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잊어버립니다.어머니도, 엄마라는 존재도 언젠가는 그저 어린 '소녀'였다는 것을.
엄마-로 살아가기 위해서, 엄마-를 감당하기 위해서, 엄마-로 자리잡기 위해서. 좀 더 강해졌을 뿐.
어머니도, 어머니의 어머니도, 모두의 어머니도 언젠가는 그저 귀엽고 여린 '소녀'였겠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누군가의 어머니도 엄마도, 언젠가는 그랬듯이
그런데, 소녀였던 당신께. 나는 소녀대접을 한 번도 해드리지 못했네요.
내가 당신을, 아줌마로 할머니로 만든게 아닌가, 죄송해서 마음이 아파옵니다.. 사랑해요, 어머니. 아니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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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소풍가는 날이면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뚝딱뚝딱 칼질 소리에 잠에서 깼습니다. 딸 소풍 보낸다고 우리 어머니는 새벽부터 일어나 김밥을 만들고 계셨네요. 눈을 반쯤 뜨고 슬금슬금 엄마 옆으로 가면 ‘아구~ 우리 딸 일어났어?’ 하시며 김밥 꽁다리를 입에 쏘옥 넣어주셨습니다.
우리 어머니는요 아침밥을 어찌나 중요시 여기셨는지 모릅니다. 잘 때까지 푹 자다가 학교 갈 시간에나 일어나 집을 나설 때면, 어머니는 국그릇을 들고 쫓아 오셔서 이거라도 마시고 가라고 하시네요. ‘아 참 귀찮게 왜 이러나, 아침 좀 안 먹는다고 안 죽는데.’라는 생각도 했었답니다.
우리 ‘엄마’도 옛날엔 외할머니가 새벽같이 일어나 싸주신 김밥을 들고 소풍을 떠났던 작은 소녀였겠지요. 우리 엄마도 옛날엔 나처럼 아침밥 보단 잠을 선택하던 소녀였겠네요.
엄마 옆에 매달려서 김밥 꽁다리를 오물거리던 소녀가요, 아침잠이 많아 부랴부랴 집을 나서다가 ‘이거라도 먹고 가라’하는 엄마에게 짜증도 내던 그 소녀가요.
‘사랑해, 아가야’하고 나를 안아주셨습니다.
'사랑해, 아가야'에서 담아온 글 입니다.
http://tinyurl.com/kkma5p6 (모바일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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