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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시론]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2013-03-18 20:43| 글쓴이: 심상덕| 댓글: 0



[시론]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

2005년 02월 22일 (화)
심상덕  

만일 당신 수중에 정말 어렵게 번 돈 500만원이 있는데 그 돈을 다른 누군가에게 나누어주어야 한다면 당신은 그 돈을 어떤 식으로 누구에게 나누어주겠는가.  얼마 전 어느 성인 나이트클럽에서 홍보를 위해 무차별로 여러 사람들에게 5000원 또는 1만원짜리를 뿌려 던진 것처럼 나누어주겠는가. 아니면 소년소녀 가장이나 건강이 좋지 않은 독거 노인처럼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신중히 골라 나누어주겠는가. 말할 것도 없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소중한 돈을 앞의 경우처럼 그렇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트클럽의 사장도 아니면서 돈을 그렇게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건소에 가면 임신한 산모들은 누구나 무료로 빈혈 치료제나 산전 검사들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독감 예방접종 철이 되면 무료로 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로 보건소 앞에 인산인해를 이룬다. 물론 그 사람들 중에는 그나마 보건소라도 이용하지 않으면 검사도 못하고 주사도 맞지 못할 만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몇몇 소수의 사람을 제외하면 대부분 사람에게는 그런 혜택을 보건소에서 받지 못했다고 해서 가정의 생계가 파탄 날 정도는 아닐 것이다.  

얼마 전 치매 부모를 모시다 견디지 못하고 집안이 풍비박산이 나서 생활보호 대상자로 전락한 어느 중산층 가장의 기사를 읽었다.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사설 요양원의 입소 비용이 너무 비싸고 국가가 운영하는 공공요양 기관은 입소 기준이 너무 까다로워 어지간한 사람은 입소할 수 없다고 기사에서는 쓰고 있었다. 무서운 속도로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의 처지에서 앞으로 이와 비슷한 어려움에 처하는 가정들은 점점 늘어날 것이다.  

치매 노인 문제뿐 아니라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분야는 또 있다. 요즘 자폐아와 그를 둔 부모의 이야기를 다룬 `말아톤'이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많은 사람이 관람했다고 하는데 이 부모들이 겪는 고통도 치매 가족에 못지 않다.  

이 자폐아의 어머니는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고 아들을 돌보면서 보낸다고 하는데 그의 유일한 희망은 그저 자신의 아들보다 하루 늦게 죽는 것뿐이란다.  사설의 특수치료 시설은 비용이 비싸서 이용할 수가 없고 그렇다고 국가에서 이런 부분을 감당하는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도 들어보지 못했다.  

이뿐 아니라 혈우병을 포함하여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워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필요한 질병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산모들의 빈혈 치료제 공급이나 산전 검사 또는 독감을 포함한 예방접종 사업 등도 물론 중요하다. 다만 국가의 한정된 의료 자원 배분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보았을 때 어느 것을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지를 말하는 것이다.  

스티븐 코비라고 하는 미국의 성공학 강사의 책 중에 `소중한 것을 먼저 하라'라는 책이 있다. 우리가 가진 돈이나 시간, 열정 등 여러 가지 자원들은 무한정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찮고 사소한 일보다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먼저 집중하는 것이 성공하는 삶의 관건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이렇게 우선 순위에 따라 일을 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비단 개인에게만 국한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국가의 정책 특히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책임지고 증진시켜 나가야 하는 의료 정책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한정된 자원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떻게 분배하느냐 하는 것에는 사람마다 의견이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기본으로 삼아야 할 원칙 한가지는 그 자원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우선적으로 나누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옛 로마 시대에는 황제의 행차가 있을 때마다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에게 금화를 던져 나누어주면서 황제의 후덕함을 과시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의료 정책이 로마 시대 황제의 행태나 또는 홍보를 위해서 아무에게나 돈을 뿌리는 성인 나이트클럽의 행태와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면 너무 지나친 비약이라고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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