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라일락 [프린트] 글쓴이: 심상덕 시간: 2016-04-14 17:11 제목: 라일락 이번 봄에는 제대로 꽃구경을 가보지 못했습니다.
벗꽃은 이제 거의 다 져 가는데.......
뭐 가본다 해도 잠실 4단지거나 아니면 서대문 구청 뒤 안산일 뿐이지만. ㅎㅎ
대신 저희 아파트 단지에는 아직 라일락이 진한 향과 함께 고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어 퇴근길에 사진 몇장 찍어 봤습니다.
은은한 그 향기가 좋아서 퇴근해 집에 들어가는 날에는 일부러 라일락 나무 밑에서 한참 향기를 맡다 들어가곤 합니다.
지나는 사람들이 보면 왠 중 늙은이가 주책스럽게 뭐 하는건가 생각할 듯 싶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 간다고 꽃의 향기를 맡을 수 없거나 맡아서 안되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니 오히려 나이가 들어갈수록 꽃의 향기가 이리 달콤하고 색깔이 저리 황홀했었나 하는 생각에 문득 놀라곤 합니다.
젊을 때는 바빠서 화단의 꽃이며 하늘의 별이며 그런 것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기사 요즘은 공기가 하도 나빠서 어쩌다 한밤에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봐도 별이 잘 안 보이긴 하더군요.
어쩌면 세월이 많이 흐른 후에 아이들에게 "이 할아버지가 너희들만큼 어렸을 때는 까만 밤하늘에 별이라고 하는 것들이 초롱초롱 보석처럼 박혀 빛나던 때가 있었단다." 하고 말할 날이 올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꽃과 별을 모르고 자라야 하는 아이들이라.....
그런 가슴에 무엇이 자랄 수 있을지 가만 생각해 보면 끔찍한 일입니다.
여하튼 시력이 좋은 젊을때는 오히려 잘 안 보이다가 나이가 들어 시력이 떨어지니 잘 보이는 것도 있군요. ㅎㅎ
나이가 들면 나빠지는 것들만 있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아 다행입니다.
젊은 시절이 되었든 중년이나 혹은 노년이 되었든 각각 즐길 수 있을 때 마음껏 즐기시기 바랍니다.
오늘 즐길 것은 라일락입니다.
사족:
사진의 초점이 잘 안 맞았네요.
삭막한 아파트의 잿빛 벽이 화면에 들어오지 않게 찍느라 그랬습니다.
양해하여 주시길.....
글쓴이: xingxing 시간: 2016-04-15 11:16
저도 오늘은 동네에 라일락향기를 찾아서 율겸이 들쳐안고 나가봐야겠어요!
너무나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었던 일들이..마음을 먹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 되기도 하네요;; 꽃향기를 음미하는 중년?의 남자 로맨틱할 것 같네요 ㅋㅋ글쓴이: 최현희 시간: 2016-05-24 12:23
와 진짜 상큼합니다? 사진만봐도 향이 퍼지는 느낌이여요. 이제 지나가버린 봄의향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