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 잡는 법
너무 오래전이라 정확한 나이는 모르겠다. 아마도 초등학교 1,2 학년 정도의 나이가 아니었을까. 50년전 서울 변두리로 간다. 아이들의 놀이 공간은 드문 드문 빈집이 있는 공터다. 아무 것도 없이 비었다고 공터라고 했지만 사실  그곳에는 쇠똥구리도 있고  땅강아지도 있고 개구리가 있고 잠자리가 있었다.  땅강아지나 개구리에게 인간 아이들은 반갑지 않은 존재였을 것이다. 아니 반갑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저승사자와 다를 바 없었다. 한번 잡히면 장난감으로 온갖 부림을 당하다가 죽어서만이 아이들의 손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강제로 날개를 뜯긴 잠자리는 기어다니는 곤충이 되었고 다리를 뜯긴 땅강아지는 더 이상 땅을 파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잔인하기 그지 없는 곤충 학대지만 어린 아이들에게 그런 도덕률을 가르쳐 주는 사람은 없었으므로  용서해 주기로 한다. 개구리며 땅강아지는 아이들에게 잡히지 않기 위해 죽기 살기로 도망쳤다. 아무리 작은 생물이지만 죽기 살기로 도망치면 잡기가 힘들다. 그 중에서 특히 잡기가 힘은 것은 하늘을 날아 다니는 잠자리였다. 요즘이야 잘 만들어진 잠자리 채로 잡으면 그리 잡기 어렵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잠자리 채를 가질 정도의 부잣집 아이들은 우리 동네에는 없었다. 그러나  잠자리 채 못지 않은 도구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잠자리였다. 잠자리를 잡기 위해 우선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미끼 잠자리를  포획하는 것이다. 다만 이때의 미끼 잠자리는 반드시 암잠자리여야 한다. 숫잠자리는 잡아도 쓸모가 없는데 요즘의 인간 세상과 비슷하다. 아이들이 암잠자리와 숫잠자리를 어떻게 구분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추 잠자리의 경우 고추처럼 샛빨간 꼬리는 암잠자리, 다소 검붉고 칙칙한 것은 숫잠자리였다.  아니면 그 반대였을 수도 있다. 긴 막대의 끈에 달린 실에 암잠자리의 다리를 묶는다.  그러면 잠자리는 하늘로 날아 오르지만 끈에 묶여 있으니 멀리 갈 수가 없다. 몇번 하늘을 활공하다보면 숫잠자리가 교미를 위해서 달려 든다. 암잠자리의 등쪽 교미관에 꼬리 부분을 삽입한 잠자리는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정말 간단하게 암잠자리 한마리로 숫잠자리 여러 마리를 잡을 수 있다.

시정마의 역할
망아지를 얻기 위해서는 당연한 것이지만 숫말과 암말을 교배시켜야 한다. 암말도 다를 바 없지만 우수한 새끼를 얻기 위해서는 우수한 신체 조건을 가진 숫말이 필요하다. 그런 숫말을 종마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종마라고 해도 암말과의 교미가 쉽지는 않다. 인간이든 동물이든 곤충이든 교미를 위해서 수컷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암컷이 교미에 응하도록 하기 위해 수컷이 보이는 구애 행동은 종에 따라  다양하다. 반면 암컷이 수컷과 교미할 생각이 없을 때 보이는 거부 행동은 둘 중 하나다. 도망가거나 저항하는 것이다. 말의 경우 숫말의 구애 행동을 거부하는 방법은 뒷발차기다. 암말의 뒷발차기는 강력해서 사람은 물론이고 같은 말이라도 정통으로 맞으면 중상을 입거나 심하면 죽을 수도 있다.  일반 말이 아닌 종마는 가격이 어마어마하게 비싸다. 한번의 교미를 위하여 암말에게 다가갔다가 종마가 다치게 되는 것은 마주에게 큰 손해다. 그래서 구애 행동만 전담하는 말을 따로 둔다. 그것이 시정마다. 시정마를 이용해 암말을 흥분 시켜서 교미를 위한 준비가 갖추어지면 그때 종마를 투입한다. 시정마는 열심히 위험을 무릅 써 가면서 구애를 해서 이제 막 목표가 눈앞에 있는데 강제로 끌려 나와야 하니 정말 괴로울 것이다. 인간에 의해 강제 번식에 뛰어드는 종마도 딱한 처지이기는 하지만 시정마에 비할 바는 아니다.  교미 직전에 끌려 나오는 시정마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울부짖음이 너무 간절해 안쓰러웠던 기억이 있다.  불쌍한 인생 아니 마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에게 있어 Sex란
시정마도 그렇고 암잠자리와의 교미를 위하여 달려들었다가 잡힌 숫잠자리도 그렇고 성욕은 동물에게 살아갈 힘을 주는 동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생존에 굉장한 위험  요인이기도 하다. 또한 인간에게 있어 sex는 아름다운 것이면서 감추고 싶은 것이기도 하고, 즐거울 때도 있지만 괴로움과 고통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분노와 불편이 진화를 이끈 원동력이라고 말한 학자가 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성 혹은 사랑만큼 생존과 진화, 발전에 더 큰 영향을 준 것 같지는 않다. 많은 예술 작품도 성적인 동기, 넓게는 사랑에서 출발한 것이 많다. 사랑하는 이와 나누고자 하는 것이 꼭 성적인 것만은 아니겠지만 성적인 것이 적지 않은 동인이 된다. 물론 성욕은 인간이 가진 여러 욕구 중에 하나일 뿐이다. 성욕, 식욕, 명예욕, 권력욕 등 인간이 가진 여러 욕망들이 있고 그 모두는 삶을 다양한 방식으로 좌지우지 한다. 매슬로우 박사가 정의한 대로 인간 욕구의 마지막 단계인 자아실현 욕구에 의해 이끌어지는 삶이라면 좋기는 할 것이다. 석가모니 부처처럼 욕망으로부터 완전히 초월하면서도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면 더 없이 좋을 것이다. 다만 나와 같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자아 실현 욕구가 이끄는 삶이든 초월적 삶이든 과연 그것이 가능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내 눈의 빛을 꺼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아주소서. 그래도 나는 당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부러뜨려주소서. 나는 손으로 하듯
내 가슴으로 당신을 끌어안을 것입니다.
내 심장을 막아주소서. 그러면 나의 뇌가 고동칠 것입니다.
내 뇌에 불을 지르면. 나는 당신을
피에 실어 나르겠습니다.

지금도 이 시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려 있는지 모르겠는데 내가 학교 다니던 때 교과서에서 보았던 시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22살 청년 시절 열네 살 연상의 루 살로메에게 바친 연시로 릴케의 시도 시집에 실려 있는 시다.

성과 산부인과
질경련증--신체상 이상은 없지만 성관계시 정신적 원인으로  질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는 상태, 남성 성기의 삽입이 불가능하며 심지어는 내진도 어렵다.
성병--성관계가 주 감염 경로인 병들, 매독이나 임질 혹은 클라미디어, 헤르페스 등 다양하다. 다만 성관계 이외의 원인도 적지만 있다.
낙태--원치 않는 임신으로 고민인 사람이 택하는 수술. 수술이 초래하는 해악에도 불구하고 여성 인권의 보루처럼 잘못 호도하여 적극적 피임이라는 더 나은 방법으로의 전환을 막고 있다.
인간의 성과 관련된 의학 분야 중에는 산부인과 만한 것이 없다. 성적 문제를 다루는 성의학이나 임신이 되지 않는 부부간의 문제를 돕는 난임 의학, 임신 출산 등을 다루는 산과학 분야.
모두 성과 떼어 놓고는 생각할 수 없는 것들이다.  물론 산부인과 의사로서 만나는 성은 주로 병이나 육체와 관련된 것이다.  임신 출산도 시험관 임신이라는 특수한 시술이 있기는 하지만  성접촉이 그 출발이니 sex가 없다면 아마 산부인과 의사들이 할 일도 많지 않을 것이다.  

Sex는 남남이던 사람을 누구보다 가까운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고 반대로 좋았던 관계의 사람을 세상 누구보다 끔찍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 불같은 욕정으로 인해 잘 나가던 인생이 어느 한 순간에 끈 떨어진 연처럼 되기도 한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평생의 업의 기틀이기도 하다. 칼로 치면 매우 날카로운 칼이고 돌이라면 무게를 감당하기 쉽지 않은 돌이다. 그 무게에 깔리지 않고 살아 남아야 하는 것이 젊은 날의 바램이었다면 지금은 다른 의미에서 그 무게의 엄중함, 밥벌이의 치열함을 매일 느끼면서 살고 있다.

O의 이야기
내가 좋아하는 음악 중에  "O 양의 이야기" 또는 "O의 이야기"라는 곡이 있다. 이 곡이 사실은 엠마누엘보다도 더 야한 영화의 주제곡이라고 하여 놀랐던 기억이 있다. 검색해 보니 이 영화는  1950년대 출간된 소설로 복종적인 여성의 성을 다룬 동명의 소설이 원작이라고 한다.  물론 나는 영화나 소설에 나오는 등장 인물들이 보여주는 새디즘이나 매저키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영화의 관람도 추천하지 않지만 내용을 떠나서 음악은 애잔한 것이 내 취향에는 맞아서 아래에 올려 본다.


Histoire_O.m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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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topia [2018-06-11 00:48]  satieeun [2018-05-3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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