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후기를 올려봅니다ㅎㅎ
은우가 밤에는 일찍 자주면 조금씩 쓴 출산후기예요.
바로 쓴게 아니라서 약간 기억이 안나는 부분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끄적여봅니다. :)
나름 그때의 감성을 살려서 쓰느라 말이 짧다가 길다가 하니 이해해주세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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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1.23 예정일+1일
오전 11시 검진때만해도 전혀 기미가 안보였다
다행히 무게는 2.5kg이 넘어가서 안심했지만 태동이 적어서 계속 걱정이 되었다
태동검사만 벌써 몇번째인지..
하지만 태동검사때 두번 정도의 자궁수축이 있었다
원장님이 아마 곧 로뚜를 만나게 될 것 같다고 하셨다
집에 가도 약간의 자궁수축이 계속 되었고, 4시쯤부터는 진통이라는 생각이 확실히 들기 시작했다
스마트하게 진통어플을 다운받고 체크하기 시작했다
십분인경우도 있었고 십오분인 때도 있고 더 간격이 벌어지기도 했다
아직은 아닌가보다 싶었지만 그래도 곧 로뚜를 만나겠구나 하는 예감이 든다
미리 싸놓은 출산가방을 거실로 내다놓고 집안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갑자기 이제 휴식은 끝이구나 하는 생각에 갑자기 아쉬움이 들었다
막 놀고 싶다 딩굴거리고 싶다 계속, 왜 어제까지도 제대로 놀지 못한거지? 라는 아쉬움이 -,-
저녁 7시쯤되니 뭔가 쎄한 느낌적인 느낌이 온다 이제 곧이겠네 하는 예감이다
그러나 참을만 한데? 간격이 일정하더니 다시 또 벌어진다
밤 10시, 별그대를 할 시간.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일정해도 이건 보고 가야한다는 굳은 의지로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시청했다
이젠 명백이 병원에 가야할 시간이다 나는 "경산부"니깐 십분간격이면 가는게 맞지 암암
신랑과 함께 진오비로 출발, 두근두근
주차를 하고 있는데, 마침 연락을 받으신건지 부랴부랴 주차하고 내리시는듯한 모습의 원장님과 주차장에서 마주쳤다
로뚜를 받아주기 위해서 급하게 오신 느낌이라 죄송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로뚜를 받아주실 수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요즘 홈피에도 뜸하고 건강도 안좋으신 듯 하여 내심 심원장님이 같이 있어주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다행이었다
일단 십분간격이니 옷갈아입고 입원실에서 대기했다
한시쯤 이제 간격이 7~8분으로 줄어들면서 참을만 했던 고통이 갑자기 격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친정부모님, 시부모님께 늦은시간이라 카톡을 보냈는데 - 오늘내로 곧 만날 수 있을거라고 - 마침 안주무고 계셨던 아빠는 껀수다 하는 느낌으로 ㅋㅋ-
산부인과에 오셨다. 참고로 친정과 진오비는 거의 오분에서 십분거리다
아빠랑 오빠랑 셋이 입원실에 있으면서 진통하다가 진통이 안오면 수다떨고, 이런저런 서류도 작성하고 바쁘게 보냈다
근데 생각보다 원장님께서 자주자주 보러오셨다 ㅎㅎ
무뚝뚝함으로 무장하신 원장님이지만 왠지 산모를 아껴주는 느낌이 들었다. 감정적인가 나?
경과도 알려주시고 상태도 체크해주시고. 암튼 로뚜를 만나는 과정이 순조롭다.
이제 본게임이 시작되었다
로뚜의 태동이 거의 없다보니 심원장님은 걱정이 되시나보다
일단 자궁문이 어느정도 열렸으니 분만실로 가기로 하고.. 이때가 두시가 좀 안된 시각인듯하다
이제부터는 시간관념이 사라진다
분만실에서도 태동이 영 없는 로뚜, 긴장한걸까
원장님이 촉진제를 좀 넣고 진행시키자고 하셨다
ok. 저는 오케이예요!!!!!!
자 이제 곧 만나 로뚜야
그와중에 나도 후기에서 읽은 원장님의 웃긴모자와 후광도 볼수있는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근데 다른 모자였다!)
오빠가 계속 손을 잡아주었다
사실 오빠는 다한증 수술을 할정도로 손에 땀이 많은 사람인데, 역시나 땀이 나고 있다
이제 거의 로뚜를 만날 시간이 다가온건지 뭔가 준비가 시작되었다
자궁문이 다 열렸다고 하셨다
그래요 그런거 같았어요 진짜 아팠거든요 아직도 안열렷다고 했음 멘붕이 왔을거예요
원장님이 로뚜를 받을 준비를 하는게 느껴진다
경산모의 느낌으로다가 이제 힘을 줄때다라는 생각이 든다, 감으로 알겠더라
앗, 관장을 안했는데 어쩌지?
비록 아기를 낳는거라고는 하지만 대변과 함께 나온 공주님이라니 말도 안되지
내 맘을 모르시는 원장님은 끙차하고 힘을 주란다ㅜ.ㅜ
근데 나도 너무 아프니까 에라모르겠다 싶고, 설마 나오겠냐, 로뚜야 대변과 함께 나오더라도 엄만 널 사랑해
넌 나를 이해해줘야해 이런저런 생각이 순간적으로 쉭 머리를 스쳐지나가고
최대한 힘을 분산시켜 로뚜만 밀어내보자하는 말도 안되는 이과생다운 생각으로 분만에 임했다
끙차하고 힘을 주라고 한다
으으 소리가 나오면서 나도 모르게 괴성이 나온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리고 힘이 들어간다
오빠 손은 안심은 되지만 물리적으로는 도움이 안된다는 생각에 손잡이를 잡았다
이것은 어쩌면 물리적인 게임이니 힘을 줄수 있는 손잡이가 더 낫다는 판단
어떤 후기에서 손잡이가 끈끈했다고 했던 거 같은데 안끈끈하구다 뭔가 감았나 싶다(쉬지않는 생각)
윽
이제 힘을 주지 않아도 그냥 힘이 들어간다
아프다
하지만 이건 끝이 있는 고통이니 힘을 내야지 싶다.
원장님이 이제 나오고 있다고 힘을 빼라고 하는데 내 몸이지만 내 의지를 벗어나서 지금 주란다고 주고 빼란다고 뺄수있는 상황이 아니예요
저는 평생을 모범생으로 살아와서 말도 진짜 잘 듣는데, 원장님 말 잘 듣고 싶지만 힘이 절로 들어가요
힘을 뺄수가 없어요 그냥 지 맘대로예요
2014.01.24 AM 2: 40
2.6kg의 로뚜가 태어났다
잔잔한 음악에 맞춰 내 배 위로 올려진 로뚜
너의 이름은 이제 은우란다
이제 태반이 나오고 회음부가 1cm 파열되어 꿰멘다고 하셨다
따끔해지만 이건 아프다고 하기엔.. 그전의 고통이 너무 커서 뭐 암씨랑도 않다
무사히 로뚜를 만났다
둘째인데다 로뚜가 작아서 인지 게다 촉진제 빨을 받은건지 생각보다 빨리 진행이 된거 같다
병원에 온지 세시간만에 로뚜를 만나다니 스스로 대견하다 - 출산이 체질인건 아니겠지
어찌되었건 로뚜를 만났다
모자동실때문에 둘째지만 어리버리한 엄마아빠는 더욱 당황했지만
다행이 간호사 선생님들이 잘 봐주셔서(현경쌤, 수진쌤 고마와유) 쉴 수 있었다
우리 아기는 간호사선생님들의 예쁨을 듬뿍 받았다
그날 출산한 산모가 나뿐이라서 더욱 신경써주셨던 듯 하다(병원입장에서는 안좋았겠지만 나는 좋았찌요)
새벽에 분만한 덕에 2박 3일같은 1박 2일을 보내고 조리원으로 갔다
이제 사실에 입각한 나의 출산기는 끝이 난다 아래는 내 느낌을 살짝 적어보겠다
첫 임신 진단부터 로뚜를 만나기까지 진오비산부인과에서 행복하게 다녔다
진료시마다 궁금한걸 물어보라는 원장님의 말에도 사실 딱히 궁금한게 없어 오히려 민망했던 때도 많았지만
홈페이지(진오비놀이터)를 거의 메일 출첵하고 온라인상으로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진오비에 대한 정도 쌓였다
또한 로뚜를 만나고나서도 친절한 우리 간호사언니들덕에 참 행복했다
일생에 몇번 안되는 출산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참 복이지
사실 자연주의 출산을 알고 진오비를 찾은건 아니었고, 친정과 가깝다는 이유로 선택했는데 역시 나는 럭키걸임이 확실하다
너무 잘 선택했다 싶다
선우때는 강서구의 유명병원(당시 매스컴에도 나오고)에 다녔는데
그 곳은 검진때도 사람이 엄청 많아서 초음파시간도 짧고 엄청 정신이 없었다실제 선우를 낳을때도 분만대기실이 천으로 구획을 나눈듯 촘촘해서 옆의 산모가 기진맥진 진통하다가 결국 제왕절개를 하게 된 사연까지 싹 옆에서 들릴 정도였다
게다가 정말 뻥안치고 대기실에서 아무리 아파도 간호사가 초산이라고 와주지도 않고, 방치되어있다가
내가 도저히 안되겠다고, 오빠한테 나 진짜 너무 아프다고 해서 간호사를 불렀는데, 간호사가 오더니 '어머!' 이러면서 당황했었다
자궁문이 거의 다 열린 상태에서 스댕의 분만실로 옮겨졌고, 그곳에서 거의 들어간지 몇분만에 선우를 낳았었다
게다가 그 분만대에 올라갔을때도 간호사들은 수다를 떨고있었지. 나는 아파 죽으러 같은데. 다 기억한다. 이여자들아.
어차피 이 고통은 내가 감내해야하고, 본인들은 잘 서포트만 해주면 된다해도 이건 좀 아니지.
암튼 그곳은 마치 아기공장 같은 느낌
아직도 그 차가운 분만대가 기억나는데 진오비는 아늑한 분위기의 입원시과 침실같은 분만실이라 참 좋았다
실제로 분만실에서는 그다지 밝지않은 은은한 조명과 음악덕에 편안한 맘으로 막바지 진통과 출산이 가능했던 듯 싶다
지금이야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 그 때는 조명이고 음악이고 그냥 아프기만 했지만
요즘 입원비를 올리는 부분에 대해서 원장님이 심히 걱정이 되시는 모양인데
갑자기 뜬금없는 기억을 이야기해보자면,
선우때는 분만 후 링겔을 맞추는데 신랑을 불러다가 영양제가 3,5,10만원 짜리가 있다며 얼마짜리를 맞출거냐라고 했단다
아마 오빠 맘은 10만원짜리를 맞추고 싶었겠지만 그랬다가는 나한테 혼날수 있으니
일단 중간, 5만원짜리를 선택해서 맞춰주었다 당연히 맞추는 거라고 생각했지
진오비에서는 딱히 분만 후 뭘 맞춰준다거나 하지 않아서 의아했는데 사실은 필수가 아니었고, 어찌되었건 장사의 일종이 아니었을까 생각하니 씁쓸하다
게다가 산후검진시도 가슴 및 갑상선쪽 초음파도 했었는데 여기서는 그런 추가진료 등은 일체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니 더욱 원칙을 지키는 병원이라는 생각에 로뚜를 진오비에서 낳길 잘했다고 생각이 든다(요즘 한참 갑상선 과잉 진료땜에 난리던데)
후기가 엄청 길어졌지만,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라고
사실 나도 그 날의 기억을 적어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인 듯 하다
나중에 로뚜가 이 글을 볼날이 온다면, 같은 여자로서 엄마의 경험을 알려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을 거 같고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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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 좋아요를 표시한 회원 numino4e [2014-07-17 00:57] 심상덕 [2014-05-21 21:34] 이수진 [2014-04-08 22:32] 이승은 [2014-04-03 09:44] 동네주민 [2014-04-0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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