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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대한변협은 先公後私의 길을 가야 한다

2013-01-31 11:05| 글쓴이: 심상덕| 댓글: 0

60년 만에 첫 직선 회장 선출… 그러나 눈앞 경제적 이익만 보고
大義를 위한 봉사·희생 없으면 국민의 신뢰와 사랑 얻지 못해
더 큰 안목서 '가치 단체' 돼야 중앙과 지방 역할 분담이 필요

[조선일보 아침 논단 양삼승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영산대 석좌교수]

최근 대한변호사협회가 60년 역사상 처음으로 전국 변호사들의 직접선거로 제47대 회장을 선출했다. 필자도 나름의 이상과 포부를 가지고 출마하였다가 선택받지 못하였다. 평소에 그리고 이번 선거운동 과정에서 느꼈던 점들을 토대로 우리나라 변호사들을 공식적으로 대표하는 대한변협이 어떠한 모습을 갖추어야 할 것인지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오늘날 국민이 변호사 또는 변호사 단체를 보는 눈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다. 오히려 적대적이다. '변호사'라는 단어 앞에 떠올리는 형용사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이다. 언제부터, 그리고 왜 그렇게 되었는가.
변호사들에게는 과거에 훌륭한 선배들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에 헌신한 기개 높은 변호사가 있었고, 군사정권 시절에는 몸을 던져 인권을 수호한 인권 변호사가 있었다. 그러다가 시간이 흘러 1987년 6·29 선언 이후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변호사들은 그들이 맡아야 할 시대적 과제를 상실하였다. 즉 법률가의 중요한 사명 중 하나인 '인권'이 달성되면서 법률가로서 잊지 말아야 할 다른 한 축인 '법치(法治)'라는 가치를 망각하고, 개인적·경제적 이익에만 몰입하는 잘못된 길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여기에서 자연스럽게 지금 대한변협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지가 떠오른다. 즉 지식인의 목적은 '최대의 이익이 아니라 최대의 공적 서비스'라는 명제에 충실해야 한다. 이 명제를 변호사에게 적용해 보면 변호사법 제1조가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변호사의 사명은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정의의 실현에 헌신'하는 것이다. 간단히 우리 주위를 둘러보더라도 사회정의와 법치주의 실현을 위하여 대한변협이 현 시점에서 해야 할 일이 여러 가지 눈에 띈다. 우선 헌법재판소장 임명 과정에서 변협은 어떤 내용이든 목소리를 내야 하고, 대통령의 임기 말 사면권 행사에도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또 현재 진행 중인 검찰총장 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운영 방법에 대하여도 독자적인 견해가 있어야 하며, 정부 조직 개편의 청사진이 짜이는 현 단계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화를 보장하기 위한 변협 나름의 큰 틀을 제시해야 한다.
시야를 조금 넓혀 중장기적으로 보면 수많은 형사사건의 수사권을 소수 검사가 쥔 현재 모습이 과연 바람직한지, 그리고 대법관 한 사람이 하루 10건씩 판결해야 하는 현재 모습이 과연 국민을 위한 사법(司法)인지를 제대로 따져보는 것도 당연히 대한변협의 몫이다. 요컨대 변호사들과 그들의 단체인 대한변협이 눈앞의 경제적 이익에만 연연하고 대의(大義)를 위하여 봉사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절대로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얻을 수 없음을 명심하여야 한다. 회장 선거 과정에서는 득표를 위하여 어쩔 수 없이 '이익 단체'의 모습을 보였더라도 그 후에는 좀 더 큰 안목으로 '가치 단체'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외견상 서로 모순되어 보이는 공익(公益)을 위한 가치 단체의 모습과 사익(私益)을 위한 이익 단체의 모습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이 점에 관하여 유용한 것이 '창조적 문제 해결 이론(TIPS·Theory of Inventive Problem Solving)'이라는 연구이다.
그 핵심은 모순 사이에 '타협점'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모순을 '분리'해서 해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비행기 이착륙을 위해 필요한 바퀴는 비행 시 공기 저항을 줄이기 위해 바퀴를 유선형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접어서 동체 속으로 넣는다. 자장면과 짬뽕을 같이 먹고 싶을 때는 둘을 섞는 것이 아니라 그릇을 반으로 나누어 절반씩 담는다.
이 원리를 변호사 단체에 적용하면 자연스러운 해결책이 나온다. 즉 변호사 단체의 역할 중 공익적이고 법치 실현을 위한 것은 대한변협이 맡아서 하고, 변호사들의 권익 신장이나 이익 보호에 관한 것들은 전국 14개 지방변호사회가 맡아서 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하면 현재와 같이 변협 회원인 변호사들의 인기에 영합하는 일은 서로 다투어 하려 하면서, 공익적인 일은 서로에게 떠넘기는 이기적인 모습은 사라지게 될 것이고 분명한 역할 분담이 이루어질 것이다.
어떤 조직이든 외부 변화 속도가 내부 변화 속도를 추월하면 그 조직은 이미 종말이 다가온 것이다. 우리 사회는 최근 경제적인 면뿐 아니라 사회적 인식도 커다란 발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대한변협이 이러한 변화에 부응하지 못하고 생각을 바꾸지 못하면 존경이 아닌 경멸 대상이 될 뿐이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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