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5일과 16일이 연휴라서 외래 진료가 없어 오랜만에 부모님 모시고  경기도 가평으로 휴가를 다녀 왔습니다.
아이들은 지방에서 일하기도 하고 막내는 방학이지만 재미없을 것 같아서인지 안가겠다고 해서 부모님과 돌싱된 여동생과 함께 같습니다.

숙소는 서너달전 아내가 초등학교 동창 찾기 사이트인가에서 알게 된 초등 학교 동창의 누나가 경기도에서 펜션을 한다고 해서 한달전에 예약을 했습니다.
휴일이라서인지 서울에서 10시30분쯤 출발했는데 3시쯤 펜션에 도착했습니다.
가는 길이 엄청 막히는데다가 계곡은 초입부터 차가 꽉 막혀서 시간이 많이 걸리더군요.
가서 보니 용추 계곡이라고 유명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저야 경기도 가평으로 간다는 것만 알고 출발해서 용추 계곡이라는 것은 가서 알았지만. ㅎㅎ

여튼 예전 젊을 때 같았으면 그렇게 길이 막히면 성질 급한 제가 휴가고 뭐고 다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버렸을텐데 언제 또 이렇게 오겠나 싶어 막혀도 그냥 참고 갔습니다.
제 부모님은 제 여동생이 차로 함께 모시고 따로 출발했는데 저보다 조금 먼저 도착했더군요.
근데 착오가 있었는지 아님 일부러 2중으로 받았는지 저희가 지낼 방이 없다고 하면서 주인집 아주머니(아내의 초등학교 동창의 누나)가 자기내 거실을 내 줄테니 거기서 지내라고 해서 하룻밤을 거기서 지내다 왔습니다.
물론 펜션 숙박료 15만원은 주고 왔습니다. 아내의 동창 누나라는데 험한 소리 하기도 그렇고 해서 조용히 제값 다주고 왔습니다. ㅠㅠ.
그러나 에어컨도 없는 남의 집 거실에서 다섯명이 옹송거리고 자려니 덥기도 하고 자리도 불편해서 잠이 잘 오지 않아서 혼났습니다.
물론 낮과 저녁에는 계곡 옆의 평상에서 지냈지만요.
아내가 준비해간 막창과 돼지고기 삼겹살을 구워서 맛있게 먹은 것이 이번 휴가에서 유일하게 즐거운 기억입니다.
막창은 저희 어머니께서 좋아하신다고 해서 아내가 특별히 미리 정육점에 가서 사 놓았던 것입니다.

아침에는 푹 자려 했지만 자리가 불편해서 일찍 깨는 탓에  한번도 먹어본 적이 없던 아침을 차려 먹고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아내가 차려준 것을 먹고. ㅎㅎ)  그냥 서울로 올라오기가 허전해서 거기서 멀지 않은 아침 고요 수목원에 들렀습니다.
아침 고요 수목원은 10년전인가 15년전인가 아이들 데리고 한번 가본 적이 있는데 그때와 별로 달라진 것은 없고 커피숍등 부대 시설이 좀더 생겼더군요.
어머니께서는 처음 와본 곳이라 하시던데 아버지께선 동네 복지관에서 다른 분들과 함께 몇년전에 와 보신 적이 있다고 기억하시더군요.
물론 아버지는 혼자 다니시는 적이 없으니 어머니와 함께 예전에 와보신 것인데 기억이 잘 안나시는 모양이었습니다.
수목원 커피숍에서 커피 한잔 마시고 옛날 팥빙수도 한 그릇  시켜먹고 저는 저대로 여동생은 올 때처럼 부모님 모시고 각각 서울로 출발했습니다.
올라 오는 길은 다행히 많이 막히지 않더군요.

이것이 5년만의 제 휴가기입니다.
너무 재미없죠?
사실 오래만에 가는 것이라 부모님 모시고 좋은 곳에 가면 좋겠지만 능력없는 자식을 둔 탓에 초라한 휴가가 되어 마음이 편치는 않았습니다.
용추 계곡이라는 곳이 젊은이들이나 쌍쌍으로 혹은 그룹으로 오는 곳인지 저나 저희 부모님 연세의 사람들이 많지는 않더군요.
다른 의사 친구나 후배들이 사는 것처럼 그냥 그렇게 되는대로 살았다면 아마 이것보다는 훨씬 폼나는 휴가를 보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한 마음이 없지 않았습니다.
이제 제가 의사로서 일할 수 있는 기간도 몇년 남지 않은 것 같은데 그때까지 계속 제가 이 자리에서 이러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회의가 듭니다.
피곤할 때면 몇년에 한번 생기는 눈가의 헤르페스가 이번 휴가 후 생긴 것도 몸이 피곤한 탓도 있겠지만 마음이 피곤한 것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런 초라하기 짝이 없는 휴가도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번 추석 연휴에야 김원장님은 해외 의료 봉사로 1주일 가까이 병원을 비운다니 저야 병콕 해야 하는 처지이고 내년 설 연휴때도 출산을 도와야 할 산모들이 항상 있으니 아마 병원 비우고 어디 가기는 어렵겠지요.
제가 5년전 쯤인가 휴가 간 것도 병원 분만 접으면서  간 것입니다.
언제 다시 부모님과 온가족이 함께 마음 편히 휴가 갈 기회가 올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부모님이 건강하시면 좋겠습니다.

아래 사진은 아침 고요 수목원에서 찍은 것인데  저희 어머니와 여동생의 모습이 잠깐 보이네요.
영상은 용추 계곡에서 찍은 것으로 영상에 출연하는 사람은 아내인 호랑맘입니다.
그리고 보니 사진과 영상엔 저와 아버지는 나오지 않는군요. 참 제 발은 잠깐 나오긴 합니다. ㅎㅎ





yongchu.m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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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부모님께서는 그 곳이 어디든 오랫만에 가족들과 떠나셔서 좋으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걸어오신 그 길 덕분에 많은 산모들이 안심하고 아가를 출산할 수 있을꺼에요! 다만 조금은 건강도 생각하시면 좋겠네요;;  등록시간 2015-08-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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