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전 제가 은평구에 개업하고 있을 때 일입니다.
제가 진료를 했던 어느 산모가 저에 대하여 험담을 하고 다닌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 내용은 태아 위치가 정상인데도 제가 역아로 있다고 속이고 수술하자고 했다고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멀쩡한 산모를 제왕절개를 해서 돈이나 벌자고 하는 아주 나쁜 의사라는 말하고 다닌다더군요.
그 말을 전해 듣고 황당했는데 객관적으로 본다면 아마 다음 몇가지 중 하나일 것입니다.
1. 저나 저희 병원에 해코지 할 마음으로 없는 말을 만들어서 한 경우
2. 역아로 있어서 수술해야 한다고 말했던 산모인데 운 좋게 다시 돌아온 경우
3. 정말로 정상 위치인데 역아라고 속이고 수술하자고 한 경우
산모의 진료 기록을 보니 2번인 경우였습니다.
임신 막달에는 역아로 있던 태아가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는 않고 아주 드물기는 하지만 간혹 정상 위치로 돌아 오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예정일 가까이까지 기다려 보는 편이고 제왕절개 수술 직전에도 다시 초음파로 아기 위치를 확인해 봅니다.
그 분도 이후 다시 제게 진료를 하게 되었다면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자연분만을 시도하였을텐데 36주 쯤 역아라는 말을 듣고 병원을 바꾸어서 진료를 했기 때문에 제가 그뒤 다시 보고 상황을 정확하게 설명할 기회가 없었던 것입니다.
물론 저를 아시는 분들은 1번이나 2번일 것이라고 생각할테고 설마 3번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없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ㅎㅎ
그러나 저를 만나 보지도 못하고 저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분들은 3번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실 그런 의사들이 흔치는 않아도 있기는 하니까요.
그래서 이전 글에서 장난스럽게 쓰기는 했지만 변명 삼아, 그리고 오해를 사전에 좀 줄여 보고자 하는 마음으로 의사로서의 저에 대하여 가급적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겠습니다.
물론 전적으로 제 입장에서 본 것이니 다른 분들은 다르게 평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특히 저에 대하여 악감정을 가지고 계신 분들은 제 말이 위선이라거나 거짓말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뭐 그렇게 본다면 할 수 없는 일이겠지요.
우선 의사의 종류를 몇가지 기준으로 나누어 봅니다. 순전히 제 자의적 분류입니다.
[의사의 종류]
1. 교과서적으로 원칙적인 진료를 하는 의사 vs 그렇지 못한 의사
2. 전문가로서의 실력과 경험이 있는 의사 vs 그렇지 못한 의사
3. 비싼 의료비를 지불하지 않아도 만날 수 있는 의사 vs 그렇지 못한 의사
4. 환자나 산모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의사 vs 그렇지 못한 의사
좋은 의사란 위 4가지 기준에서 좌측에 속하는 특징을 모두 가진 의사이겠지요.
각 단계를 5등급으로 나누어서 가장 긍정적인 것을 5점, 가장 부정적인 것을 0점이라고 했을 때 저 스스로를 냉정하게 점수를 매겨 보았습니다.
1번 항목 - 5점
2번 항목 - 4점
3번 항목 - 3점
4번 항목 - 0점
총점으로는 12점 정도 되지 않을까 싶고 100점 단위로 환산하면 60점이니까 딱 낙제점을 면한 수준입니다. 
이 글의 제목에 대한 답이기도 한데 즉 "저는 좋은 의사는 아니다" 그런 말입니다.
좋은 의사는 아니고 그저 원칙적 진료를 하며 그럭저럭 경험을 쌓은 의사라는 이야기입니다.
제게 진료를 위하여 찾아 오시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데 80점 이상의 좋은 의사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왔다가 실망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습니다.
특히 4번에 대하여 기대를 많이 하고 오신 분들이 맨붕에 빠지는 경우가 간혹 있는 듯 싶습니다.
이곳 홈피를 통하여 그리고 인터넷을 통하여 널리 알려진 무뚝뚝 대마왕이라는 제 별명으로 미루어 어느 정도 짐작하고 오시면 그런 충격이 좀 덜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어 가끔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그러니 앞으로 제게 진찰을 받으러 오시는 분들은 이전 글에서 농담처럼 쓰기는 했지만 구체적으로 아래와 같은 큰 단점 몇가지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고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제가 가진 특징]
1. 겁나는 내용 무뚝뚝하고 태연하게 말하기
2. 남에게 말로 상처 주거나 울게 만들기
3. 화나지 않았는데도 화난 것처럼 보이기
4. 발음을 우물거려 다른 사람이 못 알아 듣게 말하기
5. 사람 눈을 똑바로 쳐다 보지 않고 말해서 무시당한 기분 들게 하기
6. 아군 만드는데 쓰는 정성과 노력의 1/100로 적군 만들기
7. 그냥 가만히만 있어도 상대방 마음 불편하게 하고 주눅 들게 하고 머리 속 하얗게 만들기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런 특징들 중 많은 것들이 가만히 보면 일관된 공통점이 있습니다.
까칠하다는 것입니다. 
그럼 제가 왜 그런 까칠의가 되었을까요?
역시 제 혼자 생각에 그 이유를 짐작해 보았습니다.
그런 특징을 가지게 된 이유에 대한 변명이기도 합니다.
첫째 저는 경상도가 고향인 부모님을 두었습니다.
경상도 사람이라고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경상도 분들이 다른 지방 분들보다는 무뚝뚝한 편이고 잔 정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웃는 모습을 본 분이 거의 없다고 하는 말을 들었는데 저도 제 아버님이 웃으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습니다. ㅎㅎ
제가 아기들을 귀엽다고 쓰다듬고 만지고 안고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저도 제 아버지 무릎에 앉아 본 적이 없습니다. ㅠㅠ.
제 아버지 뿐만 아니라 제 아이들도 저와 똑같습니다.
웃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무뚝뚝하고 까칠한 것은 경상도의 피가 흐르는데다가 집안의 내력도 있어 그런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제 자신만의 색안경을 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색안경은 편견이라거나 선입견 혹은 사진적으로는 필터라고 하면 이해가 빠르겠군요.
그런 색안경을 쓰고 세상과 사람을 대하는 것이 좋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제가 왜 그런 성향을 가지게 되었는가에 대한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해서일 뿐입니다.
제가 가진 색안경은 이런 겁니다.
최선을 다했다고 해도 결과가 나쁘면 멱살잡이하고 의료 분쟁으로 문제를 삼을 사람은 이미 그런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진료 시에도 잘하면 가려낼 수 있다고 하는 생각입니다.
물론 상당 부분 제 생각이 틀렸을 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현재까지 제가 사용한 필터의 정확도는 과거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한 60점 정도쯤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0점 가까운 효과적인 것이었다면 지금처럼 빚쟁이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아래 사진에서 보다시피 저는 통장이 많습니다. 
통장 외에 [소득금액증명원]과 얼마전 방송에도 나왔던 [금융거래확인서]도 함께 올렸습니다.
다 빚 통장이며 8억 가까운 수준입니다.
다른 사람이 보면 저라는 사람에게는 빚도 자랑인가 생각할 것 같습니다. ㅎㅎ
제가 남은 평생을 매월 천만원씩을 저축한다고 해도 80개월 즉 7년 가까운 기간 동안 갚아야 하는 액수입니다.
대출을 더 받기 위해 얼마전 떼어 본 소득금액증명원에서는 2014년도의 경우 제 총수입이 연간 6900만원이더군요.
월 600만원 쯤 벌었다는 계산입니다.
3명의 자녀가 있고 수입이 없는 부모님을 모시는 장남인 제게 이 정도는 생활이 곤란한 지경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20여년간 빚이 8억에 가깝게 되기는 어려운 수준이겠지요.
그러므로 제가 현재 가진 8억 가까운 빚 중 대부분은 의료 분쟁에 대한 배상금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원치 않은 악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다 의료 분쟁이 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의료 분쟁에 들어간 사례들이 모두 심각한 악결과 때문인 것도 아닙니다.
충분한 신뢰와 노력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비록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이해해 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 않은 경우 악결과는 반드시 분쟁으로 연결되고 의사는 정신적으로, 경제적으로 상당한 댓가를 지불하게 됩니다.
제가 20여년간 산부인과 병원 운영하는 동안 분쟁에 대한 배상 비용이 없었다면 아마 현재는 1억이나 2억 정도의 빚만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리고 60점 이하의 아주 형편없는 필터였다면 더 많은 빚을 끌어 안고 벌써 의사를 그만두게 되었을텐데 그렇지 않은 것을 보면 아주 형편 없는 성능의 필터는 아닌가 봅니다.
이런 색안경은 실제 색안경처럼 색깔이 칠해져 있는 것은 아닌 것은 당연한 것이니 현실에서는 제가 쓰고 있는 색안경이 어떻게 기능을 하는지 궁금하실 것입니다.
바로 제가 지금 그러고 있는 것처럼 까칠하고 무뚝뚝하게 행동하는 것입니다.
물론 제가 일부러 의식적으로 그러고 있다는 뜻은 아니며 이제는 습관처럼 굳어져서 바꾸고 싶어도 바꿀 수 없는 제 성격이 되었습니다.
그런 까칠함을 통과한 사람이라면 최선을 다한 노력이 전제 되기만 한다면 비록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고 불행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해해 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제 의식 밑바탕에 깔려 있지 않나 추측합니다.
제가 하는 진료 방식은 의료 분쟁에 대한 방어적 진료는 일체하지 않는 방식이라서 분쟁에 휘말릴 위험이 매우 높을 수 밖에 없다고 동료 의사들조차도 걱정할 정도입니다.
그런 의료 분쟁에 휘말릴 확률을 덜어 보려고, 그런 것으로 인해서 오는 불안함과 두려움에서 벗어나 보려고 제 마음 속에서 방어기제를 만들어 낸 것이라고 저는 분석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필터로 걸러진 사람들, 즉 문턱을 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 중 일부는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고 넘기는 분들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사실 제 필터가 잘못 작동한 경우라고 해야할 것이고 미안한 마음도 많이 듭니다.
그러나 반대로 상처를 크게 받고 포털 사이트 같은 곳에 글도 남기고, 있지도 않은 험담을 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사실 그런 경우는 필터가 잘 작동한 경우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그 당사자에게도 상처를 주고 제 평판이나 병원 평판에도 나쁘게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가 돈을 못 버나 봅니다. ㅎㅎ
저에 대하여는 인터넷에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고 어떤 분께서 알려주더군요.
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대체적으로 필터를 통과하여 이쪽으로 들어오신 분과 그렇지 못한 분의 차이입니다.
사실 저도 허허 웃으면서 의학적으로 고위험군 산모이든 아니든, 인간적으로 위험하다고 느끼는 산모이든 아니든, 찾아 오신 모든 산모분들께 적당히 방어적 진료를 해서 수술도 하고 필요는 없더라도 무통주사도 놓고, 영양제도 슬쩍 권하고, 건강 식품이나 불요불급한 비급여 검사도 권하고 하면 어땠을까 생각해 본 적도 있습니다.
그랬다면 아마 아주 큰 건물은 아니라도 지금쯤은 4,5 층 정도의 단독 건물 정도는 가지고 있게 되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좋은 원장, 편안하게 해 주는 의사 소리를 들었을 것입니다.
프로스트의 말처럼 인생에는 두갈래 길이 있는데 어쩌다 보니 저는 이쪽 길로 왔습니다.
가보지 못한 저쪽 길로 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아마 그길로 갔다면 부모님과 여행 한번 제대로 가보지 못한 한심한 아들이라는 죄송스러움, 아내와 자식들에게 빚만 잔뜩 남기고 가야 한다는 자괴감 같은 것은 남겨 두지 않아도 될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렇다해도 못 가본 그 길에 대하여 별로 후회는 없습니다.
의사를 업으로, 산부인과 의사를 직업으로 택하지 않았다면 모르겠지만 의사를 택한 이상 그 길은 저와는 체질이 맞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세상에는 이런 의사도 있고 저런 의사도 있고 하여 다양한 스타일의 의사가 있어서 환자나 산모들로 하여금 선택의 여지를 넓혀 주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같이 까칠하기는 하지만 원칙적 진료를 하려 노력하는 의사도 있고, 친절하고 편안하기는 하지만 원칙에 철저하기만 하지는 않은 의사도 있고, 그 중간쯤의 의사도 있고, 그리고 장점만을 가진 정말 좋은 의사도 있을 수 있겠지요.
오늘 모 포탈 사이트의 어떤 글을 보다 보니 제게 진료를 한번 받고 그렇게 오해하고 상처 받으신 분이 있어서 앞으로는 그런 분들이 더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답답한 마음에 푸념도 삼아 적어 보았습니다.
"밑지는 장사없다. 받을 거 다 받으면서 자선사업하는 양 읍소하는 거 솔직하지 않다"는 글을 보니 제가 장사하는 사람으로 보인 것 같아 좀 얼굴이 후끈거립니다.
전 그분께 저희 병원은 초음파도 다른 병원보다 많이 비싸니까 어지간하면 오늘 초음파 보지 말고 가셨다가 제가 말씀드린 것들 잘 감안하시어 저희 병원으로 진료 다니기로 결정하시면 그때 와서 초음파 검사해도 늦지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렸었는데 굳이 보시겠다고 해서 본건데.ㅠㅠ
그리고 쪽팔려서 아무도 못한다는 은행 빚 거래 내역서까지 방송에 공개할 정도면 저는 너무 솔직한 게 탈인듯 싶은데...ㅎㅎ 여하튼 저와 생각이 많이 다른 분인가 봅니다.
어쨌거나 앞으로 길게 남지 않은 의사 생활 동안 가급적 저로 인해 상처 받는 분도, 제게 상처 주는 분도 없이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