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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신문] [시론]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2013-03-18 20:46| 글쓴이: 심상덕| 댓글: 0



[시론]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
2004년 12월 21일 (화)
심상덕

별을 본 지가 언제인지 모르겠다. 

아마 어릴 적 외할머니 댁의 평상에 걸터앉아서 견우와 직녀의 전설을 들으면서 쳐다보았던 밤하늘에서였거나 아니면 고민 많던 사춘기 시절 늦은 밤거리를 헤매면서 올려다본 하늘에서였을 것이다. 

잊고 살고 있는 것 중에 별이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아마도 마음 깊은 곳에 있는 그리움이 컸기 때문이리라. 
어디에선가 잃어버렸는데 도저히 어디인지는 생각나지는 않고 이제는 다시 찾을 수도 없는 소중한 것. 

별은 그렇게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꿈의 다른 표현형이다. 
그래서 잃어버린 꿈과 함께 더 이상 별을 쳐다보지도 생각하지도 않는다. 
어른이 되어서도 별을 쳐다보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천문학자가 아니면 시인일 것이다. 

별이 우리가 잊고 사는 것 중 가장 멀리 떨어진 것이라면 가장 가까이 있으면서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잊고 살고 있는 것도 있다. 

어깨에 짊어진 그것의 무게는 8톤이나 나간다고 하며 잠시라도 없으면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을 느껴야 할 뿐 아니라 어쩌면 소중한 자신의 생명까지 내놓아야 할 지도 모르는 것. 

그리고 무생물에도 감정이 있어서 사람이 자기를 잊고 살아서 서운하게 느낀다면 아마도 일등을 차지할 만한 것. 

정답은 공기다. 

항상 내 주변에 있으며 심지어는 내 안에도 들어와 있지만 그 존재를 느끼면서 사는 사람은 없다. 
물론 중요하다고 해서 그 존재를 항상 느끼고 살아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래야 한다면 매번의 대화도 공기에 대한 생각 때문에 끊어져서 단 5 분의 대화조차도 제대로 해나가기가 힘들 테니까 말이다. 

별/공기 무심히 지나치기엔 너무 '소중'

별이나 공기하고는 좀 차원이 다른 것이지만 역시 흔히 잊고 살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원칙을 지키는 자세라고 생각한다. 
원칙을 지킨다고 하는 자세가 별과 같이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것일지 아니면 공기처럼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처한 상황과 분야에 따라 아마 그 중간 어디쯤인가에 위치할 것이다. 

의료 분야에 대해서 말한다면 의료인으로써 원칙을 지키는 자세란 건강한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대단한 의미가 없겠지만 현재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공기만큼이나 소중할 것이다. 
고통 가운데 있는 그들에게 있어 실력이나 친절도 중요하지만 의료인으로써 원칙을 지키며 정도를 걷는 자세보다 중요한 것은 아니다. 

말하기로 하면야 우리가 잊고 살고 있는 것들이 어찌 이 세 가지뿐이겠는가. 
그런데도 이 세가지 예를 든 것은 우리가 평소 잊고 살더라도 절대 잊지 말고 때때로 한번쯤은 꼭 기억했으면 싶은 것이 있기 때문이다.

신뢰 등 바탕 '원칙 지키는 자세'도 중요

그것은 당연한 것들의 소중함이다. 

별이던 공기이던 또는 원칙을 지키는 자세이던  우리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누리는 것들이 사실은 저절로 얻어 지는 것이 아니다. 
별을 쳐다볼 수 있는 여유란 황폐하지 않은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며 신선한 공기는 잘 자란 좋은 숲에서만 나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원칙을 지키는 자세도 저절로 얻어 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간의 신뢰와 누군가의 희생과 의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그럼으로 오늘밤에는 고개를 들어 별을 한번 올려다보자. 

그리고 가까운 뒷산에 올라 신선한 공기를 천천히 음미하면서 가슴 깊이 들여 마셔도 보자. 

또한 원칙을 지키며 정도를 걷기 위해 나는 얼마나 노력했는지 되돌아보자. 

그러면서 평소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 들였던 것들의 소중함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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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우

하품

나빠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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