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무료하기도 하고 운동도 할겸 병원 주변을 슬슬 걸어 홍대 먹자 골목까지 돌다 왔습니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엄청 많더군요.
가볍게 산책이나 하자고 나갔다가 사람에 치여 쓰러질 뻔 했습니다.
제가 이 근처 홍대 거리를 안 지도 20년이 넘었습니다.
은평구에 제가 처음 개업한 것이 20여년 전인데 당시 무료하면 시간을 보내던 곳이 응암동의 재래 시장인 대림 시장이거나 아니면 연신내, 혹은 연희동, 그리고 이곳 홍대 거리였습니다.
자주는 아니지만 한달에 한두번은 홍대 거리로 아내와 함께 밤 마실 나오곤 했습니다.
서대문구에 개업했을 때도 종종 놀러 왔던 곳이고, 마포구인 이곳으로 병원을 옮기고 나서는  수시로 지나치는 곳이 홍대 거리입니다.
전에 비하여 홍대 거리는 여러가지가 바뀌었습니다.
그런 변화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귀엽고 매력이 있던 상큼한 아가씨가 너무 진해 화장을 넘어 분장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떡칠을 하고 시끄럽기까지 한 중년의 아주머니로 변한 것과도 같다고 할까요?
이렇게 말하면 여성 비하라 할지 모르니까 공평하게 이어서 씁니다.
청바지가 잘 어울리고 약간 수줍음도 타는 피부 깨끗한 청년이 고집불통에 술 주정뱅이 아저씨로 변해 버린 것과도 같은 느낌입니다.
그래서 저는 20년 전에 비하여 홍대 거리가 싫어졌습니다.
물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젊은이들에게는 놀 곳이 하나더 생겨서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임대료가 많이 비싸져서 분위기 있던 작은 카페나 공간들도 홍대를 떠나 상수동 쪽으로 옮겨간다고 하더군요.
저희도 건물 임대료를 이번에 많이 올려서 계약을 갱신하겠다고 건물주로부터 통보가 왔습니다.
버는 것은 줄기만 하는데 쓰는 곳은 늘어만 가서 걱정입니다.

가장 번화한 수노래방 근처의 홍대 거리를 걸으면서 세어 보니 약국이 1곳이 있고, 휴대폰 악세사리 집은 5곳 정도, 감자탕인가 이것저것 잡다한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5곳, 부동산 중개소가 1곳, 타로 점집이 3곳, 커피숍이 4곳, 가방과 악세서리를 파는 가게가 5곳, 옷가게가 4곳, 피규어 가게가 1곳, 붕어빵 포장 마차가 2개, 그리고 10곳도 넘는 화장품 가게가 있더군요.
뭐 오래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곳이라 이곳에 책방이나 분위기 좋게 상념에 잠길 수 있는 음악 카페 같은 곳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거리에 젊은이들이 넘쳐나더군요.
과거 20년전에는 거의 죽었다시피 컴컴한 거리였는데, 아주 많이 개발되었습니다.
그런데 전혀 좋은 쪽으로의 개발인 것 같지는 않더군요.
젊은이들이 몰려 다니는 곳에 이런 것  밖에 없다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젊은이들이 몰리는 곳에, 에너지를 쏫아 붓는 곳에 그 나라의 미래가 있습니다.
추하게 변해가는 홍대 거리에서 어둡기만 한 우리나라의 미래를 봅니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여러 통계자료를 볼 때  우리나라는 선진국 문턱에서 후진국으로 전락한 아르헨티나의 전철을 밟아 나가는 것 같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책을 읽지 않기 때문에 죽었다 깨어 나도 일본을 절대 앞지를 수 없다고 한 어느 일본인의 말도 떠오릅니다.
사실 그럴지 어떨지 저는 잘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변해가는 홍대 거리의 모습에서 어쩐 일인지 젊은이들의 활기찬 모습으로 기운이 솟고 그렇질 않고 씁쓸한 기분만 듭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나이 들어가는 제 모습이 더 부각이 되어서 그런 기분이 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밤 늦도록 불이 밝혀진 대학 도서관에서 무언가에 집중하는 젊은이들을 보고는 들지 않았던 느낌입니다.
도서관에서 보는 것들이 그저 스펙을 쌓기 위한 자격증 책이나 영어책이든 아니면 시간 소일 용의 만화책이든 유흥에 에너지를 쏫는 모습보다는 보기가 좋았습니다.
운동삼아 나갔던 나들이로 다리는 좀더 튼튼해졌는지 모르겠는데 마음은 오히려 피폐해졌습니다.
쓸데 없는 걱정에 마음 울적해지고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저도 늙어 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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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eddle [2016-04-10 10:17]  
#2 이연경 등록시간 2016-04-04 00:3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홍대ㅡㅡ 돌아다니는 사람만 많지 정작 소비는안해서 여러가게들이 문닫고 망한다는 그곳에 건물주들만 닐리리야 하는군요..

원장님... 이김에 운정으로 뜨세요! ㅋㅋㅋ
#3 지니맘 등록시간 2016-04-06 17:32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저는 갓 서른 넘었는데 젊었을 때 저런 유흥 못해본 게 갑자기 더 서글퍼지네요;; 얌전히 대학다니다가 다행히 졸업 전에 취업을 했는데 그러고는 맛본 유흥이라곤 회사의 과장 아재들과 일끝나고 술한잔이 다네요;;; 이젠 애낳고 아줌마 되서 저런 거리에 나가는 것도 망설여집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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