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1일 출생한 보름이 출산 후기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저는 결혼하고 4년동안 해외 출장이 잦은 남편과 함께 자유로운 생활을 했습니다.
자유의 맛은 워낙 달콤한지라 손 많이 갈 게 뻔한 아이를 출산해서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간다는 건 굳이 택할 필요가 없는 남의 일이었죠.
그러던 중 동물을 너무 좋아하는 제가 내일이면 곧 안락사 당할 위기에 처해진 유기견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되었고 그 작은 생명으로 인해 제 안에 숨어있던 모성애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모성애란 게 말이죠- 희생하고 싶고 책임지고 싶은-결코 느껴본 적 없는 기묘한 감정이었습니다.
왜 굳이 희생해? 왜 굳이 책임질 일을 만들어?
이때부터 머리와 가슴은 분열하기 시작했어요ㅋㅋ

타인을 사랑하려거든 나 자신을 먼저 사랑하라고들 하잖아요.
전 이미 제 자신을 넘치게 사랑하고 있었나봐요.
그래서인가, 더이상 저만을 위한 삶이 재미없어지고 무의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어쩜 서른을 넘기며 30이란 숫자에 쫓기기 시작한 걸수도 있겠네요.
조금 이른 감은 있지만 노후의 삶을 그려보기 시작하면서 뭔가 빠진걸 알았습니다.
바로 귀찮은 문제거리, 골치거리일 수도 있고 또 죽을때까지 관심쏟고 신경쓸만한 '꺼리'였습니다.
유유자적하며 여행다니고 각자의 직업에 만족하며 우아한 취미생활이 함께하는 귀족적인 노후도 좋지만, 딸 셋과 사위 셋 그리고 외손주들과 지지고 볶고 웃음과 근심이 함께하는 친정 부모님의 노후가 그렇게도 부럽고 멋져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아이를 키운다는 건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라 느껴, 아이 대신 비교적 쉬운 동물을 정성스럽게 키워보기로 작정을 한 것이죠.

그러던 중 다소 충동적으로(어느 날 퇴근해보니 꾀제제한 똥개 한마리가 떡~하니 거실에 자리잡고 있는 걸 보고 남편은 멘붕이 왔다고 합니다. 게다가 그 똥개는 귀 한쪽도 반이나 잘려나간 못난이 중에 최고 못난이었습니다 ㅋㅋ) 유기견을 입양해서 '딩크족'의 삶을 꿈꾸게 되었고, 마음의 상처가 큰 유기견 '도비'에게 사랑과 정성을 쏟아보니 공들인 만큼 되돌려받는 양육(사육이라 하고싶진 않습니다 ㅋㅋ)의 즐거움에 눈뜨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맹목적 사랑이라는 부모와 자식간이라도 '기브 앤 테이크'의 법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던데,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
'도비'가 드디어 마음의 문을 열고 한창 재롱을 선사해주던 무렵, 자꾸만 도비 옆에서 함께 뛰노는 귀여운 아이가 연상되기 시작합니다.
그림으로 그려서 액자에 넣고 싶을만큼 아름답고 귀여운 장면으로요...



밤이면 남편과 집 앞 평화공원으로 매일 산책을 나가는데요, 한여름의 어느날 밤 지구를 삼킬듯 한 엄청난 크기의 보름달이 걸려있었습니다.
호르몬과 감성에 영향을 준다는 보름이라 그런가... 이 또한 충동적인 판단으로 엄마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ㅋㅋ  사실, 그래서 우리 아기의 태명이 '보름이'가 된 거랍니다 *^^*


2012년 8월 3일 보름이 갖기로 결심한 그날의 보름달




저보다 앞서 출산한 언니와 동생의 영향으로 자연스레  '자연출산'의 신세계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출산은 자연스러운 것, 모든 출산은 유니크하다, 산모는 환자가 아니다, 산모가 출산의 주체가 되어야한다. 이러이러한 모토로 의료진의 개입과 약물을 최소화하고 산모중심의 '황홀한 출산'을 지향하는 출산의 한 개념이라고 볼 수 있겠는데요, 출산하는 저도 저이지만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자연출산이 제 소중한 아기 '보름'이에게 너무 좋은 선물이 될 것 같아 자연출산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매주 성미마을에서 모임이 있었는데, 히프노버딩이라 일컫는 최면출산을 강의하시는 남자 둘라선생님과 광명시의 한 병원을 운영하시며 자연주의 출산 센터 오픈을 준비하시는 한 산부인과 원장님을 주축으로 강의와 토론이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전혀 몰랐던 의료분야의 지식도 많이 알게 되었고 자연출산을 더욱 다짐하게 되는 큰 계기가 되었던 모임이었습니다.

보통 '자연출산'하면 대명사처럼 딱 떠오르는 자연출산 전문병원이 교대역에 있는건 많이들 알고 계실거에요. 저도 사실은 그곳으로 갈 계획이었으나 거리도 멀고 입이 안다물어질 정도의 높은 가격에 놀라 막 주춤하던 찰나, 진오비 산부인과의 심원장님에 대해 듣게 되었습니다. 세심하고 철저하신 점, 반면 까칠하신 점으로 매우 유명하시던데요.
어떤 산모의 심원장님 소개글에 원장님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첫 느낌을 '베토벤'이라 표현하셨던데, 제가 느낀 첫 느낌은 '지킬박사'였습니다.
제 의견에 그분도 베토벤을 쉽게 버리고 지킬박사로 바로 동조해 주시더군요.
(심원장님! '베토벤'과 '지킬박사'중 어떤 별명이 맘에 드시나요??? 흑백을 좋아하시는 점에서 느껴지는 뭔가 극단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더 전문가의 느낌이 묻어나는 박사님 쪽이 낫지 않나요?)
전 그 무엇보다 원장님 성함 하나에 '아 , 바로 여기구나' 결정을 해버렸어요. 이또한 매우 충동적인 선택이었죠.
제 이름과 너무 비슷하신 심상덕 원장님...  
청송 심씨에 상자돌림 ㅋㅋ
23대손의 같은 항렬이시군요!
아마도 아드님 이름에 '섭'자가 들어가겠죠?(좀 더 가볍게 만났음 첫 만남에 오빠동생 막 이러며 금방 친해졌을 법도 한데...그러나, 곁을 안주셔서 단 한번도 친한 척, 가까운 척 못해봤습니다 ;;;)

한 가지 더 고백하자면...
임신 초기부터 방문하고 싶었지만, 진오비에선 32주 이전엔 절대 아기 성별을 가르쳐주지 않으신다는 정보를 접하고, 타 병원에서 성별 정도는 알고 가게 된 것이랍니다.
제가 좀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이라서요^^;

중간에 경부길이가 짧아져서 조산의 위기가 한번 왔었고 대학병원으로 갈 뻔도 했지만, 거짓말처럼 보름이는 40주를 가볍게 넘기고 나흘이나 더 지나서 나왔습니다.
조산일까 걱정되는 마음에 실제로 대학병원을 방문했지만, 워낙 고위험군 산모 위주의 시스템인 그 곳에서는 36주만 지나도 다 큰 아기라 언제든 진통오면 낳음 되는 거라고...
절 극성맞은 엄마 취급 하더라구요;;

37주 이전에 심원장님이 말씀하시길 아기 몸무게보다 주수가 더 중요하니 37주 이전 출산은 폐성숙 문제로 위험하다 하시고, 37주 지나서는 또 주수가 아니라 아기가 작을것으로 예상되니 호흡문제를 문제삼아 위험할 수 있다 겁주시네요.
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솔직히 매우 난감했습니다.
그때의 느낌이란... 제가 이래저래(체구가 작으니 난산이 될것을 우려하셨겠죠) 골치아픈 산모라 피곤함을 느끼시고 절 어떻게든 대학병원에 떠넘기시려는 작전같았습니다!
그럴수록 전 오기가 생겼어요!!
산모가 환자가 되고 아기는 아기대로 공장에서 찍어나오는 듯한 대학병원 출산이 너무 싫었고, 그래서 꿋꿋이 버티기로 결심했습니다.
심원장님 레이더망에 걸려버린 이 시점에서 막달에 단백뇨가 나온다거나 살짝 붓기라도 하는 날엔 바로 대학병원 직행일 것 같아, 정말 긴장하고 임신중독증 예방에 좋다는 살코기를 엄청 뜯어먹었더랬죠.
어쩜 이때 흡입한 고기들 덕분에 막판 힘주기때 괴력이 나온것 같기도 합니다 ㅋㅋ

보름이는 엄마를 놀래키려고 작정을 했었나봐요.  
이른둥이로 태어나 혹시라도 내장 성숙도 덜되고 잔병치레 많이 할까 얼마나 노심초사 했는지 모른답니다.
작게 낳아서 크게 키우란 말도 있고 제 체구에 큰 아기가 나올까 걱정하셨던 심원장님의 마음도 잘 알지만, 작게 태어나(2.8kg) 아직도 덜 큰 것 같은 저로서는 제가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보름이가 적어도 3kg는 가뿐히 넘는 작지않은 아기이길 진심으로 바랬습니다.

조산기로 가장 긴장했던 36주차가 지나고 37주쯤 이슬이 나왔습니다.
'이제 곧 출산이구나...'
40주~41주 사이에 나오는 아기들의 면역력이 가장 높다는 논문을 읽고는 40주 5일쯤 출산하기를 바랬지만, 37주를 넘겼으니 조산이 아닌게 어디야' 이러면서 곧 다가올 출산에 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비라고 해봤자 냉장고 잔반처리에 입원가방 싸고 매일매일 열심히 샤워하는 정도였지만요^^;)
조산기를 고려해 37주차부터 하려던 회음부마사지는 통증이 느껴져 결국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론 흡입분만을 했으니, 마사지가 별 효과를 보진 못했을 겁니다^^

그런데 제 마음을 저도 잘 모르겠는게...
머리에선 이제 언제든 정상출산이 가능하니 순산을 위해 열심히 걷고 체조하라고는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하루라도 더 누워있으면서 뱃속에 안전히 품고있어야 할 것 같은, 참 갈피를 못잡겠는 막달이었습니다.
하루라도 더 품고싶은 제 간절함도 있었겠지만, 자궁문이 열리고 아기가 출산을 준비하는 건 하늘이 결정하는 일이겠죠.

37주에서 무려3주하고 나흘이나 지나고서야 진통이라는 신호가 왔습니다.
전 진통의 느낌이 강한 생리통이라 들어서 정말 그런줄만 알았습니다.  
평소에 생리통으로 병원에 실려간 적도 있는 제게 강한 생리통이란 남들이 느끼는거에 비해 저에겐 그저 껌이겠거니~싶었죠.
극도의 생리통을 매달 경험해왔으니까요.
그런데 왠걸... 차원이 다른 통증이었습니다 !!
진통을 누가 생리통이라 했던가... 그거 믿고 무통도 거부할 정도로 자신만만했는데 ㅠㅠ
누군지 모를, 책임지지도 못할 말을 내뱉은 그 누군가가 그렇게도 원망스러울수가 없었습니다.
심원장님이 동영상으로 작성하신 통증의 강도를 보면 어느정도로 진통의 강도가 올라가다가 견딜만 한 어느 지점에서 지속되는 정도라고 나와있던데, 견딜만한 정도라기보단 '이러다 쇼크로 죽을 수도 있겠다'싶은 통증이었습니다;;;
'설마 진통으로 죽기야 하겠어. 요즘 세상에 애 낳다 누가 죽겠어.' 이런 마음가짐으로 출산에 임했는데 글쎄요... 누가 제게 묻는다면 장담 못할 것 같습니다 ㅋㅋ

자연출산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들 고용하는 '둘라(출산도우미)'를 대신해 몇 달 동안 그토록 남편이 둘라교육을 받았는데요, 통증 앞에서 마사지와 호흡으로 진통을 경감해주려는 남편의 노력이 크게 빛을 발하진 못하더라구요.
'남편은 무조건 내 편이니 내가 수술하자 그러면 동의해줄거야' 이런 얕은 생각에 자꾸만 수술하면 어떨까 동의를 구하게 되고, 조금만 더 참고 견뎌보자는 남편의 지극히 옳은 말에 살인의 충동까지 일더군요. '아니 당신이 어떻게 내게 그럴수 있어' 막 이런 몹쓸.. ㅋㅋ

그래서 결국 전문 둘라를 고용하게 되었고, 이 또한 악소리날만한 둘라 비용에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수술생각은 버리게 된 겁니다.
결국, 돈이 무서운 거였습니다 ㅋㅋ
이렇게 말하면 둘라쌤이 서운해하실테구요, 둘라를 고용한 건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자궁문이 겨우 3cm 열린 상황에서도 견디기 힘들어 신물쓴물까지 올려버린 저인데, 7~8cm의 진행으로 기억되는 참기 힘들었던 상황에서

"통증에 집중하지 말고 다리에 힘 빼보세요.
엄마보다 더 힘들 아기에게만 집중하며 크게 천천히 호흡하면 곧 지나갈 거에요.
엄마가 얕게 호흡하면 아기는 숨 못쉽니다.
제 눈을 바라보며 저와 함께 일부터 십까지만 숨 쉬어요."

보름이가 나보다 더 힘들고 숨을 못 쉰다니...
제 손을 잡고 함께 호흡해주시는데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전 엄마이고, 제 아기 보름이를 지켜야 하니까요.

말 잘듣는 유치원생처럼 하라는대로 따라하다 보니 거짓말처럼 통증이 견딜만해졌습니다.
그리고... 자궁문은 결국 열렸습니다.

중간에 너무 힘들어 심원장님께 수술의사를 조심스럽고 소심하게 밝혀보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자연출산 하려고 여태 준비한 게 아깝지 않아요?
이제 다 열렸는데 조금만 더 참아보지 그래요?"
하며, 흔들리는 저를 잡아주셨죠.
맞아요. 아까워서라도 버텨야만 했습니다^^

골반이 너무 좁아 흡입기가 동원되었고, 아기가 안전하게 나오려면 십분 이내의 짧은 시간안에 분만하는 게 관건이었나 봅니다.
원장님이 자꾸만 시간을 언급하셨고, 전 정말 무서웠습니다.
원장님 말씀따나 흡입분만은 아기 뇌에 치명적인 장애를 입힐 수 있는 위험요소를 안고 수술 전의 마지막 보루로 시행하는 분만법이었습니다.

흡입분만은 전혀 예상밖의 상황인지라 차라리 수술이 안전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많이 앞섰지만, 수술을 할만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굳이 흡입기를 사용해서라도 질식분만을 진행하시는 데에는 마땅한 이유와 결심, 그리고 노하우가 있으실거라 생각했습니다.
임신를 하고 출산법을 정하며 준비를 하는 과정은 제 의지대로 할 것이지만, 제 의견과 의지를 수렴해주신 원장님께 출산의 순간은 무조건 맡기고 의지하자고 이미 예전에 다짐했거든요. 이미 저에겐 신과 같은 존재이신거죠.

일분일초를 다투는 마지막 순간 보름이 심박수가 떨어진다는 원장님 말씀에 그야말로 전 젖먹던 힘까지 동원해 있는 힘껏 보름이를 밀어냈습니다.
다소 부끄러운 얘기지만, 응가하듯 힘주란 말에 실제로 응가도 여러번 했습니다.
옆에서 남편이 응원해주며 하도 잘한다 잘한다 해주니, 전 응가를 하면서도 그게 보름이 머리가 나오는건 줄 알고 얼마나 죽을힘을 다해 열심히 변을 보았는지 모른답니다 ^^;
정말 감사했던 건 제가 그렇게 지저분하게 저지레를 해댔는데도 의료진 중 누구하나 싫은 내색 안하시고 말없이 처리해 주신 점이에요.
입으로 뿜어대고 뒤로 그렇게 저지레해대고...
이런 산모가 설마 저 하나는 아닐 것 같은데(알고보니 저 혼자인 걸 수도... 절 지저분한 저지레 대마왕으로 기억하시는 건 아닐지 살짝 걱정되네요. 아.. 부끄럽습니다 ㅠㅠ), 그런거 보면 산부인과 의사 간호사는 정말이지 비위가 강해야 할 것 같단 생각과 함께 뒷처리 해주신거에 대해 다시 한번 감사드려요 *^^*
그리고 벽에 *칠할때까지 가늘고 길게 살고자하는 저의 다짐에 약간의 수정작업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좀 덜 살더라도 정신줄 놓기 전, 우아할 수 있는 만큼만 살기로요 ^^;;

골반이 좁은 대가로 질벽도 많이 파열되고 치질이란 명예로운 훈장을 얻게 되었지만, 보름이를 살린 흡입기 사용으로 머리가 꼬깔콘처럼 뾰족해진 보름이는 건강한 심박수로 어느순간 쏙~하고 나왔습니다.

재밌는 건 제가 그 와중에도 보름이를 '럭키 베이비'로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에 양막에 고이 싸인채로 나왔음 하고 희망했다는 점이에요.
막판 힘주기 때 양수가 터져서 얼마나 아쉬웠는지요.
이래서 엄마의 욕심은 끝이 없나 봅니다 ㅋㅋ

진통 중 들으려고 CD를 한가득 준비하고 짐볼도 준비해 갔지만, 진통 앞에서 무엇 하나 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출산 전 분만실에 짐볼이 있는지 여쭤보니 원장님께서 말씀하시길 막상 진통오면 별 도움 못받을거라 하셨는데, 실제로 강한 진통 앞에서 짐볼이고 뭐고 무용지물이었습니다. 짐볼에 올라가 앉을 정도의 힘도 없더라구요;;;

뱃 속 보름이와 늘 함께했던 익숙한 음악으로 진통과정을 함께 이겨내고 싶어 준비한 음반들 또한 켜놓고 들을 정신이 없었습니다.
다만, 분만실에서 원장님이 틀어주신 클래식 음반 중에 제가 보름이에게 매일 들려주던 곡이 흐르더군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2악장'이었는데,  몸은 죽도록 힘들었지만, 익숙한 곡 덕분에 마음은 고요하고 편안해질 수 있었습니다.
제가 준비해 온 음반들 중 하나도 그 곡이었는데 어쩜...
병원 선택도 그러했고 이렇게 인생에서 중요한 매 순간마다 예감을 좋게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무언가의 존재가 분명 있는 것 같습니다.  

함께 해주신 둘라쌤이 심원장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십니다.
자연출산이 가능한 병원 중 하나로 종종 언급되는 진오비의 분만 환경이 항상 궁금했었는데 그 날을 계기로 궁금점이 해소되었다고 하시네요.
그리고 나라에서 인정하는 전문 의료인이 아닌지라 둘라의 존재를 많이들 모르시고, 알고있다 해도 둘라의 역할을 인정해주지 않거나 분만실 입실을 거부당하는 경우도 있다던데요, 심원장님은 열린 마음으로 따뜻하게 수용해 주신점에 대해 감사해 하시구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진오비와도 연결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밝히셨습니다^^

막달에 제 상태를 모니터링 하시느라 손수 전화도 주시고(모르는 번호라 생각하고 광고전화로 오해해서 받지 않거나 다짜고짜 용건부터 말씀하시는 심원장님 목소리에 장난전화인 줄 알고 끊을뻔 한 적도 있었습니다. 성의없이 받은거에 대해 마음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출산 계획서 내용이 안전한 범위 내에서 인정받고 존중받은 점, 수술의 유혹에서 적절히 잡아주신 점, 제 컨디션과 조명에 대한 요구에 맞추느라 굉장히 덥고 어두운 분만실 환경이었는데도 뜨거운 조명 하나에 의지해 분만을 도와주신 점. 기타 등등
여러모로 감사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출산 후 말씀하신걸로 기억하는데 아기 몸무게가 3kg를 넘을 줄은 모르고 자연준만을 진행하신거라 들은 것 같습니다.
제가 3.28kg의 아기를 자연분만한건 , 보통 체격의 산모가 4kg이 넘는 우량아를 자연분만 한 경우와 견줄만 한 '사건'이란 것두요.
저도 출산 당일 초음파 검사를 안하시길래 몸무게 확인은 안하시나~ 내심 궁금했거든요.
알고보니 출산 임박 전에 초음파 검사로 몸무게 체크하신 걸로 알고계셨던게 아닌가 유추되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흡입기 사용 직전이었나요... 제게 아기 몸무게를 물으시고 초음파 검사 안했냐고 물으시는데 살짝 멘붕이 왔더랬죠. 지금 그걸 물으시면 어떡하나 ㅋㅋ
모르는게 약이라고, 그걸 몰랐으니 낳아도 되는 줄 알고 겁없이 자연분만을 한것도 같습니다.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제가 그렇게 작은 체구인 줄도, 따라서 골반 사이즈가 그렇게까지 작은줄 모르고 여자몸은 자연스런 출산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는 너무나 당연하고 맘 편한 생각, 그리고 원장님의 불찰인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산모가 작으니 아기도 작을 수밖에 없을거라는 원장님의 말만 믿고 겁없이, 용감하게 아기을 낳은 것 같아요.

어쨌든, 지금 제 옆에는 너무나 귀여운 우리 아기 보름이가 천사같은 얼굴로 자고 있고, 전 너무나 행복합니다 ^^ (듣던대로 모유수유는 너무너무 힘들지만요)
너무나 힘든 대가를 치뤄야하는 출산이지만, 한달이나 지난 지금도 아기를 만났을 때의 황홀경에 자꾸만 빠져드는 걸 보면 '황홀한 출산'이란 말이 틀린말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누구 한사람을 대단히 원망하고 질책하고도 싶습니다.
"이브 당신! 왜 하필, 그렇게도 먹지말라 경고한 선악과는 따먹어갖구 여자들을 이렇게 고생시키누!! 버럭!!!!!! (삿대질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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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희 [2014-06-10 09:47]  심상덕 [2013-09-01 22:14]  

본 글은 아래 보관함에서 추천하였습니다.

#2 심상덕 등록시간 2013-08-08 00:4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출산 후기를 아주 길게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고 생생하게 써 주셨네요.^^
내용도 솔직하고 다른 산모분들께도 도움이 될 만한 내용도 많고 여러가지로 좋습니다.
다만 아기를 안고 있는 제 얼굴이 저도 놀랄 정도로 무표정하게 나온 것이 좀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ㅠㅠ
사진 자체는 잘 나온 것 같습니다. ㅎㅎ 제 얼굴이 문제지..
더군다나 활짝 웃고 있는 남편분 옆이라 더 대조되어 무뚝뚝하게 보이는군요.
제 딴에는 그게 웃은 건데 역시 평소 표정이 무표정하다보니 그대로 굳어져서 안되나 봅니다
때문에 별명을 지킬박사라 해도 할말이 없습니다. 물론 베토벤도 그렇고 그 별명도 그리 마음에 들지는 않습니다.
무뚝뚝 대마왕은 하도 들어서 익숙해져서인지 이제는 차라리 그 별명이 더  낫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ㅎㅎ
읽고보니 보름이가 가진 뜻도 알았고 귀가 한쪽만 있는 유기견 "도비" 이야기도 뭉클하군요.
혹시 도비라는 이름은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 도비에서 따온 건가요?
그리고 제 아들은 항렬을 따지는 않았지만 섭자 돌림이 맞습니다.
그런 이름 때문에 병원을 선택한 것은 글쎄 잘 하신 것이라기보다는 좀 무모한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
의사가 보는 출산 후기를 따로 올릴까 했는데 여쭈어 보신 것에 대한 답을 하는 것으로 그리고 제 소감을 좀 보태서 출산 후기에 가름하는 답변을 답니다.

중간에 적은 몇가지 점들--토하거나 변을 보는 것 등--은 다른 산모와 별반 다를 게 없어서 특별히 언급할만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글 중간에 있다시피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지 난감할 정도로 제가 이렇게 말했다 저렇게 말했다 한 것은 솔직히 대학병원으로 전원해야 하는 경우였기 때문인데 나름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시도록 하기 위해 그런 것이니 정확히 보셨다고 할 수 있습니다.
골치가 아파서라고 생각해서는 아니고  산모와 아기의 안전 때문이라는 것이죠. ^^
사실 그 말이 그말인가요? ㅋㅋ
솔직히 고백하자면 고위험 산모도 그간의 정 때문에 과감히 보내지 못하는 저의 우유부단함은 옳은 것은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다행히 저희 병원에서 순산하기는 했지만 결과가 나쁠 경우 저 스스로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경우에 속한다고 해야 할 겁니다.

그동안 대학병원으로 전원한 산모는 중증 임신 중독증인 산모, 중증 근무력증이 있었던 분, 쿠싱 증후군을 앓고 있는 산모, 거대 근종이 있었던 산모, 전치 태반이 있었던 산모, 34주 전의 심한 조산이었던 산모, 40세 이후의 출산 산모 등이었습니다.
심지어는 40세 이후의 산모는 첫아기를 제가 분만을 도운 산모이기조차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40세가 넘는 산모나 근종이 있는 산모도 산전 진료를 계속 받고 계시는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어느 개인 병원은 50세가 넘은 산모의 출산을 해 내었다고 자랑하기도 하고 전치 태반 산모도 자신의 병원에서 수술한다고 자랑하기도 하더군요.
그러나 그런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 아니며 매우 무모한 일입니다. 산모와 아기의 생명과 안전을 고려했을 때 개인 병원에서 분만을 시도해서는 절대 해서는 안되는 경우들입니다.
심상O님도 고위험군에 속하는 경우이기 때문에 사실 대학병원에서 출산하는 것이 안전성 측면에서 더 낫기 때문에 욕을 먹을 각오를 하고라도 전원해야 하는 것 아닌가 수시로 갈등을 했고 실제 그런 시도도 했었지요. 비록 제 시도가 실패하기는 했지만....
일부러 찾아서 온 분을 대학병원으로 가서 출산하시도록  권하면 제가 아무리 차분하게 이성적으로 조리있게 말씀드려도 화를 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특히 제 얼굴 표정도 그렇고 말하는 스타일도 그렇고 그리 살갑지 못하다 보니 더 그렇게 만들게 되는 듯 싶습니다.

조산기도 있고하여 전원을 하도록 권고드린 것이 말하자면 제가 한 마지막 전원 시도였는데 실패하고 나서 사실 내심 매우 걱정이 컸습니다.
저야 한 분이라도 저희 병원에서 출산하면 감사한 일이지만 어디까지나 산모와 아기가 안전하게 출산하는 것이 산부인과 의사의 존재 이유이기 때문에 그런 안전성이라는 점에서 저희 병원의 인력과 장비가 부족하다고 판단될 수 있는 상황인 분들께는 의사의 양심으로 진실을 말합니다.

아마도 말씀드렸겠지만 그리고 특히 중간에 병원을 옮겨 오시는 산모들께도 종종 말씀드리지만 저희 병원과 같은 개인 병원은 3가지가 없고 3가지가 있습니다.
없는 3가지는 마취과 선생님, 소아과 선생님, 혈액은행입니다.
따라서 신속한 수술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은 산모, 소아과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할 가능성이 높은 산모, 출혈의 위험이 높은 산모의 경우에는 대학병원에서의 산전관리와 출산을 고려하시도록 조언드립니다.
가지고 있는 3가지는 대학병원에 비하여 비교적 저렴한 진찰 비용 및 입원 비용, 접근의 용이성, 그리고 산모의 의견을 반영하는데 있어서 좀더 수월하다는 점 정도이겠지요.
그러나 가지고 있는 3가지 점은 가지고 있지 못한 3가지에 비하면 사실 비교의 대상도 되기 어려운 작은 것들입니다.
다만 알고 계시는 대로 출산이라는 것이 병이 아니고 산모가 충실히 산전 관리를 받고 순산 체조도 잘 하고 특별히 고위험 요인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대부분 건강한 순산을 한다는 점 때문에 저희와 같은 개인 병원에서도 분만을 돕는 일을 담당할 수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지금까지 산부인과 의사 생활의 거의 대부분인 20여년을 출산 현장을 지키는 분만 의사로 살면서 의료 사고의 경험도 있고 또한 몇번의 의료 분쟁도 겪었지만 극히 소수의 경우를 빼고는 무엇이건 간에 대부분 고위험 요인을 한두가지 가지고 있는 산모들이었습니다.

이전 글에도 답글로 달았지만 심상O님은 사실 자연분만이 될 가능성은 10% 전후로 예상할 정도로 높지 않았는데 순산할 수 있었던 것은 산모의 의지와 그리고 진통 후반에 오신 둘라의 도움도 적지 않았을 듯 싶습니다.
물론 곁에서 끊임없이 격려하고 함께 노력한 바깥분의 역할도 빼 놓을 수 없겠지요.
제 개인적인 경험의 차원에서  말씀드리면 분명 쉽지 않은 출산이었다고 기억하지만 흡입 분만을 하는 경우라는 점이나 진통 중에 수술을 해 달라고 하는 분들의 경우는 생각처럼 적지는 않아서 그다지 기억에 남겨 두고 있지 않습니다.
다행이죠? ㅎㅎ
다만 10cm가 벌어져야 힘주기를 시작할 수 있는 자궁 경부가 3~4cm 밖에 벌어지지 않았는데 수술을 해 달라고 하셔서 눈앞이 깜깜해 지고 걱정이 좀 많이 되기는 했습니다.
그렇게 설득해서 자연분만을 하면 다행이지만 결국 수술하게 되면 고생은 고생대로 했으니 돌팔이 의사로 평가되어 아마도 평생을 두고 원망을 들을 것이 뻔하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경우에 속하기도 해서 걱정이 많았는데 자연분만을 해 주시어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여하튼 어제 출산한 분까지 진오비 산부인과를 개원하고 나서 총 100분이 출산하셨는데 그 중 단 4분만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을 했습니다.
그 중 3분은 반복 제왕절개나 역아인 경우로 원칙적으로 거의 모든 병원에서 제왕절개 수술로 출산해야 하는 경우인 점을 감안한다면 단 한분만이 예상에서 벗어나 수술을 하게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제가 순산을 돕는 특별한 기술이 있다거나 또는 비방의 약을 가지고 있어서거나 아니면 유독 삼신 할미가 저희 병원을 도왔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물론 여러가지 운이 따라 준 것도 없지는 않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남편분을 포함하여 산모와 가족들께서 저희를 믿어 주시고 끝까지 순산을 위해 스스로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입니다.
저희도 그런 신뢰를 밑바탕으로 나름대로 원칙적 진료하려고 애썼던 점도 약간은 영향을 끼쳤다고 자부하고는 있습니다.

중간에 아기 심음이 떨어지고 아기가 골반에 걸려 나오지 않아 흡입기를 쓸 수 밖에 없었고 회음부 파열도 적지는 않았지만 저는 산모와 아기가 그렇게라도 건강하게 출산하게 되어서 정말 감사할 뿐입니다.
귀여운 아기의 행복한 웃음에 그런 것들은 조금만 지나면 다 잊어질 뿐 아니라 사실 그리 중요한 것도 아니니까요.
저는 자연주의 출산법에서 주장하는 회음부 절개니 삭모니 관장이니 하는 것은 하고 안 하고 하는 것이 하등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런 출산 철학에서 한가지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저도 인정하는 것은 "출산은 산모가 주체"라는 점입니다.
분만 의사는 조언자이자 격려자일 뿐입니다.
말하자면 여행을 떠나는 데 있어 가이드와 같은 것이죠.
대부분이 이전에 한번도 직접 가보지 못하고 말로만 들은 여행지로 떠나는 그런 여행말입니다.
중간에 위험한 순간도 있을 수 있고 갔다오고 나면 멋진 추억으로 남는 여행.
그렇게 산모는 여행을 떠나는 주체입니다.
그러나 대신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실제 여행을 떠날 때도 그렇게 하지만 여행자는 주체로서 상당한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의사가 모든 것을 해주는 것이 아니며 해 줄 수도 없습니다.
  
여하튼 멋진 여행을 무사히 끝냈을 뿐 아니라 그 결과물로 이쁜 아기도 얻으시게 되어서 축하드립니다.
비록 중간에 갈등과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평생에 절대 잊지 못할 여행을 저희 병원에서 해 주시게 되어 감사합니다.
이제 아기와 더불어 명실 상부하게 진정으로 가정이 되었군요.
항상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아 그리고 도비도 함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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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마리 [2014-08-15 23:59]  numino4e [2014-07-17 01:33]  
#3 배유진 등록시간 2013-08-09 09:25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어머나! 한편의 소설을 보는 듯한 기분이드네요~
특히나 마지막 부분..정말 공감 많이 가요! ㅎㅎ
성경공부하면서 이브에 대한 원망이 저도 들었었거든요;P
옆에서만 몇번 지켜보기만 했지 저는 분만을 경험해 본 적은 없어서 막연함이 사실상
더 크기도 한데 역시나 엄마들의 위대함을 또 한번 느끼게 되네요!
작은 체구였음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라는 그 이름으로 보름이를 순풍! 나으셨지 않으셨을까
싶어요. 황홀한 출산 이라는 말도 출산에 어울리는 좋은 수식어 인 듯 하구요:$

보름군도 어쩜 저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지요~
꼭 더 훌쩍 크면 아가자랑 다시 한번 해주시고 세분이서 이루신 가정
언제나 행복이 가득하길 바래요:)

댓글

세레받으시면서 성경공부 열심히 하시나봐요^^ 전 모태신앙이라 못해신앙인걸로...^^; 주말엔 마트도 가야하고 놀러도 가야하고 ㅋㅋ 이젠 더 바빠지겠죠? 5대째 내려오는 천주교 집안에 제가 먹칠을 지대로 하고 있답니다. 보름이 무사 출산을 감사하는 의미에서라도 빨리 고해성사도 보고 주말미사도 복귀해야겠습니다! 그치만 이브는 정말 용서할 수 없어요~ 그쵸?^  등록시간 2013-08-12 20:07
#4 이수진 등록시간 2013-08-09 11:40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어느덧 보름이가 출산한지도 한달이 지났군요. 한달째 아기들의 미모가 꽃을 피우는 시기인데.. 사진 올려주셔서 간접적으로나마 볼 수 있어 감사할 따름입니다.

체구가 작으신 편이어서 원장님이 특.히 걱정하셨던(모든 산모분들을 걱정하시기는 하시지만서도) 산모분들 중 한분이셔서 긴장한 상태로 기다렸었답니다. 진통중에 계속 배가 터질것 처럼 아프다고 하셔서 걱정은 점점 배가 되었었죠. (지금 그 터질것 같던 배는 쏙 들어가셨겠네요.^^)

아무튼, 옆에서 열심히 엄마를 서포트해주시던 아빠는 시간이 갈수록 더욱 극심해지는 산통에 힘들어하던 엄마의 모습에 점점 저희처럼 긴장을 하시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 둘라가 오기전까지 어쩌면 아빠는 입안이 타들어가는 느낌을 겪으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 둘라가 오고 난 후에 아빠가 처음으로 안심의 웃음을 지으시며 저에게 말씀하셨죠. "좀 전이랑 달리 확 바뀌었죠?".. 처음과 달리 정말 많이 진정되고 차분해 지신 엄마의 모습에 덩달아 아빠까지 차분해지셨더라구요 ^^ 그러나 사실 저는 엄마의 글에 적혀있는 내용처럼 마음가짐이 달라졌던 것이 자연분만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걱정되었던 산모분중 한명임과 동시에 출산후기를 기다리고 있는 산모분들 중 한명이었는데 이렇게 길고 흥미진진한 출산후기를 적어주셔서 저까지 그날의 일이 새록새록 새삼 다시 떠올리게 되네요 ^^ 약해보이셨던 외모와 달리 엄마체구에 비하자면 우량아(?)에 속하는 보름이를 수술하지 않고 분만하셔서 놀랬고, 글솜씨에 또 한번더 놀랩니다. 이제 슬슬 더욱더 손이 많이 가고 있을 보름이를 보면서 짬짬이 글을 쓰셨을 엄마의 모습이 상상이 갑니다. 사실 빠른 리액션을 하지 않았다고 원장님께 혼났지만~ 글을 읽고 보니 그 또한 엄마의 출산후기에 스며들어있는 정성과 노력을 소홀히 여기었다는 깊은 뜻에서 하셨으리라 생각해보려합니다. ^^

늦은 답글 죄송하지만~ 꼼꼼히 열심히 읽었으니 이해해주세요~

p.s 맨 마지막 땅콩임부의 뻥뚤린 저 이미지는.... 출산의 고통을 아주 사실적으로 확 와닿게 만들어주는군요! 고생하셨습니다.!!!:loveliness:

댓글

그리고 원장님은 역시 직업병을 못버리시고... 땅콩 산모의 아랫도리 꿰멜 궁리부터 하시는군요 ㅋㅋ 저정도라면 과연 수습이 가능할지 궁금해지네요 ㅋㅋ  등록시간 2013-08-12 20:17
리액션 ㅋㅋ 원장님 멋지세요! 저 .. 이런 리액션 완전 좋아한답니다^^ 맞아요.. 둘라님 덕에 견딘것도 맞고, 정확히는 둘라님이 제가 엄마인 걸 일깨워 주셔서 견뎠다는 게 정답이겠죠. 그리고 원장님의 협박두요   등록시간 2013-08-12 20:15
글쎄 말이야. 땅콩 산모의 뻥뚤린 아랫도리를 보니 제대로 꿰메려면 시간 꽤나 걸릴 듯...ㅋㅋ  등록시간 2013-08-09 15:32
5# 김지연 등록시간 2013-08-09 13:4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정말 리얼한 출산 후기 인것 같습니다..엄마의 행동 하나 하나가 상상이 되어짐니다.
다행히 전 분만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그 생생함이 더 한 것 같습니다..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출산의 경험을 어떤 단어로 표현 하겠습니까?? 진통을 어떤 단어로 바꿔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까??
두분에서 세 식구가 되었으니 더욱더 행복하고 건강하게 지내세요..
가끔 보름이 보여 주러 놀러 오세요...

댓글

분만 경험이 있으시군요~ 진통... 맞아요, 감히 표현말만한 마땅한 단어조차 없죠 ㅋㅋ 분만동지로서 완전 이해받고 공감받는 느낌입니다^^ 행복과 건강을 빌어주셔서 감사해요. 집도 가까우니 종종 보름이랑 놀러갈게요~  등록시간 2013-08-12 10:50
6# 기쁨맘 등록시간 2013-08-09 20:29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자출 카페 댓글에 이어  진오비 홈페이지에도 댓글 남깁니다 ^^
역시 둘라분의 3인칭 관점의 후기를 보다 산모 본인의 후기를 보니...생생함이 느껴지기도 하고,
예정일을 일주일도 안 남긴 저겐....너무도 리얼한 후기라, 많은 도움이 되기도..두려움이 조금 밀려오기도 하네요 ㅋㅋ

늦었지만, 예쁜 아기 순산 축하 드리구요 사진의 아기가 너무 이쁘네요 ^^
저도 곧 후덜덜 ㅋㅋㅋ

댓글

내일이 예정일이신데..... 조만간 뵈요 +ㅁ+  등록시간 2013-08-14 10:54
안녕하세요^^ 자출까페에 댓글 다신 분 중 한 분이시라니 누구신지 굉장히 궁금하네요~ 곧 출산하실텐데 꼭 순산하시길 기원드려요. 머지않아 엄마랑 아기들 모임에서 뵐 수 있겠군요. 아는 척 좀 해주세요 ^.^  등록시간 2013-08-12 10:45
7#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3-08-10 15:15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심상덕님 2013-08-08 00:46 등록
출산 후기를 아주 길게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고 생생하게 써 주셨네요.^^
내용도 솔직하고 다른 산모분 ...

도비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맞습니다. 반지의 제왕에 등장하는 집요정 ..
다 떨어진 베갯잇을 입고 있으며 귀가 아주 크죠.
꾀제제했던 도비와의 첫 대면에서 딱 떠오른 이미지가 바로 그 도비였거든요^^

원장님 사진은요...
원장님 미소가 너무나 해맑고 화사하지 않나요?
제 딴에는 한번도 저리 활짝 웃으시는 걸 뵌 적이 없어서요.
아니, 미소는 커녕 저와 아이컨텍조차 안해주신 기억뿐이니 얼마나 화사하게 느꼈겠습니까 ㅎㅎ
그리고 남편이 말하길 원장님도 저희와 같은 모델의 미러리스를 소장하고 계시다던데, 잘 아시다시피 렌즈가 좋아 사진빨은 좀 먹고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그러니 최선으로 나왔다는 말씀 ㅋㅋ) ^^

지킬박사를 맘에 들어 하셨다면 제가 원장님 캐릭터 창조에 일조하는건데.. 맘에 안드신다니 아쉬움이 남네요.
아직 시간 여유는 있으니 다시 한 번 고심해보시길 바랍니다.
무뚝뚝 대마왕에 대한 제 생각은요... 좀 지나치게 귀여운 별명이 아닌가 싶습니다.
원장님이 대체 40대이신지 그 이상이신지 가늠이 안되는데요( 그냥 계실 땐 40대로 보이는데 돋보기 안경을 쓰시면 60대로까지 보여 도무지 짐작도 안가더라구요), 무뚝뚝 대마왕은 60이 넘어서까지 평생 사용하시기엔 뭔가 좀 부족한 면이 있지 않나 조심스레 제 생각을 밝히는 바입니다.

원장님 답글을 보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고위험군' 산모였다니요!
임신중독증도 그 이외의 이렇다할 내과적인 질환도 없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불명예
를 안고 있었다니, 제가 정말 호빗족이 맞긴 맞나봅니다 ^^;
여기서 구차하게 조금이라도 명예회복을 위해 좀 애써보자면...원장님이 자꾸 제게 키가 150cm 냐고 물으셨는데, 제 키는 그보다 무려 4cm나 크답니다!
몇 번을 그리 말씀드렸는데도 마지막에 또 깎아서 물으시더라구요. 쩝;;;;
게다가 힐 신으면 무려 160은 된답니다!
여자 키는 힐 포함한 키까지, 눈동자는 써클렌즈 포함한 크기까지, 생얼은 비비까지인 걸 모르시나봐요?
이 김에 저처럼 작아서 원치않게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또다른 저의 종족 '호빗족' 산모분들이 저를 보며 자연분만에 대한 희망을 가져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반박하고 싶으시겠죠 ㅋㅋ)


'자연주의'출산에 대한 원장님의 견해는 저도 동의하는 바에요.
출산 계획에 많이들 포함시키는 세가지가 있죠.
회음부 절개, 제모, 관장 여부요.
자연출산을 목표로 출산 준비를 하다보면, 왜 자연출산을 하려는 거였는지 근원적인 질문에서 살짝 벗어나 어느 순간엔가 '출산'을 위한 출산으로 흘러가게 되는수가 있더라구요.
자연주의 출산은 자연주의 육아의 한 부분이며 시작점일 뿐인데 말이죠.
그래서 자연주의 출산에 그토록 공들였는데도, 미처 준비 못한 육아를 시작하며 멘붕을 겪는 거겠죠 ^^; 저도 지금 난리도 아닙니다 끙 ㅠㅠ
(알고보니,도비 양육과는 차원이 다른 신세계였어요!!!)
앞에 언급한 세가지를 포함해서 자연출산에 언급되는 여타 다른'방법'들 모두, 안전한
출산을 위한 방법에서 벗어나지 않을 때 비로소 인정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생존이 우선이고 건강이 우선이니까요^^

제가 무사히 자연분만 한거에 대해 저와 남편,보름이에게까지 고맙다고 말씀하시는데요...당연히 저희가 깊이 감사할 따름이죠.
여행을 가이드하시는 분들 중 (서비스직에 맞지 않게) 독보적인 까칠함을 가지고 계시긴 하지만, 저희 가족에게는 최고의 가이드셨으니까요!

보름이가 낮잠자는 틈을 이용해서 이렇게 저만의 오락시간을 갖고 있습니다.
말 못하는 보름이와 대화하려니 입에 곰팡이 필 지경이었거든요.ㅋㅋ
그런데, 제 글이 의도치 않게 매번 끝없이 길어져서(요점정리 하여 용건만 간단히 올려야 읽는 사람 편할텐데, 그런 재주가 없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니 너그럽게...) 저를 할 일 없는 날라리 부모 로 보실까 조금 두렵습니다 ^^
8# 심상덕 등록시간 2013-08-10 15:4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ivory820202님 2013-08-10 15:15 등록
게시글은 ivory820202 님이 2013-08-10 15:29 에 마감편집 하셨음 \n\n
도비에 대해 잘 아시는군요!
맞습 ...

저 사진이 활짝 웃은 얼굴이라고 하면 누가 수긍할 지 궁금하네요. ㅠㅠ
물론 카메라가 좋아서 사진 자체는 깨끗하게 나왔습니다.
원판 자체가 엉망이라서 마음에 안든다는 것 뿐이죠.

별명에 대하여는 무뚝뚝 대마왕이든 지킬박사든 붙이는 분들 마음이겠지요. ^^
무뚝뚝 대마왕이 애교스러운 별명이라는 말도 처음 들어보기는 하는데 제가 생물학적 나이는 50대 초반이지만 마음은 젊게 사니 한동안은 애교스러운 별명 (??)을 붙이고 있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고위험 산모라고 해서 뭐 특별히 엄청 위험한 경우들만 들어가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쓴 글--종합 병원에서의 분만이 필요한 분 (http://gynob.kr/thread-571-1-1.html)--을 참고하시면 되는데 인류학적 측면에서 "임신 전 체중이 비만이거나 저 체중인 산모"도 고위험군에 포함됩니다.
산모의 나이도 35세 이상이면 고위험군이기 때문에 요즘 고위험군 산모들이 적지 않습니다.

그리고 "여자 키는 힐 포함한 키까지, 눈동자는 써클렌즈 포함한 크기까지, 생얼은 비비까지"라시니까 제 기준에서 아이컨택은 눈이 아니라 몸체를 보는 것까지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ㅎㅎ
또한 서비스 직에 맞지 않은 독보적인 까칠함은  유전적으로 물려 받은 천성이라고 생각하시면 좀 받아들이기 쉬울  듯 합니다.
제 큰 딸의 별명이 고슴도치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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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컨택에 대한 원장님의 색다르고 창의적인 견해... 제가 졌습니다. 인정할게요 ㅋㅋ 그리고 고슴도치라... 아이고~ 제가 고슴도치를 키워봐서 잘 압니다 ㅋㅋㅋ  등록시간 2013-08-12 20:20
9# 이연경 등록시간 2013-08-11 09:4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우와~~긴글이었지만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ㅎㅎ 역시 출산후기는 언제읽어도 흥미진진하네요~~여자에게 숨겨져있는 모성애를 발견하게해준 멍멍이에게 고마워해야겠어요 ㅋㅋㅋ이렇게 이쁜 보름이를 태어나게 해쥐서~~~날씬한 다리의 보름이 이제 곧 오동통하게 살이찌겠네요~~~ 그리고 마지막 땅콩사진!!! 아 너무귀여워요 ㅋㅋㅋㅋㅋㅋ 귀여운 아기땅콩과 밑이 뻥뚫려 뻗어버린 엄마땅콩 ㅋㅋㅋㅋ 글 목록에 띄워진 대표사진에 "아기를 안고계신 산모분이 연세가 많으신가보다~~" 하고 이 글을 열었는데 원장님께서 뙇 ㅋㅋㅋㅋㅋㅋㅋ 원장님 혈색이 방금 아기낳으사 산모분같아서 산후보약이라도 지어드리고싶게 만드는 사진이군요 히히 흥미진진한 출산후기 잘읽었습니다~~^^

댓글

ㅋㅋㅋㅋㅋㅋ 저 완전 빵! 터져서 커피 먹다 컴터에 뿜었습니다 ㅋㅋㅋ 심원장님도 이 글 보셨는지 궁금하네요^^ 그러고보니 헤어스타일도 단발펌(절대 철모파마는 아닙니다)에 가까우시고 얼핏 보면 그런 오해 살 만 하겠어요 ㅋㅋ  등록시간 2013-08-12 10:30
아.. 이연경님........... ㅋㅋㅋㅋ 저희 원장님이 나이많은 산모분으로 보이셨다니.. 뭐 저는 친정엄마쯤으로 얼핏생각했었기에 뭐라 말씀을 못드리겠군요^^;  등록시간 2013-08-11 20:31
10# dyoon 등록시간 2013-08-12 10:3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안녕하세요~출산 후기 잘 읽었습니다. 제가 5월말에 검진받으러갔을때 진찰 기다리며 뵙던 분이네요. 어떻게 기억을 하냐하면, 그때 저는 약 16주였는데도 뚱뚱해지고 배가 많이 나와서ㅠㅠ 고민해고 있던차에, 아주 날씬함서 배만 나온 산모분이 계셔서 감탄을 하면서 왕~부러워했었었거든요. 그때 거의 산달이 가까운 시기셨었나봐요^^ 보름이 잘 낳으신거 축하드리고, 건강하고 복된 가정 되시기를~*^^*

심원장님 사진보고는 뜨아~했답니다. 사회에 불만있으신 표정..ㅋㅋㅋㅋㅋ ^^
땅콩산모사진은 ㅠㅠㅠㅠㅠㅠㅠ

댓글

안녕하세요~ 같은 날 한자리에 있었다니 반갑네요^^ 5월에 16주이셨음 한창 아기가 뱃속에서 자라고 있겠어요. 제가 저체중이라 고위험군이었다고 하시던데 날씬하다고 좋게 말씀해주시니 넘넘 감사합니다 ㅋㅋ 심원장님 사진은 제 눈에만 화사한가요? ㅋㅋ 마지막까지 관리 잘 하셔서 순풍~ 순산하시길 진심으로 기원해드릴게요 ^^  등록시간 2013-08-12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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