간: 2013-05-16 14:28
이순영님이 2013-05-14 15:13에 등록함
원장님.. 참 극단적이시네요.. 폐원까지..;;;; 가족분들 및 직원분들 깜짝 놀라셨을듯해요..
그래도.. 정말 ...

음..저랑 비슷한 측면이 있으신거 같아요. 저도 일하는거 돈보다는 제가 하는 것에 대한 가치, 긍지나 자부심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물론, 저는 소심한 완전 초식동물(?^^)이라 집어친다고 말만 해놓고(주로 남편에게만ㅠㅠ), 주변에서 회유(남편이 이런 역할을 많이 함)하면 대승적인 차원에서 제가 이해를 한다고 하고 그또 언제 그랬냐는듯 재미있게 다니지만.. (주기적으로 이럼 ㅋ)

말이 길어졌지만, 이런 측면에서 제가 진오비 산부인과를 택한 것이기도 해요. 아직 심원장님은 몇번 못뵈었지만, 인류의 가치나 사회가 가야할 방향에 대해 많이 고민하시고 행동으로 옮기시는 것 같아서, 신뢰가 더 가더라구요. 누가 그러더라구요, 저 노산인데(마음만은 20대인데ㅎ) 큰 병원가지 왜 여기 가냐고.. 그래서 제가 말했죠, 여기 경험 많은 의사분들이 계시고, 이곳 의사분들이 인류의 가치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사회에 여러가지 모습으로 참여하는  분들이 하는 병원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런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것 같다고 말했었지요..

지금까지 심원장님은 세번뵈었는데, 무뚝뚝 대마왕 같기는 한데, 뭐 게시판에서 하도 무뚝뚝 대마왕이라는 말을 듣고 가서 그런지, 아니면 제 눈에 꽁깍지가 씌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느낌에는 그냥 많이 피곤한(ㅠㅠ) normal한 의사샘 같습니다. 뭐 그렇다고 아직 좋아하는건 아님( ^8^) 뭐 아직 서로 익숙해져야하니깐요^^
뭐, 이 글에 맞는 답글일지는 모르겠지만, 지나가다가 "가치"란 의미가 나와서 한 말씀 남깁니다.

끝까지 살아남아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나가요!!  화이팅!
글쓴이: 보늬맘    시간: 2013-05-24 12:33
몇달 전에 웹서핑 중에 우연히 어느 카페에서 그 산모분이 글 올린걸 본적이 있었는데..
원장님께서 왜 그러셨을지 너무 궁금했었답니다~ 이렇게 글을 올려주시니 의문이 풀리네요~^^a
저는 호불호 분명하신 원장님이 좋아요~^-^* 제 신랑하고 좀 비슷하신 거 같기도 하고 말이죠 ㅋ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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