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전 세상을 바꾸는 15분"이라는 프로를 통해 케임브리지 대학 교수인 장하석 교수의 강의를 들었습니다.
그는 물리학자를 꿈꾸었지만 중간에 보다 본질적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기 위하여 "과학 철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분야로 진로를 바꾸었다고 하는군요.
장하석 교수는 "온도계의 발견((Inventing Temperature)"이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졌는데 이 책으로 지난 2007년 과학철학 분야 최고 권위의 러커토시상을 수상했다고 합니다.
참 대단한 사람이죠?
그 책에는 "온도계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등 처음 온도계를 만든 과학자가 겪어야 했을 각종 검증을 다루고 있으며 온도와 관련된 과학적 사실, 그리고 온도계의 역사, 더불어 과학적 사실의 철학적 고찰을 다양하게 조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책은 아직 국내 번역본이 나와 있지는 않습니다.
그런 철학이 비단 과학 뿐만이 아니라 제가 몸담고 있는 의학 분야에 어쩌면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의학 철학에 대하여도 의철학회도 있고 몇권의 책도 번역되어 나오기도 했지만 그 양은 터무니 없이 부족하여 이런 쪽의 학구적 갈증을 가진 사람의 욕구를 채우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하튼 그가 과학자에서 출발하여 과학 철학으로 건너가게 된 구체적 과정은 모르겠지만 아마도 남다른 고민이 있었을 듯 합니다.
저로서야 그런 변화를 감행할 정도의 용기는 없지만 제가 천직으로 삼고 있는 의사의 모든 행위가 어쩌면 하나하나 모두 철학적 고민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고 검토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의학 철학에 대한 공부를 해 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며칠 전 책을 구입하였는데 막상 읽어 보려니 깨알 같은 글씨가 눈과 의욕에 확 부담을 주는군요.
하여 나름 영어 실력도 되고 성실하다고 판단되어 저희 병원에서 제 신뢰를 얻고 있는 몇몇 직원 (배유진 초음파실장, 이수진 분만실장, 김지연 난임 실장, 그리고 한경희씨--저는 이런 것도 직설적으로 밝힙니다. 성실하고 자신의 업무에 최선을 다하면서 모범이 되는 진오비 산부인과 식구에게는 마음 속으로 또는 이렇게 글로라도 나름 인정하고 지지하고 평가해 줍니다.) 중에 한 사람인 초음파 실장에게 부탁해서 하루 한 페이지씩 번역해 보라고 했습니다.
240페이지 분량이니 일년 내에는 끝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