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퇴직하고 치킨집이나 커피 전문점 사업에 뛰어드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특별한 자격과 기술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이 없다보니 너도나도 뛰어들어 공급 과잉이라 1년 이상 버티고 살아 남는 경우가 10%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이 있는 분야에서 개업을 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조금은 더 높을 것이다. 그래서 자격증이나 면허증을 따기 위해 땀을 흘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것 중에 대표적인 것이 판사, 검사, 변호사, 의사, 교사 등이다. 물론 지금은 그런 자격증이나 면허증, 또는 학벌보다는 그 사람 개인이 가진 역량이 더 중요해지고 있지만.  

의사는 면허인가 자격인가?
면허증과 자격증은 보통은 잘 구분하지 않고 혼용해서 쓰는 경우가 많다.  법적으로는 그 둘은 꽤 다르지만 그 차이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적다. 변호사는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고 조리사는 조리사 면허증이 있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의사는 어떨까?
역시 재미없게 글을 이어나가야 하므로 답부터 알려드리자면 의사는 의사 면허증을 가진 사람이다.  모든 의사는 국가가 인정하는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 주관으로 시행하는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하여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요즘은 의과대학이 아닌 의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의사가 되기도 한다.
면허증은 어떤 행위에 대하여 특정한 사람만이 하도록 허락한다는 일종의 증명서다. 따라서 면허증이 없는 사람은 그 행위를 해서는 안된다.  정부의 해당 부서에서 발부하며 의사 면허증의 경우에는 보건복지부에서 발부한다. 자격증은 그것이 없는 사람도 할 수 있지만 그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 그 분야에 대하여 잘한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정부에서  발부하는 국가기술 자격증도 있고 민간 단체에서 발부하는 것도 있다.   
의사가 면허라는 것은 의사 면허를 가진 사람만이 진료 행위를 할 수 있으며 의사 면허가 없는 사람은 의료 행위를 하면 안된다는 의미다.
반면 전문의는 자격증이다. 내과 전문의 자격증,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증 등이 있다. 물론 모든 전문의는 기본적으로 의사 면허증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은 부인과 질환이나 임신 출산 관련 진료 등 산부인과 적인 각종 질병과 상황에 대하여 전문적으로 볼 수 있도록 능력을 갖추었다는 뜻으로 대한산부인과 학회에서 부여한다. 물론 이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의 수련을 받고 자격 시험을 쳐서 합격해야 한다. 그러나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증이 없다고 해서 부인과 진료를 하지 못하거나 출산을 돕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수십년전 산부인과 분야의 진료로 시작하여 지금 대형 병원으로 발돋움한 병원 중에는 원장이 산부인과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의사도 있다. 4년 내지 5년 정도의 수련 기간을 거치지 않아 전문의 자격이 없더라도 일선 개원가에서 오랜 기간 진료를 하여 전문의보다 더 능력이 있는 의사도 있다.
참고로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의사는 일반의라고 부른다.  어떤 의사가 전문의 자격이 있는 의사인지 그렇지 않은 의사인지 본인 외에 다른 사람이 알기는 어렵다. 다만 개원하고 있는 의사일 경우 병원 간판을 통해 알 수는 있다. 병원 내부에 전문의나 그외 여러 자격증이나 이수증을 비치해 놓은 곳도 있다.
어떤 병원은  “OOO 성형외과 의원”이라고 적혀 있고 어떤 병원은  “OOO  의원 진료과목 성형외과”라고 적혀 있다. 전자는 성형외과 전문의가 개설한 병원이라는 뜻이며 후자는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이 없는 의사가 개설한 병원이라는 뜻이다. 일반의 일 수도 있고 산부인과나 일반외과와 같은 다른 진료 과목의 전문의일 수도 있다. 최소한 성형외과 전문의는 아니라는 뜻이다. 산부인과의 경우 워낙 인기가 없어 산부인과 전문의가 아닌 사람이 산부인과를 주 진료 과목으로 하는 경우는 과거에는 가끔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 반면 수입이 좋은 성형외과와 같은 경우 성형외과 전문의가 아닌 의사가 개설한 곳도 굉장히 많다.

의사의 탄생
의학 혹은 의술의 탄생은 인류 역사와 함께 했다고 말해도 좋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인류가 시작한 이래로 언제나 질병과 죽음은 떼어 놓을 수 없는 고통이었고 이런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노력 또한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학문의 대상으로서 의학을 연구하는 자, 의술을 행하는 주체자로서 의사도 그만큼 오랜 역사를 가졌을 것이다. 국가에 의한 의사 면허 제도가 실시되기 전에는 사실상  누구나 의사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물론 실제로는 내과 의사의 역할은 주로 주술사가,  외과 의사의 역할은 주로 이발사가, 산부인과 의사의 역할은 주로 산파가 맡았다.  비교적 최근에 들어와서 의료 행위가 가진 전문성과 위험성을 감안하여 특별히 인정을 받은 사람만이 의료 행위를 할 수 있도록 국가가 제한을 하기 시작하였다.
세계에서 가장 먼저 의사 면허 제도를 실시한 나라는 영국으로 알려져 있다. 1858년이라고 하니 불과 지금으로부터 160년전이다.  우리나라에  의사 면허 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대한제국 시기인 1900년이다. 1900년 1월2일 대한제국의 내부(지금의 행정안전부에 해당)는 내부령 제27호로 ‘의사 규칙’을 제정했다. 이 법령에 따라 정부(내부)는 자격이 있다고 인정한 사람에게  ‘의사 인허장’이라는 것을 부여하였다. 지금의 의사 면허증에 해당하는 것이다. (황상익의 ‘의학 파노라마’에서 발췌)
그후 19명의 학생이 대한제국 정부가 설립한 의학교를 졸업하고  1903년 1월 졸업시험을 통과하였다고 한다.  이들은 모두 군의로 임명되었으나 정식으로 의사면허를 받지는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의사면허를 받은 것은  1908년 6월 세브란스 의전을 졸업한 7명의 학생이었다고 한다.
그때로부터 100여년이 흐른 2014년 말 보건복지부에 면허를 등록한 의사는 11만8,329명이다. 이중 전문의 수는 8만5,501명으로 개원의의 92.6%가 전문의 자격을 소지하고 있었다.

의사 면허증이나 전문의 자격증은 오랜 기간의 교육 과정과 고되고 엄격한 수련 기간을 거쳐야 취득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의과대학에 입학하려고 애를 쓴다. 지금은 노래나 춤 혹은 그외 예능에도 젊은이들이 많이 진출하여 인기가 떨어진 편이지만 아직도 의사는 비교적 인기 있는 직업에 속하는 것 같다. 아마도 의사가 되면 경제적으로 높은 수입이 보장되고 사회적인 지위도 중간 이상 간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장점이 의사가 되는 동인 중의 큰 요인이기는 하지만 오히려 나쁘게 작용하는 점도 있는 듯 하다.
내가 의과대학에 들어 갔을 때  어느 교수님께서  “너희들은 아마 성적이 아까워서 온 놈들이 대부분일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모욕적으로 들릴 수도 있는데 사실이 그랬다.  의과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성적으로 그보다 합격선이 낮은 수의학과나 다른 과를 지원하는 것은 왠지 손해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은 나뿐 아니라 대부분 학생들이 비슷했을 것이다.
내 생각에 의사가 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려고 애쓰는 용기와 전문 지식을 얻는데 게으르지 않은 성실함이다. 그러나 의사라는 직업이 가진 사회 경제적 장점 때문에 원칙 고수를 위한 용기 같은 것은 아무 관계없이 많은 학생이 몰리고 그러다보니 그저 평가 기준인 시험 성적이 우수하기만 하면 의사가 된다.  어쨌든 의사가 가진 사회 경제적 장점이 유지되는 한 당분간 이런 현상은 계속 될 것이다.
그러나 언젠가 의사가 가진 그런 지위가 상실되고  인공 지능과 로보트에 의해 의사의 도움없이도 누구나 자신의 병에 대한 정보와 조언을 얻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의사는 더 이상 필요 없을 것이다. 그런 날이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리 멀지는 않았을 것이다.  과거 오래전 인류가 그랬던 것처럼 자기 몸은 자기가 지키고 치료하면서 살게 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역사는 순환한다고 말하는데 의사의 탄생과 소멸의 역사도 그렇게 순환할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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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ius1004 [2017-02-26 05:36]  봄봄이 [2017-02-16 22:22]  bella [2017-02-10 22:40]  최현희 [2017-02-10 16:20]  zoomooni [2017-02-07 20:36]  podragon [2017-02-07 17:33]  
#2 podragon 등록시간 2017-02-07 17:33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재미없게 쓰신다고 하시는데 너무 재밌으니 어쩌죠? ㅎㅎㅎㅎ
#3 zoomooni 등록시간 2017-02-09 11:07 |이 글쓴이 글만 보기
역시 재미없게 글을 이어나가야 하므로 답부터 알려드리자면...이 부분이 특히 잼있어요 ㅎㅎㅎㅎ

전문의가 자격증인지는 이 글 보고 첨 알았네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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