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성적과 인턴 점수 그리고 면접의 결론은 그해 산부인과 전공의 중 군보 자리는 저와 제 친한 친구 두명이 최종 합격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아마 그 친구의 소문에 대한 것이 교수님들 귀에도 들어갔던 모양입니다.
물론 그때 그렇게 합격한 것이 결국 잘된 일인지 아닌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가 보지 않은 길의 모양이 어땠을 지 전혀 알 수가 없으니 비교는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그냥 산부인과 의사로서 회의가 들 때는 전생에 내가 여자들한테 죄를 많이 지어서 이승에서 그 빚을 갚으라는 모양이다 그렇게 자기최면을 걸고 있습니다. ㅎㅎ

그렇게 해서 산부인과 의국에 들어가서 험난한 4년간의 전공의 (레지던트) 수련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전공의는 연차에 따라 1년차, 2년차, 3년차. 4년차로 나누어지는데 1년차는 주치의라고 해서 병원 내에서 가장 실질적 업무를 많이 하는 의사입니다.
수술 동의서도 받고 회진을 준비하고 수술시 보조 업무를 맡으며 회진을 돕고 출산시에는 출산도 보조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이점은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로 대학병원에서 대부분의 진료 과목의 주치의는 다 1년차 전공의가 맡고 있습니다.
이제 막 전문의가 되기 위한 과정을 시작한 초보 의사가 주치의라니 좀 의외라는 생각이 드시죠?
2년차나 3년차는 바이스 레지던트라고 해서 병원에서 제일 시간적 여유가 많고 주로 공부나 연구에 집중할 수 있으며 자매 병원으로의 파견 근무를 맡거나 수술시 집도의의  보조를 담당하기도 합니다.
저는 2년차와 3년차 때는 철원 길병원, 동인천 길병원, 제주 한라의료원 등에 파견 근무를 나갔었습니다.
4년차는 수석의 혹은 치프 레지던트라고 해서 특진 교수가 정해지지 않은 수술의 집도의 역할을 하고 주치의와 함께 팀을 이루어 주치의를 감독하고 교육하고 이끌고 지시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수련의 (인턴) 한명, 1년차 주치의  한명, 2년차 한명, 수석의 한명 해서 총4명이 한 팀을 이루어서 각 병동의 산모나 환자를 나누어 맡아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중 특진 교수가 정해진 환자는 교수님의 지시를 받고 보고를 하여 진료가 이루어지며 특진 교수가 없는 경우는 4년차인 수석의가 모든 중요 결정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가을 이후부터는 전문의 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수석의는 진료 일선에서 물러나 집단 합숙을 하면서 전문의 시험 공부를 하게 됩니다.

각 대학별로 과마다 분위기가 다른데 연차에 따른 위계질서는 대체로 산부인과나 외과, 정형외과와 같은 외과 계열이 보다 엄한 수직적 상하관계인 경우가 많고 내과 , 소아과 계열은 비교적 민주적이고 그리 엄격한 분위기는 아닙니다.
좀 비속어이기는 하지만 소위 말해서 구멍이 많을수록 군기가 쎄다고 합니다. ㅋㅋ
산부인과, 외과는 하나고 안과는 두개고 이비인후과는 좀더 많죠.
그래서 저희 대학병원은 이비인후과가 군기가 가장 쎘고 산부인과도 상당히 쎈 편이라 야구 방망이로 엉덩이를 두들겨 맞거나 손을 들고 무릎 꿇은 채 선배들로부터 기합을 받는 경우가 심심치 않았습니다.
연예계도 그렇다고 들었지만 선배는 하늘이고 후배는 땅이었습니다.
저는 군보라 나이가 20대 중반이니 그나마 괜찮았지만 비군보 선생님들은 병역 의무 3년을 꼬박 채우고 전공의 과정에 들어 왔으니 나이가 20대 후반으로 결혼하여 이미 자녀가 있는 사람도 많았는데 세미나 룸 같은 곳에서 손을 들고 벌을 서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거 조폭 사회도 아니고 피식 웃음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아마 요즘은 그런 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워낙 지원자가 없으니 중간에 그만두고 도망갈까봐 아래 연차를 상전 모시듯 한다고 하더군요.
듣자니 대략 산부인과 전공의 중 반정도가 중도에 포기하고 다른 진료 과목으로 전과를 한다고 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필요 인원이 모자란데 말입니다.

그런 엄한 분위기는 산부인과라는 업무의 특성이 작은 실수에 의해 한순간 두생명이 희생될 수 있기 때문인 점도 있을 것입니다.
항상 긴장을 늦추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그래야 하니까요.
그러나 업무가 그렇기 때문에 엄하기만 한 것은 아니며 선배 연차 중에는 정말 성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도 꽤 많아서 그런 점도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선배는 술먹고 냄새 풀풀  풍기면서 들어 와서 회진도 돌고 산모의 내진이나 출산을 돕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로 각양각색인 과가 산부인과 였습니다
주치의와 수석의는 보통 두달이나 석달 단위로 바뀌면서 산과, 부인과로 나누어서 교대로 돌아가게 되는데  주치의들은 새로 파트가 정해질 때 마음씨 좋은 수석의를 만나기를 마음 속으로 간절히 바라고는 했습니다.
맡게 되는 환자들도 중환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함께 일할 수석의가 어떤 사람이냐 하는 것이 업무가 얼마나 고되냐 편하냐 하는 것을 결정적으로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운이 없게도 별로 성격이 좋지 않은 수석의를 더 많이 만났던 것 같습니다.
운과 관련된 것에서는 저는 대체로 좋지 않은 편입니다.
여지껏 사다리를 타거나 그외 운수 게임에서는 거의 이겨 본 적이 없습니다. ㅠㅠ.
그래서 저는 운이 작용해서 뭘 해야 한다고 하면 아예 처음부터 도전하지 않습니다.
로또 종류는 전에 셋째 임신할 무렵 돼지꿈 꾸었다고 주택복권 한번 사 본 것 하고 그뒤 한번인가 두번 사본 것이 다입니다. 물론 결과는 꽝이죠. ㅎㅎ
대신 노력으로 많은 부분이 결정나는 분야라고 하면 죽기 살기로 달려 들어 봅니다. ㅎㅎ
대학 입시도 그렇고 무얼 배운다거나 하는 것 (독학심. ㅋㅋ) 등등 그런 것들 말입니다.
제 개인적 경험으로 봐서는 제가 지금까지 해 본 것들 중에 많은 것들은 노력이 상당 부분 좌우하더군요.
저는 심지어는 머리 나쁜 것도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신조 중에 하나가 "돌에는 한번 새기기는 어렵지만 대신 한번 새겨지면 오래 간다." 하는 것이 있다고 하였죠.
돌대가리가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고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뜻에서 세운 신조인데 저는 돌대가리까지는 아니라도 기억력도 별로 안좋고 비상한 머리를 타고 나지를 못했습니다.
제 의과대학 동기 중에서는 IQ  낮은 것으로는 아마 저는 밑에서 순위권 안에 들 것 같습니다. ㅋㅋ
머리가 나쁘면 다른 사람보다 두배 세배 더 노력해서 외우면 결국 기억이 더 오래가서 이길 수 있다 뭐 그런 의미입니다.
그러나 연애와 돈은 노력 못지 않게 운--운이라기 보다는 노력으로 안되는 어떤 것, 혹은 외모처럼 타고 나는 것--도  꽤 작용하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요? ㅎㅎ

그렇게 해서  1년차를 맡고 얼마되지 않았을 때 사건이 터졌습니다.
어느날 수술이 늦게 끝나서 미처 환자들의 상태 파악과 챠트 정리가 충분치 않아 저녁 회진 준비가 다소 미비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보니 환자의 상태를 교수님께 최종 보고하는 수석의가 교수님께 싫은 소리를 듣게 된 사건이 생겼습니다.
그때 일이 무었이었는지는  사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즉 소설적 요소가 가미된다는 뜻입니다.ㅋㅋ
여하튼 제가 다소 미비하게 처리한 일 때문에 수석의가 화가 단단히 나게 된 상태다 하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 이름은 팔랑으로 통일하겠습니다.
"야 팔랑. 이걸 아직까지 제대로 정리도 안해두고 그렇게 밖에 못해?"
"예. 치프님. 오늘 밤 안으로 모두 정리해 두겠습니다."
"아니 오늘 밤이 아니고 12시까지 다 해 놔.내가 보고 퇴근할 거니까."
"예 노력해 보겠습니다."
"아니 이 새끼가. 노력이 아니고 반드시 다 해 놓으라고."
원래도 입이 거칠고 성정이 난폭하여 주치의들이 제일 꺼리는 선배였습니다. 별명이 아마 미친개인가 그랬을 겁니다.
"예 하는데까지 노력해 보겠습니다."
그 순간 무언가 눈에서 번쩍 하더군요.
그 수석의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주먹으로 제 얼굴을 쎄게 한대 친 것이었죠.
생각지도 않다가 주먹으로 맞은 저는 당연히 바닥에 넘어졌습니다.
이어서 발로 차고 챠트를 집어 던지고 순간 스테이션이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저야 뭐 수석의가 그러니 대들지도 못하고 맞고만 있었습니다.
다른 동료 주치의나 근처의 간호사들도 너무 황당하고 살벌한 상황이라 어떻게 하지를 못하기도 했고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기도 했습니다.
얼마쯤인지 제 생각에는 무척 긴시간이었던 듯 한데 옆 파트의 수석의가 말려서 다행히 그 수석의의 손찌검은 멈추었습니다.
아마 그때 다른 동료들 같았으면 그렇게 해 놓겠다고 하고 안되면 나중에 변명을 하든가 아니면 다른 친구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정리를 해 두었겠지요.
지금이나 그때나 고지식하기 이를데 없는 제 성격에 저 혼자 힘으로 해치워야 한다고 생각했고 다른 동기들은 같은 연차라 해도 비군보라서 다 대학 3년 선배들이었기 때문에 업무를 나누어 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저로서야 노력은 해 볼 수 있는 것이지 정말 그 시간까지 정리가 될지 어떨지는 알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수석의는 씩씩거리면서 당직실로 돌아갔고 저는 두들겨 맞아 눈두덩이 퍼렇게 멍이 들고 입술도 좀 터졌던 것 같은데 아픈 느낌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분노가 크면 아픔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습니다.
이런 것은 일종의 게이트 이론으로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주사 맞을때 엉덩이를 찰싹 때리면 아픔을 덜 느끼는 그런 원리입니다.
통증 감각은 어떤 것이든 척추의 같은 경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엉덩이를 찰싹 때리면 그 통증이 신경 경로를 이미 차지해서 주사 바늘이 들어가는 것을 느끼는 통증 감각은 미처 작동할 통로를 마련하지 못하게 되어  통증이 덜하게 느껴진다는 이론입니다.
그러니까 한 쪽 문으로는 한사람만 지나갈 수 있다 뭐 그런 의미로 게이트 이론이라고 합니다.
물론 통증과 분노는 다른 감정 경로이기는 하지만 여하튼 그때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그런 상태로 잠시 스테이션에 앉아 있었습니다. 주변 사람들 보기도 민망했고.
주변에 있던 아무도 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누군가 거즈를 가져다 주었던 것도 같지만 맞은 사실 외에는 다른 것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잠시 앉아 있던 저는 급한 챠트 정리를 끝내고 다음날 수술할 환자의 수술 동의서도 받아야 했고 또 아까 교수님께서 지시한 업무를 마무리 해야 해서 다시 병실로  들어 가서 환자를 보려고 의자에서 일어 섰습니다.
조금 어지러웠던 것 같습니다.
병실로 들어가려 하니 스테이션에 앉아 있던 간호사들이 그러더군요.
"팔랑 선생님. 환자는 저희가 K 선생님께 말씀드려 대신 보아달라고 할테니까 당직실 가셔서 좀 쉬세요. 응급실 가서 치료도 받으시구요."
"아니 괜찮아요. 김간호사. 내가 할 수 있어요"
"그만 쉬세요. 팔랑 선생님!"
저와 제일 친했던 간호사였던 것 같은데 이름이 기억 나지 않는군요.
꽤 큰 목소리로 혼내는 건지 뭔지 목소리가 젖어 있었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나 저는 막무가내로 병실로 가려 했고 주변에 있던 두어명의 간호사들이 함께 저를 말리고 잡았습니다.
저는 "내 환자는 내가 보겠다"고 하면서 완강하게 고집을 부려 결국 간호사들이 얼굴의 상처만 간단히 소독을 하고 눈에 반창고를 붙여 주었습니다.
그렇게 상처 투성이의 얼굴로 병실을 돌고 나왔습니다.
저도 왜 그때 그렇게까지 고집을 부렸는지 모르겠는데 아마 오기가 발동해서 그렇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 주치의의 모습을 보는 환자들은 아마 깜짝 놀랬을 것 같은데 그때 환자들을 위해서도 지금은 제가 그렇게 한 것이 그리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저도 제 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삼사십분 정도의 회진을 마치고 병동 스테이션으로 돌아오니 간호사 한명은 울고 있더군요.
당시 간호사들에게 제가 나름 잘 대우해 주고 해서  인정도 받고 비교적 친하게 지내던 상황이어서 아마 마음이 좀 안쓰럽고 그랬던 모양입니다.
불쌍한  주치의가 성질 더러운 수석의한테 두들겨 맞고 그런 꼴로 병실로 가는 모습을 보고 울컥 했었나 봅니다.
병동 회진도 마치고 스테이션에 앉아 챠트도 정리했습니다.
아마 정리는 12시 안에 끝났을 겁니다.
다 끝내고 나니 그때서야 입술도 쓰리고 눈도 부어서 앞도 잘 보이지 않더군요.
저는 당직실로 돌아가서 사직서를 썼습니다.
내일 아침에 당시 산부인과 과장님이시던 장윤석 교수님께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었습니다.
이런 더러운 곳에 더 있기가 싫었습니다.
면접때는 산과를 꼭 하고 싶다는 의사를 그렇게 강하게 어필하기는 했지만 사실 원래는 저는 내과를 하고 싶었고 제게 산부인과는 그렇게까지 꼭 하고 싶었던 과목도 아니었습니다.
환자를 진찰해 보고 여러가지 검사를 해서 병의 원인을  알아내고 처방을 하여 그저 약만 가지고 병을 완치시키는 내과가 멋있게 보이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여자들의 은밀한 곳을 보는 산부인과를 한다는 것이 그렇게 썩 내키지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저는 학생때 산부인과 실습을 돌면서 당시 산부인과 3년차로 학생들의 교육과 실습을 담당하던 전공의 샘께 그렇게 묻기도 하였을 정도입니다.  
"저 에듀케이션 치프 선생님. 산부인과 하면 맨날 그거만 보는데 사모님과의 관계에서는 영향이 없으신가요?"
물론 답을 듣지 못하고 된통 혼만 났습니다.
그 전공의 선생님은 지금 강남에서 "M와 H"라는 이름의 대형 산부인과를 운영하면서 잘 나가고 있습니다.
그때는 정말 제가 산부인과를 전공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였습니다. ㅎㅎ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저를 보면 흉부외과나 신경외과라면 모르겠는데 산부인과 의사라고 하면 잘 믿지를 않습니다. ㅋㅋ
제가 아시다시피 여자 혐오증인가 싶을 정도로 여자에게 전혀 관심을 가지는 스타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뿐 아니라 인상도 거칠고 여자들이 좋아할만한  외모도 아니기도 했구요.
제가 산부인과를 지원했다고 하는 사실은 저를 잘 아는 친한 친구들이 제게 붙인 소위 "팔랑심의 4대 불가사의" 중 하나입니다. ㅎㅎ
저는 인턴 수료가 끝나기 얼마전이자  더불어 전공 과목을 정하기 얼마전인 12월에 결혼을 했는데 아내도 제가 산부인과를 지원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남편이 산부인과 의사 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내가 어디 있겠습니까?
장인 어른께서도 직접 "자네 다른 과 하면 안되겠나" 하고 말씀 하시기도 했을 정도입니다.
어쩌다 친구가 함께 하자고 하여 힘든 수련 기간에 좀 서로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군대라는 조직 사회가 두려웠던 제게 군대 대신 병역의무를 지방 의료원에서 때울 수 있다는 매력이 있어서 산부인과를 지원했었던 것 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사실 "산과가 좋다, 새생명인 아기가 좋다, 어서 오세요 할 수 있다" 어쩌고 한 것은 모두 다 뻥이었던 것입니다.
좀 충격이신가요?
이거 연애사보다 더한 나쁜 파괴력을 보일까봐 걱정입니다. ㅠㅠ
저만큼은 철두철미 산부인과 의사로 타고 난 사람으로 알고 계셨던 분들은 실망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고백록 답게 좋은 모습이든 나쁜 모습이든 솔직하게 써야 하겠지요?
물론 이전의 연애사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몇가지 부분에서는 기억의 재구성도 있을 것이고 소설적 요소의 가미도 있습니다.

저는 원래 학교 다닐 때는 내과를 하고 싶었지만 당시 서울대 병원에서는 상위권 성적의 학생만 갈 수 있었던 내과는 제 성적에 지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원래는 군대를 갔다 와서 비군보로 내과를 지원하거나 아니면 경쟁도 덜하고 들어가기 쉬운 다른 종합병원의 내과를 지원할까도 생각을 했습니다.
군대를 갔다 와서 지원하는 비군보 전공의는 다소 경쟁도 덜하여 들어가기가 좀더 수월한 편이었고 모교 대학을 나와 모교 병원에서 전공의를 하는 것은 경쟁이 치열했지만 서울대 병원이 아닌 국립의료원이나 백병원 혹은 강북삼성 병원등 다른 종합병원은 들어가기가  비교적 수월했으니까요.
그때는 아산 병원이나 삼성의료원은 없었는데 지금은 서울대 출신들은 아산병원이나 삼성의료원으로도 전공의 지원을 많이 갑니다.
여하튼 그래서 졸업생 160명 정도 중에서 대략 반정도인 80명 정도만이 모교인 서울 대학병원에서 전공의 수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성적이 모자랐던 저는 그렇게 하려고 마음을 먹었는데 어쩌다 보니 산부인과를 지원하여 합격을 하고 이런 사태에 말려 든 것이었습니다.
부르튼 입술을 한 채 사직서를 쓰면서 그동안 마음 속에 가지고 있던 여러 생각--산부인과 의사로서의 고된 업무를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 잠도 많은 내가 밤잠은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하는 고민, 가정은  거의 내팽개치다시피 해야 좋은 의사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생각, 여자들의 은밀한 곳만 보는 이상한 직업이라는 부끄러움--등등도 훌훌 털고 군대나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전문의가 아니니 의료원 같은 곳에 과장으로 가서 병역의무를 마치지는 못하겠지만 전방이든 후방이든 군의관은 사병은 아니니 견딜만할 것이라고도  생각했습니다.   
차라리 후련했습니다.
다음날 가운 주머니에 사직서를 넣고 11층의 교수연구실로 당시 산부인과 주임 교수인 장윤석 과장님을 찾아서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습니다.
근데 이거 이런 식으로 지지부진 쓰면 수련의 시절에서 이야기가 끝날지도 모르겠습니다. ㅠㅠ
너무 잡설이 많았죠?
여하튼 오늘은 여기까지.....

TBCO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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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군마누라 [2015-06-23 15:35]  양선영 [2014-05-31 08:19]  
7# 박군마누라 등록시간 2015-06-23 15:3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아~완전 의학드라마 한편 보는듯한 기분이예요~!! 완전 폭 빠져들어서 읽고 있어요~!! 심장님의 필력 훌륭하십니당~짝짝짝~!!
6# 봄봄이 등록시간 2014-05-31 18:34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아아 이런...
어서 업뎃해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에욧!!

애 수유하면서 보다가 연애사부터 여기까지 훅 읽어버렸네요. 애는 아빠가 돌보게 하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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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글을 빨리 업데이트 하지 않았다고 해서 현기증까지 날 것은 없을 것 같텐데....이젠 출산하시었으니 임신중의 기립성 저혈압으로 인한 현기증이 올 것 같지도 않고..ㅋㅋ.여튼 제 글로 하여 바깥분께 제가 미움을 받겠군요. ㅠㅠ  등록시간 2014-06-01 09:01
5#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4-05-31 16:52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이연경 2014-05-31 16:46
눈팅만 하고있었는데 반응이 없다고 다음편 안올리신다고 협박하시어 답글답니다......ㅋㅋ

어차피 12시안...

연경님이 헤어드자~이너가 되신게 뭔가 비하인드스토리기 있는가봅니다? ^^ 학교다닐때  유난히 미용에 관심많고 탁월한 감각으로 센스가 유별났던 친구들이 헤어샵을 하던데.. 이런 친구들은 똑같은 교복을 입어도 뭔가 더 세련됐었고  특히나 소풍 수학여행  체육대회 이런날에는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고퀄리티 +과감 사복패션을 연출했죠!!  
연경님도 그런 과였어요?

댓글

땡입니다 ㅋㅋ 저는 패션에 관심도없고 대학졸업할때까지 머리 짜르는거 이외에는 미용실에 돈을 줘본적이 없었답니다ㅎㅎ 물론 지금도 미용에 소질이 있어서 라기보다는 손님응대 또는 다른 사무적인 부분을 맡아줄 사람이 필요해서 있는것이지요 ㅎㅎ  등록시간 2014-05-31 17:13
#4 이연경 등록시간 2014-05-31 16:46 |이 글쓴이 글만 보기
눈팅만 하고있었는데 반응이 없다고 다음편 안올리신다고 협박하시어 답글답니다......ㅋㅋ

어차피 12시안에 끝낼수있는거! 그냥 알겠다고하면 눈앞에 별도 안보였을테고 괜히 나대셨어요....-_-
입장바꿔서 귀여벙쌤이 노력은해보겠지만 모르겠다고 자꾸 그러면 당근열받지요! 안되는일이라도
무조건 네! 하고 열심히 일하는 직원만큼 이쁜게 어디있나요
그렇게 군기가 쎄다는 곳에서 신참이 몇번이나 대꾸를했으니... 그리고 산부인과를 어쩔수없이 선택했다는거
뭐 대충 알고있었습니다 ㅋㅋㅋ 누군들 직업이 마음에 들겠습니까
그렇게치면 저도 고백록 적어야겠어요

지금 신랑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은 얹은 신세이지만 회사에서부터 관리직이었어서
손님들한텐 엄청난 가식으로 무장하여 눈웃음치며 좋은사람 이미지 만들며 친절한척하지만
직원들이 모두 살벌한 제 아야기에 상처받고 벌벌떠는 사실은 귀엽지도 착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사람입니다.
뭐 이렇게요? ㅋㅋㅋㅋㅋㅋ

암튼 그니까 제말은.......다음편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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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에 머리하러오실때 신랑한테 물어보세요 ㅋㅋㅋ 저보고 맨날 엄청살벌하고 무섭대요 ㅋㅋ 저땜에 나간 직원이 몇명인데요ㅜㅜ  등록시간 2014-06-01 12:34
연경님의 살벌한 모습은 상상이 가지 않는군요.ㅎㅎ. 보통 성격은 얼굴에 드러나기 마련이라 저처럼 얼굴만 보고도 성격을 짐작할 수 있지만 연경님은 그런 차가움이나 살벌함은 없을 것 같습니다.  등록시간 2014-06-0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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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산모 [2014-05-31 16:52]  
#3 땅콩산모 등록시간 2014-05-31 16:3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김간호사와의 '썸'이 예고되는 거 맞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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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사가 아니므로 여기서는 썸은 없습니다. 그때의 간호사들과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지내는 사람도 있기는 하지만 당시 울었던 간호사는 이름도 기억 못한다고 분명 말씀드렸는데......  등록시간 2014-06-01 08:57
#2 양선영 등록시간 2014-05-31 08:31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아침부터 개똥이 응아테러에 씻기고나니 잠이 홀딱 깨서 연속 두편 다 읽었네요~ 연애사는 한번에 다 읽어서 궁금하지 않았는데.. 끊어지니 상당히 궁금합니다 완결되면 읽을걸!!ㅠㅠ
그나저나 원장님 그때도 융통성 없으셨구만요 ㅋㅋ 걍 알았다고 그가 듣고싶은 말을 해줬다면 얻어맞진 않았을텐데~~ 원장님은 진심을 말한거겠지만 그분은 말대답 꼬박꼬박한다고 생각했겠죠~ 암튼 그렇다고 사표라니!! 개콘 시청률의 제왕 보는것같아요~ 중간없는 급진적 스토리ㅋㅋㅋ
궁금하니 빠른 집필 부탁드립니다.....
의사인지 개발자인지 소설가인지 점점 헷갈리기 시작하네요 ㅋㅋ 의사비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단거 ㅋㅋㅋ

댓글

어머! 심장님 흥행에 신경쓰시는 분이셨어요? ㅋㅋ  등록시간 2014-05-31 16:32
분명 저처럼 눈팅하는 독자들이 더 많을거예요 ㅋㅋ 거기다 오늘은 무한도전 시청률도 안나온다는 토요일임을 감안해주셔요 ㅋㅋ 요기서 디엔드 하시면 팔랑심님=연애대장으로 기억하겠슴돠 ㅋㅋㅋ  등록시간 2014-05-31 13:49
그나마 의사질도 잘 하지 못하는데 비중까지 줄어들면 어쩌죠? ㅠㅠ. 근데 양선영님은 재미있게 읽으셨는지 모르겠는데 다른 분들은 내용도 어렵고 너무 세세한 부분이라 재미가 없으신가 봅니다. 반응들도 거의 없으시고...다음편을 올려야 할 지 그냥 The End.로 마감해야 할 지 약간 고민스럽네요. ㅎㅎ  등록시간 2014-05-31 12:04
연애사에 비하면 뒷편이 그리 궁금하진 않을거 같은데....여하튼 고집부리다 두들겨 맞는 것등 못난 모습만 많이 보시게 될텐데 별 재미도 없는 글을 읽어 주시어 감사합니다.  등록시간 2014-05-3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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