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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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일째가 지나고 있네요

인기지수 7 1386번 조회2014-08-04 12:09

오늘이 8월 4일이니 개원 2년째인 11월까지는 서너달 정도 남았습니다. 
원래는 작년 11월쯤 병원을 그만두려 했었는데 그 무렵 갑자기 최안나 샘이 그만 둔다 만다 하다가 확장하여 재투자 하기로 하였다가 결국 그만두게 되어 병원이 어수선하고 그리고 진오비 산부인과도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되는 상황이라 1년 더 힘을 쏫아 보기로 하여 지금까지 왔습니다.

생각해 보면 산부인과 의사로 20여년 분만 현장만 지키면서 여러 사건 사고도 많았고 의사로서의 원칙도 때로 지키지는 못했지만 원칙을 지키고 생명을 존중하려는 철학까지는  잃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비록 성별도 법에서 정한 32주 이전에는 알려주지 않아 항의도 많이 듣고 적응증을  벗어나서 제왕절개를 하지 않으려고 무리하게 자연분만을 고집하다보니 수술을 원하는 산모들께는 사기꾼 소리도 듣고 수술 안하는 의사로 알려지기도 하였습니다.
다니던 병원을 바꾸어 옮겨 오시려는 분들은 가급적 다니던 병원을 다니시면서 그 병원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산부인과 의료 환경의 개선책이라고 생각하여 전원을 만류하는 바람에 오만하고 무뚝뚝한 의사로 비춰지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내용은 어떻든 친절만 외치고 산모가 원하는 것이면 그것이 결국 그 사람에게 해롭든 어떻든 무엇이든 들어주고,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살인과 강도짓 외에는 모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병원 경영 풍토가 구역질 나도록 싫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상에는 저와 같은 의사도 한명쯤은 필요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서울의대 나와서 서울대병원에서 수련하고 모두 가고 싶어 하는 삼성의료원에서의 근무 경력도 가지고 있어 비록 별 것은 아니지만 나름 최고 수준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 동기들이나 선배들 중  그런 백그라운드에도 불구하고 저처럼 일선 동네 의원을 개업하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고 모두 대학병원의 교수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강남의 대형 병원에서 폼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는 소신도 있고 나름 실력도 갖춘 의사의 제대로 된 진료를 제가 있는 곳의 분들에게도 충실히 제공하여 의료 서비스에 관한한 돈이 많고 권력이 있는 사람들뿐 아니라 돈이 없어도 권력이 없어도  누구나 껍데기 측면에서는 아니라도 내용면에서는 최상의 진료를 받도록 하고 싶었습니다.
그것이 의사로서의 제 꿈이었습니다.
더불어 출산이라는 것이 분만하는 그 순간으로 의미없이 끝나지 않도록 산전이나 산후의 소통에 신경을 쓰고 병원이 다시 오고 싶어지는 곳까지는 아니라도 오는 것이 끔찍하게 싫은 곳이 되지 않도록 하고자 했는데 과연 얼마나 그런 목적이 달성되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물론 이런 제 욕심 때문에 댓가로 치룬 것도 적지는 않습니다.
폐업하고 있는 기간이 아니고 개업하고 있는 동안 휴가를 제대로 가 보거나 한달에 단 하루도 마음 편히 쉬어 본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목욕탕조차 휴대폰을 비닐이나 수건에 싸서 들고 들어가야 하고 화장실에 앉아 있으면서도 언제 전화가 올지 몰라 불안합니다.
병원에 있지 않은 시간에 휴대전화가 울리면 혹시 입원한 산모나 아기가 문제가 생겼다는 전화는 아닐지 가슴이 덜컥 내려 앉기 때문에 가족이나 친척, 친구 누구도 제가 전화하기 전에는 함부로 제게 전화하지 않습니다.
부모님께는 아직도 제 앞기람조차 못하고 자나깨나 걱정만 끼치는 불효자일 뿐이고 아내에게는 빵점짜리 남편, 아이들에게는 닮고 싶지 않은 아빠가 되었습니다.
지금도 아내는 하루 빨리 죽는 것이 소원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고 있고 아이들은 앞으로 이 험난한 세상을 잘 헤쳐 나갈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완전 방목하면서 키웠습니다. 

여하튼 이제 그런 실험의 기간도 불과 몇달 남지 않았고 11월까지 남은 기간 동안도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죽을 힘을 다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그래도 안되면 저는 올 12월 말까지만 진료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생활이 유지가 안되서 더 하기도 어렵습니다.
물론 저와 같은 의사--비록 무뚝뚝하기 그지 없으나 의사로서 지켜야 하는 원칙은 자신의 목숨처럼 소중히 생각하고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의사--가 이런 의료 토양에서 필요한지,  산부인과 의사로서 살아 남을 수 있는지에 대한 제 오랜 실험의 결과도 이제 몇달 후면 결론을 내야 합니다.
제게 중요한 4달 중 이제 4일이 지나고 있군요.
창밖은 여전히 구름이 많이 껴서 흐리네요.

좋군

와우

하품

나빠

뭐지

통과

답글쓰기 답글 (12 개 답글)

답글 동네주민 2014-08-04 14:09
얼마 안 남았네요.  언제나 그랬듯 심원장님과 진오비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답글 심상덕 2014-08-04 14:25
동네주민: 얼마 안 남았네요.  언제나 그랬듯 심원장님과 진오비를 지지하는 많은 분들이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결과는 신만이 알 겁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죠.
현재까지 등록된 산모를 보았을 때  8월 출산 예정인 분이 47분, 9월 출산 예정인 분이 44분입니다.
그런데 10월 출산 예정인 분은 20분이고 11월 출산 예정인 분이 27분, 12월 출산 예정인 분이 28분 밖에 되지를 않습니다.
저희 병원의 운영 상황으로는 월 출산 35분이 마지노선입니다.
그동안은 30분 조금 안되거나 조금 넘거나 하는 수준의 출산 산모가 있었습니다.
10월 이후 석달에 대하여 무언가 상당한 정도의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총 세명의 원장,  특히 분만 의사로 두명의 원장이  있어도 좋을 정도의 수준이 아닙니다.
객관적 수치로 봐서는 그리 희망적이라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그러니 성원해 주시는 분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저나 직원들이나 좀더 분발해야 하겠지요.
제가 마음 편히 휴가를 갈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좀 이해가 가셨을지....ㅎㅎ
여튼 걱정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답글 이승은 2014-08-04 15:03
직원이 2명이 갑자기 말도 안하고 나가버리니 식사하시면서도 당신도 그만 두시고 싶으시다 하시더니 결국 장문의 심경을 토로 하셨네요 ㅠㅠ 앞으로 오는 직원들은 철이 좀 든 직원이 왔으면 좋겟어요
답글 심상덕 2014-08-04 15:52
이승은: 직원이 2명이 갑자기 말도 안하고 나가버리니 식사하시면서도 당신도 그만 두시고 싶으시다 하시더니 결국 장문의 심경을 토로 하셨네요 ㅠㅠ 앞으로 오는 직원들은 철이 좀 든 직원이 왔으면 좋겟어요
글쎄 말입니다. 직원들이  직업적 긍지는 관두고라도 최소한의 기본적 예의는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철이 없지만 너무 철이 없는 직원들이  종종 있습니다.
답글 이연경 2014-08-05 00:17
이장님 이야기가 맞는것같아요..  정말 철이든 직원수급이 시급하군요!!! 철까진아니어도 기본매너는 있어야 되는데... 암튼 그렇게 힘든일이있으면 그들이 쉽게 생각하는 걍때려치기! 나도 힘드니까 해보고싶고 그런건 사실이예요 저도얼마전에 일하기싫다고 막 울었거든요 ㅋㅋㅋ 이러고도 아직 다니는거보면....  카드값이 무섭긴 한가봅니다 ㅋㅋㅋㅋㅋ 기운내세요 원장님!! 어찌되든 어쩌시든 응원합니다!^^
답글 심상덕 2014-08-05 00:39
이연경: 이장님 이야기가 맞는것같아요..  정말 철이든 직원수급이 시급하군요!!! 철까진아니어도 기본매너는 있어야 되는데... 암튼 그렇게 힘든일이있으면 그들이 쉽게 ...
걱정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좋은 결과가 있겠지요.
답글 양선영 2014-08-13 02:26
친정에서 편히 쉴 동안 원장님은 맘고생 많이 하신 것 같아 괜히 죄송스럽네요.. 진오비같은 산부인과가. 심장님 같은 의사가 한분은 꼭 계셨으면 하는건 저희의 욕심인지.. 참 큰 위안과 자부심 이었거든요. 결과가 어떻든 응원하고 또 진심으로 잘 되시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답글 심상덕 2014-08-13 09:58
양선영: 친정에서 편히 쉴 동안 원장님은 맘고생 많이 하신 것 같아 괜히 죄송스럽네요.. 진오비같은 산부인과가. 심장님 같은 의사가 한분은 꼭 계셨으면 하는건 저희의 욕심인지.. 참 큰 위안과 자부심 이었거든요. 결과가 어떻든 응원하고 또 진심으로 잘 되시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우리 의료 환경은 저와 같이 원칙을 지키고 최선을 다하더라도 무뚝뚝한  의사보다는  그냥 웃으면서 대충 보고 산모가 원하는 것은 성감별이든 수술이든 해 주는 의사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필요가 있는지 없는지는 좀더 두고 보아서 판단해야 겠지만 필요가 없으면 사라지는 것이 답이겠지요.
여튼 격려해 주시는 분들이 있어 감사합니다.
답글 mina2309 2014-08-13 10:06
힘내세요..순간..9월출산하는것이이리감사한일이
될줄이야싶네요..존폐위기까지말씀하시니..ㅠㅠ
임신초기부터원장님믿고 벌써다음달출산앞두고있는데..
소신있으신모습에. . 간혹산모입장에서서운하기도했지만..
한편으로는오히려신랑과그부분이믿음이더가서좋았는데..
어여주위분들에게알려..조금이라도도움이되드리고싶네요..
힘내세요~~
답글 심상덕 2014-08-13 10:10
mina2309: 힘내네요..순간..9월출산하는것이이리감사한일이될줄이야싶네요..
저 때문에 출산일이 내년인 분들은 불안하실 지도 모르겠네요.
제 실험이 성공하여 제가 계속 출산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지만 만일 그렇게 되지 못하여 제 꿈이 실패한 것으로 결론이 나서 제가 없게 되더라도 진오비 산부인과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니 출산에 대하여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입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답글 zzicgan 2014-08-29 09:57
원장님의 원칙을 존중합니다만, 그래도 아예 사라져서 인간(산모)중심의 의료서비스가 중단이 되는것 보다는 병원 운영이 잘 되어 지속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더 많지 않을까 합니다. 어제 그제 이틀 연속 태동 검사했는데도 처음에 듣던것과는 달리 모두 보험 처리가 되어 병원비가 몇천원밖에 나오지 않아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한 마음이었습니다. 산모도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면 그에 합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정상적인 경제 순환 구조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합니다. 아무튼 여러가지로 신경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답글 달콤짱짱 2014-10-12 01:24

아.. 그랬었군요...
안 그래도 엊그제 산부인과의사들의 어려움에 대한 기사를 보면서 진오비 산부인과.. 심원장님이 생각났어요. 심원장님 같이 소신과 최선만 가지고 사는 의사가 한국에도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위안이 되기도 하며 괜시리 제가 뿌듯했는데..
원장님의 실험(?)기간 동안에 제가 출산을 했었던 게 다행이네요.. 그 실험기간이 길어져 제 다음애들이 나오면 좋을텐데요.. ㅠㅜ 저두 결과가 어떻든 응원하고 또 진심으로 잘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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