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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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 꾼 꿈

인기지수 3 2275번 조회2014-06-29 10:58

새벽에 입원한 산모가 진행이 느려서 출산을 못하고 있어 진료실에 내려와 중간 중간 글도 쓰고 하다가 하도 졸려 진료실 옆 초음파실의 검사 침대에서 감깐 잠이 들었습니다.
한참 꿈을 꾸다가  전화벨 소리에 깼는데 꿈꾸다 바로 깨서 그런지 꿈이 현실인것처럼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군요.

꿈에서 저는 역시 자궁이 다 열려 곧 출산을 해야 하는 산모의 분만을 돕고 있었는데 아무리 해도 아기가 내려 오지 않아서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배도 누르고 해 보는데 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는군요.
흡입기를 쓸 수 있을 정도로 내려 오지도 않았고. 답답한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까지 나가서 주변이 어두워졌습니다.
엎친데 덮친다더니 어쩔 줄 모르고 있는데 산모의 남편이 제가 있는 스테이션으로 나왔습니다.
남편: "지금 산모 상태가 어떻습니까?"
나: "진행이 잘 안되지만 산모나 아기 모두 아직 잘 견디고 있으니까 좀더 기다려 보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왜 그러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남편이 말을 하면서 제 옷을 꽉 잡고 있는데 옷과 함께 살이 찝혀서 아프네요.
나:  "손 잡으신 옷에 제 등살이 찝혀 아프니 손은 좀 놓아 주시면 좋겠습니다."
남편: "왜 어때서?"
갑자기 남편이 반말을 하더군요. 꿈이란 것이 원래 그렇지만 밑도 끝도 없이 이해불가능한 상황들이 종종 생깁니다.
그리고 꿈에서는 그런 이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하여 대체로 이유를 따져 묻지 않고 받아들이더군요.
남편: "왜 이렇게 진행이 안되나요?"
나: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아기 자세가 안 좋아서 그럴 수도 있고...."
물론 저는 계속 등을 꽉 잡힌 채로 대답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편: "그럼 여기서는 불안해서 안되겠고 옆의 큰 병원으로 옮겨야 겠습니다."
나: "그렇게 하십시요. 근데 어디로 가시려고 하십니까?"
남편: "옆의 I 병원으로 가겠습니다."
나: "그 병원에 혹시 연결될만한  분 있으신가요?"
남편: "내가 그 병원의 의사입니다."
모든 것이 가능한 꿈이라서 그렇겠지만 왜 근무하는 병원을 놓아두고 저희 병원으로 왔는지에 대하여 궁금하거나 이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고 알았다고 하고 산모를 전원을 하였습니다.

꿈이라서 얼마간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는 없지만 조금 있으니 직원이 제게 와서 말하길 그 산모가 옮겨간 병원에서 저를 오라고 한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그 병원으로 달려 갔더니  흰가운은 입었지만 의사 같지는 않고 형사인 듯 것 같다고 생각이 되는 어떤  사람이 저를 보자마자 솔직하게 대답을 하라고 하네요.
나: "왜 그러시죠?"
형사 같이 생긴 사람: "당신이 보던 산모가 지금 제왕절개 중인데 거의 사망 직전의 상태입니다. 수술이 곧 끝나고 정식으로 조사하겠지만 우선 당신의 진술을 듣고 싶어서 불렀습니다."
왜 수술 끝난 다음도 아니고 더군다나 경찰서도 아닌 그 병원으로 저를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역시 꿈이라서 그런 것에 대하여 궁금증은 들지 않았습니다.
나: "말씀하세요."
형사 같이 생긴 사람: "뭘 잘못했는지 아시고 있죠?"
나: " 예?"
형사 같이 생긴 사람: "왜 그따위로 일을 처리했습니까?"
황당한 질문에 대답을 하고 있으면서  그 수술에 참여하고 있어 지금은 여기 없지만 수술이 끝나면 나오게 될 남편으로부터 내가 무슨 봉변을 당하게 될까 걱정하는 마음 때문에 형사 같이 생긴 사람의 말은 잘 귀에 들리지 않았습니다.
취조 중 마침 전화벨이 울려 형사 같이 생긴 사람이 전화를 받으러 잠시 자리를 나가는가 싶은데 그래도 계속 전화가 울립니다.

그때 제 정신이 돌아오면서 저는 꿈에서 깼습니다.
시계를 보니 아침 9시군요. 한 30분 정도 깜빡 졸은 것 같습니다.
새벽에 입웝한 산모가 촉진제라도 맞고 빨리 낳고 싶다고 하는 내용과 어제 밤에 병원으로 전화를 했던  다른 초산모도 방금 병원에 왔다는 현경샘의 전화이네요.
악몽의 꿈이 빨리 깨서 다행입니다.
그 뒤의 이야기는 상상하고 싶지도 않으니까요.
그런데 사실 진통 산모가 있을 때 졸려서 잠깐 비몽사몽으로 있을 때는 이런 종류의 꿈을 종종 꾸기는 합니다.
대체로 기쁘고 그런 내용의 꿈은 없고 아찔한 종류의 꿈이 많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꿈은 깨고 나면 기억은 잘 나지 않고 어떤 한 장면만 희미하게 기억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여하튼 올라가서 진찰을 해 보니 한시간 전에 진찰했을 때와 달라진 것이 없어 촉진제를 쓰기로 했습니다.
지시를 해 두고 나서 출근하면서 혹시 배가 고프면 먹어야지 싶어 사둔 삼각김밥을 전자렌지에 데워서 먹었습니다.
원래 저는  아침을 먹지 않는데 새벽부터 나와서 왔다갔다 했더니 좀 허기가 져서 늦은 아침이지만 김밥과 커피로 때웠습니다.
물론 오른쪽에 있는 커피는 설탕 한 스푼 듬뿍 들어간 설탕 커피입니다. ㅋㅋ
그나저나 두분 다 빨리 순산했으면 좋겠습니다.


좋군

와우

하품

나빠
1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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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글 땅콩산모 2014-06-29 11:12
아이고야... 분만 스트레스가 극심하신가보군요 ;;;;,
꿈에서조차 산모 남편에게 움켜잡힌 등살이 아프셨다면
등에 뭔가 잡동사니를 깔고 주무신 건 아니구요?

전.. 어릴때..  다리미판 위에 누워 낮잠을 잔 적이 있는데요.
다리미판 모양이 관 모양인 칠성판 모양 같다는 엄마말을 떠올리며 잠이 들었는데..
꿈에서 귀신이 제 몸을 막 간지르는 데 전 움직일수도 소리를 지를수도 없어 잠에서 깨어날때까지 엄청 공포에 떨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ㅋㅋ
어렵게 깨어나서도 방 한구석에 널부러져있는 외투가 마치 제게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대는 어마무시 큰 불독으로 보여 어찌나 꼼짝 못하고 얼어 있었던지...
담부턴 절대 칠성판 위에서 안잡니다 ㅋㅋㅋ
답글 심상덕 2014-06-29 12:36
땅콩산모: 아이고야... 분만 스트레스가 극심하신가보군요 ;;;;,
꿈에서조차 산모 남편에게 움켜잡힌 등살이 아프셨다면
등에 뭔가 잡동사니를 깔고 주무신 건 아니구요?

...
초음파 침대는 평평해서 뭐가 깔린 것은 없었습니다.
분만은 언제나 긴장의 순간이죠. 더군다나 출산하지 않은 산모가 있으면 잠도 깊게 들지 못하고 비몽사몽이죠.
어떤 때는 꿈과 현실이 뒤죽박죽 섞어서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현실인지 구분이 잘 안될때도 있습니다. ㅎㅎ
답글 piano611 2014-06-29 12:38
손가락을 다치기 하루 전날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소셜에서 산전 마사지 쿠폰을 구매해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었어요. 다리가 너무 붓기도 했고 마사지를 받으면 일시적이지만 기분이 좀 좋아지기도 해서 출산전에 받으려고 한것인데 거기서 좀 속상하고 황당한 일을 겪게 되었어요. 그 심란한 마음이 다음날 꽃꽃이 수업에서 이어져 손가락을 다치기까지 했었네요.
연애때는 남편과 호텔급의 럭셔리한 샵에도 종종 가곤 했었는데 이제 살림을 생각하고 곧 아이와의 미래를 생각하다보니 조금 아끼려다 이런 일을 당했나 싶어 마음이 좀 울적해졌어요. 금요일에 원장님께서 드레싱 해주시며 마음 써주시고 아기와 저를 걱정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한결 위로받고 집에 돌아왔었어요. 하지만 마음을 아직 비우지 못해 그런것인지 꿈에서도 그 마사지샵과 비슷한 억울한 상황에 놓이는 꿈을 이틀 연속으로 꾸고 있네요. 꿈에서 울면서 엄청 큰 소리로 소리 지르면서 싸우다가 뱃속 아기에게 영향이 있을까봐 전전긍긍 걱정하고 미안해 하는 꿈이었어요.
2주전에 정기검진때만 해도 책임감과 실력 그리고 경험을 겸비하신 심원장님 믿고 또 아이가 좀 작다고 해서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그닥 없었는데 예정일 며칠 앞두고 있는 지금은 왜 이리 심란한가요. 선생님 꿈이 제게 일어날 일인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러네요. 부디 무사히 순산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답글 심상덕 2014-06-29 13:03
piano611: 손가락을 다치기 하루 전날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소셜에서 산전 마사지 쿠폰을 구매해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었어요. 다리가 너무 붓기도 했고 마사지를 받으면  ...
출산이 가까워 오면 아무래도 이것저것 신경도 쓰이고 걱정도 되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먼저 손가락 다치신 것으로 액땜을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그리고 꿈은 흔히 반대라고도 하죠.
그래서인지 그 꿈을 꿀때 진통하던 산모도 그리 오래 고생하지 않고 조금 전에 순산했습니다.
물론 아기 산모 모두 건강하구요.

메리츠 은행 CF에 걱정 인형 CF가 있던데 그런 걱정은 제게 맡기시면 됩니다.
제가 걱정인형이라 대신 걱정해드릴테니 산모분들은 아무 걱정할 것이 없습니다. ㅎㅎ.
상처 소독 잘 하시고 정기 진료일에 오시면 됩니다.
순산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답글 piano611 2014-06-29 13:12
심상덕: 출산이 가까워 오면 아무래도 이것저것 신경도 쓰이고 걱정도 되기는 하겠지요.
그러나 먼저 손가락 다치신 것으로 액땜을 했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 ...
선생님 감사합니다. 걱정은 선생님께...위로받고 용기가 생기는 마음이예요.
답글 오현경 2014-06-29 13:18
piano611: 손가락을 다치기 하루 전날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소셜에서 산전 마사지 쿠폰을 구매해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었어요. 다리가 너무 붓기도 했고 마사지를 받으면  ...
마음이 불안하면 이것저것 소소한 일들에 괜한 의미부여를 하게되고
신경쓰이기 마련인것같아요.
생각이 많아질수록 괴로운것 같아요!

별거 아닐거에요. 너무 크게 마음 쓰지마시고 기분좋게 유쾌하게 지내세요  
출산에 대한 두려움은 저희 분만실에서 절반쯤은 더 덜어드리면
많이 가벼우시겠죠? ㅎㅎㅎ 곧 만나요~
답글 땅콩산모 2014-06-29 13:37
piano611: 손가락을 다치기 하루 전날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소셜에서 산전 마사지 쿠폰을 구매해서 마사지를 받으러 갔었어요. 다리가 너무 붓기도 했고 마사지를 받으면  ...
저도 그랬고 다들 그래요.. 출산일 다가오면 겁이 나죠^^;
혹시나 뭔가 잘못 되지나 않을까..응급상황이 생기지나 않을까... 아기가 나왔는데 울지를 않거나 이상이 있지나 않을까...
그래서 만삭땐  흉흉한 악몽에 자주 시달린다고들 하더라구요.
심장님 분만실 샘들.. 모두가 노련한 베테랑들이시니 믿고 맡긴다 생각하고 맘 편히 가져보세요^^
답글 이연경 2014-06-29 16:49
저는 예전에 돼지가 점프해서 제 위로 떨어진 꿈을 꾼적이있는데 옆에 세워놓았던 상이 자고있던 저한테 엎어진거였다능~~~ 그나저나 꿈인줄 알았으면 억울해서라도 이어서 꿀때 있지않으신가요??? 이제 꿈인줄 알았으니 넌 죽어씀 ㅋㅋㅋ 이렇게 다음번엔 꿈을 이어가서 복수해보세요!ㅋㅋ
답글 심상덕 2014-06-29 18:11
이연경: 저는 예전에 돼지가 점프해서 제 위로 떨어진 꿈을 꾼적이있는데 옆에 세워놓았던 상이 자고있던 저한테 엎어진거였다능~~~ 그나저나 꿈인줄 알았으면 억울해서 ...
그런 연구 실험이 많습니다.
잘 때 이마에 물 한방울 떨어트렸더니 물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꿈을 꾼다거나 폭우를 맞는 꿈을 꾼다거나....
왜냐하면 대뇌가 자는 동안에도 우리의 감각은 그대로 깨서 작동을 하니까요.

여하튼 억울한 꿈은 이어서 꾸고 싶은 생각은 없고 이쁜 여자가 나오는 꿈은 이어서 꾸고 싶기는 한데 바램대로 잘 되지는 않더군요.ㅋㅋ

근데 연경님 꿈에 그렇게 떨어진 돼지는 어떻게 되었나요?
혹시 보쌈해 드셨는지 ?? ㅎㅎ
답글 이연경 2014-06-29 18:17
심상덕: 그런 연구 실험이 많습니다.
잘 때 이마에 물 한방울 떨어트렸더니 물속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꿈을 꾼다거나 폭우를 맞는 꿈을 꾼다거나....
왜냐하면 대뇌가  ...
돼지꿈인줄알고 엄청 좋아했는데 복권은 "돼지"도않았다는 슬픈이야기요~~~~ㅠㅠ
고등학교때인가? 예전에는 꿈에 하도 잘생긴 남자들이 많이나와서
전화번호를 물어보고 바로 적을라고 머리맡에 수첩이랑 펜을 두고 잤었다는
실화도 있습니다 ㅋㅋㅋㅋㅋ
슬픈건 머리맡에 두고 자기 전에는 항상 깨고나서도 전화번호가 생각났었는데
본격적으로 적어볼라고 하니까 꿈에서 깨면 생각이 안나더라구요 ㅠㅠ
답글 심상덕 2014-06-29 18:37
이연경: 돼지꿈인줄알고 엄청 좋아했는데 복권은 "돼지"도않았다는 슬픈이야기요~~~~ㅠㅠ
고등학교때인가? 예전에는 꿈에 하도 잘생긴 남자들이 많이나와서
전 ...
원래 머리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자기가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면 정신 바짝 차리고 기억을 하지만 누군가 (노트나 수첩)이 대신한다고 생각하면 자기가 할일을 태만하게 합니다.
휴대폰에 단축 번호로 저장된 전화번호들은 대개 기억을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 메카니즘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머리 맡에 수첩을 놓아두지 마시고 그냥 잠에 들었다가 꿈에서 깨면 바로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세요.
누가 받을지 저도 좀 궁금하군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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