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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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리에 얽힌 이야기 몇 꼭지

인기지수 1 6980번 조회2013-04-09 22:18

요즘 인터넷 상에 은어가 많이 쓰이고 있는데 어문 파괴 현상이 심해서 문제라고 하죠?
멘붕이야 거의 국어사전에 오를 기세로 널리 쓰이고 있고 저도 왠만큼 안다 싶었는데 "SC" 니 "제곧내" 이니 모르는 것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가고 있습니다.
"흠좀무"라는 말도 모르고 있다가 얼마전 막내딸내미한테 들어서 알았습니다.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그런 은어 때문 보다는 사투리 때문에 종종 오해가 생기고는 했었습니다.
은어 때문이든 사투리 때문이든 서로간의 소통에 단절을 가져오는 것은 좋은 현상이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여기서 그런 무거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고 그저 제가 알고 있는 사투리와 관련하여 들어서 알고 있는 일화를 몇개 올려 보려 할 뿐입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대체로 아시는 내용일 것 같기도 하지만..... 

마징가?
어느 초등학교에 새로 부임한 여선생님이 환영식이 끝나고 마침 방향이 같아서 교장 선생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갔습니다.
분위기가 뻘쭘한 와중에 어색함을 떨쳐 버리려고 해서인지 교장 선생님께서 뜬금없이 여선생님께 "마징가?"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뭐라 대답해야 하는지 난감해 하던 여선생님은 대답을 안하고 가만히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께서 다시 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여선생님은 계속 대답을 안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에 딴에 리액션을 한다고 "제트" 라고 대답했다고 합니다.
그러자  교장 선생님은 아무 말씀이 없이 한참 있다가 "그럼 막내인가?"라고 다시 물었다는데 아마 제트의 의미가 무얼까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결국  교장 선생님은 여선생님이 장녀인지 묻기 위해 "맏이인가"라고 물었던 것인데 여선생님이 못알아 듣고 엉뚱한 대답을 한 것입니다.
여선생님의 얼굴이 무척 후끈 거렸을 듯 합니다. ㅋㅋ
맏이는 사투리는 아니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교장 선생님의 발음 탓에 오해를 한 것이었죠.
참 요즘은 마징가 제트를 모르는 젊은이들도 많겠군요.
그렇게 언어는 한 세대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황금박쥐나 요괴인간 (뱀 베라 베로)을 알면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일 것이고 교실 이데아나 시나위가 뭔지 알면 30대, 안습이나 지름신 등 인터넷 은어를 거의 다 알고 있다면 아마 10대 중반에서 20대 중반에 속할 것입니다.

단술?
며칠을 굶어 배가 고팠지만 수중에 돈이 없던 중년의 남자는 수중에 든 돈으로는 한끼 식사를 하기에는 모자라고 그렇다고 굶기도 그렇고 해서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주변 포장마차에 단술이라고 써있어서 술이나 한사발 마셔서 요기도 달래고 처량한 자신의 신세도 잊고자 하였습니다.
가지고 있던 돈 전부를 주고  단술 한 사발을 주문했는데 주문한 후에 나온 것은 감주라고 하여 술과는 전혀 관계 없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인생과는 전혀 다른 달콤한 음료였던 것이죠.
처량한 기분을 달래려다가 오히려 요즘의 환타 쯤에 해당하는 단술 한사발만 마시게 되어 쓸쓸한 마음으로 포장마차를 나왔다고 합니다.
대부분 아시겠지만 감주는 식혜라고도 하는데 쌀을 엿기름에 발효시켜 음료처럼 만든 것으로 경상도와 강원도 지방에서는 그 식혜 혹은 감주를 단술이라고 부릅니다.

수그리?
그리고 이건 실제 이야기라기 보다 제가 어렸을 때 많이 떠돌던 유머인 참새 시리즈에 나오는 말입니다.
참새 여러마리가 전기줄에 앉아 있었는데 맨 앞에 있는 대장 참새가 "사냥꾼이 나타나면 내가 신호를 보낼 테니까 모두 내말을 따라서 행동을 해야 아무도 죽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다른 참새들에게 지시해 두었습니다.
때마침 사냥꾼이 나타나자 대장 참새가 지시를 내렸는데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맨 끝에 있던 참새는 결국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대장 참새가 지시한 말은 "수그리"라는 말이었습니다.
이 말은 경상도 사투리로 "수그려라" 즉 머리를 수그려서 총알을 피해라 하는 의미였지만 경상도 사투리를 몰랐던 맨뒤의 참새가 고개를 수그리지 않고 있다가 총알에 맞아 죽었다는 우스개 이야기입니다.
또 다른 해석은 앞의 참새들이 모두 고개를 수그리고 있으니까 맨끝에 있는 참새가 무슨 일인가 하고 호기심에 혼자 고개를 내밀어 보다가 총알에 맞아 죽었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호기심은 좋은 결과도 가져 오지만 뜻밖의 화도 자초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고나 할까요? ㅎㅎ

별로 우습지도 않은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는데 읽는 분들의 소중한 시간을  빼았았다면 죄송합니다. ^^
참고로 아래 이미지는 전에 MBC에서 방송한 다큐멘터리 "사투리의 눈물"이라는 프로그램에 나왔던 영상이라고 하는 데  전부가 모두 다 "많다"는 뜻의 사투리라고 합니다.



좋군

와우

하품

나빠

뭐지

통과

답글쓰기 답글 (3 개 답글)

답글 이수진 2013-04-11 19:44
저는 단술이라고 많이 사용했었는데, 감주라고 누군가 이야기하는걸 듣고는 그게 뭐냐고 물었던 기억이있어요. 크읔..같은 지역사람끼리도 못알아듣는 단어도 많은 것 같습니다.
답글 심상덕 2013-04-12 12:15
이수진: 저는 단술이라고 많이 사용했었는데, 감주라고 누군가 이야기하는걸 듣고는 그게 뭐냐고 물었던 기억이있어요. 크읔..같은 지역사람끼리도 못알아듣는 단어도 많은 것 같습니다.
단술로 알고 있다면 고향이 경상도이든감?
답글 이수진 2013-04-13 07:54
심상덕: 단술로 알고 있다면 고향이 경상도이든감?
넵~ 경상도 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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