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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의사신문] 책읽는 의사들

2013-02-15 13:49| 글쓴이: 심상덕| 댓글: 0

2005년 11월에 의사들이 주로 보는 "청년의사" 라는 신문에 실린 제 인터뷰 기사입니다.
온 산부인과를 막 개원하고 얼마되지 않았을때 한 인터뷰 기사인데 옛 생각이 많이 나는군요.
실린 사진을 보니 많이 말랐는데 그때 한창 마라톤 뛴다고 할 때라 말랐나 봅니다. 
그때는 책도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책도 그리 많이 읽지를 못합니다.
책을 많이 읽지 않으니 안에 쌓이는 것도 없어서 글도 잘 쓰지 않게 되더군요.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시피 책은 정말 우리에게 소중한 보물인데.....
인터뷰하면서 제가 추천한 책을 보니 대부분 그 당시 유행하던 것들이네요.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것들은 아니고.
여하튼 그동안 읽었던 책들이 워낙 많이 쌓여 수시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어 버려서 지금 제가 가지고 있는 책은 별로 없습니다.
아래는 신문 캡쳐 화면과 글 본문입니다.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진정한 독서가는 글쓰는 사람

심상덕 (온산부인과의원)

책은 음식과 비슷하다. 볼 때 맛깔스럽고 아기자기하게 꾸며져 있으면 좀더 맛있게 느껴지고, 모양에 맛이 따르지 않으면 더 맛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딴 생각을 하면서 읽은 책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딴짓을 하며 먹으면 맛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다. 
“왜 그렇잖아요, 쫀득한 질감, 냄새, 씹을 때 느낌…. 사람들이 밥 먹을 때, 영양분도 중요하지만 먹는 그 자체를 즐기는 것처럼 저도 책을 그렇게 읽어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내용만 보고 책을 사는 건 단백질 몇%, 지방 몇% 하는 함량을 보고 고르는 것 같아서 싫더군요.”
심상덕 원장이 무조건 서점에서 책을 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책표지를 만지고, 손가락 끝으로 날선 책장을 느끼고, 때로 드물게 풍기는 종이 냄새를 맡는 것도 독서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식을 먹고 나면 사라지는 것처럼 ‘읽어 치우고’ 나면 다시 돌아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책을 구입하는 데 그리 재는 편은 아니다. 산 책을 다 읽는 것도 아니요 한 줄만 건진 게 있어도 책값은 다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책이 쌓이는 속도도 빠르다. 
“아내는 왜 그렇게 책을 ‘사 제끼냐’고 불만이죠. 그러면 저는 들어가는 게 있어야 나오는 게 있다고, 다 투자라고 말하죠. 제 진료 분야에 대한 책과 미술에 관한 책을 쓰겠다고 항상 말해왔거든요. 사실은 올해 그걸 쓰고 싶었는데 벌써 한 해가 다 가네요.” 
올해 세운 목표는 한 주에 책 한 권씩, 52권을 읽는 것과 책 쓰기였는데, 책 읽는 목표는 달성할 듯하지만 책 쓰기는 잘 모르겠단다. 
소망은 출입문을 뺀 모든 벽이 책장으로 둘러싸인 서재를 갖는 것이지만 상황을 봐서는 요원(?)한 듯 보이고, 그래서 선택한 방법은 과감한 책 정리다. 7년 전부터 매년 늘어낸 책짐 중 절반을 버리는 것으로 집을 집답게 유지하고 있는데, 대신 가끔 참고해야 할 책이 생길 때는 버린 게 아쉬워진다. 
해결책은 올해부터 실천에 옮기고 있는 독서 메모. 소설류는 간단한 독후감이 되겠지만 그 외 다른 분야 책들은 인상 깊은 내용, 인용할 만한 구절 위주로 요약한다. 엑셀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한 달에 한 장씩 메모를 하고 있는데, 얼핏 보이는 이번 달 메모에는 이틀 간격으로 정리한 날짜가 보이니 한 주에 한 권 이상은 읽고 있다는 말일 터다. 
“사실 가끔씩 내가 뭐하는 사람인가 싶기는 해요. 환자 보면서 짬이 날 때마다 책을 읽는 건지, 책을 읽는 짬짬이 환자를 보는 건지, 하하.”
책 좋아하는 사람이 책 버리는 것만큼 쉽지 않은 일이 어디 있겠나, 그런 질문을 던져도 심 원장은 단호하다. 아무리 감명 받은 책도 한번 읽은 후 다시 읽는 경우는 거의 없더라는 것이다. 대신 글을 쓸 때 인용할 부분이 아쉬운 경우를 대비해 독서메모를 선택한 것이다. 
책을 읽을 때 메모할 만한 내용은 그때그때 표시를 해둔다. 그가 꺼내드는 <문학의 숲을 거닐다>에는 색색의 포스트잇이 가득 붙어있다. 
한번 마음에 든 작가의 책은 모두 읽는 편으로, 요즘 좋아하는 작가는 파울로 코엘료, 아멜리 노통브, 베르나르 베르베르다. 
“감성적인 작품을 좋아한다구요? 예전에는 연애소설만 읽었어요. 제 기억에 있는 최고의 연애소설은 투르게네프의 첫사랑, 그리고 적과 흑이죠. 알고 보니 몇몇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소설이 아니면 소설은 다 연애소설이에요. 그렇더라구요.”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책이름과 저자 알아맞히기가 취미일 정도로 ‘아는 데’ 중점을 뒀지만, 요즘은 잊어버리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래서 가장 즐기는 장르도 시집, 수필류다. 
“제가 마라톤을 하는데요, 마라톤도 그렇고 독서도 그렇고, 하는 도중에는 현재의 고민이나 머리 아픈 일은 모두 잊게 되죠. 마라톤은 처음에는 건강을 위해 시작했다가 건강을 해칠 정도로 빠져드는 사람도 있거든요. 책읽기도 처음에는 더 알고 싶다는 목적을 갖고 시작했는데 요즘은 그 자체로 즐겨요.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심상덕 원장에게 책읽기는 생활의 중심이다. 인터넷과 매체를 통해 많은 글을 쓰고, 언젠가 책을 낼 욕심을 갖고 있는 그로서는 남의 책은 흘려보낼 수 없는 글의 소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은 물론 글을 쓰는 경험도 많이 했으면, 하고 바란다. 
“글은 제가 맘대로 쓸 수 있으니까 어쩌면 신의 영역을 넘보는 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경험의 강렬함이라는 측면에서 읽기는 쓰기에는 못 미치는 것 같아요.”
진정한 독서가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그의 생각을 듣고 나니 심 원장이 내민 추천도서 목록이 예사로 보이지 않는다. 마치 작가의 자료 수첩을 보는 느낌이랄까. 추천도서라기보다는 최근에 읽은 기억나는 책들이라는 설명이 더 나은 목록이긴 하지만 분류와 설명이 어느 추천목록보다 이채롭게 보인다. 아래는 심원장이 책을 정리하는 방식을 그대로 재현해 본 것이다. 물론 읽은 날짜가 표기되고 짧은 추천이유 대신 좀 더 길고 깊은 소감이 곁들여진다.

글·사진 김민아 기자 licomina@fromdoctor.com

심상덕 선생이 추천하는 책들

1. 세스 고딘의 "보랏빛 소가 온다" (경영서)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게 해준다.
2. 피터 드러커의 "리더가 되는 길" (자기개발서)
3. 마크 젠번의 "우체부 프레드" (철학서) 인생을 의미있게 살도록 되새겨준다.
4. 메트 노가드의 "미운 오리새끼의 출근" (우화) 오랜 동화가 안겨주는 유머와 교훈을 설명해준다.
5. 가와이 마사요시의 "다이어리를 매니저로 활용하라" (시간관리) 시간과 일정관리를 도와준다.
6. 사카토 겐지의 "메모의 기술" (시간관리) 시간과 일정관리를 도와준다.
7.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철학서) 사랑에도 기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8. 장영희의 "문학의 숲을 거닐다" ( 문학에세이) 다른 사람에 손내미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 준다.
9.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 (소설) 삶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10. 아멜리 노통브의 "살인자의 건강법" (소설) 읽는 재미가 있다.
11.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뇌" (소설) 읽는 재미와 인간의 본능에 대한 분석이 뛰어나다.
12. 이정하의 "어쩌면 그리 더디 오십니까" (시집) 삶이 힘들 때 위로가 되어준다.
13. 용혜원의 "이 세상에 그대만큼 사랑하고픈 사람있을까" (시집) 삶이 힘들 때 위로가 되어준다.
14. 류시화의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시집) 삶이 힘들 때 위로가 되어준다.
15. 조선희의 "왜관 촌년 조선희의 카메라와 질기게 사랑하기" (사진 에세이) 사진에 대한 열정이 있다.
16. 다카시나슈지의 "명화를 보는 눈" (미술 에세이) 유명한 명화에 대해 재미있게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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