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음방에서 보신 분도 있겠지만 직원들 여럿이 달려들어서 조립한 이케아 책장에 책을 넣은 모습입니다.
이전 글에 쓴 대로 열린 서가를 위한 책장입니다.
오늘 맘과 마음 방송 보신 분들은 저는 휴대폰 카메라만 들고 놀면서 여러여리한 직원들만 시켰다고 원성이 자자하신 것 같은데 그렇지 않습니다.
첫번째 장 조립에 제가 함께 참여하면서 저도 손가락을 다쳤습니다.
지금도 오른쪽 집게 손가락이 멍이 들어 거무죽죽합니다. ㅠㅠ 아래 사진 참조.
책장에는 제가 기증(?)하는 책과 pyojuck님께서 기증하신 책, 그리고 기존에 저희 병원에 있던 책과 잡지를 꽂아 두었습니다.
찜콩했기 때문에 19일 바자회에 드려야 하는 책도 있어서 아직은 병원 대기실에서 보고 다시 꽂아 놓도록 안내하고 있지만 19일 이후 가져가실 책 다 가져가시고 남게 되는 책들은 가져가시어 보고자 하시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달콤짱짱님이 제안하신 대로 자가 대출 목록을 만드는 것도 고민은 해 보겠지만 저는 기본적으로는 원하시는 분은 가져 가시고 다시 안 가져 오셔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이케아에서 산 두개의 책장만 있는데 내일 인터넷 주문한 것 오면 총 4개의 책장이 됩니다.
현재는 두 책장도 다 못 채웠고 직원들 말로는 책을 그냥 아무나 막 가져가시게 하면 곧 동이 나서 다섯권만 남을거니 주문한 책장도 반납하라고 하는군요. 
물론 저는 가져 가시는 것보다 가져다 기증하시는 것이 더 많아서 분명이 책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얼마 못가 병원 복도에 주욱 돌아가면서 책장을 주문해서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주었는데 과연 누구의 예상이 맞을지 저도 궁금하군요.
이십여년전 제가 처음 개업할 때 생각이 납니다.
저는 진료하고 나서 진료비를 따로 받지 말고 그냥 대기실에 돈 통을 놓아 두어서 진료 받고 가면서 알아서 자신이 원하는 만큼 내고 가는 방식을 택해 보려고 생각했습니다.
현재 그런 식으로 운영하는 식당이 지방에 있다고 듣기도 했지만.
그러나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의식 수준을 고려해 봤을 때 적자가 나서 1년도 못가서 문을 닫을 거라고 가족들과 친구들이 하도 걱정을 하면서 말려서 정작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그후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이 다 하는 그 방식으로 계속 해 오고 있는데 빚이 8억에 육박하는 지금은 그때 그렇게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여하튼 그때의 제 생각은 생각에만 그치고 실행에 옮겨 보지 못하고 말았지만 언젠가는 그런 방식으로 운영을 하는 후배 의사가 나올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그리고 저는 저희 병원의 열린 서가의 책장이 차고 넘치게 된다고 해서 그것이 꼭 바람직하기만 한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책장이 차고 넘쳐나는 것도 좋겠지만 그렇지 않고 책장이 텅텅 비더라도 그만큼 책이 누군가에게 잘 전달되어 읽히고 있다는 뜻일테니 의미가 없지는 않습니다.
서가 뿐 아니라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입니다.
내 품에, 내 것으로만 많이 쌓아두는 것이 성공한 삶이고 모두의 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데 있어 아무 역할을 못한 것이고 오히려 실패한 삶입니다.
성공과 실패의 기준은 자신이 가진 부나 명예나 권력의 부피에 있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작던 크던 자신이 가진 부나 명예나 권력이 어떻게 사용되었나 하는 것입니다.
이야기의 결론은 뭐냐하면.....
즉 제가 내놓은 책을 포함하여 열린 서가의 책이 많은 분들에게 유용하게 쓰였으면 좋겠다 그런 말씀입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