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적인 사람들도 문을 잠궜는데도 안 잠근 것 같아서 확인하기도 하고, 더러운 것이 묻어 있는 것 같아서 손을 몇번씩 계속 씻기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강박증이라는 질병의 상태에 이르면 정상적인 직장 생활이나 가정에서의 생활에 지장을 주게 될 수도 있습니다.
"23세의 한 여자 대학생은 집에서 학교까지 전철을 타고 다니면서 보이는 건물들을 모두 기억했다가 다음에 탈때마다 어떤 건물 다음에는 어떤 건물들이 있는지 또는 외웠던 것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을 해야하고 또 길을 갈때도 보도 블록의 중간을 밟고 지나가야지 만약 보도블록과 블록의 경계를 밟으면 그날은 나쁜 일이 생긴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워 했다고 합니다.
또한 그녀는 집안 물건은 항상 반듯하게 정리해야 하며 언제나 깨끗하게 씻는 것이 습관이 들어서 하루에 적어도 2-3시간은 집안 물건을 정리하는데 소모하였습니다.
학교에서 문제집을 풀때도 문제를 푼 다음 답안을 확인하는데 문제의 번호와 답안의 번호가 틀리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몇번이고 답안의 번호를 확인하고 확인하여야만 되었다고 합니다."
위 사례는 강박 신경증을 가진 환자의 생활 모습으로 서울대병원 강박 신경증 클리닉에 올려져 있는 사례입니다.
또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멜빈 유달(잭 니컬슨)"이 영화에서 보이는 다음과 같은 행동도 강박 신경증의 전형적인 예입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집에 들어가면 반드시 5번씩 자물쇠를 확인하고, 길을 걸을 땐 보도 블록의 선을 밟지 않기 위해 애쓰고 길을 다니면서도 다른 사람과 부딪히지 안으려고 몸을 움직이며 피해다닙니다.
식당에서도 항상 똑같은 테이블에만 앉아야 하고 미리 챙겨온 나이프와 포크로 음식을 먹습니다.
Obsessive compulsive disorder라고 불리는 이 강박 신경증 또는 강박증은 어떤 일에 대하여 강박적인 사고 방식에 사로 잡혀 계속 반복적인 일을 하게 되는 비정상적인 행동 양식을 말하는 데 문제되는 것은 자신도 자신의 행동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알고 고쳐 보려 해도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런 강박 신경증은 미국의 경우 전 인구 중 약 5 백만명이나 될 정도라고 하며 이들이 그런 필요없는 사실을 매일 확인하는 데 들어 가는 시간 손실이 하루 네시간 정도나 된다고 합니다.
통계적으로는 전체 인구의 약 2 % 내지 3 % 정도가 이런 강박 신경증에 시달린다고 하니까 우리 주변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되는 군요.
프로이드는 인간의 마음을 욕망(id), 자아(ego), 초자아(superego)의 3 가지 부분으로 분류하면서 강박증은 초자아의 힘이 너무 커져서 항상 자아는 초자아에 종속적이 되어 양심적이고 깨끗함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아직 이런 강박증의 정확한 원인과 정신병리에 대하여는 완전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정신치료나 인지 행동치료로 뇌의 기능을 변화시켜 강박 신경증의 증상이 호전되는 점으로 보아서는 정신 생리학적인 문제가 함께 관련되어 있는 것으로 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는 뇌의 기질적인 이상이 강박증의 원인으로 중요한 요소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원인이 무엇이던 간에 사람이 돈의 노예나 권력의 노예가 되는 것 못지 않게 이런 강박 신경증처럼 마음의 노예가 되는 것도 비극입니다.
스스로를 다스릴 수 없이 그저 마음이 이끄는 데로 이리저리 끌려 갈 수 밖에 없다고 한다면 정말 괴로운 일일 겁니다.
차라리 정신 분열증이나 비정상 단백질로 뇌가 차게 되어 치매를 앓게 되는 알츠하이머 병처럼 병에 대한 인식이 없다면 남이야 괴롭더라도 스스로는 괴로움을 느끼지 못할텐데 이런 강박 신경증은 자신의 행동이 이상하고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쩔 수 없이 벗어 나지를 못합니다. 그것은 촛불에 타들어가는 손가락을 보면서 불에서 손을 땔 수 없을 때 느끼는 고통보다 덜 하다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마음의 노예라고 불러도 무방할 만한 것이 이 강박 신경증 밖에 없을까요 ?
그것이 종교이던 사상이던 아니면 이념이고 편견이던 나는 내가 생각하는 그 무엇의 노예는 아닐까요 ?
이미 그 무엇인가의 노예가 되어서 나의 주인이 내가 아니라면 그런 주인의 자리를 찾는 것은 주인에서 노예로 전락하는 것보다는 매우 힘들 것입니다.
굳이 노예 근성에 젖어서가 아니더라도 대체로 아래로 내려가는 것보다는 위로 올라 가는 것이 항상 힘든 법이니까요.
그러나 아직 아주 낮은 곳으로 완전히 내려가 있기 전이라면 희망을 가지고 자신을 끌어 올려 보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우선 현재 자기의 위치를 정확히 진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내게서 무엇인가를 떼낸다고 전제했을 때 그것이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롭다면 그것에 종속된 노예가 되지 않도록 상당히 조심해야 할 겁니다.
나에게 떼내서는 안될만한 소중한 것이 반드시 없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주의해서 관리하지 않으면 그것의 노예로 전락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다시 바뀌려는 계절의 시작에서 나는 무엇인가의 노예는 아닌가 한번쯤 되돌아 보는 성찰이 있다면 좋을 것입니다.
추가해서 자기가 주인인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가꾸는 데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하는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결국 몸과 마음 총체적 의미에서 자기가 자신의 주인인 것보다 값진 것도 없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