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도 몰아서 쓰면 안되는 데, 예전에 방학 숙제때 한달 일기를 몰아서 쓰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날씨를 쓰는 부분이었다.
지금이야 누구에게 보여줄 필요도 날씨를 굳이 알아내 쓸 필요도 없지만 몰아서 하는 일은 언제나 쉽지 않다.
하루 종일 비가 온다.
그녀를 만나지 못한지 3일째다.
거리에 내리는 비처럼 마음에도 비가 내린다.
모임 때문에 간 제주도에는 비가 천둥 번개를 동반해서 사정없이 들이친다.
옷도 다 젖었고 가방도 무겁다.
혼자서 맞는 비는 언제나 쓸쓸하다.
언젠가 그녀와 함께 정동의 덕수궁 근처에서 우산도 없이 비를 맞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그때 내가 무섭다고 했던가?
나도 무섭다.
혼자 견뎌야 하는 외로움이 무섭다.
보고 싶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