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난자는 생명체를 탄생하게 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초적인 시작인 점은 동일하지만 이 둘은 많은 부분에서 다른 점이 있습니다.
우선 크기에 있어서 정자는 길이가 0.05mm 정도로 인체에서 가장 작은 세포인 반면 난자는 0.25mm 정도로 반대로 인체 내에서 가장 큰 세포입니다.
많은 하등 동물이나 곤충에서 암컷이 더 크고 화려하며 수컷은 왜소한 데 이러한 특성이 정자, 난자와 같은 세포 레벨에서는 사람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지고 있다고 해야겠지요.
그러나 크기를 제외하면 다른 부분에서는 대부분 정자가 강세에 있습니다.
일단 수명이 난자보다 정자가 더 깁니다.
물론 체외로 나와 있을 때가 아니라 가장 적절한 환경에 놓여있을 때지만 난자는 1 일 정도밖에 생명력이 유지되지 않지만 정자는 3일 내지 4일 정도 살아 있을 수가 있습니다.
일회에 만들어 지는 숫자도 정자가 월등히 많습니다.
난자는 1달에 한개나 많아야 두개지만 정자는 한번 배출에 2 억 내지 3 억 마리 정도나 생성되어 나옵니다. 더군다나 정자는 한달이 아니라 빠르면 하루, 아니면 3일이나 4일 마다 그 정도의 숫자가 배출될 수가 있습니다.
엄청난 차이이지요.
물론 정자와 난자의 외형상 가장 큰 차이점은 운동성입니다.
정자는 몸체의 몇배나 되는 긴 꼬리가 달려 있어서 분당 3mm 나 4mm 정도로 움직이는 데 이는 1초에 자기 몸길이 정도 움직이는 매우 빠른 속도입니다.
그래서 수정을 위하여 난관에 이르는 데 불과 두시간 정도 밖에 걸리지를 않습니다.
반면에 난자는 크기가 크면서 자체의 운동성이 없어서 오직 난관이 보유한 섬모 운동의 도움으로만 움직이기 때문에 배란된 후 수정을 위하여 난관에 이르는 데에는 3일에서 4일 정도나 걸립니다.
역시 수십배나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수정 순간인 최후까지 살아 남는 갯수는 어떨까요 ?
난자는 물론 하나 뿐이지만 정자는 300개 정도 됩니다.
2억 내지 3억개나 되는 정자는 처음부터 운동성이 없는 놈, 있더라도 주위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놈, 엉뚱한 방향으로 잘못 가는 놈 등이 많아서 목적지에 도달했을 때는 약 백만 마리 중에 한 마리 정도 밖에는 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런 정자와 난자의 만남과 결합이라는 장대한 드라마에서 아직 밝혀지지 않은 몇가지 의문들이 있습니다.
첫째, 정자는 왜 그렇게 많은 수가 생겨서 사정이 되는가 ?
둘째, 사정된 정자는 어떻게 난자를 찾아 가는가 ?
셋째, 난자는 수정되는 정자를 어떻게 고르는가 ?
넷째, 왜 정자는 성관계에 의한 오르가슴에 의하여 배출이 되는 데 난자는 성적 자극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배란이 되도록 만들어져 있는가 ?
하는 것들이 그것입니다.
한가지씩 다시 좀 짚어 볼까요 ?
1. 정자는 왜 그렇게 많은 수가 생겨서 사정되는가 ?
여성의 난소에는 신생아 시기에는 200만개 정도의 원시 난자가 있다가 사춘기에 다다르면 30만개 정도의 난자만 남습니다.
그리고 배란이 될 때는 성숙하는 난자 한개당 300개에서 1000개 정도의 난자는 소멸되어 흡수되어 버리고 맙니다.
따라서 결국 성숙된 난자로는 평생 400번 내지 500번 정도 배란되며 한달에 한번씩 배란 될 경우 기간으로 34 년이 걸립니다.
초경을 13세 정도에 한다고 가정했을 때 여성의 나이 47세 정도가 되면 배란이 중지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임신으로 배란이 억제되는 시기가 2년 내지 3년이 있기 때문에 보통 49세나 50세 초반에 더 이상 배란이 되지 않는 폐경이 오게 되는 것입니다.
난자도 처음에는 이렇게 많은 숫자가 있다가 아주 적은 숫자로 줄어 드는 데 정자는 여전히 많은 수가 그대로 성숙되어 배출이 됩니다.
난자처럼 정자도 필요한 것은 하나 뿐이며 과정의 험난함을 감안하더라도 마지막에 300마리나 경쟁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매우 심한 낭비이므로 자연 도태되어 없어졌어야 할 현상입니다.
혹시 많은 개체를 이 세상에 남기기 위하여 그렇게 된 것이라고 주장할 학자가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잦은 성관계를 갖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단순히 임신 확률을 올리기 위하여나 개체를 많이 생산하기 위하여 정자의 숫자만 그렇게 많은 것은 이해가 되지를 않습니다.
그런 목적이라면 그 보다는 한번에 배란되는 난자의 숫자가 더 많거나 정자의 생성 주기처럼 짧은 기간에 난자가 성숙되어 배란되도록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겠지요.
개체수를 많이 만들기 위하여 한번에 한 여성을 대상으로 그렇게 많은 수의 정자를 쏫아 부을 필요는 없는 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많은 수의 정자가 만들어 지느냐 하는 것은 아직 의문입니다.
2. 사정된 정자는 어떻게 난자를 찾아 가는가 ?
아직 정립된 학설은 없이 몇개의 가설만이 있습니다.
하나는 난자의 둘레를 싸고 있는 여포 세포로부터 정자를 유인하는 물질이 분비되어 정자를 유인하다는 가설입니다.
즉 수정소라고 부르는 물질 때문이라는 것인데 수정소는 분자량이 약 30만인 당단백질이라고 하며 정자는 이 물질에 대하여 양성 주화성(이끌리는 현상)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물질은 개체마다 달라서 동물의 종류에 따른 특이성이 있기 때문에 인간 정자가 다른 동물의 난자에 의해 유인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 주장의 문제는 그런 물질은 소량이며 난자의 아주 가까운 주변에만 분포할 뿐이기 때문에 자궁이나 질에까지 분비되어 정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발휘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또 다른 하나의 가설은 온도차에 의하여 정자가 난자를 찾아 간다는 학설입니다.
토끼를 이용한 실험을 통하여 보면 수정이 일어난 곳은 암컷의 질이나 자궁 등 생식기의 다른 부위보다도 온도가 높은 곳이었습니다.
그리고 온도의 조정에 의하여 정자가 따뜻한 곳으로 향하는 특성이 있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온도 차이를 감지할 수 있는 정자가 수정을 위하여 상대적으로 따뜻한 곳에 있는 난자를 찾아 간다는 학설입니다.
그러나 인간의 경우 배란후 생식기내 온도가 높은 곳이 존재하는 지 그리고 그런 온도차에 의하여 정자가 난자를 찾아 가는 지는 아직 밝혀져 있는 것이 없이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습니다.
3. 난자는 수정되는 정자를 어떻게 고르는가 ?
300마리나 되는 정자가 난자에 도달하게 된다고 말씀드렸는데 그럼 난자에 가장 먼저 도달한 정자가 바로 수정이 되는 걸까요 ?
그렇지는 않습니다.
늦게 도착했더라도 특정한 위치에 있는 한마리의 정자만이 난자 안으로 들어가게 되며 그 이후에는 견고한 수정막이 형성되어 다른 정자는 더 이상 들어 갈 수가 없습니다.
과거에 정자는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고 난자는 X 염색체만 가지고 있어서 성을 결정하는 것은 남자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가 이러한 현상이 발견되고 나서는 이제는 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일방적으로 정자에게만 그 역할이 달려 있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난자가 어떤 정자를 고르는 지 또 어떤 과정을 통하여 고르는 지에 대한 메커니즘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가장 먼저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른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정자만이 들어 가는 것인지 아니면 난자의 특정 장소에만 정자가 들어 갈 수 있는 문이 있는 것인지 전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만일 어떤 특별한 능력을 가진 정자만이 들어 가는 것이라면 불임 부부에게 많이 시술되고 있는 정자 내 난자 주입술이라고 하는 강제 수정 방법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향후에는 다른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왜나하면 그런 시술 중에 사용되는 정자는 난자의 엄밀한 자체 심사를 거치지 않고 그저 인간의 기준에서 겉으로 보기에만 멀쩡한 정자일테니까요.
따라서 그런 강제적인 정자 주입술은 난자의 입장에서는 어쩌면 외부의 난폭자의 힘에 의한 유린과도 같은 것일지 모르겠습니다.
4. 왜 정자는 성관계에 의한 오르가슴에 의하여 배출이 되는 데 난자는 성적 자극과 관계없이 고정적으로 한달에 한번씩 배란이 되도록 만들어져 있는가 ?
이 역시 잘 알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러면 여성과 남성 모두 고정적으로 일정하게 배란과 사정이 되는 경우와 아니면 둘다 성적 자극에 의해 배란과 사정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남성도 여성처럼 성적 자극과 관계없이 한달에 한번씩 사정이 된다고 가정하면 난자와 정자가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적어지니까 지금처럼 남성 만이라도 성관계시 마다 정자가 배출되는 경우에 비하여는 임신율이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종족의 유지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아니면 여성도 남성처럼 성관계로 오르가슴을 느낄 때마다 난자가 배출되도록 되었다면 어떨까요 ?
그런 경우 두가지 가능성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할 것입니다.
한 가지 경우는 남성처럼 매우 많은 난자들이 수정될 테니까 많은 아기를 임신해서 출산해야 하므로 모체의 건강을 위하여 어류나 개구리 같은 양서류처럼 체외에서 수정하고 발육시키는 상황일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지금처럼 소수의 자녀를 두게 하려면 정자와 난자가 아주 가끔 만나야 할테니까 1 년에 한번 정도 쯤으로 성욕이 발생 하도록 제한해서 배출을 줄이도록 하는 방법일 것입니다.
두가지 모두 인간에게서도 가능한 방법일 수는 있겠지만 잦은 쾌락의 댓가로 많은 자식을 양육하는 부담을 져야 하거나 아니면 소수의 자녀를 양육하는 대신 잦은 쾌락을 포기해야 할테니까 쉽지 않았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추측일 뿐이며 왜 그렇게 되었는 지 정확한 진실은 여전히 알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