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란 결과 못지 않게 과정도 중요하다고 합니다.
다들 성공을 꿈꾸지만 원칙에 어긋나고 좋지 않은 방법으로 성공하는 것을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제대로 된 수단을 통하지 않은 성공은  사실 성공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것이겠지요
그래서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한 수단도 올바르고 바람직한 것이야 한다고 다들 말합니다.

출산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아기를 얻자는 것이 물론 일차적 목적이고 그것이 잘 되어야 한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건강한 아기를 얻는 과정도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비유가 적절한 지 모르겠는데 풀코스 마라톤과 비교를 해 봅니다.
마라톤을 뛰고자 하는 사람은 누구나 무사히 완주하기를 바랍니다.
마라톤을 통하여 건강을 얻고 완주 했을 때 얻는 보람과 희열을 바라고 마라톤 출발선에 섭니다.
마라톤에서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것만이 목표라서 버스라도 타고 들어 오길 바라면서 마라톤을 뛰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출산도 그렇게 무통이든 촉진제든 가급적 인위적인 개입을 하지 않고 산모 스스로의 노력과 의지와 체력으로 출산을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건강한 아기를 얻는 것 못지 않게 어떻게 그 아기를 얻었나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아기를 키우면서 또 살아가면서 자신이 가진 자긍심도 아주 중요하게 작용할 것입니다.

불가피한 사정이 되어서 촉진제를 쓰거나 무통 주사를 맞거나 아니면 흡입 분만을 하거나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자긍심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아기를 얻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전제를 훼손해서는 안되기 때문에 필요에 따라 얼마든지 의료적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의료적 도움을 받게 된 것은 죄스러운 것이 아닙니다.
마라톤을 뛰다가 다리를 다쳐서 혹은 다리에 쥐가 나서 더 이상 뛸 수 없게 되었을 때는 버스를 타고서라도 출발지로 돌아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위험과 난관이 없음에도 그냥 힘들어서 혹은 너무 멀어서 처음부터 버스를 타고 출발선에 선다면 그런 사람은 마라톤을 뛰기로 한 선택(아기를 가지기로 한 선택)이 잘못된 것은  아닌가 되돌아 봐야 할 것입니다.
출산하는 순간의 통증이 힘들어 무통 주사를 생각하는 분이라면 앞으로 아기를 낳아서 기를 때의 고통과 어려움은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겪는 어려움은 출산때의 잠시의 고통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복잡하고 길고 크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아기를 낳아서 기르기로 결심한 분들이라면 출산시의 통증과 고통은 아기를 얻기 위하여 끊고 들어가는 개찰구 티켓이라고 생각하면 아마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 워낙 무통 시술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무통 안하면 아기 못낳는 줄 아는 분들이 많은데 오랜 기간의 제 경험으로는 무통은 순산에 그리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습니다.
뿐 아니라 무통을 한 분과 안한 분 간에는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모든 산모분들이 최선을 다해 순산을 위해 노력하고 고통을 감내하고 육아를 위해 준비하시기를 권고드립니다.

이 글이 혹시 무통 주사를 맞거나 촉진제를 맞거나 흡입 분만을 하게 되거나 또는 제왕절개 수술을 한 분들을 폄훼하는 쪽으로 들리지는 않기를 바랍니다.
정 불가피하면 그런 의학적 도움은 꼭 필요한 것이고 그런 처치를 받은 것이 잘못은 아닙니다.
그저 제 말은 아무 문제 없는 산모분들에게까지 과도한 의료적 처치가 남용되는 것을 걱정 해서 하는 말입니다.
필요 없이 과도한 개입과 회피는 산모를 위해서도 올바른 의료 환경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침고로 무통 시술을 하면 의사에게 손해가 나는 것은 없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무통 시술에 따른 비용을 청구하기 때문에 다만 몇만원이라도 수입이 늘어 납니다.
통증으로 고생하는 산모의 하소연과 원망을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좀더 편하게 출산을 도울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의사에게도 득인 시술입니다.
다만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순산을 돕지 못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수술을 줄이고 자연분만을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을 택하도록 설득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는 의사로서의 자긍심은 희생이 되겠지요.
요즘은 편한 것이 그리고 돈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서 산모든 의사든 그런 자긍심의 희생쯤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된 것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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