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오비 산부인과

제목: 저희 병원의 수입은 어떤지 궁금하시죠?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4-03-26 15:10
제목: 저희 병원의 수입은 어떤지 궁금하시죠?
그래서 지난 2월의 저희 병원의 수입과 지출 내역을 알려드립니다

언론에 보면 의사들이 많은 돈을 벌고,  의과대학은 해마다 들어가기 어렵다고 하고......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병원이 돈을 많이 벌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한달 벌어 아파트 한채 살돈을 벌었다는 둥, 냉장고가 돈으로 꽉차 있었다는 둥.
과장도 있겠지만 과거 대다수 의사가 지금보다는 훨씬 경제적으로 형편이 좋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제대로 실천하지 않으면서 살아 온 것이 지금 의사에 대한 인식이 매우 좋지 않게 된 주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뭏든, 지금도 일부 대형 병원이나 성형외과는 월수입이 눈이 번쩍 떠질 정도로 많은 곳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병원도 진료 과목에 따라, 그리고 규모에 따라 양극화가 심합니다.

아래는 저희 병원의 2014년 2월 수입과 지출 내역입니다.
물론 다른 병원들은 이와는 조금 다를 것이고 저희 병원에서도 모든 달이 이와 똑같은 것은 아니지만 지출 부분은 대체로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여하튼 이렇게 지출은 많지만 수입은 별게 없다는 것을 보여주어 산부인과 병원 경영의 애로를 여러분들이 조금은 이해해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부끄럽지만 올려 봅니다.

수입은 크게 외래 수입과 입원 수입으로 나누어지는데 당월의 외래 현금이나 카드 수입과 전달의 외래 보험 청구액을 합한 것이 외래 총수입이며  당월의 입원 산모의 현금이나 카드 수입에 전달의 입원 산모 보험 청구액을 더한 것이 입원 총수입입니다.
저희 병원의 2014년 2월 분만 건수는 18건으로 2월의 외래와 입원시 카드나 현금 수입, 1월의 외래 진료 보험 청구액,  1월에 입원 출산한 산모의 보험 청구액, 이 모두를 더한 것이 2월의 총수입입니다.
1월 분만 건수는 29명으로 적은 편은 아니었는데 그것에 대한 보험 청구분은 2월 수입으로 들어 가게 된다는 것입니다.
사실 2월은 분만 건수나 외래 진료일수가 조금 적어서 다른 병원들도 그렇겠지만 평소보다는 조금 적은 수입이 기록되는 달이기는 합니다.
4월부터는 월 분만이 30건 전후 되는 달이 많으니 지난 2월보다는 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여하튼 그렇게 계산해서 정리한 저희 병원의 2014년 2월 병원 총수입은 96,498,846 원입니다.
지출 내역은 다음과 같으며 총지출은 85,560,402 원이었습니다.
2월 지출 내역
1. 초음파 장비 리스료 3,704,900원
2. 병원 대출상환비 3,385,555원
3. 직원 월급 27,103,220원
4. 건물 월세 및 관리비 22,003,968원
5. 직원 국민건강, 국민연금, 고용보험, 산재보험, 퇴직연금 등 각종 보험료 4,055,850원
6. 의료 분쟁에 대비한 의료배상공제 비용 2,636,000원
7. 각종 공과금과 소모품, 검사 비용, 약품 비용, 적출물 처리 비용 등 기타 비용은 총 22,670,909원

따라서 저희 병원의 2월 순수입은 총수입  96,498,846원에서 총지출 85,560,402원을 뺀 10,938,444원입니다.
이 금액을 원장 3명이 나누어 가지게 되니 대략 1인당 330만원 정도가 되는군요.
저는 개인적으로 병원 개설시와 이후 운영 자금 부족으로 생긴 빚 7억 정도에 대하여 은행 이자가 매월 300여만원 정도 나가니까 집에 가져갈 실제 수입은 거의 없는 것이 됩니다. ㅠㅠ
2월 외 다른 달은 분만이 좀더 많아 이것보다는 수입이 더 되기는 할 것입니다.
대략 분만 한건당  수입은 본인 부담과 보험 청구액 합쳐 100만원 전후되는 것으로 보면 되니 분만이 10건이 더 늘어나면 1000만원 정도의 수입이 더 생기게 됩니다.
그것을 원장별로 나누면 분만이 10건이 더 늘면 한달에 330만원 쯤은 더 가져가게 됩니다.
그래서 월분만 30건 전후되면 원장 일인당 순수입 600여만원. 월분만 40건 전후되면 원장 일인당 1000만원 전후된다는 것이죠.
물론 각자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를 그 수입에서 지출해야 할 것이구요.
현재 다니는 산모 분들의 예정일로 추정을 해보면 4월부터 9월까지 월 30명 안팎의 출산이 예정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어때요? 생각보다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아 보이죠?
위 수입 지출은 아무 문제가 없을 때 그런 것이고 간혹 의료 사고라도 발생하면 억대 단위 이상의 배상금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거기에 더하여 다음달부터 입원비를 인상하기로 결정한 주원인이기도 하지만  열악한 근무 환경과 낮은 급여 때문에 직원들을 채용하는 것도 아주 어려운 형편입니다.
그러니 산부인과 의사가 인기가 없고 젊은 의사들이 분만 현장을 기피하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산부인과 의사가 어렵다는 것은 결국은 이 땅의 산모가, 여성이 그만큼 대우를 제대로 못 받고 있다는 말에 다름이 아닙니다.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대우 받는 세상, 아름다운 외모를 꾸미기 위해 사회적으로 막대한 돈을 쓰는 사회에서는 성형외과 의사가 인기가 좋고 대우를 받는 것도 반대의 상황이기는 하지만 마찬가지 맥락입니다.
물론 가정적으로 임신 출산은 기쁜 일이고 대우 받는 일이겠지만 국가 사회적으로는 아주 작은 출산 장려금 외에는 아무런 혜택도 지원도 없습니다.
말로는 아기 낳기 좋은 세상을 만들자거나 혹은 아이가 곧 국가의 미래다, 초저출산 사회는 재앙이다  어쩌고 저쩌고 하지만 임신이 곧 사회적 매장에 버금가는 사회, 육아에 따르는 막대한 희생은 거의 전적으로 개인이 감당해야 하는 사회, 얼마간의 출산비조차도 버거워 출산 비용이 적게 드는 병원을 사방으로 알아보고 다녀야 하는 사회.
그것이 우리 사회의 현재 모습입니다.

여하튼 산부인과 병원이 처한 이런 애로에 대하여 대응해 나가는 방법은 의사마다 다 다를 것입니다.
1. 규모를 키워 덤핑을 해서라도 박리다매로 나가는 전략.
2. 비급여 진료나 불법 진료 행위를 통하여 이익을 창출하는 전략.
3. 또는 많은 의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지만 산부인과 분만 진료를 포기하고 성형이나 피부 영역으로 가는 전략등등.

물론 저희 진오비 산부인과는 망할 때 망하더라도 원칙에 따라 철저히 해 나갈 뿐입니다.
그것이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지만요.
배 부른 사람이 상한 음식을 탐하지 않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배 고픈 사람이 굶어 죽을망정 상한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새삼 더 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ㅎㅎ

글쓴이: 동민 시간: 2014-03-26 23:15
으.....
대략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원장님 좀 안타깝네요. T.T
적어도 분만이 40건은 되어야 될거 같은데 알려주신대로 마포구 안 인근주민 만으론 힘들것 같고.
그러니까 멀리서 오시는 분들 내치려? 하시지 마세요. ㅎ
진오비가 널리널리 알려져서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우선은 우리나라 전체 출산율 자체가 좀 올라가야 할거고.
그러기 위해선 여자들이 살기좋은 사회가 되어야 할텐데.
어째 날이 갈수록 사는게 피곤한것이....... :'(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4-03-27 00:11

동네주민 2014-03-26 23:15
으.....
대략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원장님 좀 안타깝네요. T.T
적어도 분만이 40건은 되어야 될거 같은데 ...

"멀리서 오시는 분을 내치지 말아라."라....
예 사실 "가까이도 병원이 있을텐데 뭐 굳이 저희 병원까지 멀리 다니실 필요가 있겠습니까?" 라고 말을 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말은 그렇게 하지만 멀리서 찾아 오시면 저희로써야 정말 감사하고 반가운 일이죠.

내세울만한 것도 별로 없는데 (자랑할 거리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규모가 큰 병원도 아니고 서비스가 뛰어난 것도 아니고 하여. ) 괜히 실망만 안겨드릴까 걱정되는 마음에 살짝 쉴드 치는 것입니다. ㅎㅎ
쉴드. 뭔지 아시나요?
어제 젊은 외래 직원한테 배운 말입니다. ^^
말하자면 방어막 같은 것인데 그러니까 "저는 이렇게 말했으니까 실망하시더라도 제 책임은 아닙니다" 뭐 그런 의미랄까요? ㅎㅎ
물론 그렇게 말하기 보다는 멀리서 오셨으니 실망을 하지 않도록 더욱 신경을 쓰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기는 한데 제가 워낙 무뚝뚝한 외모에 살가운 성격도 아니라서....
여하튼 좀더 노력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글쓴이: 봄봄이 시간: 2014-03-27 12:20
원장님. 슬퍼요 ㅜㅜ
(특히나 생활비를 가져가실 수 없다는..)

병원 운영이 어렵다는건 흘러만 들었지 이렇게 세세한 지출내역으로 보니 숨이 턱 막히네요.

하아- 이번 입원비 인상이 도움이 되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셨음 좋겠습니다.

올해 저출산이 아주 심각하다는데...
진오비에서는 건강한 출산이 많이 이뤄지길 바랍니다.

글쓴이: kyuning 시간: 2014-03-27 18:29
분만을 잠깐 쉬실 때 첫째를 세브란스로 옮겨서 낳고, 둘째를 이제 진오비에서 낳게 될텐데, 다시 분만실을 운영하셔도 여전히 어려움이 많으시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진료를 줄이시겠다고 외래 산전검진 주기도 늘이시는 등 진보적인 선택을 하시는 것이 참 놀랍습니다. 임상시험모니터링하는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니 '의사'에 대한 신뢰감이 일반인들보다 더 없는 사람이기 합니다만, 원장님 처럼 환자나 진료에 대한 '소신'있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물론 저도 질문도 없고 표현도 안하는 아주 무뚝뚝하고 대면대면한 환자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답글로나마 마음 전하고, 환자도 많이 늘고 사회제도적 환경도 좋아져서 경영난이 하루속히 개선되길 바랍니다.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4-03-27 18:35

springsam 2014-03-27 12:20
원장님. 슬퍼요 ㅜㅜ
(특히나 생활비를 가져가실 수 없다는..)

뭐 매달 생활비를 못 가져가는 것은 아니니 너무 안타까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앞으로 더 나아지겠지요.
다만 저출산이 더 심해진다니 걱정은 걱정입니다.
그리고 입원비 인상으로 경영이 더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직원들 월급은 대폭 올라가게 되니 다행이죠.
월급이 괜찮으면 구인도 그만큼 수월할 거고 기존에 근무하는 직원들도 힘든 것을 견디기 더 나을테니 말입니다.
여하튼 걱정해 주시고 성원해 주시어 감사합니다.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4-03-27 18:41

kyuning 2014-03-27 18:29
분만을 잠깐 쉬실 때 첫째를 세브란스로 옮겨서 낳고, 둘째를 이제 진오비에서 낳게 될텐데, 다시 분만실을 ...

아 첫째를 그때 낳으셨나 보네요. 죄송.
나름 의료 환경을 제대로 바꾸어보고자 하는 욕심은 있으나 능력이 떨어지다 보니 병원 운영하는 자체도 쉽지는 않군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는데 구멍가게만한 병원 하나도 제대로 건사 못하면서 의료 환경을 바로 잡아보겠다는 큰 꿈을 꾸고 있으니 주변 의사들은 한심하다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ㅠㅠ
뭐 그래도 아무것도 해보지도 못하고 사라지는 것보다는 한번 화끈하게 시도라도 해 보는 것이 낫겠지요.
그렇게 전력을 다해 노력해 보고도 안되면 최소한 미련이 남거나 후회를 하는 일은 없겠지요.
격려 감사합니다.

글쓴이: 아빠땅콩 시간: 2014-03-27 19:28
소신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되어야할텐데요...
큰 일이네요.
입원비 인상으로 경영상황이 좋아지면 좋겠네요.
많은 도움 못 드려서 죄송합니다.
힘 내세요!

글쓴이: 땅콩산모 시간: 2014-03-27 19:35

아빠땅콩 2014-03-27 19:28
소신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되어야할텐데요...
큰 일이네요.
입원비 인상으로 경영상 ...

그러게요... 원장님 자녀분들이 교육비 많이 들어가는 나이 아닌가요? 걱정스럽네요..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4-03-27 19:42

아빠땅콩 2014-03-27 19:28
소신도 중요하지만 가족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은 되어야할텐데요...
큰 일이네요.
입원비 인상으로 경영상 ...

글쎄 말입니다.
요즘은 맞벌이 하는 부부를 보면 좀 부럽습니다.
아내는 한동안 부동산 중개사 시험이다 뭐다 하고 열심히 공부하더만 그걸로 끝이고 경제적으로 생활에 도움을 줄 생각은 손톱 만큼도 없는 것 같습니다.ㅠㅠ
하기사 아내 나이도 이제 50이니 지금 나이에 일한다는 것도 그렇죠.
특별한 재주가 없으면 여자는 파출부 밖에 할 일이 없을테고.
"그동안 내가 먹여 살렸으니 난 좀 쉴테니 이제부터는 네가 좀 먹여 살리면 안되겠냐?" 고 농반진반 이야기 던져 보면 아내는 "내가 돈 벌테니까 가게 차리게 1억만 내놔라" 하는데 제가 그런 돈이 어디 있겠습니까? ㅠㅠ
그리고 설사 있다한든 경험도 없는 사람이 뭘로 가게를 하겠습니까?
사실 아내로서도 시집 올 때는 의사한테 시집가면 평생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히고 살아도 되는 줄 착각하고 왔을텐데. ㅋㅋ
아내도 억울할 듯 싶기는 합니다.
그런 억울함 때문에 호랑맘이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4-03-27 19:47

땅콩산모 2014-03-27 19:35
그러게요... 원장님 자녀분들이 교육비 많이 들어가는 나이 아닌가요? 걱정스럽네요..

큰 딸은 졸업해서 현재 백조 생활 중이고 아들놈이 대학교 다니고 있고 막내딸이 고2라 학비는 아주 많이 들어가는 건 아니지만 6개월에 한번 등록금 나올 때는 좀 암담하죠.
그런 경우 지금까지는 처가집 신세를 종종 지기는 했는데 염치가 좀 없기는 합니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이런 이야기하게 되면서 자꾸 궁상이 철철 흐르네요.ㅠㅠ
뭐 저희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고 다들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사는게 쉬운 집이 어디 있겠습니까?
말들을 안해서 그렇지.

글쓴이: 박혜진 시간: 2014-04-14 15:59
저도 진오비 수입이 궁금했는데 이정도라도 생각도 못했어요.
과잉진료 없이 원리원칙을 지키시는 원장님이셔서 걱정아닌 걱정을 했는데 이글을 보니
충격적이네요. 원장님을 항상 응원하고 있어요. 제가 수술하고 입원했을때 마케팅 얘기도 잠시
나눴었는데 원칙을 지키면서 운영에 차질없이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저도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글쓴이: 이아영 시간: 2014-08-15 07:17
출산 내년 2월 예정인데 병원이 지속되길 그리고 병원비 올려도 두 생명이 걸린 일인데 부담안되니 팍팍 올리셔요 병원비 비싸다고 다른 곳가는 분들은 사정이 있던지 신뢰가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병원비 비싸도 대학병원가서 출산하듯이!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 별 고민 안하셨으면 좋겠어요 오직 출산과 진료에 집중하실 수 있기를~ 저는 과잉진료안하고 원칙지키는 병원이 만나기 힘드니 여기서 출산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환영합니다. 진오비 산부인과 (http://gynob.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