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낮에 오신 분이시죠? 팔에 시퍼렇게 멍이 든 것을 보고 마음 속으로 죄송했는데 그 자리에서 사과를 못 드렸습니다. 죄송합니다. 채혈한 직원이 경험이 많지 않은 직원이다 보니 제대로 채혈을 못하였습니다. 바로 올라가서 따끔하게 혼내기도 하였고 다시 교육을 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채혈하다 보면 혈관이 잘 안 보여서 다시금 채혈하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한 채혈도 그렇기는 했지만. 그러나 멍이 든다는 것은 이미 혈관이 터져서 채혈이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것임에도 방치하고 계속 채혈을 시도할 때 생기는 일로써 전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겠지만 가급적 생겨서는 안되는 일입니다. 멍이 꽤 오래 남아서 보기도 흉하고 욱신거려서 상당히 불편한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직원 교육을 좀더 충실히 했어야 하는데 원장인 제 불찰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 오셨을때 초음파를 보니 유산의 가능성이 높아서 희망적인 말씀 드리지 못하였는데 오늘 확인한 피검사 결과도 희망적인 것이 아니라 안타깝습니다. 산부인과 의사로서 유산이나 혹은 자궁외 임신의 가능성, 기타 태아의 이상 등을 알리는 것은 마음 편한 일은 아닙니다. 산모나 남편분의 마음이야 말할 것도 없이 안타까우시겠지만. 그러나 아닌게 아니라 종종 그런 경우를 보다 보니까 환자나 산모의 마음을 충분히 헤아리지 못하고 무덤덤하게 말하게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다른 의사들이나 저나 모두 그러지 않도록 노력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타성에 젖다 보면 미흡한 것이 사실입니다. 더욱 신경쓰고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혀하튼 좋은 소식을 전하지도 못하고 마음 편하게 진찰 받고 가시도록 하지도 못하여 죄송합니다. 다만 진료후에도 말씀드렸지만 별 다른 이상도 없이 임신 초기에 유산이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으며 다음에 건강한 아기를 낳기 위한 준비라고 생각하시면 받아들이기가 좀 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유산 재발율이 높지 않아 원인을 찾는 검사도 따로 하지 않을 정도라고 말씀드렸다시피 너무 실망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쓰시기 쉽지 않았을텐데도 따끔하게 지적해 주시고 발전을 위한 충고 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미흡한 점이 개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빨리 회복하시고 빠른 시일 내로 좋은 소식 있으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