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의사는 도둑놈인가?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3-09-22 00:12 제목: 의사는 도둑놈인가? 항간에는 의사는 다 도둑놈이다라는 말이 떠도는 것으로 알고 있다.
아마도 아픈 사람을 치료해 준다는 명분으로 정당한 댓가 수준을 벗어나 환자들의 돈을 과도하게 강탈했다고 생각해서 그런 말이 퍼졌을 것이다.
어떤 점에서는 오히려 일반적 의미의 도둑보다 더 나쁘게 볼 수도 있겠다.
보통의 도둑이야 자물쇠를 든든히 채워 피해갈 수도 있지만 건강 또는 생명이라는 이름의 볼모에 잡혀 있는 환자들로서는 피해갈 도리가 없이 눈뜨고 당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든 일을 하고 환자를 낫게 하기 위해 나름대로 애를 썼다고 생각하는 의사들의 입장에서 보면 이는 매우 불만스러운 평가이다.
이런 괴리는 과연 어디서부터 유래한 것일까?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의료 행위의 가치에 대한 평가 기준이 서로 다른 것이 원인일 것이다.
이미 알고 계신 분도 많겠지만 이해를 돕기 위하여 어느 수리공의 이야기를 옮겨 본다.
고장나 멈춘 자동차를 고치기 위하여 어떤 운전자가 수리소에 들렀다.
수리공은 자동차의 뚜껑을 열어 한참을 이리저리 두들겨 보고 살펴 본 후에 망치로 엔진의 어떤 부분을 내리쳤다.
그후 자동차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시동이 걸렸고 무사히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문제는 자동차를 고친 후 수리비를 지불하는 과정에서 생겼는 데 수리비로 수리공은 10 달러를 청구했고 수리를 맡긴 운전자는 그저 망치로 자동차를 한번 친 것 뿐인데 그 정도 비용은 너무 과하지 않으냐고 항의를 하였다.
수리공의 말은 비록 망치로 엔진을 친 행위에 대한 비용이야 불과 1 달러도 되지 않는 50센트에 지나지 않지만 그 부분이 망가졌다는 것을 알아내고 어떤 부분을 망치로 쳐야 수리가 되는 지 알아 내기 위해 자신이 들인 그동안의 노력과 판단에 대한 비용이 9 달러 50센트라는 이야기였다.
이 말에 수리자가 그대로 수긍하고 지불을 했는지 아니면 계속 항의를 하고 도둑놈이라고 손가락질을 하며 해결을 보지 못했는지 후일담은 듣지 못해 모르겠다.
의료 행위도 이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원가를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서로간에 의견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견해 차이가 조화롭게 조절되지 못하고 의사 일반이 사회 저변으로부터 도둑놈으로 매도되게 된 이유는 사실 역설적이게도 돈을 훔쳤기 때문이기 보다는 정작 훔쳐야 할 것을 훔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도둑들이 훔치는 것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재물일 수도 있고 한 사람의 생명일 수도 있고 또 눈에 보이지 않는 사상일 수도 있으며 중국의 동북공정처럼 다른 나라의 역사일 수도 있다.
도둑의 이야기를 다룬 장자의 거협편에서는 천하를 호령하던 도척이라는 도둑은 도둑들로서 가져야 할 다섯가지 덕목을 이야기했다고 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도둑은 첫째로는 도둑들로써 훔쳐야 할 물건이 어디에 있는가를 꿰뚫어 보는 성(聖)이라는 덕목을 갖추어야 하며 다음으로는 맨 먼저 침입하는 용(勇)의 덕목과 맨 뒤를 지켜 철수하는 의(義)의 덕목, 그리고 진퇴를 그르치지 않게 상황을 판단하는 지(知)의 덕목과 얻을 것을 공평하게 나누는 인(仁)의 덕목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생각이 드는 것은 의사들이 큰 도둑이 되는 덕목으로써 훔쳐야 할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알았다면 오히려 도둑이라는 오명을 쓰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것이었다.
의사들이 훔쳐야 하는 것은 환자들의 가슴에 있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훔쳐야 할 것을 훔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우리 의사들은 환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 바라는 것 하나는 환자들도 의사들이 마음을 훔칠 수 있도록 빗장을 조금은 느슨하게 열어두면 안될까 하는 부탁이다.
이왕 도둑 맞는다고 생각한다면 재물보다는 마음을 도둑맞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리고 의사로써도 훔치면서도 기쁜 마음이 들 수 있다면 굳이 도둑이라는 오명을 쓰더라도 즐거이 웃을 수 있지 않겠는가.
보람이란 많은 재물보다 값진 것이며 대개는 다른 이의 마음을 얻는 것으로부터 오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모든 의사는 정말 도둑이 되고 싶어한다.
다만 돈이 아니고 환자들의 마음을 훔치는 도둑이 되고 싶어한다.
그러나 너무 단단한 빗장은 의사들의 그런 도둑질을 어렵게 만든다.
환자들의 가슴으로 들어가는 빗장이 점점 견고해지는 것 같은 요즈음이다.
글쓴이: 달콤짱짱 시간: 2014-04-24 23:32
그런면에서... 원장님은.. 정말 큰 도둑이세요~♥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4-04-25 00:19
제가 대도라....뭐 작은 도둑보다는 이왕 도둑 소리 들으려면 대도가 낫겠습니다. ㅋㅋ
그나저나 저희 병원 두번째 방문인가 세번째 방문 때 대기실에서 기다리시면서 예약 시간 좀 지켜달라고 항의글 쓰신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간이 많이 지났네요. ㅎㅎ
저나 저희 병원 직원들은 그때나 지금이나 미비한 것 투성이고 찾아 오신 분들을 종종 불편하고 서운하게 만드는 것이 많습니다.
개선을 위해 제가 반성할 것은 반성하고 직원들이 잘못하는 것은 혼도 내고 하는데 뜻대로 잘 되지는 않고 오히려 직원들만 자꾸 퇴사하고 그러는 군요. ㅠㅠ.
세상 참 쉬운 일이 없습니다.
여하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원하고 격려해 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