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하 현희님 덕에 다시 보니 아주 부끄부끄하네요*^^* 왜케 길게 썼을까요 안친절하게스리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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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아님이 2013-08-13 14:26에 등록 아 기록을 다시보니 출산일은 예정일에서 4일 지난 날이 맞네요. 제가 진료 기록에 일주일 전 날짜를 보고 착각해서 썼네요. 그리고 임신 후기에 경부 길이는 3.5인데 제가 4.5로 말했나 보죠? 하.. 제가 원래 영어나 국어 혹은 국사보다는 논리적이고 분명한 학문이라서 수학을 좋아하고 나름 수학을 다른 과목보다 제일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간단한 수치에서는 종종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ㅠㅠ 다행히도 순산하시고 아기도 아무 탈없이 씩씩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그런 실수도 용납이 되는 거겠죠. ㅎㅎ 만일 경부 길이가 짧아 조산이 되서 아기의 건강이 심각히 위협을 받는 상황이 초래되었는데 제가 그런 계산 상 착오로 미처 대비를 하지 못했다면 이렇게 글을 주고 받고 하기도 어려웠을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믿지 않지만 아무래도 순산의 신이 있기는 있나 봅니다. 그리고 남편분이 좀더 기다려 보자고 했다고 해서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제왕절개는 산모가 좀더 위험을 감수하는 대신 아기에게 좀더 안전한 출산법이고 자연분만은 산모는 좀더 안전한 대신 아기가 조금 위험을 감수하는 분만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난산이 되는 분들의 경우 자연분만을 계속 시도하는 경우와 제왕절개를 하는 경우를 놓고 선택의 갈림길에 섰을때 남편분들 중에 그렇게 물어 보는 분들이 있습니다. "어느 경우가 산모에게 더 안전합니까? 아기보다 산모가 더 안전한 쪽으로 결정하고 싶습니다." 라고 말이죠. 물론 그런 경우 제왕절개보다는 자연분만이 더 안전합니다. 그러니 당장은 통증 때문에 산모로서야 제왕절개라도 해서 빨리 낳고 싶겠지만 본인을 위해 더 안전한 쪽은 자연분만이라는 것이죠. 아마도 남편분도 그런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좀더 기다려 보자고 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없지 않겠습니까? 평소에 쌓인 게 있다고해서 산모가 좀더 고생하길 바라서도 아닐 것이고, 제왕절개가 얼마간의 입원 비용이 더 드니 그걸 아끼자고 그런 것도 아닐테니..... 그러니까 "아기가 위험할 수도 있다니까 당신이 좀 고생스럽고 회복도 좀 더디다지만 빨리 제왕절개 해서 그냥 낳자"라고 남편분이 말씀하셨다면 아마 당장은 모르지만 나중에는 더 서운하게 느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정말 눈에서 살의의 레이저 광선이 쏘아졌는지 어땠는지 전 잘 모르지만 남편의 격려와 지지도 순산하는데 큰 몫을 했다고 편하게 생각하시기 바랍니다. 물론 본인이 가장 크게 애쓰고 고생하셨지만.... 그리고 보니 원글에서는 산모의 의견을 따르라고 하고 여기서는 산모의 의견에 반하더라도 격려하고 지지하고 기다리라고 하니 또 어느 장단에 맞추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하실 지 모르겠군요. ㅎㅎ 이런 구실로든 저런 이유로든 본인이 마음이 편해지는 쪽으로 생각하시라는 의미입니다. ^^ 여하튼 재미있게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아기 잘 키우시고 건강에도 유의하시면서 행복한 가정 꾸려나가시길 기원 드립니다. |
원장님 안녕하세요 답글하러 들어오면 보름이가 깨고~ 다시 들어오면 또 깨고... 오늘 드디어 푹 재우고 집중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원장님께 출산후기 써달라고 조르면서도 바쁘신 줄 알기에 내심 죄송스럽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길고 세심하게 '선물'을 남겨주시니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전 어디서 몇 시에 태어났는지 이외에는 아무런 비하인드 스토리 없는 탄생을 겪었지만(부모님이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길래 심각히 고민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는데,그 말씀이 틀릴 거 하나 없는거죠 ㅋㅋ) , 덕분에 보름이는 스스로 귀하고 소중한 사람임을 느끼며 자존감 강한 아이로 자라날 것 같아 벌써부터 행복해진답니다. 때론 힘들고 거칠기도 한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존감만큼 강력한 무기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처음 방문했던 때가 3월이었네요. 대체 이 긴 긴 겨울이 언제 끝나는건가... 막바지 칼바람을 지루해하며 따뜻한 봄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던 시기로 기억되는데.. 첫 방문 당시, 제 이름을 보시고 매우 반가워하실 줄 알아서 내심 기대했더랬죠. 그런데 당시의 기록과 원장님의 심리상태를 들어보니 반가움을 느낄 겨를조차 없을 정도로 꽤 심각하셨던 모양입니다 ^^ 남편과 집에와서 진료일지를 다시 보며 원장님이 적어놓은신 '체구가 작음' 과 ' 남편과 함께 옴' 항목에서 한참을 낄낄거리며 웃던게 생각나네요. 저도 그당시의 기록을 꺼내보자면... ============================================================== 2013.3.9 22주 5일,543g의 튼실한 보름이.(진오비로 옮기기 전의 **** 산부인과) ...... 그나저나 보름이와 난 건강상 아무 이상 없이 순조로운데, 자궁경부길이가 다소 짧은 듯 하다는 진단에 걱정이다. 4cm이상을 안정권, 2.5cm 이하를 위험수치라고 본다는데 내 수치는 2.82cm. ...... 정밀초음파를 마지막으로 출산병원을 정했다. 검사결과에 따라 조산의 우려가 1%라도 있는 한 신생아 집중치료실이 있는 대학병원으로 정하기로 했고, 문제가 없다면 자연출산이 가능하고 회복실의 환경이 안정적인 곳, 그리고 자유로운 모유수유가 가능한 곳 어딘가(진오비 유력)로 정하기로 했다...... ============================================================== 다른 이 곳에서 정밀초음파까지 받고 원장님께 옮기게 되었죠. 정밀 초음파 하면서 처음으로 경부길이를 재보게 되었고, 임신 중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습니다. (일찍부터 진오비에 등록할 생각은 있었지만, 보름이 성별이 그렇게도 궁금해서 성별이 아주 정확해지는 시기인 22주쯤으로 미루게 된 것이었죠.) 어차피 옮길테니 심원장님께 다시한 번 길이를 재달라고 부탁해보고, 두군데 모두에서 짧은 길이 때문에 조산기 판정이 난다면 미련없이 대학병원으로 갈 생각이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을 조산기에 대한 우려로 아주 불안하게 보낸 후, 진오비를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의 기록입니다... ============================================================== 2013.3.15 23주 5일, 620g 자궁경부길이가 염려되어, 출산병원으로 정해둔 '진오비'에 내원하여 다시 확인. 2.82cm는 오진이었다! 곡선으로 꺾인 길이를 정밀하게 재도 3.8, 직선으로 압축해서 재도 3.5는 거뜬히 넘더라 ;; 혹시 조산될까 지옥을 오갔던 일주일이 이렇게 막을 내렸다. ..... 자연출산은 지금의 보름이와 나에게 사치구나 싶어 내심 속상했다. ..... 복부초음파에서 질초음파까지, 환자인 내 마음이 안정될때까지 몇번을 재차 확인시켜주시고 안심시쳐주신 심원장님... 한 번의 진료였지만, 무한 신뢰감이 간다. 이 분께 보름이를 끝까지 맡겨도 되겠다... ============================================================== 경부길이가 짧지 않음을 재차 확인시켜주셨고, 이런 말씀까지 덧붙여주셨죠. "키가 작다고 다 난쟁인가요? 사람마다 경부길이도 다 다른데, 어찌 다 같은 수치로 이렇다 저렇다 할 수 있습니까?" 아... 좋은 소식에 긴장이 풀리며, 원장님의 극단적인 비유에 웃을 수 있는 여유까지 생겨났답니다^^ 이렇게 중기의 조산기 판정은 오진인걸로 결론이 나서 맘 편히 태교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결국 막달쯤 가서 조산기가 오긴 왔었죠. 제 기록을 보니 2013.5.16. 32주 5일, 4주만의 검진에서 이번에는 정말로 경부길이가 짧아진 걸로 기록되어있네요. 이때부터 정말 힘겨운 침상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봄바람에 취해 무거운 몸을 이끌고 정말 신나게 돌아다녔는데요, 아무래도 무리한 외출과 할동으로 조산기가 온게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정상출산이라 일컫는 37주가 되기 전까지 정말 지독히도 활동을 자제했습니다. 식사와 화장실 가는 시간 외에는 무조건 누워서 지냈습니다. 원래 타고나길 게으른 성격이라 뒹굴뒹굴 하는게 누구보다 쉬울 줄 알았는데, 억지로 누워있어야 하다보니 생지옥이 따로 없더라구요. 소화도 잘 안되고, 그동안 열심히 쌓아 둔 체력도 근육과 함께 무너지는 것만 같고... 무엇보다 보름이가 이른둥이로 태어나 고생하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가장 힘들었습니다 흑흑 ㅠㅠ 다행히 최악의 경우는 오지 않았고,이제는 가벼운 후일담꺼리가 된 지난 일이 되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원장님 글을 통해 짐작컨데, 임신 기간에도 그랬고 제가 진통 중일때도 믿지 않으시는 신까지 동원해 그토록 간질히 기도하셨다니... 골치아픈 산모인 저 때문에 급노화가 진행되신 건 아닌가(원장님 사진을 친정엄마로 오해하신 수진쌤의 글)...살짝쿵 죄송한 마음입니다!ㅋㅋ 7.11 출산 당일. 제 계산으로는 예정일 하고도 4일이 지난 날로 나오는데요, 어찌 예정일 3일 전으로 기억하시는지 원장님만의 계산법이 궁금합니다ㅋㅋ (참고로 직선으로 잰 경부길이 1.7과 1.8 더한 값을 4.5라고 표기해주시던데... 원장님 계산법의 비밀은 숫자 따위가 아닌 무한 긍정 에너지인가요?) 무통이 아닌 진통주사를 놔달라, 수술해달라 그야말로 가관이었죠. 원장님 말씀 맞아요, 기절해서 이 상황에서 벗어났다가 뿅 하고 되돌아올 수 있다면 최선일테지만 그게 안된다면 마취의 도움이라도 받고 싶더라구요.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상태... 순간 간절히 꿈꿨습니다! 짐작과는 다르게 보름아빠는 전자(좀 더 참아보자)였기 때문에 제 눈에서 느껴지는 살의를 보신 건 아닌가요. 함께 살면서 남편에게 살인의 충동을 느껴본 건 그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전 운이 따라주지 못해 원장님이 제 아기를 땅에 떨어지지 않도록 받아만 주시게 해드리진 못했지만, 진오비를 거쳐가게 될 많은 산모분들이 그러한 완벽한 순산을 경험했으면 좋겠습니다. 물 밑에서 쉼없이 물장구치는 오리로 비유하신 의사로서의 숙명... 고단함이 느껴지는 매우 적절한 비유인 것 같습니다. 주치의의 말 한마디, 표정과 억양 하나하나에서 환자들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거든요. 그게 부담스러워 원장님께서는 아예 작정하고'포커 페이스'로 일관하시는 건 아닌가요? 개그본능 충만하신 원장님으로서 억누르느라 힘드시겠다... 싶어 안쓰러움이 느껴집니다.ㅋㅋ 보름이의 태아 적 사진인 초음파 사진은 언제봐도 감동이 밀려오는데요, 파이팅하는 저 사진은 발차기를 그렇게도 해댔던 튼실한 다리 사진과 함께 특히나 두고두고 보고 또 보는 사진이랍니다. 보름이가 그랬듯, 파이팅을 날려주시니 감사히 잘 받겠습니다. 그리고 저 또한 거듭 감사드립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