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감각 쾌락 반응이라는 말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라는 말을 그대로 직역한 말이다.  약자로 ASMR이라고 하는데 이 약자가 더 익숙한 분들이 많을지도 모르겠다.  자율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고 감각이니 반응이니 하는 단어 때문에 의학 용어처럼 보이지만 전문적인 의학 용어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생활 소음이라고 번역되기도 한다. 오감을 자극하는 단순한 소리나 자극으로 신체 기관이나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어  안정감을 느끼게 하고 온 몸이 진정되는 효과를 주는 것을 의미한다

요즘 tvN에서 방영하는 "숲 속의 작은 집"이 그런 경향을 반영하여 제작된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자발적 고립 다큐멘터리"라는 부제를 달고 있듯이 프로그램은 두 사람의 피실험자가 각각 산골 오두막에서 혼자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배제한 채 생활하는 모습을 담담하게 담았다.  바쁘고 정신 없는 도시 생활에 지친 시청자들에게 마음의 휴식을 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게 하는 효과를 기대한 듯 싶다.  따라서 가급적 자극적인 자막도 최소한으로 줄이고 빗소리나 바람소리, 새소리, 찌게 끓는 소리 등 잔잔한 소리가 주요 내용이다. 한두 편을 본 소감은 바쁜 생활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될 듯 싶기는 한데 한 시간씩 그렇게 멍하게 앉아서 시청하는 여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듯 싶어 보이는게 문제다. 나야 시간이 넘쳐 나니까 이런 다큐든 드라마든 줄줄 꿰고 있지만. ㅠㅠ


네덜란드에는  Slow Cabins이라고 해서 숲 속의 작은 집과 비슷한 포맷의 것이 있다. Slow Cabins는  다큐멘터리처럼 만들어진 가짜가 아니라 실제 여행객들이 묵는 숙소다. 태양광 발전과 빗물 수집을 통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했다고 하는데 일반 일반 펜션이나 호텔과 가장 결정적으로 다른 점은  예약하기 전까지 정확히 머무르는 곳을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오두막의 위치 또한 지속적으로 변경된다고 하니 세상으로부터 벗어나 잠시라도 완전한 고립감을 맛보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정말 딱인 장소일 듯 싶다. 다만 우리나라에 있는 곳이 아니다 보니 대부분 사람들에게는 그림의 떡이겠다.



네덜란드에도 갈 수 없고 숲 속의 작은 집을 TV  앞에 앉아 한 시간씩 보기 어려운 분들은 요즘 유튜브에 ASMR이라고 치면 굉장히 많은 영상이 나온다. 내가 간혹 보는 영상은 손그림이라는 작가가 만든 영상이다. 평안과 휴식을 얻기 위해 보는 것은 아니고 일러스트를  정말 쉽게 잘 그리는 사람이라 그 솜씨를 훔쳐볼 겸, 나도 배워 볼 겸 해서 간혹 생각날 때마다 본다. 보다 보면 그림을 그리는 방법에 집중을 하기 보다는 정말 멍하니 아무 생각없이 쳐다보는 자신에 깜짝 놀라 때가 있다. 특히 만년필의 사각사각 거리는 소리가 매혹적이라 이 작가가 쓰는 투명 라미 만년필을 하나 구입할까 망설인 적도 많다. 그러나 이미 투명 만년필은 올리카에서부터 프레프, 파이로트 쁘티, 거기에 플레티넘 밸런스까지 너무 많아서 자제하는 중이다.


이것으로 미흡한 분들이 있을지도 몰라 직접 ASMR 비슷한 것 하나 준비했다. 오늘 저녁에 경의선 책거리로 마실 나갔다가 찍은 영상이다. ASMR 영상들이 그렇듯이 별 내용은 없다. 그저 지나는 사람들 멍하니 보는 것 뿐이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 강아지, 자전거 등이 지나간다. 사실 육아 맘들은 이런 영상이 없어도 그저 아기만 남편이나 부모님들이 잠깐 봐주어 독박 육아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그게 휴식이고 해방이겠다. 이런 영상이나 일상 소음의 도움은 독박 육아를 일단 벗어났을 때 필요할 수 있는 것들이다. 아기의 울음 소리든 어른의 울음 소리든 혹은 비명 소리든 고통에 찬 소리는 본인이든 주변 사람이든 휴식과는 거리가 멀게 만든다. 참고로 진통 시 산모가 내는 소리도 별반 다르지는 않다. ㅎㅎ. 그곳에 평안과 휴식은 없다. 여하튼 그런 상황에서 다행히 잠시라도 벗어난 분들께 드리는 작은 서비스다. 영상은 아무 처리하지 않았으며 내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다.   

아래 영상 중 첫번째 부분은 "숲 속의 작은 집" 1회 방영 분 중 일부이고 두번째 부분은 손그림 작가의  "그림 그리기 강좌--계란 비빔밥 편"이다. 맨 마지막 부분이  오늘 내가 찍은 "경의선 책거리 밤 풍경"이다. 숲 속의 작은 집은 삼시세끼 등 마이더스의 손을 가진 나영석 PD가 찍은 것이니 작품의 완성도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고 손그림 작가도 이런 류의 영상을 꾸준히 올려서 구독자가 상당히 많은 전문가 수준의 작가다. 반면 나는 소위 마이너스의  손을 가지고 있어 병원이고 자비 출판한 책(낙태와 낙태)이고 손 대는 것마다 손해를 보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영상이라고 하여 다를 게 없다. 마이너스의 손에 걸리면 망하는 것이다. ㅋㅋ. 수평도 안 맞고 화이트 밸런스도 안 맞고...... 영상 작업 솜씨와 관련하여서는 출산 영상을 고프로로 남편 분들이 들고 찍어 주시면 앞뒤 필요 없는 부분만 자르고 디졸브만 넣는 것 말고는 나는 할 줄 아는 것이 없다. 그렇지만 영상의 길이는 3가지 작품 모두 공평하게 1분 30초 씩으로 통일했다. 여하튼 이건 내가 만드는 것이니 나영석 PD의 영상이라고 길게 넣는 차별을 둘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게 크리에이터의 권한이다. 실력이야 비록 형편 없더라도. ㅎㅎ. 즐겁게 감상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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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r_book_street.m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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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좋아요 후 감상 ㅎㅎㅎ 애기 재우고 고요함 속에서 봐야겠어요 지금은 육아 전쟁중... ㅠㅠ  등록시간 2018-04-29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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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ieeun [2018-05-01 05:12]  이연경 [2018-04-30 14:11]  ekdekdsu [2018-04-29 22:32]  daphne [2018-04-29 15:18]  hanalakoo [2018-04-29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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