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잘 조리하고 계시죠? 아기도 많이 컷겠네요. 아닌게 아니라 임신 출산은 산모의 심장에 상당한 부담이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도 평소 심질환이 있었던 산모나 혹은 척추 측만증처럼 기형으로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는 임신 출산 후 심장 관련 합병증으로 위험해 지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은 아예 임신을 하지 말도록 심장 내과 전문의들은 권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소설 속에 언급된 그런 사례가 의학적으로 전혀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심O아님도 너무 마르고 체력이 너무 약해 사실 심장 관련으로도 그렇고 자연 분만이 될지 하는 점에서도 그렇고 걱정을 많이 했던 몇 분 중 한분인 것은 사실입니다. (지금까지 출산하신 분과 앞으로 저희 병원에서 출산하실 분 중 내심 걱정이 되는 분은 대략 총 여섯일곱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건강 관리에 유념하시면서 다음 임신에는 좀더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다만 그런 심장 관련 후유증은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 시 훨씬 덜한데 첫아기를 순산하셨으니 둘째는 좀더 쉽게 순산하실 것이고 따라서 심장 관련으로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될 것 같다는 것이 제 생각입니다. 두번째 질문과 관련하여서는 체구가 너무 작으니 골반도 작고 힘주기 할때 힘도 약할 수 밖에 없는데 반면 아기는 3.28kg으로 적지 않았으니 아마 다음번 임신시에도 흡입 분만을 하게 될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둘째는 첫아기보다는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첫아기때 흡입기를 이용했다고 해도 둘째때는 흡입기를 이용하지 않고 출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둘째와의 터울이 4년 이상으로 너무 많이 나지 않았을 때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아닌게 아니라 흡입 분만은 장시간 사용시 아기 뇌 내의 출혈이나 골반에 걸려 있는 동안 저산소증으로 하여 뇌에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위험한 시술입니다. 다만 장시간 무리하게 쓰지 않을 경우 그런 위험이 그리 흔한 것은 아니고 해서 제왕절개를 하지 않는 마지막 시도 방법으로 종종 쓰이고 있습니다. 심O아 님의 경우 장시간 무리하게 쓰지 않아 출산후 호흡 부전도 별로 없고 해서 그 점은 그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물론 국내의 여건에서는 의료 분쟁에 휘말릴 염려 때문에 방어적 진료를 많이 하는 편이라 흡입 분만을 하기보다는 차라리 제왕절개를 하는 쪽을 선택하는 의사들이 많기는 합니다. 제왕절개의 경우 아기와 산모가 더 안전해서라기보다 제왕절개로 출산한 경우 의료진의 과실을 덜 묻는 판결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기 측면만 보면 제왕절개가 더 안전할 수 있지만 산모 측면까지 고려하면 자연분만이나 흡입분만 보다 제왕절개는 훨씬 더 위험하고 안전성이 떨어지는 시술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말이죠. 회음부 절개 문제는 중앙 절개라고 해서 회음부에서 항문 쪽으로 수직으로 하는 절개법을 택했습니다. 이것은 사실 항문 파열의 위험이 다소 높아지기는 하는데 반면 회음부 통증이 적고 회복이 빠른 장점이 있어서 대부분의 경우 이런 절개법을 택합니다. 출산시 회음부를 누르는 것은 보통 분담 담당 의사가 하고 있기 때문에 보호자분이 회음부를 누르는 것은 굳이 필요하지는 않습니다. 탄생과 관련한 후기는 써 볼 수는 있으나 벌써 한달이나 지나서 생생하게 기억이 날지는 모르겠습니다. ㅠㅠ 사실 한달이면 긴 시간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순간 순간의 급박한 경우들을 다루는 산부인과 의사로 지내다보니 한달 전의 일은 다른 사람들이라면 한 1년쯤의 기간으로 느껴질만큼 길게 느껴지거든요. 가장 중요한 난관은 제가 워낙 기억력이 좋지 않다는 점이겠지요. ㅠㅠ 그리고 사실 분만 과정들은 진통 과정에서 조금씩 양상이 다르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비슷비슷 하다 보니 다른 분들과 특별히 다른 점은 기억이 쉽지만 (둘라가 오셨던 점은 처음 있는 일이라 기억이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만. ^^) 다소간 난산이 되어 출산 중 수술을 해 달라거나 진행이 안되서 중간 중간 고민을 하게 된다거나 하는 것은 초산모들의 경우 워낙 흔한 일이라 나중에 지나고 보면 어떤 산모가 그런 말을 했는지 어떤 산모가 그런 말을 안 했는지도 사실 기억이 잘 나지는 않습니다. 산모 입장에서는 수술해 달라고 의사에게 강요 내지는 협박 혹은 부탁을 한 기억을 의사가 잊어 주기를 바랄 것도 같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다행일 듯도 싶습니다.. 여하튼 그 점은 차후 생각이 나는 대로, 그리고 시간이 허락하는 대로 올릴 수 있으면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이 글이 그런 후기에 거의 가름할 정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기는 합니다만..ㅎㅎ 끝으로 순산하시어 산모를 의해서나 가족을 위해서나 병원 입장에서나 정말 다행이라는 말씀드립니다. 제왕절개가 나쁜 분만법은 아니고 오해도 많이 받고 있는 시술이기는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이 여러가지 점에서 장점이 많고 특히 산모의 건강 측면에서는 차이가 많이 나니까요. 저로서도 자연분만할 가능성은 한 10%에서 20% 정도의 가능성 밖에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진통도 잘 참으시고 나중에는 힘도 잘 주신 편이라 자연분만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분만전 최종 체중이 45kg 밖에 안되는 산모가 3.3kg 정도의 건강한 아기를 자연분만으로 순산했다고 하면 그게 가능하냐고 놀랄 것 같습니다. 아마도 모두들 산모의 의지력과 인내력에 혀를 내 두르지 않을까 싶습니다. ^^ 모쪼록 앞으로 조리 잘 하시고 항상 건강하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