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오닉스.
잘 지내고 있는지?
이제 봄을 지나 여름으로 다가서는지 한낮의 기온은 이마에서 땅방울을 맺게 하는구나.
어느때라고 그렇지 않으랴만은 계절이 오고 가는 것은 참 새롭고 가슴 설레이는 일이다.
지난 계절에 하지 못하고 묻어 두었던 일과 생각들을 꺼내고 펼쳐 만끽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이 좋은 시절에도 너는 혹시 스스로 만든 어둡고 추운 마음의 방에 자신을 가두어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구나.
여전히 하루하루 지내는 것을 버거워하고 만만하지 않은 세상을 탓하고 있을까봐 걱정이다.
사실 한 세상 살면서 버겁지 않은 삶이 어디있고 만만한 일이 어디 있겠니.
철로를 달리는 기차는 철길이 구부러졌다고 울퉁불퉁하다고 탓하지 않는다.
구부러졌으면 구부러진 대로 울퉁불퉁하면 울퉁불퉁한 채로 흔들리면서 달려가는 것 뿐이다.
그러다가 언제가는 종착지에 닿는 것이다.
우리 인생도 그런 기차와 다를 것이 없다.
그러니까 길이 구부러졌다고 혹은 기차가 느리다고 탓하지 말거라.
네가 바라지 않더라도 쭉 뻗은 길로 쏜살같이 지나가는 것이 세월이니까.
대신 천천히 가면서 창밖으로 스쳐지나는 산과 나무, 들과 꽃들을 감상해 보거라.
산과 들이 아니라면 슬픔과 외로움이라도 좋다.
원래 산다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면 그런 것들도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그런 이해가 있다면 차가운 얼음 구덩이에서도 포근함을 느낄 수 있고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시원함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던져진 이유도 알 수 없고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이유도 모르는 것이 삶이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있는 동안의 이유를 무엇에서이든 찾지 않는다면 가는 동안의 여행이 매우 고단할 것이다.
그런 이유를 네가 하루 빨리 찾기를 바란다.
너의 마지막 날이 오기 전에.
이제는 간편하게 문자 메세지를 보내거나 이메일을 보내면 아무리 먼 거리라도 순식간에 상대방에게 연락을 할 수가 있지만 그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쓴다.
문자도 보낼 수 없고 전화도 할 수 없는 너는 나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너 자신을 소중히 하기를 바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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