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 드라마 글 쓰다 생각난 김에 비슷한 맥락(드라마 보신 분들은 무슨 뜻인지 아시겠지만. ㅎㅎ)으로 글을 제목을 바꾸어 더 써 봅니다.

로마의 시인 호라티우스는 자신의 시에서 Carpe diem, quam minimum credula postero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현재를 잡아라, 가급적 내일이란 말은 최소한만 믿어라" 혹은 "오늘에 최선을 다하라, 미래는 너무 기대하지 말아라"라는 뜻으로 번역을 합니다.
그러나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오늘에 최선을 다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음 놓고 즐기기도 어렵습니다. 내일 굶어 죽는다는데 오늘  기쁜 마음으로 진수성찬을 즐기기는 어렵습니다. 내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면 오늘의 초라한 쥐코밥상도 맛있게 먹을 수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이란 기대와 희망을 먹고 사는 동물입니다. 종교를 가진 사람들의 경우이기는 하지만 심지어 죽은 다음의 미래에 까지 기대를 걸면서 사는 것이 사람입니다.

물에 빠지면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속담이 있습니다. 물은 현재 처한 난관이고 지푸라기는 희망입니다. 물론 단순히 한가닥 지푸라기를 잡고 물에서 빠져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속담의 뜻도 허망한 기대를 갖지 말라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나 지푸라기라도 잡자고 노력하다 보면 지푸라기 대신 큰 나무 등걸이라도 잡게 될 수 있고 물에서 빠져 나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하는 열의와 살고자 하는 희망이 없다면 그 사람은 죽은 목숨입니다.

저는 희망 고문이라는 말도 그리 좋아하지 않습니다. 희망이라는 말은 어떤 경우에도 고문일 수가 없습니다. 희망은 그것이 아주 희박한 실현 가능성을 가지고 있거나 심지어 불가능해 보여도 얼마든지 가져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니 오히려 불가능해 보이니까 희망을 가지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도 내일 지구가 사라지지 않고 계속해서 돌기를 희망하지는 않습니다.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올거라고 생각해서 사과 나무를 심는 사람이라면 혹시 모르지만 대부분 사람은 너무도 당연하게 일어날 일이라서 그런 것에는 희망을 가지지 않습니다. 매일 매일 같은 일상에 시달리며 아침 일찍 피곤에 쩔은 몸을 이끌고 출근하는 게 힘든 사람이 언젠가는 마음 편히 늦잠도 자고 쉴 수 있는 직업 혹은 그런 상황이 되기를 희망하는 것입니다. 지하철이 고장 나지 않고 제 시간에 와서 회사에 지각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는 것을 희망으로 삼는 직장인도 거의 없을 것입니다. 지하철이 장애로  연착하는 일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그런 작은 것을 희망으로 가지는 건 바보 같은 일입니다. 희망이란 이루어지기 쉽지 않은 대신 이루어진다는 생각만으로도 기운이 북돋아지고 기분이 날아갈 듯 좋은 그런 것에다 걸어 보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라면 내년에는 제가 가진 빚 중 반의 반쯤(2억)이라도 갚아 보았으면 하는 것이 희망의 후보자가 될 수 있는 것이죠. ㅠㅠ  물론 희망은 주식이나 경마 같은 것과는 달리 무료라서 어떤 것에 걸어도 상관없고 무제한으로 쓸 수도 있지만 가능하면 한번에 한두개 정도의 희망을 품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그 이유에 대하여는 애플의 광고를 맡았던 클로우라는 사람의 에피소드가 같은 맥락이라서 참고해 보시도록 아래 발췌해 올려 봅니다. "미친듯이 심플"이라는 책에 있는 문장입니다.

[언젠가 잡스와 아이맥 광고를 검토할 때 우리는 이 특별한 아이맥의 주요 기능 중 한 가지를 설명하는 데 광고 전체를 할애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잡스의 머릿속에는 네다섯 가지가 들어있었다. 클로우는 수첩 5장을 찢더니 마구 구겨서 종이공 5개를 만들었다. 그러고는 클로우의 퍼포먼스가 시작되었다. "여기요, 스티브. 받으세요." 클로우는 종이공 하나를 탁자 건너편으로 던졌다. 잡스는 종이공을 쉽게 낚아채더니 다시 던졌다. "좋은 광고네요." 클로우가 말했다. "이제 이걸 받으세요." 이번엔 종이공 5개를 전부 잡스를 향해 던지며 말했다. 잡스는 하나도 붙잡지 못했고 종이공은 전부 탁자와 바닥 위에 나뒹굴었다. "광고가 별로네요." 클로우가 말했다. 잡스는 더 이상 우리에게 토를 달지 않았다."

여하튼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현재 이루어진 많은 것들도 처음 출발은  희망이었습니다. 깊은 호수에서  작은 지푸라기 잡고 헤엄쳐 살아 나오기보다 별로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 것들이 많았을 것입니다.
제 결론 말씀드립니다.
"카르페 디엠, 쿠암 맥시멈 크레둘라 포스테로 (Carpe diem, quam maximum credula postero)"
오늘에 최선을 다하라. 미래에 대하여는 가장 큰 기대를 품어라.
호라티우스의 원문장에서 minimum만 maximum으로 바꾸었는데 말이 되는 것인지는 모르겠군요.
제가 라틴어에는 무뇌한(^^)이라서요. 누가 잘못 쓴 말인지 모르지만 어떤 분야에 대하여 뇌가 없는 한량이라고 의심 받을 정도로 무식하다는 생각으로 무뇌한이라고 한 것이라면 저는 라틴어 뿐 아니라  아주 많은 분야에서 무뇌한입니다.  특히 돈과 관련된 일에서는 더욱 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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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선 [2016-09-23 21:27]  정인♥ [2016-09-09 11:40]  xingxing [2016-09-09 09:42]  달콤짱짱 [2016-09-09 09:16]  dongin [2016-09-09 08:04]  podragon [2016-09-09 07:47]  zoomooni [2016-09-09 0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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